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올까 봐
김지현 지음 / 달그림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456


《비가 올까 봐》

 김지현

 달그림

 2020.7.27.



  바람이 불까 봐 걱정한다면 바람에 따라 휩쓸립니다. 눈이 올까 봐 근심한다면 눈밭에 묻혀 헤맵니다. 비가 내릴까 봐 끌탕이라면 빗물로 마음이며 몸을 씻기는커녕 외려 마음이 지치고 몸이 고달픕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별에 흐르는 모든 바람은 누구나 살아숨쉬도록 북돋웁니다. 우리가 살림하는 이 별에 찾아드는 눈비는 누구나 싱그럽도록 빛이 되어요. 몸에 때가 낄 적에 물로 씻듯, 이 별에 티끌이 끼면 비로 씻어요. 숲들이 싱그럽도록 냇물이 흐르고, 뭍이 푸르도록 바다가 감싸듯, 우리 몸을 물로 빚으면서 맑은 숨결이 될 만합니다. 《비가 올까 봐》는 언제나 근심을 달고 노상 걱정을 붙안으며 한결같이 끌탕으로 지내는 걸음걸이를 보여줍니다. 누구한테서 배운 근심인가요? 어디에서 본 걱정인가요? 왜 맞아들이는 끌탕이지요? 비가 오면 비를 반기고 해가 나면 해를 반기는 몸짓으로 살아가면 좋겠어요. 매캐한 바람이 가득하고 나무 자랄 틈이 없는 북새통에 주저앉지 말고, 홀가분한 몸짓으로 서울에서 나오면 좋겠어요. 스스로 물어봐요. 왜 서울에서 살아야 하나요? 왜 큰고장에 머물러야 하나요? ‘삶을 사랑하는 살림’을 지을 터로 가요.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 - 질문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이는가
김민형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36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

 김민형

 인플루엔셜

 2020.8.12.



계속 정확하게 근본을 찾아가려고 할 때 근본이라는 게 없다는 걸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근본이라는 게 없기 때문에 증명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낸 수학적 논리 체계가 있습니다. (34쪽)


죄송하지만, 저는 산수와 수학을 구분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 특별히 다른 것인지 의문입니다. 교육과정에서 당연히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준이 높아지고 알아야 할 배경지식도 늘어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느 순간 산수가 수학으로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학과 산수에 경계선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122쪽)


도대체 이런 프로그램을 어디에 쓰냐는 질문을 앞서 해주셨는데요, 놀랍게도 정답은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입니다. (141쪽)


미세 물질에 관한 이론에서는 물질을 자세히 보면 볼수록 형태가 불분명해진다고 합니다. ‘모양이 없어지는 현상’과 대수적인 실체는 매우 관계가 깊습니다. (391쪽)



  요즈음에는 가게에서 셈장난을 하는 일이 없겠지요. 작대기를 긁으면 값이 척척 나오고, 셈판을 안 쓰더라도 더하기를 착착 하거든요. 지난날에는 가게에서 주판을 놓거나 셈판을 쓰거나 손으로 종이에 더하기를 하면서 셈을 했어요. 이때에 일부러 덧씌우는 곳이 있었지요. 어머니 심부름으로 가게를 다녀올 적마다 무엇을 사고 값이 얼마인가를 머리로 빠르게 셈했어요. 에누리를 조금씩 해주는 가게가 있는데요, 1000원어치마다 50원을 에누리하는 가게라면 더하기뿐 아니라 빼기까지 미리 셈해 놓습니다.


  가게에서 하는 셈에 속아서 바가지를 쓴 일은 없습니다. 가게지기 셈이 틀렸다 싶으면 “저기요, 얼마 아닌가요?” 하고 되물었어요. 미리 다 셈을 한걸요. 때로는 가게지기가 값을 적게 셈한 적이 있는데, ‘와, 그동안 바가지를 씌우던 분이 용케 셈이 틀리네?’ 하고 여기면서 그냥 나와서 집으로 가다가 아무래도 찜찜합니다. “저기요, 아주머니 아까 셈을 틀리게 하신 듯해요. 제가 500원을 더 내야 맞지 않나요?” 가게지기는 다시 셈하더니 “덜 냈다고 너처럼 돈을 다시 가져오는 손님은 처음 봤다. 200원은 네 용돈으로 해라.” 하면서 100원 두 닢을 내어주신 분이 있어요.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김민형, 인플루엔셜, 2020)을 읽으며 셈길을 되새깁니다. 참말로 이제는 덧셈뺄셈으로 속여먹는 짓은 자취를 감춘다고 할 만합니다. 그러나 푼돈을 바라보는 덧셈뺄셈을 넘어서, 크게 속여먹는 짓은 곳곳에 있다고 느껴요.


  우리는 왜 셈을 엉뚱하게 하려 들까요? 우리는 왜 즐겁게 셈을 하면서 함께 아름다운 터전으로 가꾸는 길하고 등지려 할까요? 우리 쪽한테 이바지하면 셈을 속여도 될까요? 저쪽은 덜 가져가도록 장난질을 해야 즐거울까요?


