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6.21. 망울


ㅏ하고 ㅓ가 다를 뿐이지만 ‘망울’이랑 ‘멍울’은 결이나 쓰임새가 다릅니다. ㅗ하고 ㅜ가 다른 ‘봉오리’하고 ‘봉우리’도 그렇지요. 그런데 ‘망울·멍울’하고 ‘봉오리·봉우리’는 결이랑 쓰임새가 다르지만, 여러모로 닮기도 합니다. 어릴 적에 이러한 말결을 제대로 배운 일은 없어요. 집이나 마을이나 배움터는 우리 말결이나 말씨를 안 가르치고 늘 시험점수를 닦달할 뿐이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이 흐름은 매한가지예요. 이 땅에서 나고 자라는 어린이랑 푸름이는 새롭게 싹트는 말씨라든지 푸르게 빛나는 말결을 듣거나 배우거나 읽거나 쓸 틈이 없다시피 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자라나서 피어날 꽃봉오리가 되기를 바라는 어른일까요? 무엇을 믿거나 맡기면서 즐거이 펼칠 다짐 한 마디를 헤아리는 어른인가요? 꿈을 걸고서 이야기하면 좋겠습니다. 신나는 노래를 내걸면서 어깨동무하기를 바라요. 풀꽃나무에 망울이 맺으면서 온누리가 싱그럽게 거듭나듯, 이 땅은 아이들이 꿈을 가슴에 씨앗으로 품고서 활짝 날개를 펴야 비로소 아름답게 어우러질 터전이 됩니다. 멍울을 지우는 길이 아닌 꽃망울을 맺도록 북돋우는 길이어야지 싶어요. ㅅㄴㄹ


꽃망울·꽃봉오리·봉오리 ← 화뢰, 시초, 근원, 미래, 유망주, 기대주, 영건(young gun), 가능성, 성장 가능성, 희망, 청년, 청소년

망울 ← 화뢰, 시초, 근원, 미래, 유망주, 기대주, 영건(young gun), 가능성, 성장 가능성, 희망, 청년, 청소년, 안주(眼珠), 점(點), 고형물, 고체, 고체화

봉우리 ← 봉(峯), 고봉(高峯), 산봉(山峯)

걸다·내걸다·맡다·믿다·다짐하다·반드시·꼭·몸값·볼모·잡히다·빚동무 ← 담보(擔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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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무늬를 슬퍼하는 기린처럼 창비시선 445
박형준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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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45


《줄무늬를 슬퍼하는 기린처럼》

 박형준

 창비

 2020.6.25.



  서울에서 고흥까지 틈틈이 찾아와서 빈터에 풀꽃이랑 나무를 심는 분이 있습니다. 이분이 문득 저를 부르더니 우리 집에서 고양이를 기르느냐고 묻습니다. 저희는 아무 짐승을 안 기릅니다. 다만 마을고양이 가운데 가장 비실거리던 아이가 다른 마을고양이한테 얻어맞고 치이다가 우리 집 처마 밑에서 잠만 얻어자려고 찾아들 뿐입니다. 이 마을고양이가 그분이 일구는 꽃밭에 똥을 누고는 똥을 덮는다면서 흙을 판다더군요. 힘센 고양이한테 시달리다가 밤잠을 얻어 자려고 찾아오는 마을고양이인 터라 이 고양이한테 뭐라 말하기는 어렵지요. 아니, 마을고양이더러 “똥을 가려!” 하고 말할 수 있을는지부터 아리송합니다. 《줄무늬를 슬퍼하는 기린처럼》을 읽다가 ‘시란, 머리로 짜맞추는 글재주는 아닐 텐데’ 싶었습니다. 기린이란 짐승이 참말로 줄무늬를 슬퍼할까요? 기린한테 물어봤을까요? 기린하고 마음을 나누었을까요? 동물원 아닌 들판을 달리고 숲에서 풀노래를 부르는 기린하고 사귀었을까요? 사람이 사람이라면, 상냥하게 사랑하는 살가운 숨결이 새롭게 샘솟으면서 슬기롭게 속삭이기 때문이겠지요. 글재주 아닌 살림노래가 그립습니다.



