숲노래 책숲마실


마실빛이 낳은 새길 (2020.6.25.)

― 대전 〈버찌책방〉


  제 등짐은 어릴 적부터 컸습니다. 1982년부터 1987년까지 다닌 국민학교에는 책칸이나 짐칸이 따로 없으니 누구나 모든 교과서하고 공책을 날마다 이고 지고 다녔어요. 그때에는 교과서·공책뿐 아니라 숙제도 많고 폐품도 으레 학교에 바쳐야 했습니다. 그무렵 어린이는 어린이라기보다 ‘어린 짐꾼’이었습니다. 중·고등학교를 다닐 무렵에는 배울 갈래가 잔뜩 늘었고 참고서에다가 문제집에다가 사전까지 늘 짊어집니다. 등짐 하나로는 모자라 둘을 챙겨야 하던 판입니다. 학교를 마친 뒤에는 신문을 돌리느라 이 몸이 쉴 겨를이 없습니다. 손잡이가 휘청할 만큼 신문을 자전거 앞뒤에 싣고서 달렸고, 일을 마친 다음에는 헌책집을 다니면서 다시금 종이짐을 한가득 꾸리며 살았습니다. “뭐 하는 분이세요?” 하고 묻는 분이 많아서 빙긋 웃으면 “멧골 다녀오셨어요?”나 “여행 다니세요?” 하고 더 묻습니다. 다시 빙그레 웃으며 “사전을 씁니다. 우리말사전, 또는 한국말사전, 또는 배달말사전을 쓰지요. 제 등짐이나 끌짐에는 모두 책을 담았습니다.” 하고 대꾸합니다.


  따로 여행을 다니지 않기에 ‘여행에서 얻는 느낌’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다만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던 때에는 ‘이 깜깜한 나라에 앞날이 있을까’ 하고 물었고, 신문을 돌리던 즈음에는 ‘이 메마른 땅에 꽃이 필까’ 하고 물었으며, 아이를 낳아 살림을 꾸리는 오늘은 ‘이 매캐한 마을에 숲을 심자’ 하고 되새깁니다.


  사전이라는 책을 씁니다만, 제가 쓰는 글로 엮는 사전은 “아이하고 뛰놀고 날아다니고 노래하고 춤추고 웃고 떠들면서 소꿉잔치 벌이는 동안 스스로 길어올리거나 짓거나 찾아내는 사랑이라고 하는 빛살을 이야기로 여미는 꾸러미”가 되기를 바랍니다. 책마실을 다니는 길에는 늘 이 대목만 생각합니다.


  대전 기스락에 깃든 〈버찌책방〉은 냇물 하나 건너면 〈책방 채움〉을 만날 만큼 서로 가깝습니다. 더구나 두 책집이 문을 연 때도 비슷하답니다. 살구도 오얏도 복숭아도 딸기도 오디도 아닌 버찌가 맺는 책집인데요, ‘버찌’란 열매를 마주할 적에는 《버찌가 익을 무렵》을 쓴 옛어른이 떠오릅니다. 배고픈 멧골아이가 학교 한켠에 자라는 벚나무에 맺는 버찌로 배를 채우려다가 교장샘한테 들켜 꾸중 듣는 모습을 보고는, 아이들을 불러서 벚나무에 타고 올라 “얘들아, 너희 마음껏 나무를 타고서 이 열매를 누리렴. 이 열매는 새랑 너희 몫이란다.” 하고 노래한 옛어른. 〈버찌책방〉은 책으로 싱그러운 들내음을 나누는 들꽃다운 자리일 테지요.


《머나먼 여행》(에런 베커, 웅진주니어, 2014)

《혁명노트》(김규항, 알마, 2020)

《여자에게 여행이 필요할 때》(조예은, 카시오페아, 2016)

《말도 안 돼!》(미셸 마켈 글·낸시 카펜터 그림/허은미 옮김, 산하, 2017)

《출근길에 썼습니다》(돌고래, 버찌책방, 2020)


― 대전 〈버찌책방〉

대전 유성구 지족로349번길 48-7

http://instagram.com/cherrybooks_2019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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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냇물소리가 가만가만 (2020.6.25.)

