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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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적 정의 : 그대가 외치는 ‘선택적 정의’로 뭇사람이 눈물에 젖는다. ‘선택적 정의’는 ‘때린놈’조차 마치 ‘맞은놈’으로 돌려 놓는다. 민정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통합당에서 응큼짓(성추행)을 저질렀을 적에 그대들은 어떻게 했는가? 오른길에 선 놈들이 저지르는 응큼짓만 잘못을 밝히고 따져서 사슬터(감옥)에 처넣어야 하지 않는다. 왼길에 선 놈들이 저지르는 응큼짓도 낱낱이 잘못을 밝히고 따져서 사슬터(감옥)에 처박을 노릇이다. 부동산투기를 누가 하는가? 시골에서 흙 만지는 할매 할배가 하는가? 아니다, 민주당 국회의원·지자체장도 통합당 국회의원·지자체장도 똑같이 한다. 두 놈이 똑같이 저지르는 막짓은 두 놈이 똑같이 두들겨맞고서 넋을 번쩍 차리도록 다그칠 노릇이다. 그대가 베스킨라빈스에 가서 골라먹기를 한다면야 나무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응큼짓이나 막짓이나 부동산투기를 비롯한 갖가지 시커먼 발걸음을 보이는 이들을 눈앞에서 뻔히 보고도 ‘골라먹기(선택적 정의)’를 한다면, 그대야말로 거짓말쟁이요 막놈이겠지. 잘못을 감싸지 마라. 부드럽고 상냥한 말씨로 나무라면서, 포근하고 애틋한 손끝으로 토닥이는 마음이 되는 어버이는 언제라도 ‘골라 나무라기(선택적 정의)’를 하지 않는다. 2020.7.11.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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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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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에는 유월처럼 (2017.6.18.)

― 전주 〈유월의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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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유월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습니다. 십이월이란 달도 좋아하거나 싫어하지 않아요. 유월은 유월으로 여기고 십이월은 십이월로 느낍니다. 어느 달 하나만 좋아하거나 싫어하기에는 다른 열한 달이 서운해 하거나 섭섭해 하거든요.


2016년에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을 마무르고서 2017년 올해에는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하고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두 가지를 함께 마무리하느라 하루조차 쉴틈이 없습니다. 여느 책을 쓰는 분이라면 다음 책을 헤아리며 쉴틈을 둘는지 몰라도, 사전은 마무리가 없이 날마다 보태고 기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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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 않나요? 하루도 안 쉬고 일하려면?” 하고 묻는 이웃님한테 “저는 하루조차 쉴 생각이 없이 태어났다고 여겨요. 저한테는 일하는 틈이 쉬는 틈인걸요. 아이를 돌보며 같이 놀고 자전거를 달리고 씻기고 입히고 먹이는 살림이 고스란히 쉬는 틈이곤 해요. 아이를 재우다가 같이 곯아떨어지고, 이내 번쩍 일어나서 일손을 잡고, 내내 그렇게 살았네요.” 하고 대꾸합니다.


이 나라 삶터를 바라보며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지 싶습니다. 정치나 경제나 문화를 마주하며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람이란 드문데요, 이 나라 학교를 바라보며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매우 드뭅니다. 이 나라 언론이나 종교를 마주하며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람도 더더욱 드물어요. 그렇다면 이 나라에서는 무엇이 아름다울까요? 어디가 어떻게 아름다우면 좋을까요?


사전을 쓰는 사람은 참말 한 해 내내 하루조차 안 쉽니다. 아니, 한 해 내내 노래하면서 일합니다. 노래하지 않는다면 쉴틈없는 나날을 못 견디겠지요. 그리고 아침저녁으로 우리 집 나무 곁에서 춤을 춘답니다. 왜냐하면, 풀꽃나무도 한 해 내내 딱히 쉬는 일 없이 즐거이 가지를 뻗고 잎을 내며 한들거려요. 말을 다루는 길이라면 나무처럼 해바라기에 바람바라기에 비바라기로 고이 살아가면 된다고 여겨요. 말을 글로 옮겨서 이룬 책을 다루는 책집이라면 한 해 내내 신바람으로 삶을 바라보면서 나긋나긋 노래하듯이 하루를 열 만하겠지요.


