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10.


《여섯 사람》

 데이비드 매키 글·그림/김중철 옮김, 비룡소, 1997.6.15.



큰바람이 일렁이는 하늘을 바라본다. 이 큰바람은, 긴 장마는, 바로 이 땅에 더러운 찌끄러기가 많기에 하나하나 쓸고 씻어내려는 하늘짓이지 싶다. 전남 고흥군은 ‘국가종합비행성능시험장’이란 이름을 내걸면서 고흥만 갯벌 논자락을 밀어내고서 아스팔트를 깔면서 ‘무인군사드론’을 띄우는 길을 착착 밀어붙인다. 처음에는 ‘경비행기시험장’이라 내걸다가 어느새 ‘국가종합비행성능시험장’으로 바꾸는데, 이곳에서 참말로 그동안 ‘무인군사드론’을 국방과학연구소와 손잡고서 짬짜미로 몰래 띄웠다. 전쟁무기를 만드는 데에 돈을 옴팡지게 쏟아붓고, 이 전쟁무기를 다른 나라에 팔려고 한다. ‘군사과학’은 오늘날 가장 돈이 잘 벌리는 길이라고 한다. 《여섯 사람》이라는 그림책은 여섯 사람이 여섯 사람으로 돌아가는 길을 가만가만 보여준다. 그들 손아귀에만 쥐려고 하는 마음을, 한 톨도 이웃하고 나눌 생각이 없는 마음을, 한 톨이라도 나누기보다는 총칼을 갖추어 되레 옆마을을 쳐부수고서 옆마을 씨앗을 빼앗으려는 마음을, 참으로 잘 그려낸다. 우리는 총칼을 언제 줄일는지 알 길이 없다. 총칼은 평화를 지킬 뜻이 아니라, 평화를 깨부술 뜻으로 갖추기 마련인데, 국방비란 싸움돈인데, 우리는 이 대목을 어느새 잊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80세 마리코 12
오자와 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6월
평점 :
품절


숲노래 만화책

책으로 삶읽기 614


《80세 마리코 12》

 오자와 유키

 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0.6.30.



“가슴이 설레고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어지는 그런 감각, 글쟁이인 우리는 그곳에서 태어나고 그건 평생 바꿀 수 없지. 노인네가 되어서도 늘 족쇄이자,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재산이야.” (96쪽)

‘가능성이 0이 아니라는 것을 오랜 세월을 들여 사노 키요시는 직접 증명해냈다. 나이를 먹고 자신이 가는 길에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몸도 마음도 쇠해 가길 기다릴 뿐. 그 사실에 절망한다. 하지만 시간은 변덕스러워서 멍하니 있다 보면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가져오기도 하고, 갑자기 뭔가가 움직이기도 한다.’ (108∼109쪽)



《80세 마리코 12》(오자와 유키/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0)을 보면 ‘늙은 두 글꾼’이 비로소 흉허물을 털고서 마음으로 마주하는 이야기가 흐른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면 두 글꾼은 그 늙은 나이가 되어서야 흉허물을 털었다기보다 처음부터 흉허물은 없었지 싶다. 그저 처음부터 없는 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을 뿐이요, 짐짓 ‘있는 척’하고 싶었겠지. 이때에 생각해 봐야지. ‘있는 척’하거나 ‘없는 척’하는 이한테 동무가 있을까? 어느 척이든 ‘척하는’ 사람한테는 동무가 없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 늙은 글꾼 둘은 그 나이가 되도록 동무를 사귈 줄 모르다가 이제서야 동무를 사귈 만한 틈을 스스로 열어 서로 동무가 되는 셈이라고 할까. 틈이 있기에 생각을 틔운다. 틈이 없기에 생각을 못 틔운다. 어느 쪽이 먼저일 수는 없다. 오직 스스로 마음을 고스란히 바라보면서 사랑하면 된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이 행복해지기 위해 함께하는 세상 1
채인선 지음, 노석미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책읽기

책으로 삶읽기 613


《행복이 행복해지기 위해》

 채인선 글

 노석미 그림

 뜨인돌어린이

 2017.4.12.



교육부 장관의 얼굴에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웬 수선인가 하는 기색이 비쳤다. 대책 회의라며 왜 일반인들을 불렀는지도 알 수 없었다. 대통령이 간단히 잘라 말했다. (17쪽)


그의 말에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을 변호하고 나섰다. “우리 정부의 교육 모토가 ‘행복 교육’입니다. 정부도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특별히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요.” (19쪽)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행복이 가 버리면 우리에게는 아무 희망도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도 행복과 함께 떠나겠습니다.” (34쪽)


스님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건 혼란을 넘어서서 재앙이 될 것입니다. 재앙은 아무도 수습할 수 없고 되돌릴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으로는 지금 이 모습이야말로 대통령으로서 가장 자신 없는 모습입니다.” “내가 행복을 받아들이면 그동안 내가 살아왔던 삶을 부정하는 꼴입니다. 나도 행복해지고 싶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습니다.” (55쪽)



