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69


《TRAVEL by Air, Land, and Sea》

 Hanson Hart Webster 글·그림

 Houghton Mifflin com

 1933.



  하늘을 갈라 이웃나라로 마실을 가는 길이 어렵지 않은 요즈음입니다. 다만 푸른별 모든 곳에 돌림앓이가 퍼지면서 하늘나루가 단단히 잠길 뿐입니다. 뱃길도 나란히 잠기지요. 하늘길이나 바닷길이 거침없던 무렵에는 하늘길이나 뱃길이 너무 붐볐습니다. 여느 사람도 거침없이 온누리를 돌지만, 크고작은 싸움배도 군사훈련을 하느라 온누리를 휘저었어요. 《TRAVEL by Air, Land, and Sea》는 하늘이며 땅이며 바다로 나들이를 다니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1933년에 나온 책은 그즈음 미국이며 유럽에서 ‘세계여행’쯤 마음만 먹으면 돈을 모아 꿈을 지피는 길이 있다고 말하는 셈입니다. 일제강점기를 보내던 1920년대를 지날 즈음 ‘하늘 안창남 땅 엄복동’이란 노래가 돌았다지요. 갇히고 막히고 눌리느라 숨조차 쉬기 어렵던 나날, 몇몇 꽃님을 바라보면서 꿈씨앗을 마음에 심었다 할 텐데,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지요. 들이며 하늘이며 바다는 금을 못 긋지요. 군홧발·쇠가시울타리·총부리를 들이대어도 제비는 날고 범은 달리고 고래는 헤엄칩니다. 일제강점기가 아닌 오늘날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무엇을 보여주면서 꿈을 들려줄까요? 이제는 하늘이며 땅이며 바다에서 무엇을 해야 즐거우며 새롭고 아름다운 꿈씨앗이 될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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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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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별에 푸른책집 (2017.5.24.)

― 대전 〈우분투북스〉


  우리가 스스로 눈을 밝히고, 고요하면서 정갈한, 이러면서 따스하고 넉넉한, 이러면서 슬기롭고 참다운 사랑이란 마음이 된다면, 비바람을 기꺼이 맞아들이면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푸른 숲이 되겠지요. 온누리에 흐르는 싱그러운 빛줄기를 기꺼이 맞아들일 줄 안다면, 우리가 손에 쥐는 책은 언제나 새롭게 반짝이면서 즐겁게 이야기를 들려주겠지요.


  아직 큰고장에 살 적에는 언제나 책한테만 말을 걸었습니다. 큰고장에서는 마음을 터놓을 벗님이 오직 책뿐이라고 여겼습니다. 하루 일을 마치고 찾아가는 곳은 책집이요, 이 책집이 불을 끄고 닫을 때까지 눌러앉아 책을 읽었습니다. 한 달 살림을 어림해서 날마다 쓸 수 있는 책값을 나누어, 날마다 이 돈으로 책을 다 장만하고는 찻삯이 없이 등이며 손에 묵직한 책짐을 이고 들고서 돌아왔습니다.


  서울에서 살며 밤 열 시나 열한 시가 되어 등이며 두 손에 책을 가득가득 짊어지고서 한겨울에도 땀을 쪼옥 빼며 걷는 사내가 있었어요. 전철삯마저 없으니 한두 시간쯤 영차영차 걸었습니다. 책집에서 나오면 어디나 시끌벅적하고 눈이 아팠어요. 책집에 머물면 언제나 조용하면서 눈이 트였어요.


  대전에 피어난 〈우분투북스〉는 큰고장하고 시골을 잇는 다리가 되려는 뜻을 이웃하고 나누려 한답니다. 책 한 자락으로 푸른 숨결을 나누고, 책뿐 아니라 ‘시골에서 지은 살림’을 큰고장 이웃한테 알려주는 길목이 되려 한다지요. 책집지기이자 마을지기가 되고픈 꿈을 펼치는구나 싶습니다. 책집이 책숲으로 나아가는 실타래를 한 올씩 엮는 걸음걸이로구나 싶어요.