이 나라가 아름답다면, 사진을 찍는 사람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빚어서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 나라가 아름답지 않더라도 이 나라를 이루는 수수한 사람들은 저마다 고요하게 아름다운 삶을 조촐하게 지어요. 이 나라를 이루는 수수한 사람들 이야기는 신문·방송에 거의 안 나오고, 영화나 책으로도 거의 안 나올 뿐입니다. 수수한 사람들 이야기에 눈길을 두는 눈빛이 있다면 우리는 늘 아름빛이겠지요.


전주 한켠에서 고즈넉히 골목이웃하고 노래하는 〈유월의서점〉이지 싶어요. 이 노랫결은 나지막히 흘러 고흥에도 닿고 부산으로도 퍼지고 서울로도 가요. 어느 곳에서도 이 마을책집이 열었다는 말은 없었지만, 유월바람을 타고 저한테 스며든 소리를 듣고, “와, 반갑네, 유월책집이라니!” 하면서 유월 한복판에 마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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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들고 느릿느릿》(그사람, 스토리닷)

《뉴욕의 책방》(최한샘, 어라운드, 2012)

《뜨뜨시 할머니의 바다 레시피》(윤예나,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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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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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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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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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이 드넓던 고장인데 (2015.11.28.)

― 인천 〈삼성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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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책집이 있어서 마을을 찾습니다. 이웃 여러 고을에 어여쁜 책집이 있으니 사뿐사뿐 나들이를 갑니다. 마을·고을이라는 터전은 사람이 모이면서 태어난다고 하는데, 마을은 숲정이를 품는 손길이 있어 푸르게 일렁이지 싶습니다.


옹기종기 담을 마주하는 보금자리가 있고, 집하고 집 사이에 작은가게가 들어섭니다. 가게가 하나둘 모여 저자가 생기고, 저잣거리에는 마을사람을 비롯해 어깨동무하는 다른 고을에서 찾아옵니다. 복닥복닥 발걸음이 늘고 속닥속닥 이야기꽃이 피면서 마을살이를 아로새기는 책집이 살며시 싹을 틔웁니다.


2015년 가을날 〈삼성서림〉을 찾아가면서 이 책집이 인천 배다리에서 걸어온 길을 곰곰이 돌아봅니다. 인천 배다리에는 한국전쟁 뒤로 헌책집이 하나둘 모였다고 하지요. 처음에는 옛 축현초등학교 담벼락을 마주하는 자리에서 길장사로, 차츰 그곳에서 옮기거나 밀리며 창영동 쪽으로 왔다고 해요. 저는 1975년에 태어났으니 예전 일을 두 눈으로 지켜보지는 못했고, 여러 헌책집지기님들 말씀으로 지난날을 어림합니다. 다만 동인천 굴다리 곁에 살던 동무한테 놀러가며 “어? 이런 데에 책방이 있네?” 했더니 동무는 “넌 몰랐냐? 하긴 너네 집은 신흥동이니까. 저쪽으로 줄줄이 더 많아.” 하고 대꾸한 일은 떠올라요. 1983년 즈음입니다. 그땐 헌책집 둘레로 책손이 우글우글했습니다.


인천은 갯벌이 넓습니다. 엄청나요. 썰물에 갯벌을 한 시간쯤 걸어도 끝이 안 보여요. 그런데 갯벌이 넓은 인천은 여태껏 이 갯벌을 파헤쳐 공장을 짓거나 아파트를 세우는 일만 벌였어요. 갯벌이 어떤 곳인지 제대로 살피지 않고, 갯벌을 어떻게 살리거나 사랑해야 하는 줄 깨닫지 않아요. 죽음바다가 된 시화호가 있어도 새만금에서 똑같은 짓을 벌였고, 송도나 영종섬도 매한가지예요. 갯벌이 있어야 뭍도 숲도 깨끗할 텐데, 이를 살피지 않고 드넓은 갯벌을 ‘돈’으로 바꾸는 데에만 힘을 쏟았어요. 그러고 보면, 갯벌을 올바로 알려주는 책은 아이한테뿐 아니라 어른한테 함께 읽혀야 하는구나 싶어요. 어른부터 갯벌 이야기책을 읽어야 하는구나 싶어요. 대통령한테 읽히고, 국회의원과 시장·도지사한테 읽혀야지 싶어요. 공무원한테도 읽히고 개발업체 사람들한테도 읽혀야지 싶어요.


