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16.


《너에게 친구가 생길 때까지 3》

 호타니 신 글·그림/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16.6.15.



청주에 사는 이웃님을 만나러 순천마실을 한다. 이웃님하고 순천 마을책집 〈도그책방〉에 찾아간다. 계실까? 계시겠지. 끝여름 끝더위를 옴팡 누리면서 골목 한켠 〈도그책방〉에 닿는다. 장마에 더위에 더구나 돌림앓이에, 책집살림이 하루하루 가시밭길 같다고 말씀하시는 책집지기님 목소리에는 이 책집 한 곳으로 마을이 새롭게 피어나는 숨결을 몸소 느끼고 지켜본 사랑이 흐른다. 가시밭길이기에 더욱 씩씩하게 일어서서 춤추고 노래하는 걸음걸이가 되려는 마을책집이란 얼마나 살뜰한 손길일까. 한밤에 별빛을 바라보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미리내를 보았다. 그동안 비구름에 가려 밤별을 제대로 못 누렸다. 청주 이웃님은 “이렇게 많은 별은 처음 봤어요.” 하고 놀란다. “새벽 두 시부터 세 시 사이가 가장 밝아요. 이 별빛이 있기에 앞으론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갈 생각이에요.” 만화책 《너에게 친구가 생길 때까지》는 모두 다섯걸음으로 나온다. 수줍고 떨려서 입으로 말을 못하고 그림종이에 글씨랑 그림으로 마음을 적는 꼬마한테 마음을 여는 고등학교 푸름이 이야기를 다룬다. 마음을 열기에 서로 동무일 테지. 마음으로 마주하기에 서로 반갑겠지. 마음을 나누기에 서로 웃으면서 오늘 하루를 짓고 누리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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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15.


《내가 진짜 공주님》

 나카가와 치히로 글·그림/사과나무 옮김, 크레용하우스, 2001.9.1.



고흥으로 나들이를 온 이웃님하고 오랜만에 읍내 우람고인돌한테 찾아간다. 고흥이란 고장에서 열 해를 살며 ‘버려진 고인돌’을 곳곳에서 수두룩하게 보았다. 다른 고장에서는 고인돌로 여러 가지 일을 꾀하지만 고흥은 고인돌이 어디에나 흔하면서도 막상 이 고인돌을 살리거나 헤아리지 않는다. 그야말로 우람한 고인돌을 살살 쓰다듬고서 읍내 우람나무한테 간다. 어림하기로만 900살인 우람한 느티나무인데, 이 곁에 담배꽁초하고 술병이 늘 나뒹군다. 다른 고장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삼을 만한 우람나무여도 고흥에서는 그저 시달리는 나무이다. 《내가 진짜 공주님》라는 그림책은 일본에서 ‘들꽃순이(또는 들꽃공주)’라는 이름으로 나왔다. 한글판하고 일본판을 살피면 옮김말을 엉뚱하게 적바림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엉뚱한 옮김말에 책이름이어도 더없이 알차며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책이지. 들판에서 들꽃을 아끼며 들꽃 품에 안겨 들놀이를 누리는 아이는 다른 잘나거나 이름난 공주는 내키지 않고, 수수하면서 짙푸른 ‘들꽃’이란 이름이 마음에 든다지. 틈날 적마다 다시 읽으며 가슴이 찌르르 울리는 아름그림책이다. 2020년 돌림앓이로 고단한 큰고장 이웃님하고 이 그림책을 함께 읽으면서 노래하고 싶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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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14.


《바람의 새 집시》

 마리 프랑스 슈브롱 글·마틸드 마냥 그림/박정연 옮김, 같이보는책, 2015.6.17.



그림책 하나란 어떠한 사랑일까 하고 돌아보곤 한다. 흔하디흔한 그림책이 아닌, 그리 어렵지 않게 구경하는 그림책이 아닌, 이제까지 살아온 숨결을 사랑으로 담은 그림책이랑, 오늘부터 살아갈 슬기로운 살림을 새삼스레 얹은 그림책을 돌아본다. 《바람의 새 집시》를 처음 만난 날, 이 그림책이 참으로 놀랍구나 싶었다. 시원시원한 그림에 포근포근한 줄거리가 어우러진 그림책인데, 뜻밖에 거의 안 알려지거나 덜 읽힌 대목에도 놀랐고, 어쩌면 오늘날 이 나라에서는 제대로 읽히기 어렵겠네 싶기도 했다. 영어로는 수수하게 “Gipsy”란 이름으로만 나온 그림책이다. 새랑 동무가 되는 사람들 이야기를 새(까치) 눈길로 차분하게 보여주기만 하는데, “바람의 새”라는 말이, 아니 “바람새”라고만 하면 될 말이, 바로 ‘집시’란 발자취를 보여줄 단출한 한 마디로구나 싶었다. 틀에 박힐 뜻이 없이, 얽매일 생각이 없이, 언제나 홀가분하면서 즐겁게 하루를 누리려는 몸짓이기에 바람새이다. 풀꽃나무를 사랑하고 숲을 옴팡 껴안으면서 노래하려는 길이기에 바람새이다. 학교가 크거나 이름높아야 할까? 사람마다 스스로 눈부시면서 기쁘게 꿈꿀 노릇이지 않을까? 온누리 아이들한테 바람새 이야기가 마음으로 살며시 스며들면 좋겠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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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멜 심해수족관 2
스기시타 키요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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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참되게, 참하게, 참말로



