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도서관


 하루를 몰라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2020.7.14.)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사전쓰기를 돌아보면 2001∼2003년에는 그리 안 바빴습니다. 출판사에서 주는 달삯을 받으며 일하니 어마어마한 일감을 다루면서도 너끈히 해치웠어요. 2016년에 《비슷한말 사전》을 내면서, 2017년에 《겹말 사전》을 내면서, 그야말로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몰랐습니다. 2019년부터 2020년 올해 사이에는 《손질말 사전》으로도 빠듯하지만, 여기에 《책숲마실》이란 책을 막바지로 여미며 더더욱 하루를 모릅니다. 2011년부터 2020년 사이에 다닌 책집 이야기를 400쪽이 안 되는 부피로 추리고 도려내려 하다 보니 눈알이 핑핑 도는군요. 그렇지만 드디어 머리말하고 일러두기까지 마무리를 합니다. 세 꼭지 글을 가다듬으면 이제 꾸러미는 끝이고, 이 꾸러미를 아래한글로 옮기며 처음부터 다시 읽으며 손보면 출판사로 보낼 수 있습니다. 아, 사진도 모아야 하는데, 글부터 보내고, 사진은 한나절을 쉬고서 보내려 합니다. 아늑하기를, 따스하기를, 싱그럽기를, 신바람이 되기를, 하나하나 손꼽아 빌면서 저녁비랑 저녁바람을 맞이합니다. 기운이 처질 적마다 마당에 서서 비를 맞으며 춤을 춥니다. ㅅㄴㄹ





* 새로운 한국말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한국말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알라딘에서]

 http://blog.aladin.co.kr/hbooks/578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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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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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한테서 배운 마음읽기 (2014.3.6.)

― 서울 〈숨어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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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는 어떻게 옛 보금자리로 돌아올까 궁금하곤 합니다. 제비한테 물어보면 째째째 노래합입니다. 째째째 노래를 듣다가 쳇쳇쳇 하고 대꾸를 하니 제비는 다시 째째째 노래하네요. 문득 다시 생각합니다. 얼핏 보면 ‘제비는 사람말을 못 하고, 사람은 제비말을 못 한다’고 여길 만한데, 입으로만 읊는대서 제비가 알아들을는지 몰라도, 저는 제비가 입으로 읊는 소리를 말로 바꾸어 내지 않으면 끝까지 서로 이야기가 안 되겠네 싶어요.


이제 눈을 감습니다. 입은 닫습니다. 제비한테 마음으로 묻습니다. “넌 어떻게 여기로 돌아올 수 있니?” “어라? 너도 이제 마음으로 말을 할 줄 아네? 진작 좀 그러지 그랬니? 우리는 언제나 마음 가득 오직 이 하나를 생각하면서 살았어. 서로서로 다음에 날아갈 곳을 그리며 날마다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며칠쯤 아무것도 안 먹고 안 마시고 날아서 여기 오는 일쯤은 대수롭지 않아. 우리한테는 이곳이 아주 크게 보이거든.” “아, 그래, 그렇게 날아다니며 하늘을 가로질렀구나.”


제비는 어떤 냄새를 맡으면서 살까요? 우리는 어떤 냄새를 받아들이면서 사는가요? 태평양을 가로지르면서 온몸에 담는 냄새는 무엇일까요? 제비가 그동안 살던 고장은 어떤 내음이 가득했을까요? 봄이 된 이곳에 찾아온 제비는 이곳에서 농약바람을 쐬는가요, 아니면 푸근한 숲내음을 누리는가요?


헌책집 〈숨어있는 책〉에 깃들어 묵은 시집이며 묵은 책을 잔뜩 장만합니다. 이렇게 묵은 책을 장만해서 읽는 저를 만나는 이웃님은 “하, 최 작가, 최 작가는 왜 이렇게 고리타분한 책을 보시나? 젊은 사람이 고리타분한 책을 보면 정신도 고리타분해지지 않나?” 하고 얘기합니다. 빙긋 웃습니다. “새로 나온 책을 읽으면 모두 새마음에 새빛에 새사랑에 새몸이 되는가요? 글쎄요, 돈을 치러 살 적에는 헌책이나 새책으로 가르겠지만, 두 손에 쥘 적에는 오로지 책이에요. 무엇보다 종잇조각이란 껍데기가 아닌, 종잇조각에 얹은 마음을 읽자면 아무리 고리타분한 종이에 찍은 책이어도 늘 새롭게 빛나는 슬기롭고 사랑스러운 노래가 흐르던걸요.” “헌책에서는 곰팡내가 나잖아?” “폴리로 짠 옷에서는 화학약품 냄새가 고약한걸요? 저는 오직 마음에서 피어나는 숲내음을 만나려고 어떤 책이든 다 읽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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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일본 동요시선》(박병엽 옮김, 진영출판사, 1988)