글길을 생각해 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글 하나 오롯이 일구기까지 오랜 나날을 기울입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모두 그렇지요.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도 그래. 모두 오래오래 품을 들이고 땀을 들입니다. 사랑을 쏟고 꿈을 그립니다. 책이란, 품이며 사랑을 들일 길을 찾는 일이 아닐까요. 책을 찾아나서는 책집마실은 사랑길을 헤아리려는 발걸음이 아닐까요.


이야기가 노래하는 책을 마음으로 읽습니다. 마음을 살찌우고 싶어 책을 손에 쥡니다. 하루를 씩씩하게 일구고 싶기에 책마실을 다닙니다. 사랑을 따사로이 품고 싶어 책에 깃든 빛살과 볕을 받아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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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의 개》(니콜라이 칼라시니코프/문무연 옮김, 학원출판공사, 1987)

《수정의 상자》(아젤라 투우린 글·델라 보스니아 그림/박지동 옮김, 문선사, 1984)

《소피가 학교 가는 날》(딕 킹 스미스 글·데이비드 파킨스 그림/엄혜숙 옮김, 웅진닷컴, 2004)

《the drama Bums》(Jack Kerouak, penguin books,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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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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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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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일각 신장판 7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김동욱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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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たかはしるみこ #高橋留美子 #めぞん一刻


숲노래 만화책/숲노래 푸른책

눈치 보거나 부끄러울 겨를



《메종 일각 7》

 타카하시 루미코

 김동욱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0.3.30.



  열 살이란 나이를 살아가는 작은아이를 샛자전거에 태우고 함께 마실을 합니다. 2020년에는 열 살인데, 앞으로 열다섯 살도 스무 살도 살아가겠지요. 머잖아 맞이할 작은아이 열다섯 살은 오직 그 한 해뿐입니다. 스무 살도 바로 그 한 해뿐이에요. 더 지나 서른 살이나 마흔 살도 딱 한 해뿐이요, 쉰 살이며 예순 살도 그저 한 해뿐입니다.


  흔히들 푸릇푸릇한 열 살이나 스무 살만 ‘한 해뿐’이라 여기지만, 무르익는 서른 마흔 쉰도, 깊이 물드는 예순 일흔 여든도 오롯이 ‘한 해뿐’입니다. 우리는 열 살 어린이로 살든 아흔 살 어른으로 살든 언제나 ‘한 해뿐’인 나날을 처음으로 맞아들이면서 새롭고 즐겁게 누릴 숨결입니다.



“유사쿠, 고맙구나.” “아…….” “정말 즐거웠다.” (6쪽)



  자전거 발판을 구르는 아이는 졸거나 잠들지 않습니다. 눈이 반짝반짝 이마에 땀이 비질비질 온몸은 이리저리 춤추어요. 이와 달리 자가용을 얻어타는 아이는 이내 졸거나 잠들지요. 어른도 매한가지입니다. 시외버스를 한나절 달린다든지 비행기를 하룻내 날 적에 신나서 바깥구경을 하거나 춤출 만할까요?


  나라 곳곳을 꿰뚫거나 가로지르는 빠른길이 나쁘다고 여기지는 않습니다만, 그 빠른길을 달리며 얼마나 즐겁거나 신나서 춤추고 노래할 만할까 궁금해요. 빠른길을 200킬로미터로 달리며 노래할 수 있는지요? 이렇게 달리다가는 딱종이를 뗄 텐데, 딱종이는 둘째치고 200∼300킬로미터로 달리면 아슬아슬해서 노래고 춤이고 생각할 겨를이 없겠지요. 120킬로미터로 달려도 마찬가지입니다.


  빠른길 아닌 여느 찻길에서도 골목이라면 30킬로미터조차 대단히 빠른 셈이라, 샛골목에서 나올 사람을 눈을 밝혀 살펴야겠지요. 자, 더 생각해 보기로 해요. 자가용 손잡이를 잡고 싱싱 달리면서 콧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출 만한가요?



“정 그러시다면 먼저 들어가서 쉬시는 게…….” “그럴 수는 없어요.” ‘여기서 내가 없어졌다간 분명 밤을 새서 놀 거야. 하지만 내가 있어도 딱히 다르진.’ (11쪽)



  아버지 뒤에서 샛자전거에 앉은 작은아이더러 “얘야, 넌 손잡이 안 잡아도 돼. 아버지가 앞에서 든든히 달리잖니. 너희 누나랑 아버지랑 이 자전거를 탈 적에 너희 누나는 거의 손잡이를 안 잡고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바람을 먹고 구름하고 놀았단다.” 하고 들려줍니다.