《마그멜 심해수족관 2》

 스기시타 키요미

 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20.2.29.



  어떻게 하면 거짓말을 할 수 있을까요? 참으로 까마득합니다. 저는 때때로 입을 다무는데요, 왜 다무느냐 하면 거짓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면서, 거짓말이 아닌 참말을 어떻게 부드럽고 상냥하게 해야 좋을까 하고 생각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심해는 컴컴하기만 한 장소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어두우니까 빛이 보이는 거구나.” (12쪽)



  늘 느끼며 살아가는데, 두 다리로 걷지 않는 사람이라면 노래를 부르지 않습니다. 아기를 등에 업고 두 다리로 걷지 않는 어버이라면 자장노래를 사랑으로 부르지 못합니다. 못 믿겠다면 그냥 해보셔요. 신나게 노느라 곯아떨어진 아이를 안거나 업고서 두어 시간쯤 천천히 거닐어 보셔요. 아마 노래가 저절로 샘솟겠지요.


  아기를 안고 업고 재우고 달래는 동안 흘러나오는 자장노래를 그저 불러 보셔요. 한두 판만 이러지 말고, 몇 달도 아닌 몇 해를 이렇게 아이를 품에 안으면서 하루 한나절을 업은 채 걸어다니면서 자장노래를 가장 상냥한 목소리로 불러 보셔요. 그러면 알 만하지 싶어요.



“물고기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계속 애정을 쏟는 것뿐이야.” (36쪽)


“관심을 갖는 건 좋지만 뭐든 다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기만 해서는 재미없어. 스스로 발견한 순간이야말로 가장 재미있는 순간이거든.” (52쪽)



  우리가 마음을 늘 활짝 틔워 놓고 산다면 자가용을 몰아도 됩니다. 우리가 사랑을 언제나 가득가득 길어올리면서 일한다면 자가용뿐 아니라 비행기이든 무엇이든 다 몰고 다녀도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마음을 제대로 열지 못하는 몸으로 지낸다면 숱한 자가용이며 손전화이며 텔레비전이며, 게다가 책이며 영화까지도 우리한테 아무 이바지를 못 하기 마련이라고 느낍니다.


  아주 마땅하거든요. 우리 스스로 이 터전이 아름다운 보금자리라 여긴다면 맨발로 흙을 밟고 맨손으로 풀꽃을 쓰다듬을 만한 마을숲을 가꾸겠지요. 우리한테 맨발로 디딜 텃밭이나 뒤꼍이나 마당이 없다면, 우리한테 맨손으로 쓰다듬을 풀꽃나무가 없다면, 우리 삶에는 가장 대단한 알맹이가 없으면서 쳇바퀴에 갇힌 얼거리입니다.


  스스로 길찾기를 하고 싶으나 아직 길찾기까지는 어림도 못하면서 차근차근 한 발짝씩 떼고 싶은 젊은이가 나오는 《마그멜 심해수족관 2》(스기시타 키요미/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20)을 읽으며 빙그레 웃습니다. 이 만화책에 나오는 아이는 ‘깊바다 이웃’을 사진으로 담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하는 일이 일인 만큼 아버지를 보기 어렵대요. 이 아버지는 이녁 아이한테 ‘바다벗’ 이름을 굳이 알려주지 않는다지요.



“사람들이 우무문어가 얼마나 귀여운지 알아줘서 다행이야. 먹어도 맛이 없어서 옛날에는 가치가 없다며 그냥 버렸대. ‘귀엽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마음은 이렇듯 생물을 지키는 데에 도움이 되기도 해.” (58쪽)



  마을길을 걷지 않는 면장이나 동장이나 구청장이나 군수나 시장이나 국회의원이라면 그 마을을 모를 뿐 아니라, 그 마을에 참다이 사랑스레 이바지할 길을 하나도 모릅니다. 생각해 봐요. 한집에 살면서도 부엌에 걸음을 하지 않을 뿐더러, 설거지를 안 하고 밥을 안 짓고 부엌을 이모저모 쓸고닦고 치우고 건사하지 않는 사람이 ‘밥살림’을 알까요? 밥살림뿐 아니라 부엌이 얼마나 대단한 곳인지도 모를 테고, 집에서 어떤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가조차 모르겠지요.