《행복이 행복해지기 위해》(채인선, 뜨인돌어린이, 2017)를 읽은 지 이태가 지난다. 곰곰이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어린이한테 읽힐 글이 아닌 어른한테 읽힐 글이다. 어린이는 ‘기쁨이(행복)’라는 사람이 마을을 떠나든 말든 대수롭지 않다. 어린이 스스로 기쁨이란 숨결인걸. 어린이는 스스로 빛나면서 기쁨이요, 어른이란 사람도 아기로 태어나 어린이란 몸으로 살았기에, ‘어른 = 스스로 기쁨이인 줄 잊은 사람’이라 할 만하다. 이 대목을 여러모로 짚으려고 한 이야기책이지 싶은데, 어린이가 읽기에 너무 딱딱하고 어려운 말씨가 많다. 그리고 어린이 스스로 기쁨이란 삶을 놀이로 찾고 누리면 될 노릇인데, 좀 어른 눈길로 틀을 지으려 하고, 대통령이나 교육부장관이라는 정치를 굳이 끌어들였으며, 스님 한 사람을 지나치게 치켜세우기도 한다. 우리가 이 땅에서 살아가며 기쁜 웃음을 짓고 나눌 적에 비로소 보람을 누린다고 할 테지만, 그러자면 이 나라 입시지옥이며 전쟁무기 같은 대목을 반드시 짚어야겠지. 입시지옥으로 짓누르며 스스로 평화와 평등뿐 아니라 기쁨하고 등질 뿐 아니라, 어린이한테서 놀이를 빼앗았는걸. 전쟁무기에 돈을 엄청나게 쏟아부으면서 나라살림이 거덜나는 판이지. 게다가 전쟁무기를 ‘국방산업’이란 이름을 들씌워 숱한 어른은 이 국방산업으로 돈을 버는 일자리를 누리기까지 한다. 기쁨이는 우리 스스로인데, 우리 바깥에 있는 어떤 기쁨이가 떠날 수 있지 않다. 우리 스스로 기쁨이인 줄 잊기에 이 나라가 찌들거나 무너지는 길을 갈 뿐이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81


《鄕歌麗謠新釋》

 지헌영 글

 정음사

 1947.8.15.



  신라 무렵에 흐르던 노래를 한문으로 옮긴 ‘향가’라 하고, 고려 무렵에 돌던 노래를 한문으로 남긴 ‘여요’라 합니다. 한문으로 옮긴 노래는 한문을 알아야 새깁니다. 이 옛노래를 놓고 우리보다 일본에서 더 눈길을 두었어요. 일본사람이 새긴 이야기가 나돌자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우리 나름대로 다시 새기거나 읽으려고도 했습니다. 1945년에 일본한테서 풀려난 뒤에 숱한 글님은 이 신라 노래하고 고려 노래를 다시금 새겨 보려 했고, 이런 땀방울 가운데 하나가 《鄕歌麗謠新釋》으로 태어납니다. 한문도 일본글도 아닌 한글로 새기면서 옮기려던 옛노래인데요, 1947년이라 아직 일제강점기 티를 벗기 어려워 온통 한자로 책을 여미어야 했을까요? ‘新釋’이 아닌 ‘새풀이’나 ‘새로새김’ 같은 이름을 쓰자는 생각을 곧장 하기는 어려웠을까요? 정치를 옭아매던 사슬이 풀리기에 나라나 삶이 풀리지는 않습니다. 삶을 나타내고 마을이며 나라를 이루는 길에 우리 생각을 펴는 말글부터 슬기롭고 상냥하면서 새롭게 풀 적에 비로소 사슬터를 아름터로 바꾸어 낸다고 느껴요. 일본 글님은 일제강점기에 우리 옛노래도 풀이했지만 시골 일노래·놀이노래를 그러모으기도 했습니다. 이 나라 글님은 퍽 창피합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88


《한글》 제3권 제6호

 조선어학회 엮음

 조선어학회

 1935.8.1.



  이 나라에서 쓰는 글은 ‘한글’입니다. ‘훈민정음’은 위(임금)에서 밑을 내려다보는 종살이를 담는다면, ‘언문’은 우리가 입으로 터뜨리는 말소리를 손으로 새롭게 나타내는 글씨를 얕보기에 안 어울린다고 여긴 한힌샘 주시경 님은 ‘한글’이란 이름을 새로 짓습니다. 이 나라에서 오래도록 살아온 겨레를 우리말로는 ‘한겨레’라 하고, 한자말로는 ‘韓民族’이라 합니다. ‘한’은 ‘하늘·하나’하고 이어지고, ‘크다·넓다·빛’ 같은 뜻을 품어요. ‘韓’은 ‘한’이란 오랜 우리말에 붙인 한자일 뿐입니다. 서울 한복판에 흐르는 물줄기는 그저 한글로 ‘한가람’이라 적으면 되지요. 일제강점기에 말글로 큰일을 편 조선어학회는 1932년에 잡지 《한글》을 처음 선보입니다. 일본글이며 한자가 판치던 나라에 씩씩하게 편 글씨요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이무렵 일본은 ‘國語’란 이름을 갑자기 밀어붙입니다. ‘日本語 = 國語’라 하여 중국하고 대만에까지 ‘국어 교육’이란 틀을 세워요. 이때에 우리는 ‘한글·조선말’이었는데 ‘한글·한말’로 기운차게 나서 보면 오늘 얼마나 달라졌으려나 어림해 보곤 합니다. ‘한’을 즐겁게 붙여 ‘한옷·한밥·한집·한새·한넋·한얼’로, ‘한사랑·한마음·한마을·한나라’로.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