  튼튼자전거에 샛자전거를 달아 세바퀴로 달립니다. 작은아이가 갓난쟁이일 적에는 수레를 더 붙여서 수레에 누여 다녔어요. 이제 두 아이 모두 의젓하게 자랐으니 수레는 작아서 못 쓰지만, 작은아이는 샛자전거에 앉아 제법 멀리 마실을 다닐 만합니다. 눈을 감고 팔을 벌립니다. 큰고장 찻길이라면 엄두를 못 낼 노릇이지만, 시골 들길에서는 그저 자전거만 있으니 홀가분히 팔을 벌려 바람을 안습니다. 눈을 뜨고서 구름을 같이 품습니다. 멧자락에 내려앉은 구름처럼, 구름 사이로 보이는 새파란 하늘빛처럼, 우리 두 다리는 오늘 새 이야기를 적바림합니다.



“잘 챙겨 드리시네요.” “이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내일부터는 나도 집에서 놀면서 술이나 마실 수가 없잖아.” (40쪽)



  이웃 일본에서는 2500만이 넘도록 팔린 만화책이라는 《메종 일각 7》(타카하시 루미코/김동욱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0)을 읽습니다. 제법 긴 꾸러미라지만 2500만이라면 장난이 아니지요. 이 만화를 그린 분이 선보인 다른 만화책 《란마 1/2》이나 《이누야샤》는 그보다 더 팔렸다고 합니다.


  무슨 이야기를 다루기에 이토록 읽힐까요. 《메종 일각》은 ‘일각관’이라는 낡은 나무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다루는데요, 그냥그냥 흔한 살림살이입니다. 오래된 나무집에 깃든 다 다른 사람들은 마을 아저씨요 아줌마이고, 마을 어린이에 마을 젊은이입니다. 이뿐입니다.


  그저 수수한 사람들이 복닥이는 하루를 그릴 뿐이지만, 이 수수한 사람들 사이에서 흐르는 ‘오늘 하루는 어제하고 다르니, 오늘을 오늘대로 즐겁게 살자’고 하는 마음을 차근차근 짚어냅니다.



“코즈에 씨가 떠준 거죠?” “아, 네.” “그렇게 살금살금 가릴 것 없는데.” ‘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런 걸 보면 엄청나게 히스테리를 부리면서.’ (81쪽)



  낡은 나무집에 깃든 젊은이는 이 나무집을 돌보는 지기님, 이른바 ‘돌봄이(관리인)’를 짝사랑하면서, 대학교에서 만난 아가씨하고 만나는, 다시 말해 ‘두 다리’입니다. 돌봄이인 분은 고등학교를 마치고 짝을 맺은 분이 있으나, 이분이 일찍 저승으로 갔다지요. 저승으로 일찍 떠난 님을 잊고 싶지 않은 마음이 짙으면서도, 앞으로 긴긴 나날을 어떻게 살아가면서 스스로 달래면 좋을는지 어지럽기도 합니다.


  이 두 사람이 얽히고 맺다가 풀어지고 다시 얼크러지는 줄거리가 복판에 있습니다만, 이 둘을 둘러싼 숱한 사람들이 새삼스레 얽히고 맺다가 풀어지고 다시 얼크러지는 줄거리가 거미줄처럼 튼튼하면서 부드럽게 이어갑니다.


  거미줄이라 할 만합니다. 끈끈하면서 가볍고, 튼튼하면서 쉬 끊어질 듯 보이기도 합니다. 이러면서 해맑은 빛살을 품은 끈이요, 이슬이 맺히면 이슬이 아롱다롱 빛나는 거미줄마냥 눈부시지요. 새가 푸드덕 지나가면 툭 끊어져 헐렁한 거미줄처럼 때로는 서로서로 으르렁대거나 툭탁거리면서 후줄근해요.



“저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신다면, 질투 같은 건 그만 좀 하세요!” “제, 제가 언제 질투를.” “실은, 실은 오늘요, 코즈에랑 헤어질 생각이었어요.” “그럼 왜 스웨터 같은 걸 받아온 거예요!” “그럼 거절하란 건가요? 관리인 님도 누군가에게 주려고 뜨개질을 한 적이 있을 거 아녜요?” (83쪽)


“이젠 눈치 보거나 부끄러워할 겨를도 없나 봐.” “온 동네에 다 들리게 생겼네.” (83쪽)



  눈치를 봐야 할 삶이 아닙니다. 눈길을 다스릴 삶입니다. 눈치에 매여야 할 삶이 아니에요. 눈빛을 밝힐 삶입니다. 잘못을 저질러서 부끄러울 수 있어요. 그러나 잘못을 저질렀으니 깊이 뉘우치고서 새로 일어서면 됩니다. 잘못한 만큼 값을 치르고서 씩씩하게 거듭난다면 한결 어엿하면서 믿음직하기 마련입니다.