― 대전 〈책방 채움〉


  나라에 크고작은 책집이 만 곳이 훌쩍 넘던 때가 있습니다. 학교 앞에서 문방구이면서 책집이던 곳도 많았습니다만, ‘문방구이자 책집’이라기보다는 ‘문방구 곁에 책을 몇 자락 놓으’면서 늘 책을 새롭게 마주하도록 마음을 쓴 살림이지 싶습니다. 예전 ‘학교 앞 문방구 책집’은 책을 얼마 못 두기에 ‘잘 팔릴 책’을 으레 놓기도 하지만 ‘잘 읽힐 책’을 곧잘 놓곤 했습니다. 널리 알려진 책을 놓는 학교 앞 책집이 있으나, 널리 읽히면 좋겠다고 여긴 책을 문방구지기가 가려내어 갖춘달까요.


  제가 어릴 적부터 으레 다닌 책집은 큰책집이 아닌 마을책집이거나 ‘문방구책집’입니다. 어머니가 “네가 보고서 부록 좋은 (여성)잡지를 골라 와” 하고 심부름을 맡기면 한 손에 종이돈이랑 쇠돈을 움켜쥐고 바람처럼 달려서 휭휭 돌아올 만큼 가까운 곳을 드나들었습니다.


  참고서하고 교과서가 빠진 마을책집에는 여성잡지나 갖은 이레책·달책도 빠집니다. 그렇다고 달책을 아예 안 놓는 마을책집이 아니에요. 책집지기 스스로 가리고 추리고 솎고 뽑아서 갖추는 몇 가지 달책이 있습니다. 2000년대 첫무렵까지 그토록 많던 책집은 도매상에서 밀어넣는 잡지나 책이 수북했다면, 오늘날 책집은 책집지기가 눈썰미를 키워서 가려내어 마을이웃하고 함께 읽으면서 생각을 나누고픈 책이 아기자기합니다.


  대전마실을 하려고 순천으로 가서 기차를 탑니다. 서대전에서 내려 지하철역으로 걸어가고, 한참을 달려 〈책방 채움〉을 만납니다. ‘비움’이 있기에 ‘채움’이 있을 테지요. ‘채움’을 지나 ‘만남’에 닿고, 이윽고 ‘누림’이며 ‘나눔’으로 뻗으리라 생각해요. 손바닥쉼터가 곁에 있고, 냇물이 옆에 있습니다. 가까운 동산은 나무가 꽤 우거집니다. 타박타박 걷는 발소리가 조용히 스미는 책집에는 이 고장이 싱그럽게 피어나기를 바라는 그림책이며 동화책이며 이야기책이 곱게 자리를 잡습니다. 이곳에서 산 책을 냇물소리를 들으며 나무그늘에서 읽으면 좋겠네요. 또는 냇가에서 놀다가 책집으로 마실을 올 만합니다. 또는 나무그늘에서 낮잠을 늘어지게 누리고서 책집 나들이를 해도 재미있을 만합니다.


  옆동산에서 바람이 불어옵니다. 이 책집에서 살짝 바람이 피어나 옆동산으로 갑니다. 냇물 따라 싱그러운 빛이 흐릅니다. 이 책집에서 슬쩍 자라난 이야기가 냇물에 가만히 안겨서 나란히 흐릅니다.


《플로라 플로라, 꽃 사이를 거닐다》(시부사와 다쓰히코/정수윤 옮김, 늦여름, 2019)

《수학에 빠진 아이》(미겔 탕코/김세실 옮김, 나는별, 2020)

《우아한 계절》(나탈리 베로 글·미카엘 카이유 그림/이세진 옮김, 보림, 2020)


― 대전 〈책방 채움〉

대전 유성구 반석동로40번길 92-14, 102호

https://blog.naver.com/supershin33

https://www.instagram.com/bookstore_chaeum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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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6.9. 넋밥


작은아이하고 자전거를 달리다가 논자락에 떼로 내려앉은 노랑왜가리를 보았습니다. “아버지, 저 새들은 다 노래? 저 새는 이름이 뭐지? 왜가리 같은데, 노란 왜가리인가?” 작은아이가 문득 놀라며 외친 말대로 ‘노란왜가리·노랑왜가리’라 이름을 붙이면 쉽게 알아보겠구나 싶습니다. 찰싹 달라붙으니 반가운 사람이 있다면, 찰거머리마냥 달라붙어 싫거나 미워 꺼리고픈 사람이 있습니다. 자꾸 들러붙으면서 피를 빨아먹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어느 한 가지를 끈덕지게 매달리면서 끝까지 해내려는 사람이 있어요. 같은 낱말이나 이름이지만, 우리 나름대로 어떤 마음이 되느냐에 따라 쓰임새도 결도 확 바뀝니다. 마음에 밥이 되는 말이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스스로 사랑이란 마음이 되니 넋밥에 사랑이 흘러요. 깐깐하게 굴어야 할 때가 있다면, 좀 까다롭지 않아도 되는 때가 있어요. 조여야 할 때가 있듯이 단단하지 않아도 되는 때가 있어요. 앙칼지게 말해도 못 알아듣는다면, 뾰족한 말씨를 거두어 봐요. 매섭게 구니까 달아날는지 모르지만, 상냥히 굴어도 달아날 사람은 달아나겠지요. 따박따박 되새깁니다. 똑부러지게 살림을 건사합니다. ㅅㄴㄹ