당신과 늪가에 있는 샘을 보러 간 날 / 샘물 속에서 울려나오는 깊은 울림에 / 나뭇가지에 매달린 눈(雪)이 / 어느새 꽃이 되어 떨어져 / 샘의 물방울에 썩어간다 / 그때 내게 사랑이 왔다 (달나라의 돌/10쪽)


꽃은 무릎 같다 / 꽃 앞에 서면 마음이 어려진다 / 그리하여 나는 나른하기만 한 / 내 앞을 지나가는 다정한 노부부의 / 무릎 나온 바지를 찬양하게 된다 (오후 서너시의 산책 길에서/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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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의 노래 문학과지성 시인선 533
이설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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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43


《울타리의 노래》

 이설빈

 문학과지성사

 2019.11.4.



  저는 인천이란 고장에서 나고 자란 터라 1982년에 프로야구가 첫발을 내딛을 적에 도원야구장으로 날마다 찾아가서 삼미 슈퍼스타즈 경기를 보려고 했습니다. 예전에는 어린이가 ‘야구 일정’을 미리 알기 어렵고, 뻔질나게 야구장으로 달려가서 경기를 하나 안 하나 살폈어요. 1983년은 장명부를 앞세워 반짝했지만 이내 시들했는데, 야구장에서는 으레 갖은 거친말이랑 방망이로 퍽퍽 패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감독이 선수를 나무라거나 얼차려를 시키는데, 1루 관중석에 앉은 어른 사이에서도 “하, 아무리 져도 경기 중이고 아이들도 경기를 보는데 좀 심하네.” 하는 말이 흘러나왔습니다. 《울타리의 노래》에서 옥탑칸 이야기를 가만히 바라봅니다. 노래님은 옥탑칸이 참 싫었나 봐요. 저도 옥탑칸에서 제법 살았는데,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지만, 햇살이 눈부시고 바람이 훌륭하지요. 삶이란 언제나 바라보기 나름이에요. 때로는 가난하기에 싫지만, 때로는 돈이 많아서 싫다고도 합니다. 때로는 짝꿍이 없어서 쓸쓸하다지만, 때로는 짝꿍이 많아서 고달프다지요. 울타리는 남이 씌우지 않습니다. 스스로 세우면서 스스로 제자리걸음이기에 울타리입니다.



나는 틈만 나면 잠을 모으지 / 뿔이 악몽을 한 점에 집중할 때까지 / 몸의 내륙이 쩍쩍 갈라질 때까지 / 기린, 우린 벼락 맞는 나무의 / 가장 위태로운 가지 같아 (기린의 문/9쪽)


내 옥탑방 앞에는 빛나는 위성접시 / 너의 방 창문에는 / 벽돌과 벽돌들 그리고 / 키 낮은 담벼락 // 나의 지붕은 기와지붕 / 지붕 있는 옥탑방 / 無窮花 흐드러진 화단 // 나는 화단을 짓밟고 / 올라가 지붕을 부수고 / ―없어 / ―없다고 (태양 없이/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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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사 - 창의적인 수용과 융합의 2천년사
소병국 지음 / 책과함께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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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34


《동남아시아사》

 소병국

 책과함께

 2020.3.20.



동남아시아는 ‘물의 세계’라고 할 정도로 대부분의 지역이 강이나 바다 같은 물의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게다가 지리적으로는 인도양과 태평양이 만나는 위치에 있어 오래전부터 동서 세계를 해로로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왔다. (25쪽)


《나가라꺼르따가마》에 따르면 자야나가라는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그는 자신의 안마사인 딴샤의 아내를 탐하는 우를 범했다. 1328년 자야나가라는 이에 격분한 딴샤에게 살해되었다. (199쪽)


(싱가포르에서) 일본은 인민재판을 통해 적대적인 성향이 의심되는 중국인들을 숙청했다. 이 과정에서 반일 활동과 관련 없는 중국인이 희생되었다. (467쪽)


말레이 슐탄의 지위 및 권한, 말레이인의 특별한 지위, 말레이어가 국어라는 사실과 이슬람교가 국교라는 사실에 대해 공공장소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에게는, 치안법에 따라 내란죄를 적용하도록 한 것이다. (729쪽)


정부의 부정부패와 비효율이 마르코스의 이상인 신사회 건설에 최대 걸림돌로 작용했다. 독재정권을 지탱하는 정실자본주의는 세 가지 수단, 즉 공권력·독점권·특혜에 의존했다. (752쪽)



  달팽이가 지나간 곳에는 달팽이 자국이 남습니다. 풀벌레가 차츰 몸을 키우면서 풀노래를 부르는 곳에는 풀벌레 허물이 남습니다. 반짝거리는 날개를 팔랑거리는 나비가 깃드는 곳에는 물이 담긴 고치가 남습니다. 우리가 걸어서 지나간 곳에는 발자국이 남고, 우리가 손에 쥐어 읽은 책에는 손자국이 남습니다.