  손수 부엌살림을 맡아서 하지 않는 대통령이나 군수나 국회의원이나 도지사라면, 이들은 어떤 정책이나 행정을 펼까요? 이런 이들이 펴는 길은 우리 살갗에 조금이라도 와닿을까요? 아기를 업고서 자장노래를 찬찬히 불러 주며 오래오래 어우러진 적이 없는 살림으로 ‘국민 여러분’이란 말만 주워섬기는 이들이 참말로 슬기로이 정치일꾼 노릇을 할까요?



“먹는 사람을, 음식 재료를, 소중히 생각하며 만들었어. 그래, 이곳에 온 지 벌써 3년이나 됐던가? 열심히 많이 노력했구나.” (112∼113쪽)



  작은 만화책 하나를 펴면서, 더구나 ‘심해수족관’을 바탕으로 다루는 만화책 하나를 읽으면서, 사람이 사랑으로 살아가는 슬기로운 살림길이란 무엇인가 하는 대목을 환하게 들여다봅니다. 깊바다에서 살아가는 물고기를 ‘고기’가 아닌 ‘이웃’이며 ‘동무’로 마주하고픈 아이는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어떤 꿈을 그릴 적에 즐거우면서 아름다울까 하고 생각을 짓는데, 이러한 줄거리를 만화책으로 들여다보면서 ‘이 만화가 대단하다’보다는 ‘이렇게 삶을 그릴 수 있는 틀이기에 만화가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그렇지요. 만화이기에 깊은바다 이야기를 척척 그림으로 옮깁니다. 만화이기에 깊은바다 이웃을 사귀면서 상냥하게 마주하고픈 아이가 있다는 줄거리를 짜서 차근차근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만화이기에 모든 길을 틔워요. 만화인 터라 모든 꿈을 새롭게 빚습니다. 만화라는 얼거리로 부드러이 두 손을 맞잡습니다.



“제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건 잘 압니다. 하지만 괴로워하는 모습을 이미 제 눈으로 보고 말았어요. 그게 수조 안이든 바닷속이든 그냥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다니, 저는 그럴 수 없습니다.” (143∼144쪽)



  이 나라 숱한 어린이하고 푸름이는 초등학교랑 중학교랑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직업훈련’을 받거나 ‘입시훈련’을 받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봐요. 오늘날 이 나라 학교는 모조리 훈련만 시킵니다. 배움길이 아니에요. 꿈을 이루는 일을 찾도록 돕는 배움터가 아니라, 돈을 잘 버는 일자리(직업)를 더 빠르고 손쉽게 얻도록 자격증학고 졸업장을 거머쥐도록 얽어매는 학교예요.


  만화책에 나오는 아이들은 대학교를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어느 만화책에서든 아이들은 스스로 삶을 마주하면서 배우고 깨닫고 돌아보고 헤아리면서 생각을 지어요. 비록 만화책으로 그치는 이야기가 될는지 모르지만, 만화에서만 흐르는 이야기가 아닌, 만화에서도 삶에서도 이처럼 씩씩하고 의젓한 아이들이 곳곳에서 무럭무럭 자란다고 하는 빛을 느낄 수 있어요.



“지금은 지식도 경험도 없지만, 앞으로 이곳에서 배우고 싶어요. 유리 너머에서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심해에 있는 생명들과 직접 접촉하고 싶어요.” (184∼185쪽)



  참되게, 참하게, 참말로 길을 걷습니다. 참되게, 참하게, 참말로 사랑을 합니다. 참되게, 참하게, 참말로 하루를 짓습니다. 참되게, 참하게, 참말로 이야기를 펴고 웃음을 띄웁니다. 저 너머를 기웃거리기만 하지 않습니다. 저 너머로 한 발짝을 떼고 두 발짝을 옮깁니다. 석 발짝을 디디고 넉 발짝을 밟습니다.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차근차근 나아가면서 스스로 큽니다.


  노래하고 뛰놀기에 꿈을 꾸는 어린이입니다. 꿈을 꾸기에 노래하고 뛰노는 어린이입니다. 우리 어른은 어떤 어린이로 자랐나요? 우리 어른은 오늘 어떤 어린이를 코앞에서 마주하며 어깨동무를 할 마음인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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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아이 웃음 : 아이 웃음은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즐거운 씨앗이지 싶다. 이 씨앗을 오늘 하루 아름다이 누린다. 아이 웃음은 삶이란 어디에 있는가를 밝히는 신나는 노래이지 싶다. 이 노래를 아침저녁으로 넉넉히 누린다. 아이 웃음은 슬기로운 눈빛을 어떻게 다스리는가를 보여주는 고운 숨결이지 싶다. 이 숨결을 언제나 새롭게 누린다. 2012.8.19.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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