  어느 때부터인가 ‘지구’라는 낱말을 썩 안 쓰고 싶습니다. ‘지구’가 한자말이라서 안 쓸 생각이 아니에요. 이 낱말로는 어린이한테 우리가 사는 이 별을 제대로 이야기하기 안 좋겠구나 싶더군요. ‘푸른별’이란 낱말을 씁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곳은 ‘푸른별’이라는 생각을 나누고 싶습니다. 우리도 별에 산다고, 우리가 사는 별이 더 커다란 별누리에서 초롱초롱 맑게 흐르면 좋겠다는 뜻을 나누고 싶어요. 누구보다 어린이가 이 마음을 함께하면 좋겠어요. 어린이를 아끼고 돌보는 모든 어른도 이 넋이 된다면 더욱 좋겠고요.


  큼지막한 그림책 《꿀벌》을 넘깁니다. 옮김말은 어린이가 읽기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어버이가 하나하나 풀어내어 읽어 주어야겠네요. 애써 알찬 책을 펴낼 적에는 말씨를 더욱 가다듬으면 좋겠습니다. 어른끼리 쓰는 인문학스러운 말씨가 아닌, 이런이하고 어깨동무를 하면서 푸르게 꿈을 그리고 해맑게 사랑을 노래하는 말씨로 추스르면 아름다우리라 여겨요. 푸른별에서 푸르게 물드는 책집, 그러고 보면 이러한 책집은 ‘푸른책집’이 되겠네요. 푸른마을에 푸른지기가 일하는 푸른책집에서 푸른책을 만나고 푸른살림을 헤아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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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의 특별한 요리책》(크리스티나 비외르크 글·레나 안데르손/오숙은 옮김, 미래사, 2003)

《꿀벌》(보이치에흐 그라이코브스키 글·피오트르 소하 그림/이지원 옮김, 풀빛, 2017)

《어디에서 왔을까? 과일의 비밀》(모리구치 미쓰루/이진원 옮김, 봄나무, 2016)

《둥지로부터 배우다》(스즈키 마모루/황선종 옮김, 더숲,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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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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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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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26.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

 길상호 글, 걷는사람, 2019.9.30.



며칠 앞서 광주마실을 하는 길에 〈검은책방흰책방〉을 찾아갔다. 문학을 사랑하는 지기님은 오롯이 시집이랑 소설책이랑 수필책으로, 때로는 고양이 책하고 여러 가지 인문책으로 그 터를 가꾸신다. 구석구석 스민 손길을 느끼며 어떤 시집을 챙길까 하고 살피다가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를 집었고, 그날 밤에 읽는데, 글줄마다 턱턱 걸렸다. 글이랑 글을 너무 짜맞춘 티가 난달까. 왜 글을 짜맞추어야 할까. 왜 글을 문학스럽게 꾸며야 할까. 펴고 싶은 생각이 있으면 저마다 다른 목소리로 펴면 된다. 들려줄 말이 있으면 저마다 새로운 가락으로 노래하면 된다. 틀에 매거나 얽어야 하지 않은데, 왜 시라고 하는 글은 꼭 이렇게 해야 문학스럽다고 여길까? 문학상을 받는 시를 보면 하나같이 ‘틀’이 있고, 이 틀을 따르지 않으면 문학상은커녕 시집으로 태어나지도 못한다. 졸업장을 주는 학교 같은 문학이다. 대학입시처럼 줄세우는 문학판이다. 비가 와도 비에 젖지 않으면서 비에 젖은 척을 하는 문학이고, 볕이 나도 볕바라기를 않으면서 해바라기만 읊는 문학이다. 우리 언제쯤 울타리를 허무는 오늘이 될까. 우리 앞으로 허물없이 춤추고 놀 줄 아는 어린이다운 눈빛으로 이야기를 꽃이푸는 나날이 될 수 있을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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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25.


