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생일 편지 꿈을 그린 에릭 칼 23
에릭 칼 지음, 이기경 옮김 / 더큰(몬테소리CM)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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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449


《수수께끼 생일 편지》

 에릭 칼

 이기경 옮김

 더큰

 2007.1.1.



  주고 싶으니 얼마든지 그냥 줍니다. 건네고 싶어 언제나 기꺼이 건네지요. 때로는 더 생각합니다. 늘 주었으니 오늘은 새롭게 해볼까 싶어요. 노상 건넨 만큼 오늘은 조금 더 손길을 대려 합니다. 아침저녁으로 먹는 밥이라면 다른 양념을 곁들여 볼까요. 하루 한 끼니를 누리는 밥이라면 한결 잔치스럽게 꾸밀 만하지요. 살짝 보태는 마음으로 한결 재미있습니다. 조금 거든 손길로 훨씬 신납니다. 《수수께끼 생일 편지》는 어린이가 바라 마지 않는 한 가지를 살그머니 건네는 어버이 마음을 다룹니다. 아이는 글월을 받고서 수수께끼를 풀어요. 수수께끼를 풀면서 ‘무엇이 있을까’보다는 ‘이 말이 무슨 뜻일까’를 생각합니다. 언제나 곁에 있는 모습을 다시 바라봅니다. 우리 집이며 마을을 새삼스레 쳐다봅니다. 별도 땅도 나무도 이제까지 보던 모습이 아닌, 더욱 깊고 넓게 마주하는 몸짓이 되어요. 이러면서 드디어 마지막 수수께끼를 풀고는 ‘아!’ 하겠지요. 풀고 보면 수수께끼가 아무것도 아니네 싶을 만한데, 바로 이 아무것도 아니네 싶도록 이야기를 엮어서 나누려는 마음이 사랑이요 살림이면서 웃음꽃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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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들을 생각할 때에는 창비시선 444
고형렬 지음 / 창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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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47


《오래된 것들을 생각할 때에는》

 고형렬

 창비

 2020.5.20.



  2004년 어느 때였는데, 어느 헌책집 지기님이 “최종규 씨라면 ‘헌책’이라는 이름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헌책’이라고 하면 죄 싸구려나 낮게만 보는데, 헌책이 싸구려나 낮지 않잖아요?” 하고 물은 적 있습니다. 그 말씀을 듣고서 그 뒤 꾸준히 생각하지만 마땅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는데, 2020년에 이르러 어느 날 ‘손길책’이란 이름이 떠올랐어요. ‘헌책’이라고 가리키는 책은 누구 손길이 탄 책이에요. 한 사람이든 열 사람이든 즈믄 사람이든 여러 사람을 거치면서 이야기가 새롭게 자라는 책이지요. 그래서 이 결을 ‘손길책’이란 이름으로 담으면 어울리겠다고 느끼는데, 저한테 새 이름을 바란 책집지기님은 이제 책집을 그만두셨어요. 《오래된 것들을 생각할 때에는》을 읽는데 어쩐지 치레질이 눈에 밟힙니다. 왜 이렇게 글을 써야 할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한알의 감자는 서너개의 눈을 가졌다”는 뭔 소리일까요? 씨감자를 묻는 흙지기가 이런 말을 할까요? “감자 한 알에는 눈이 여럿이다”일 뿐인걸요. 글을 오래도록 쓰더라도 마음을 흙빛으로 가누지 않는다면 겉멋치레에 쉽게 빠져들고 마는구나 싶습니다. ㅅㄴㄹ



아이는 아버지처럼 하루를 내다보곤 했다 / 이제 아이의 후년(後年)이 되어서 / 동쪽 산에 빨가니 날이 밝아오면 / 그는 소년보다 더 소년적인 어른이 되었다 / 눈 찌푸린 해가 풀잎 사이로 떠오른다 / 시인은 자신에게 풀이 사라졌나 두려웠다 / 소년은 깜짝 놀라 두 눈을 번쩍 떴다 (풀편篇/13쪽)


칼로 감자를 조각조각 여몄다 늙은 그 여자가 // 한알의 감자는 서너개의 눈을 가졌다 // 감자 조각을 재통에 붓고 뒤섞었다 그 늙은 여자는 / 베어진 얼굴에 하얀 재가 묻은 감자들은 / 시커먼 얼굴이 되고 말았다 (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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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앙앙앙 창비시선 443
류진 지음 / 창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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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46


《앙앙앙앙》

 류진

 창비

 2020.4.10.