  눈치를 보니 달아납니다. 눈치에 매이니 굽신거립니다. 잘못을 감추려 드니 자꾸 감춤질이 잇달아요. 잘못을 뉘우치면서 값을 달게 치를 마음이 못 되니 다시금 새롭게 잘못을 저지르는 수렁에 사로잡힙니다.



“미타카 씨, 목발 좀 빌려 줘요.” “응? 어떻게 된 거야.” “아하하, 전철 안에서 깜빡했지 뭐예요.” “그랬군, 잘했어.” “우리∼, 꼭 한소리 해주자고요.” “후후후, 놀란 얼굴이 눈앞에 선한걸∼.” (205쪽)



  어디로 가든 길입니다. 자가용을 장만해서 씽씽 달려도 길이요, 자전거를 마련해서 아이를 태우고 느긋느긋 노래하며 숲길을 달려도 길입니다. 어느 길이 더 낫거나 훌륭하거나 좋다고 가를 마음은 없습니다. 그저 우리 나름대로 맞아들이면서 겪어 보는 길일 뿐입니다.


  다만 하나는 말하고 싶어요. 어느 길을 가더라도 스스로 깎아내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길을 가든 저 길을 보든 망설이지 않기를 바라요. 어느 쪽에 서면서 나아가든 온마음을 다하면서 신나게 노래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길을 달려 보았으면 이제 그 길은 접어도 좋아요. 다른 길을 스스로 찾아봐요. 새로운 길을 스스로 내기로 해요.


  똑같은 길에서 쳇바퀴질을 하지는 않으면 좋겠어요. 모든 길을 환한 노래로 맞이하면서 덩실덩실 춤추는 가벼운 걸음걸이가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웃고 노래하려고 이 땅에 태어난걸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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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6.13. 나무질


밝지 않으니 “안 밝아” 하고도 말하지만 “왠지 칙칙해” 하고도 말합니다. 안 밝거나 칙칙하기에 “좀 어두워”라든지 “꽤 가라앉았네”라든지 “축 처졌어”처럼 달리 말하기도 합니다. 같은 하나를 바라보면서 저마다 다른 결을 담아내요. 물은 크기가 없습니다. 바람도 크기가 없지요. 커다란 덩이 같으면서 자잘한 티끌 같아요. 이 결을 헤아려 물줄기가 잔구멍에서 빠르게 나오도록 하면 ‘칙칙’ 소리가 납니다. 칙칙 뿌리니 ‘칙칙이’입니다. 한집에서 같이살기도 하지만, 다른 집에서 살며 사이좋게 만나기도 합니다. 같이가는 사이일 수 있지만, 다르게 가더라도 어깨동무를 할 수 있어요. 같은걸음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한덩이가 아니어도 됩니다. 마음이 맞고 두레를 하면서 즐겁게 어울리면 돼요. 때로는 돕지요. 이바지하기도 하면서 한울타리라는 푸른별을 헤아립니다. 함께가던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봐요. 아름다이 날갯짓하는 하늘새를 찾아봐요. 두고두고 누릴 살림을 갖추려고 나무를 깎습니다. 어른은 척척 나무를 새긴다면, 아이는 슥슥 소꿉질 같은 나무질을 합니다. 가벼운 소꿉놀이는 차츰 피어나면서 머잖아 솜씨좋은 몸짓이 됩니다. ㅅㄴㄹ


칙칙 1 (칙칙하다) ← 탁하다, 둔하다, 침체, 암울, 망상, 피해망상, 남루

칙칙 2 (칙칙이) ← 분무, 스프레이

같이가다·같이걷다·같이살다·같이있다·함께가다·함께걷다·함께살다·함께있다·함께걸음·같은걸음·어깨동무·사이좋다·서로돕다·어우러지다·어울리다·얼크러지다·두레·두레살림·돕다·이바지·한덩이·한덩어리·한동아리·한울·한울타리 ← 공생(共生)

하늘새 ← 극락조

나무질·나무깎기·나무새김 ← 목각(木刻), 우드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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