노랑왜가리 ← 황로

거머리·거머리질·거머리짓 ← 스토커, 스토킹, 파파라치, 밀착, 고착, 흡착, 편승, 접근, 근접, 열중, 몰입, 골몰, 몰두, 탐하다, 탐내다, 탐욕, 탐욕적, 착취, 착복, 강탈, 수탈, 약탈, 갈취, 절취(竊取), 포식(捕食), 집념, 집착, 친(親)-, 추종, 추종자, 기생(寄生), 기생충

넋밥·마음밥·사랑밥 ← 정신의 양식, 소울 푸드

까다롭다·깐깐하다·꿈쩍않다·옴짝않다·조이다·단단하다·굳다·따갑다·따끔하다·따박따박·똑부러지다·또박또박·딱딱하다·매섭다·맵다·모질다·무섭다·차갑다·뾰족하다·앙칼지다·무뚝뚝하다 ← 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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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6.8. 소문


나도는 이야기는 나돌 뿐입니다. 참이기도 할 테고 거짓이기도 할 테지요. 알려졌기에 알아야 하지 않아요. 알음알음으로 듣는 이야기가 있다지만, 귓등으로 흘릴 이야기가 많다고 여겨요. 뭇사람 입에 오르내리기도 할 테고, 곧 옮기기도 할 테며, 잘 퍼지지 않기도 하지만, 확 퍼뜨리기도 합니다. 우리는 어떤 말을 귀여겨듣나요?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바라나요? 어떤 얘기에 마음을 기울이기에 오늘 하루가 새롭나요? 듣던 대로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주억거리기도 하지만, 바로 그 일이나 사람을 눈앞에 맞닥뜨리면서 떠들썩한 바람이 뜬구름 같았구나 하고 느끼기도 합니다. 왁자지껄한 데는 심심합니다 시끌시끌한 데는 빈수레 같습니다. 우리 목소리는 멧골에 가득한 멧새 노랫소리여야 싱그러우리라 생각해요. 아무 소리나 내기보다는 노래가 되도록, 입노래가 되도록, 입방아 아닌 말이 나오도록 다스릴 노릇이지 싶습니다. 말이 많다면 말이 많을 뿐이겠지요. 말밥에 오르기에 대단하지 않습니다. 잘팔리는 책은 잘팔릴 뿐,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운 책이지 않기도 해요. 우리가 스스로 짓는 보금자리에서 손수 길어올릴 이야기야말로 어마어마한 노래입니다. ㅅㄴㄹ


나돌다·알려지다·알음알음 ← 소문(所聞) ㄱ

오르내리다·옮기다·퍼지다·퍼뜨리다 ← 소문(所聞) ㄴ

말·이야기·얘기 ← 소문(所聞) ㄷ

듣던 대로·바로 그 ← 소문(所聞) ㄹ

떠들다·떠들썩하다·왁자지껄·시끄럽다·시끌시끌 ← 소문(所聞) ㅁ

목소리·소리·입노래·입말·입방아 ← 소문(所聞) ㅂ

말이 나오다·말많다·말이 많다·말밥 ← 소문(所聞) ㅅ

대단하다·어마어마하다·엄청나다 ← 소문(所聞)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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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


첫걸음 ― 어깨동무

: 평등·성평등·평화·민주를 나누다



  ‘평등·성평등’이나 ‘평화·민주’란 무엇일까요? 이런 낱말을 들으면 무엇이 떠오를까요? 오늘날 이 나라에서는 이런 낱말을 널리 쓰긴 합니다만, 이 말씨는 모두 일본사람이 한자말로 엮어서 퍼뜨렸습니다. 일본은 유럽 여러 나라 살림길이 일본보다 크게 앞선다고 여겨 낱낱이 받아들이려 했고, 이러면서 서양말을 일본말로 옮기려고 무던히 힘써서 ‘평등·평화·민주’ 같은 한자말을 엮었어요. 우리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이러한 일본 한자말을 고스란히 받아들였고, 이 말씨로 가르치고 배웠으며, 어느덧 삶터 곳곳에 이러한 말씨가 뿌리를 뻗습니다.