《영선못의 봄》(최계복, 문사철, 2010)

《천 년의 바람》(박재삼, 민음사, 1975)

《사랑이여》(박재삼, 실천문학사, 1987)

《朝漢飜譯敎程》(張敏, 北京大學出版社, 1992)

《중국명승고적》(김광성, 연변인민출판사, 1994)

《중국조선족문화론》(김경일, 료녕민족출판사, 1994)

《ソウエト旅行記》(ジトド/小松淸 옮김, 岩波書店, 1937)

《幸福な王子》(ワイルド/西村孝次 옮김, 新潮社, 1968)

《금각사》(미시마 유끼오/계명원 옮김, 삼중당, 1975)

《인류의 여덟가지 죄악》(콘라드 로렌쓰/임석진 옮김, 분도출판사, 1974)

《몽실 언니》(권정생, 창비,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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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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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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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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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 온갖 목소리가 춤춘다. 나는 무슨 목소리를 낼 만할까. “너 하나 이 판에 발도 못 붙이게 하는 건 일도 아니야” 같은 이야기를 숱하게 들으면서 살았다. 위계질서·상하복종이라는 굴레를 짜서 ‘그들끼리 돌라먹기’를 하는 판에서는 “너도 이리 오면 편한데, 왜 자꾸 ‘딴 목소리’를 내려고 해?” 하면서 우리도 입을 꾹 다물고서 ‘한통속’이 되자고들 한다. 스스로 ‘어른(어르신·선생)’이라 이르는 이들치고서 믿거나 따를 만한 사람은 없다고 느끼면서 살았다. ‘그들끼리 돌라먹기’라는 ‘위계질서·상하복종 굴레’에서는 아무련 평화도 평등도 민주도 통일도 찾아보지 못했다. 언제나 허울·껍데기·겉치레·알랑방귀만 가득했구나 싶더라. 이 엉킨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하고 생각하며 두 아이를 돌보는 나날인데, 여성도 남성도 사람답게 사랑스레 살아가는 길이 되자면, 너나없이 어릴 적부터 ‘살림짓기·집안일하기·밥옷집 자급자족하는 길 익히기·풀꽃나무하고 마음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흙을 아끼기’ 같은, 먼먼 옛날부터 수수한 보금자리에서 누구나 물려주고 물려받은 길을 어버이랑 아이가 함께하면 조금씩 달라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가만 보면, 그들 모든 ‘권력·위계·강압으로 윽박지르고 추행·폭행을 일삼는 이들(거의 남성입니다만)’은 어릴 적부터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면서 밥을 먹고 옷을 입은 나날이지 싶다. 언제나 여성(으레 어머니·나중에는 짝꿍·이다음에는 가정부)이 다 해주고 돌봐 주고 바치는 나날이었구나 싶고. 민주인사·진보인사라는 분 가운데 설거지나 걸레질이나마 해본 이가 있을까. 그저 그렇다. 그래서 이제는 목소리를 제대로 낼 때라고 본다. “사회운동을 하기 앞서 아기한테 젖병을 물리고, 아기를 씻기고, 아기 기저귀를 갈아라.”라든지 “노동운동을 하기 앞서 집안일부터 하고, 집살림부터 가꾸어라.”라든지 “평화운동을 하기 앞서 마당에 풀꽃나무를 심고 돌보고 사랑하는 하루를 보내라.”라든지 “민주운동을 하기 앞서 밥짓기·빨래하기·비질 걸레질쯤은 스스로 다 해라.” 같은, 이런 목소리를 내기도 해야지 싶다. 2020.7.13.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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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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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별 수 있니? : ‘창비·문학동네’에서 또 일을 하나 했습니다. ‘사적 대화 무단전제’를 한 글을 계간문학지에 실을 뿐 아니라 낱권책으로도 내놓았다지요. 몇 해 앞서 ‘고은’이란 사람이 일으킨 말썽거리에서도 여러 큰출판사는 딱히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예전에도 그러했고 더 예전에도 그러했습니다. 이미 이 나라 글판(문학판)은 ‘인맥·학맥·지연’이라는 울타리로 단단히 틀어막고서, 이 울타리에 깃들면 계간문학지에 글을 실어서 등단을 시켜 주고 언론사 인터뷰도 다리를 놓아 주고 낱권책을 내놓아 널리 알리면서 팔아 주고 문학상도 줄줄이 갖다 안깁니다. 출판사는 책을 팔아서 돈을 벌면서 이름을 얻는데다가 책집마다 책꽂이를 그들 책으로 가득 채웁니다. 그들 울타리에 들어간 글쓴이는 굳이 그 울타리 바깥으로 나올 생각을 안 하지요. 울타리 안쪽에 있으면 배부르고 등따신걸요. 큰출판사 관계자·운영진은 예전부터 “너희들이 이런 일로 아우성을 쳐 봐야, 우리 출판사 책을 안 사고 안 읽고 버틸 수 있니? 시간이 좀 지나면 어영부영 다 잊어버릴 텐데? ‘대형작가’ 책을 떡하니 내놓으면 너희가 이 책을 안 사거나 안 읽을 수 있니? 너희는 죽었다 깨어나도 우리 출판사 불매운동을 못할걸?” 하고 말하고 움직이고 일을 다루지요. 2020.7.15.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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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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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면서 사랑하고 만나는 (2014.2.18.)