  자국이나 자취를 살피면 여태 어떠한 삶이 있었나를 읽을 만합니다. 사람뿐 아니라 풀벌레에 숲짐승에 풀꽃나무까지 저마다 살아온 나날을 읽어요. 우리는 오늘날 ‘역사’라는 낱말을 쓰는데, 쉽게 말하자면 ‘자취·자국’이고 ‘발자취·발자국’입니다.


  동남아시아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리는 여러 나라 발자취를 다루는 《동남아시아사》(소병국, 책과함께, 2020)인데, 800쪽에 가까운 발자취를 가만히 읽고 보니 ‘책에 글로 남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엮습니다. 아무래도 그럴밖에 없겠지요? 우리나라 발자취를 다룰 적에도 으레 ‘책에 글로 남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거든요.


  그렇다면 ‘오늘자취(현대사)’는 어떻게 엮으면 될까요? 오늘자취는 아직 책에 글로 안 남았을 텐데, 무엇을 바탕으로 다룰 만할까요? 그리고 책에는 어떤 사람들 어떤 자취를 담을까요?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 발자취를 단출히 엮은 대목은 좋은 《동남아시아사》이지만, 이 책도 임금붙이·벼슬아치·먹물붙이를 바탕으로 싸움자취가 줄줄이 흐릅니다.


  왜 싸움자취를 읽어야 할까요? 왜 임금붙이 자취를 얘기해야 할까요? 나라나 겨레마다 스스로 즐겁게 가꾸거나 지으면서 ‘굳이 책에 글로 안 남겼으나 오래오래 사랑스레 이은 살림’을 역사란 이름으로 다루거나 갈무리하거나 이야기하기는 어려운가요?


  정치사나 전쟁사에 치우친 역사라고 느낍니다. 더구나 정치나 전쟁도 우두머리를 바탕으로 다룰 뿐, 마을사람 눈높이나 자리에서 바라보지 않아요. 우두머리도 임금붙이도 먹물붙이도 아닌, 싸움자취도 땅따먹기도 아닌, 갖은 잘잘못도 아닌, ‘물뭍나라’인 동남아시아 사람들 빛나는 발걸음을 들려주는 이야기책이 태어나기를 손꼽아 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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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29.


《오이는 다시 오이꽃이 되고 싶어 할까?》

 가평 어린이 글·전국초등국어교과 가평모임 글보라 엮음, 삶말, 2020.6.10.



작은아이를 태우고 자전거를 달린다. 하늘은 구름이 하얗고 바람이 파라면서 싱그럽지만, 땅은 농약바람으로 매캐하다. 뿌리는 사람 스스로 지칠 농약이요, 먹는 사람도 고단할 농약일 텐데, 이 농약을 농협에서 앞장서면서 팔아치우고, 나라에서는 농약을 쓰라고 북돋운다. 나라에서는 농약·비료·비닐·기계 없는 흙살림을 들려주지 않고 알려주지 않는다. 돈이 들지 않을 뿐 아니라 모두한테 이바지하는 푸른길을 안 알리는 셈인데, 돈이 들지 않는 길이라면 벼슬아치 스스로 떡고물을 얻지 못한다고 여기는구나 싶다. 농림수산부는 해마다 어마어마하게 목돈을 쓰지만, 막상 그 돈은 누구한테 갈까? 유리온실에 전기로 수돗물을 끌어들여 뽑아내는 스마트팜에 대는 뭉칫돈은 참말 우리한테 이바지할까? 풀바람이 땅도 숲도 마을도 사람을 살린다. 바닷바람을 쐬고 싶었건만, 바닷가는 놀이철이라며 더더욱 매캐하다. 《오이는 다시 오이꽃이 되고 싶어 할까?》를 읽는다. 가평 어린이는 가평이란 고장을 얼마나 사랑하면서 그 터를 가꾸는 살림길을 학교나 마을이나 집에서 배울까? 이 아이들이 동시로 털어놓는 이 여릿여릿한 마음을 고루고루 귀여겨듣기를 빈다. 아이들은 꽃으로 피어나는 소꿉놀이를 하려고 이 땅에 왔건만 …….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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