  이 말씨를 그냥 써도 나쁘지 않지만, 다섯 살 어린이한테는 모두 어렵기만 합니다. 열 살 어린이한테도 그리 마음으로 와닿을 만한 말은 아니지 싶어요. 그래서 저는 평등이며 평화이며 민주라는 얼거리를 ‘어깨동무’로 풀어내고 싶습니다. 크지도 작지도 않게, 서로 빙긋빙긋 웃으면서 수다를 떨며 걷는 매무새인 어깨동무예요. 따돌림도 괴롭힘도 아닌, 미움도 싫음도 아닌, 상냥하게 손을 맞잡고 다같이 어우러져 노는 어깨동무이지요. 이러한 어깨동무를 부드러우면서 사랑스레 나눌 만한 그림책으로 열 가지를 꼽아 봅니다.



《닉 아저씨의 뜨개질》

 마가렛 와일드 글·디 헉슬리 그림/창작집단 바리 옮김, 중앙출판사, 2002.4.10.

 : 뜨개질하는 아저씨하고 아주머니는 저마다 혼자 사는데, 날마다 기찻간에서 만나서 뜨개질하는 사이라지요. 어느 날 아주머니는 앓아누워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지 어려울 듯하대요. 이때 뜨개질동무인 닉 아저씨는 어떻게 하면 뜨개질동무인 아주머니가 기운을 차릴까 하고 생각하다가 여태 아직 뜬 적이 없는 새로운 뜨개질을 하기로 합니다. 뜨개바늘하고 뜨개실이 잇는 마음길이에요.


《손, 손, 내 손은》

 빌 마틴 주니어·존 아캠볼트 글, 테드 랜드 그림/이상희 옮김, 열린어린이, 2005.6.20.

 : 우리가 살아가는 푸른별에는 누가 이웃에 있을까요? 모든 나라는 날씨랑 철이 달라요. 눈이 잦은 곳이 있다면 비가 잦은 곳이 있어요. 무더운 곳이 있다면 서늘하거나 추운 곳이 있어요. 누구는 살갗이 까맣고, 누구는 살갗이 하얗거나 누르스름하지요. 키도 몸집도 모두 달라요. 이렇게 다 다른 사람들은 서로 어떤 손이요 손길이며 손빛일까요? 우리 손은 어느 때에 아름다이 빛날까요?


《미스 럼피우스》

 바버러 쿠니 글·그림/우미경 옮김, 시공주니어, 1996.10.10.

 : 이 땅을 살기 좋도록 가꾸는 길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돈을 잔뜩 벌어서 뭔가 세우면 이 땅이 살기 좋을까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나 시장 같은 벼슬을 얻으면 뭔가 이 땅을 바꿀 만할까요? 어린이·푸름이·아가씨·아줌마라는 길을 지나 할머니에 이른 럼피우스란 분은 할머니 나이에 이르러 비로소 깨달았다고 합니다. 온누리를 살기 좋도록 가꾸는 길은 바로 꽃씨 한 톨이요, 꽃씨 심는 두 손인 줄.


《토끼의 의자》

 고우야마 요시코 글·가키모토 고우조 그림/김숙 옮김, 북뱅크, 2010.11.30.

 : 토끼가 서툴어 보이는 못질을 콩콩 하더니 걸상을 하나 짭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고는 이 나무걸상을 큰나무 곁에 놓아요. 애써 짠 걸상인데, 숲마을에 사는 모든 숲동무가 나무그늘에 있는 나무걸상에 앉아서 다리를 쉬어 가면 좋겠다는 마음이라지요. 토끼는 그저 걸상 하나를 짜서 나무 곁에 놓았는데요, 이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상냥한 마음은 어떤 마음으로 잇닿을까요?


《붉나무네 자연 놀이터》

 붉나무 글·그림, 보리, 2019.5.1.