― 서울 〈우리 동네 책방〉



저는 여수화학단지에 가 보고 싶지 않습니다. 포항제철이라든지 인천 남동공단에도 가 보고 싶지 않습니다. 아니, 이 둘레에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 인천에서 나고 자랐기에 인천 남동공단 둘레로 늘 지나다녔고 주안공단이나 월미도공단도 언제나 쳐다보며 살았어요. 텃마을 동무는 만석동 공단 곁에서 언제나 공장바람을 마시며 살았고, 숭의동 철길 옆에서 탄가루와 엄청난 소리를 먹으며 살았어요.


모두들 만만하지 않은 삶터에서 하루를 여밉니다. 모두들 고단하기도 하고 고달프기도 한 삶을 잇습니다. 그런데 고단하거나 고달프더라도 조그마한 마당에 나무를 심어요. 손바닥만 한 텃밭을 일구어요. 꽃씨를 심고 풀씨를 심습니다. 배추 한 포기를 얻고 고추 몇 줌 얻습니다. 큰길에서 보면 초라하거나 어두컴컴한 모습이라 할 테지만, 골목에 들어서면 환하면서 아기자기합니다. 큰길에서는 자동차 소리로 시끄러우며 공장 굴뚝이 무시무시해 보이지만, 골목에 깃들면 조용하면서 도란도란 오붓한 밥내음과 꽃내음이 퍼집니다.


마을책집은 먼발치서 보면 눈에 안 띄일 수 있어요. 그러나 이 마을책집은 책 한 자락에 마음을 살찌우는 씨앗을 품고서 우리를 기다립니다. 누구라도 언제나 마음꽃씨를 나누어 받는 마을책집입니다.


자꾸 자리를 옮기는 〈우리 동네 책방〉을 찾아듭니다. 아기자기한 책이 쏠쏠한 이곳을 아낄 이웃님이 조금 더 늘어난다면, 책마다 흐르는 마음꽃씨를 나누어 받을 이웃님이 눈을 밝히면 이곳은 든든히 뿌리를 내리겠지요.


작은 마을책집에는 다문 만 자락이나 이만 자락 책만 있어도 넉넉합니다. 작은 헌책집에 삼만 자락이나 사만 자락 책만 있어도 푸집니다. 아니 즈믄 자락 책이어도 좋아요. 더 많은 책보다 아름다운 책이면 됩니다. 더 큰 책집보다 사랑스러우면서 따사로운 책터이면 됩니다.


책집이란 책터요 책쉼터이면서 책사랑터이고 책만남터입니다. 책으로 쉬고 책으로 사랑하며 책으로 만납니다. 책으로 꿈꾸고 책으로 노래하며 책으로 일해요. 책으로 웃고 춤추며 이야기합니다. 그러고 보면, ‘사랑스러운 마을책집은 그냥그냥 두어도 사람들이 즐겁게 알아보면서 활짝 웃으며 찾아간다’고 할 수 있을까요. 꾸미기보다는, 가꾸면 됩니다.


민들레 곁에 냉이가 있고, 냉이 곁에 꽃다지가 있고, 꽃다지 곁에 코딱지나물이 있고, 코딱지나물 곁에 잣나물이 있고, 잣나물 곁에 봄까지꽃이 있고, 봄까지꽃 옆에 갈퀴덩굴이 있고, 갈퀴덩굴 곁에 달걀꽃이 있고, 달걀꽃 곁에 쑥이 있고, 쑥 곁에 달래가 있고, 달래 곁에 돌나물이 있고, 돌나물 곁에 도깨비바늘이 있고, 도깨비바늘 곁에 소리쟁이가 있고 …… 다 다른 들꽃이 어우러지듯 다 다른 마을가게가 어우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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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ブ-タン》(太田 大八, こぐま社, 1995)

《ガンバレ!! まけるな!! ナメクジくん》(三輪一雄, 偕成社,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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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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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찾아간 지 여섯 해. 아니, 다시 찾아가기를 여섯 해를 기다린다고 해야겠지. 잘 계시지요, 책집지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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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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