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21.


《애쓰며 서 있습니다》

 전기숙 글, 밤편지, 2020.2.25.



그제 이웃님하고 고흥부터 상주 괴산을 거쳐 서울로 오는 길에 챙긴 책은 딱 한 자락, 《애쓰며 서 있습니다》이다. 이 책은 어느 누리책집에서도 못 산다. 오직 마을책집에서만 만난다. 글쓴님은 경기 광명에서 〈책방 공책〉을 꾸리신단다. 나는 이분 책을 순천 〈도그책방〉에서 만났다. 어제 낮에는 고흥으로 돌아가고 싶었는데, 요즈막 돌림앓이가 길어지면서 ‘고흥-서울’ 사이 시외버스가 하나 줄었고, 이 줄어든 때가 내가 늘 타던 때였다. 버스때가 어정쩡하다. 가만 보면 ‘고흥-목포’나 ‘고흥-장흥’은 아예 버스가 사라졌고, ‘고흥-광주’하고 ‘고흥-순천’도 버스가 꽤 줄었다. 자가용으로 다니란 소리일까? 아무튼 어제는 서울에서 길을 너무 헤매며 다리가 퉁퉁 부었다. 고흥 돌아갈 버스가 사라진데다 등짐이 책으로 가득해 무거운 터라, 신사동 길손집에서 묵기로 했는데, 아아, 신사동 길손집은 망원동 길손집보다 1만 원이 비쌌으나 훨씬 넓고 깨끗하고 시원해서 좋더라. 1만 원이 눅어도 좁고 추레하고 후덥지근하면 못 쉬지. ‘더 싼’이 아닌 ‘제대로 된’으로 가야지 싶다. 마을책집을 찾아가서 애써 ‘온돈 치르며 책을 사는 뜻’이란, ‘제대로 책빛을 가꾸는 손길’을 나누면서 같이 노래하려는 살림이 좋아서이다. ㅅㄴㄹ


https://www.instagram.com/bookroom_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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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8.20.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미야모토 후쿠스케 글·그림/최형선 옮김, 미우, 2011.10.30.



서울서 아침 일찍 하루를 연다. 망원역 곁에 있는 길손집에서 묵은 터라, 코앞에 있는 ㅊ출판사에 찾아가서 얼굴만 내민다. 고흥에서 서울까지 왔으니, 요즈음 같은 때에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하기는 어려우나, 적어도 ‘서로 얼굴 보며’ 잘 계신지를 묻고서 다음 일을 하러 가자고 생각한다. 출판사 대표님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책 짓는 재미’를 잔뜩 잃었다고 말씀한다. 돌림앓이 탓에 ‘새책을 내놓고도 글쓴님하고 조촐하게 저녁자리를 아예 하지 못’하고, 출간계약서도 우편으로 주고받으니 ‘사람하고 사람을 이야기로 잇는 길’인 책을 내지만 ‘사람하고 사람을 마주하는 날’을 언제 되찾으려나 까마득해서 고단하다고 덧붙인다. 서울은 사람이 워낙 많으니 돌림앓이 하나로도 그야말로 큰고장이 통째로 멈춘 듯하다고 여길 만하다. 부디 이 서울이 숲을 되찾으면서 널널하기를 빌 뿐이다. 저녁에는 강아랫마을로 넘어가서 길손집을 새로 잡았고,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를 읽었다. 줄거리가 톡톡 튀는 만화이다. 우리 돈으로 치면 10억을 아이들한테 남기고 죽은 아버지는 ‘남긴 돈을 다트놀이’를 해서 ‘다 받거나 사회기부를 하거’나 하랬다지. 즐겁게 살자는 마음이 빛이다. 딱딱하면 웃음이 없다. 서울서 매미소리 못 들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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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91


《der Grosse Brockhaus》

 F.A.Brockhaus 편집부 엮음

 F.A.Brockhaus

 1928.



  순천에 있는 헌책집 〈형설서점〉에서 두툼한 백과사전 《der Grosse Brockhaus》 꾸러미를 만났습니다. 모두 몇 자락인지는 모르겠는데, 첫걸음은 “A-Ast”를 담고 1928년에 나왔다 하며, 스물한걸음은 1935년에 나왔다고 해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찍은 백과사전인데, 광주의과대학교 도서관은 1948년에 이 책을 장만했고, 첫걸음은 ‘78째’로 들인 책이라고 합니다. 스물한걸음으로 나온 백과사전 안쪽을 보니 ‘Deutshe Buchhandlung NISSHIN-SHOIN, Tokyo·Kyoto·Fukuoka Japan’이라 적힌 조그마한 붙임종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독일 백과사전을 장만하기 어려워 일본에 있는 책집에 여쭈어서 들여왔을 테지요. 독일책을 다룬다는 일본 책집은 토쿄하고 교토하고 후쿠오카에 가게가 있었구나 싶습니다. 그나저나 일본은 1948년에도 ‘독일책만 다루는 책집’이 있었다는 뜻이요, 아마 프랑스책이나 이탈리아책만 다루는 책집도 따로 있었겠지요. 오늘날에도 〈NISSHIN-SHOIN〉이라는 책집이 있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광주의과대학은 이제 다른 이름으로 바꾸었겠지요. 공공도서관이든 학교도서관이든 ‘빌려읽는 사람’이 없으면 오래된 책이든 새로운 책이든 다 버립니다만, 어쩐지 스스로 발자취를 까맣게 잊어버리는 셈 같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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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마음쓸 곳하고 (2020.8.16.)