  글쓴님은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책에서 ‘수학·산수’가 다른 말이 아니라고 여긴다고 밝힙니다. 이러한 생각에서 조금 더 뻗는다면, ‘셈’이라는 낱말도 매한가지예요. 수학자 가운데 스스로 ‘셈꾼·셈지기’ 같은 이름을 쓰는 사람을 아직 못 봤습니다. 수학자 스스로 ‘셈’이라는 낱말에 흐르는 너비나 깊이를 제대로 안다면 ‘수학·산수’가 다른 말이 아닐 뿐 아니라, 우리말 ‘셈’이 ‘세다·헤아리다·생각’하고 맞물리는 줄 제대로 읽겠지요.


  수학이라는 길은 참말로 ‘생각길’이거든요. ‘셈’은 ‘생각’을 나타내는 대단히 오래된 낱말이에요. 머리를 움직이는 길이기에 셈입니다. 머리를 써서 삶을 밝히는 길이라서 셈입니다. 셈속이 있기에 슬기롭습니다. 셈이 밝으니 똑똑합니다. 셈이 환하니 마음을 틔웁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살림말


책눈 : 여태 책을 읽기만 하셨다면, 이다음을 해보셔요. 책을 사고파는 책집을 차려 보셔요. 또는 책집일꾼으로 들어가 보셔요. 또는 출판사를 차려 보셔요. 또는 출판사 일꾼이 되어 보셔요. 그리고 손수 책을 쓰고 엮어 보셔요. 이다음에는 '책이 될 종이로 몸을 바꾼 나무'가 살아가는 깊디깊은 숲에 찾아가서 나무마다 포근히 안아 보셔요. 그리고 앞으로 이 별에서 새로운 어른으로 자라나서 의젓하고 다부지게 일어설 아이를 돌보거나 아이랑 같이 놀면서 아이 마음이 되어 보셔요. 그리고 또또 자꾸 새길을 찾아서 한 걸음씩 내딛어 보셔요. 우리 삶빛, 삶눈, 삶넋이 날마다 눈부시게 피어날 테니까요. 2020.8.21.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17.


《온탕 대 냉탕》

 바람숲그림책도서관 아이들과 최지혜 글·엄정원 그림, 한솔수북, 2020.8.17.



어제 순천마실을 하고서 밤늦게 돌아온 터라 아침부터 뻑적지근하다. 눈부신 햇볕을 맨몸으로 고스란히 받으면서 살살 춤을 춘다. 해님이 드리우는 빛줄기에 따라 흐르는 바람결을 마음으로 짚으면서 손발을 놀린다. 기운이 처질 적에는 눈을 감고서 해바라기를 한동안 하면 찌릿찌릿 새기운이 오른다. 기운이 빠질 적에는 맨발로 풀밭에 서거나 나무를 안으면 짜릿짜릿 새숨결이 솟는다. 이러다가 나비가 가볍게 옆을 스치고 날면, 멧새가 나뭇가지에 앉아 노래하면, 갓 깨어난 매미가 우렁차게 수다를 떨면, 이 여러 살림으로 빙그레 웃음이 돈다. 《온탕 대 냉탕》은 아이들이 여민 글을 한묶음으로 보여준다. 도서관 한 곳을 꾸준히 드나든 아이들이 애써 글 몇 자락씩 펼쳐 주었구나. 어른들한테 물든 티를 아이들 글에서 엿보기도 하고, 아직 물들지 않은 맑은 눈망울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도서관지기가 아이들한테 ‘글감을 따로 세우지 않’거나, 글감을 세우려 했다면 ‘오늘 본 꽃’이나 ‘오늘 만난 나비’나 ‘오늘 나무하고 속삭인 이야기’를 쓰도록 하면 좋았을 텐데 싶다. 아이는 어른 눈치를 보려고 태어나지 않는다. 아이는 어른 살림을 눈여겨보면서 사랑어리고 슬기로운 눈빛을 보려고 태어난다. 이 결을 알면 참 좋겠는데.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18.


《엄마와 딸》

 신달자 글, 민음사, 2012.12.28.



딸이 아닌 아들로 태어났다. 둘레에서는 내가 딸로 태어나리라고 여겼단다. 아들이란 몸으로 태어났는데 어릴 적부터 나는 계집애를 닮았다고 했단다. 자랄수록 가시내 아닌 사내처럼 보였을 테지만 언제나 어머니 심부름을 했고, 집안일을 꺼리지 않았다. 국민학교 5학년 무렵부터 ‘미래직업 : 가정주부’로 삼으면 어떠할까 하고 생각했고, 참말로 ‘미래직업’ 둘쨋길로 ‘가정주부’를 적어 넣었다. 사내가 무슨 집안일을 하느냐고 곳곳에서 손가락질이었지만, 어느 한쪽만 맡을 집안일이 아닌 함께하면서 서로 돌보고 사랑하며 가꿀 집살림이라고 여겼다. 타고난 몸뚱이로 일거리를 가를 앞날이 아닌, 즐거운 마음으로 꿈을 북돋아 온누리에 어깨동무라는 빛줄기를 조금씩 퍼뜨릴 적에 아름다우리라 생각했다. 《엄마와 딸》을 읽었다. 어머니를 그리는 마음이면서 이녁 어머니한테는 언제나 딸인 글쓴이 생각이 조곤조곤 흐른다. 다만 글쓴이는 새길을 열거나 뚫기보다는 이 나라에서 굴레를 씌운 자리대로 어머니하고 딸이라는 길을 돌아보거나 짚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더욱 이 굴레나 수렁이나 틀을 부드러이 녹여내는 삶길로 새롭게 걸어가면서 싱그럽고 씩씩한 하루를 글로 담으면 훨씬 좋을 텐데.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