  저는 향긋물(향수)을 뿌리거나 쓴 적이 아예 없습니다. 얼굴에 뭘 바르지 않고, 이제는 비누조차 안 써요. 그렇지만 누구는 향긋물이나 얼굴가루나 비누를 쓰겠지요. 이런 것을 늘 곁에 둘 테고요. 저는 나뭇잎을 볼에 대면 몹시 즐겁습니다. 흙을 맨발로 디디고 맨손으로 쓰다듬으면 상큼하다고 느껴요. 빗물로 몸을 씻으면 개운하지요. 《앙앙앙앙》을 쓴 분은 어떤 곳에서 어떤 삶을 보내려나요? 아마 저하고는 사뭇 다르리라 생각합니다. 큰고장에서 여러 가지를 누리며 살아가겠지요. 이리하여 이녁이 쓴 글에는 이녁이 살아가는 하루가 고스란히 흐릅니다. 이런 글은 큰고장에서 지내는 분한테는 재미날 만하고, 말놀이로 여길 만하지 싶습니다. 그러나 숲바람하고 숲그늘로 하루를 누리고 싶은 사람한테는 뜬구름을 잡는구나 싶으면서, 말장난으로 볼 만하지 싶어요. 여름이 저무는 8월에 한껏 피어나는 까마중 흰꽃하고 도깨비바늘 노란꽃을 바라봅니다. 이 들꽃은 눈가림이나 눈속임을 안 합니다. 그저 까마중답게 줄기를 올리고 꽃망울을 터뜨려요. 오직 도깨비바늘답게 꽃대가 솟으며 꽃송이가 벌어집니다. 날이 저물며 멧새 노랫소리가 한결 그윽합니다. ㅅㄴㄹ



착지했는데 목성일 때 / 당겼는데 빗줄기일 때 // 나무떼가 철컥철컥 갑옷일 때 // 마음인데 차가운 햄일 때 / 물병 속의 물결인데 빠졌을 때 // 청군이 이기기로 했습니다 (우르비캉드의 광기/10쪽)


맥주와 공권력이 발끝을 적신 고장에서 왔습니다 / 죽으십시오, 이 건조무미한 곳으로 이주를 지원하는 바입니다 / 여기 지옥은 무슨 맛입니까 (칭다오 지네튀김/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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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꽃필틈 : 숨쉴틈을 주지 않고서 몰아치면 괴롭다. 쉴틈이 없이 일을 하면 지친다. 숨돌릴틈이 없이 다그치면 죽을맛이다. 그런데 꽃필틈을 내주지 않는다면 누가 무엇을 할 만할까. 온누리 어린이가 뛰놀 틈을 누리기를 빈다. 온누리 푸름이가 꿈꿀 틈이 있기를 빈다. 온누리 누구나 다 다른 때에 싱그럽게 꽃으로 피어날 틈이 있기를 빈다. 2000.8.13.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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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조선낫 : 그대가 낫을 쥐고서 풀이나 나락을 벨 일이 없는데 왜낫이고 조선낫이고 알 턱이 있겠는가. 낫은 처음에 다 그냥 낫이었으나, 일제강점기에 일본살림이 들어오며 ‘왜낫’이 생겼고, 이 나라에서 예부터 쓰던 낫은 ‘조선낫’이란 이름이 된다. 조선낫은 굵고 묵직하다. 왜낫은 얇고 가볍다. 왜낫은 가벼운 만큼 쉽게 부러지고, 조선낫은 숫돌로 갈아서 오래오래 쓸 뿐 아니라, 낫목아지가 안 부러진다. 2020.8.12.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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