 : 모든 어린이는 신나게 뛰놀고 노래하려고 어버이를 찾아왔다고 여깁니다. 모든 어른은 마음껏 뛰놀고 춤춘 삶을 누렸기에 듬직하고 의젓하면서 포근한 마음을 아이한테 나누어 줄 만하다고 여깁니다. 우리는 어떻게 놀면 재미날까요? 어떤 놀잇감이 있으면 신버람일까요? 홀가분하게 뛰어놀고 노래하며 자란 마음에는 사랑이라는 꿈이 싹트기 마련입니다. 놀이가 노래가 되어 사랑으로 흐르기에 철이 들어요.


《작은 새가 온 날》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글/임은정 옮김, 프로메테우스출판사, 2002.8.30.

 : 콩 석 알이 있으면, 사람 한 알 새 한 알 벌레 한 알, 이렇게 나눈다고들 했습니다. 사람만 먹어야 하지 않아요. 옛날부터 흙살림을 여민 어른은 이런 뜻을 이야기로 엮어서 물려주었어요. 새가 있기에 벌레를 잡고 노래해요. 벌레가 있기에 새한테 잡히기도 하지만 꽃가루받이를 하는 나비로 깨어나요. 사람은 나비를 반기고 새가 들려주는 노래를 누리면서 밭을 일굽니다. 서로서로 사이좋은 이웃입니다.


《내가 진짜 공주님》

 나카가와 치히로 글·그림/사과나무 옮김, 크레용하우스, 2001.9.1.8

 : 들판에서 들꽃을 엮으면서 들놀이를 즐기는 들꽃아이가 있다지요. 들꽃아이가 가시내라면 들꽃순이요, 들꽃아이가 사내라면 들꽃돌이입니다. 너른들에서 푸르게 일렁이는 풀빛이란 우리 마음을 달래고 몸을 다독이는 상큼한 빛이에요. 잘나거나 이름나거나 돈을 많이 거머쥐어야 되는 공주님이 아닌, 들꽃을 알고 들꽃을 누리며 들꽃하고 하나되는 마음이기에 바야흐로 아름다이 하루를 짓습니다. (한국 번역판은 ‘내가 진짜 공주님’이지만, 일본판은 ‘들순이’란 이름으로 나왔습니다)


《곰인형의 행복》

 가브리엘 벵상 글·그림/이정기 옮김, 보림, 1996.7.30.

 : 곰은 숲에서 날쌘돌이예요. 곰은 숲에서 으뜸이예요. 곰은 숲에서 벌꿀뿐 아니라 고기잡이나 열매찾기를 누구보다 잘해요. 곰은 숲에서 가장 빨리 달리고, 나무타기도 빼어나지요. 숲을 지키는 이는 바로 곰이라 할 만합니다. 어른들이 곰인형을 따로 지어서 아이한테 건네는 숨은뜻이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낡았다며 버려지는 곰인형도 많대요. 할아버지 한 분이 버려진 곰인형을 건사해서 고이 손질한대요.


《메리와 생쥐》

 비버리 도노프리오 글·바바라 매클린톡 그림/김정희 옮김, 베틀북, 2008.3.10.

 : 열두띠 가운데 첫째로 있는 ‘쥐’입니다. 쥐는 더럼이가 아닌데, 엉뚱하게 쥐를 더럽거나 나쁘다고만 여기는 흐름이 불거졌어요. 꾀바르기도 하고 장난꾸러기인 쥐입니다. 쥐도 사람하고 똑같이 오순도순 한지붕을 이루어 살아가고, 하루하루 새롭게 꿈을 꾸는 나날이에요. 쥐는 아이한테, 아이는 쥐한테 서로 동무가 된다는데, 어른들 눈치 때문에 좀처럼 둘 사이가 시원스레 트이지가 않더니 어느 날 …….


《엘리엇의 특별한 요리책》

 크리스티나 비외르크 글·레나 안데르손 그림/오숙은 옮김, 미래사, 2003.10.10.

 : 열 살이란 나이라면 손수 밥을 지어서 차리는 때입니다. 열 살쯤이라면 손수 밭도 일구고 나무도 돌보는 무렵입니다. 열살 언저리라면 손수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이야기고 엮어서 어버이나 동생한테 들려주면서 철빛이 무르익습니다. 우리는 어떤 밥을 먹나요? 우리는 사랑 담긴 밥을 먹나요, 아니면 어른이 해주는 밥을 조용히 받기만 하나요? 아니면 돈으로 사다가 먹나요? 손수 하기에 아름답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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