《말도 안 돼!》

 미셸 마켈 글·낸시 카펜터 그림/허은미 옮김, 산하, 2017.10.18.



“자전거 타기 좋은 하늘이네요.” 하는 한 마디에 자전거를 타기로 한다. 올해 들어 작은아이하고 빗길 자전거를 꽤 즐겼는데, 빗길에서는 비내음으로, 볕길에서는 볕내음으로, 밤길에서는 밤빛으로 느긋하게 들바람을 쐰다. 그동안 자전거를 숱하게 달렸는데 “자전거 타기 좋은 날씨”라고 말한 적은 잦아도 “자전거 타기 좋은 하늘”이란 말은 해본 적이 드물지 싶다. 그래, 하늘을 보고 달리는 길이지. 하늘을 보면서 바람을 마시고, 하늘을 마시며 살아숨쉬는 기운을 북돋우고, 하늘로 북돋우면서 오늘이 반갑다. 《말도 안 돼!》는 어린이책을 오로지 어린이책으로 아끼려는 숨결이 언제 어떻게 누구한테서 비롯하면서 퍼졌는가 하는 대목을 들려준다. 옮김말은 영 아쉽지만, 이런 그림책도 있구나 싶어 놀랍다. 책장사로 돈을 벌 마음도 있지만, 언제나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면서 책으로 놀이하는 마음을 건사하려고 했기에 삶터를 바꾸고 삶길을 새로 열었을 테지. 무늬로만 책이 되지 않는다. 겉모습으로만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속살로 책이 되고, 속사랑으로 이야기가 된다. 예쁜 척하는 글이나 그림으로는 어린이책일 수 없다. 무엇보다 이 나라에서는 입시지옥을 걷어치우면서 참사랑·참마음을 가꾸는 손길이어야 어린이책이 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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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트 쿠튀르 문학과지성 시인선 539
이지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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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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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트 쿠튀르》

이지아

문학과지성사

20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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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은 속도와 힘으로 가득한 것이다. 놀리고 싶은 것들이 생길 때는 그 뒤에서 따라 했는지도 모른다. 가령 희망이거나 가능성, 아니면 상관없어 이런 말들 (들판 위의 챔피언/11쪽)

- 기존의 치과는 데이터에 기반해서 문제를 찾아내려고 했다. 그렇게 되면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고 다양한 오더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치과에 가지 않는 네온사인들은 무엇에 문제가 있나. (어떤 유괴 방식과 Author/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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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트 쿠튀르’란 프랑스말을 들으니, 프랑스에서 택시를 몰다가 우리나라로 돌아온 어느 분이 스물 몇 해 앞서 ‘똘레랑스’란 프랑스말을 읊고, 〈한겨레〉란 신문에 이 말을 끝없이 되풀이한 일이 떠오릅니다. 프랑스한테서 배우자는 뜻으로 프랑스말을 읊으셨겠으나, ‘너그러움’이나 ‘열린마음’이나 ‘어울림’이란 말을 읊으면 어린이도 함께 배울 만하겠지요. 비싼 옷이면 “비싼 옷”이라 하면 됩니다. 아름다운 옷이면 ‘아름옷’이나 ‘꽃빔’이라 하면 됩니다. 그러나 굳이 영어나 프랑스말이나 일본말을 만지작거리고 싶은 분도 있을 테지요. 《오트 쿠튀르》를 읽는 내내 이 가없는 말잔치로 글님 마음을 알아차려야 하는구나 싶어 더부룩했습니다. 문학이 되어야 하니 자꾸 말잔치가 되어야 할까요. 시란 이름을 붙여야 하니 줄기차게 덫을 깔아야 할까요. 하루를 놀듯이 노래하면 좋겠습니다. 노래란 어렵지 않습니다. 놀이도 어렵지 않아요. 시나 문학이 어려워야 할 까닭이 없고, 이래저래 덫을 놓거나 치레를 하거나 밑밥을 깔아야 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노래할 하루를 그리면서, 웃음눈물로 피어날 놀이 한 자락을 펼치면 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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