― 전남 순천 〈도그책방〉


  어릴 적에는 ‘집’이라는 곳을 썩 반기지 않았습니다. 손찌검이나 매질이나 주먹다짐이 어디에서나 쉽게 불거지거나 터지는 판이니, 되도록 조용조용 혼자 있는다든지 마음이 맞는 동무하고 집이랑 학교를 다 잊고서 놀고 싶었어요. 두 아이를 낳아 돌보는 길에 서면서 ‘집’을 비로소 다시 바라봅니다. 어버이가 돈을 잔뜩 벌어서 물려줄 아파트 같은 부동산이 아닌, 두고두고 가꾸면서 언제까지나 푸르게 빛날 터전이 바로 ‘집’이로구나 하고 깨달아요.


  차 한 모금을 아늑히 누리는 찻집처럼, 꽃 한 송이를 고이 나누는 꽃집처럼, 밥 한 그릇을 넉넉히 즐기는 밥집처럼, 책 한 자락을 푸르게 주고받는 책집이 되면 즐겁겠다고 생각합니다. 가만 보면 ‘-방(房)’은 중국을 섬기던 몇몇 글쟁이가 즐기던 이름입니다. 오늘날에도 이 이름을 쓸 수 있겠지요. 그러나 이곳에서는 ‘-집’이 어울리지 싶어요. 살림집이며 사랑집 같은 숲집으로, 숲을 품으면서 책을 누리는 책숲집으로, 그리고 여러 손길이 닿거나 흐르거나 스치면서 새삼스레 이야기가 피어나는 ‘손길책집’으로 나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즐거이 찾아가고, 넉넉히 머물면서, 차분히 생각을 짓는 곳이 책집이기를 바라요. 이 마을에서는 이 마을을 노래하는 마을책집이면 좋겠어요. 큰책집도 작은책집도 좋은데, 무엇보다 ‘푸른책집’으로, ‘그림책집(그림책 + 꿈을 그리는 집)’으로 걸어가면 좋겠어요.


  〈도그책방〉에 가는 길에 ‘책집’을 놓고 노래꽃 열여섯 줄을 적어 봅니다. 책을 바라보는 눈을 다시 가다듬고, 집을 헤아리는 마음을 새로 추스르고, 마을을 돌아보는 길을 거듭 갈무리하고 싶어요. 경기 광명에서 〈책방 공책〉을 꾸리는 지기님이 쓴 《애쓰며 서 있습니다》를 집어듭니다. 애쓰며 살아가는 하루가 고스란히 깃들어 그 책집을 찾아가는 이웃님 마음으로 퍼지겠지요.


  힘쓰고 애쓰고 마음씁니다. 이 씀씀이를 떠올리면서 글쓰기를 합니다. 서로 기쁘게 만나고 싶기에 알뜰살뜰 손을 씁니다. 그리고 또 무엇을 쓸까요? 우리는 무엇을 쓰면서 환하게 웃음짓는 어른아이로 오늘을 맞이할까요? 해가 좋습니다. 후끈후끈 해가 사랑스럽습니다. 바람이 좋습니다. 구름을 부르는 바람이, 나무를 스치면서 시원하게 퍼지는 바람이 산뜻합니다. 한 자락 두 자락 장만해서 품는 책이 좋습니다. 이 책은 제가 먼저 읽을 테고, 아이들이 물려받을 테고, 먼먼 앞날까지 우리 책숲에서 또다시 새 손길을 만날 테지요. ㅅㄴㄹ


《애쓰며 서 있습니다》(전기숙, 밤편지, 2020)

《나의 작은 화판》(권윤덕, 돌베개, 2020)

《별이 내리는 밤에》(센주 히로시, 열매하나,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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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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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칸막이


1999년에 출판사 일꾼으로 들어갑니다. 이때에 ‘파티션’이란 이름을 처음 듣습니다. 뜬금없구나 싶어 “‘칸막이’ 말씀하시나요?” 하고 물으니 “칸막이가 맞는데, 여기서는 ‘파티션’이라고 해야 알아들어.” 하고 들려줍니다. 아리송했어요. 칸막이가 맞다면 ‘칸막이’라 하면 될 노릇일 텐데, 굳이 영어를 써야 할는지요. 깨끗하구나 싶기에 깨끗하다고 합니다. 비슷하게 ‘맑다’라든지 ‘정갈하다’고 합니다. 때로는 ‘하얗다’를 깨끗한 모습을 빗대는 자리에 써요. 하얀 빛깔은 겨울에 하늘에서 내리는 눈빛이라 할 만하다고 여겨 ‘흰눈’ 같다고 말할 만하고, 눈으로 가득 덮인 ‘눈밭’이나 ‘눈나라’라 해도 어울립니다. 즐겁게 누리면서 정갈하게 건사하고 싶으니 곁에 둡니다. 마음에 들으니 갖고 싶어요. 갖추어서 쓰고 보니 참 좋구나 싶어 이웃한테 장만해 주기도 하고, 이웃이 우리한테 마련해 줄 때가 있어요. 이야기를 품고, 세간을 놓고, 살림을 보듬고, 책 하나를 둡니다. 그리고 우리 삶자리가 어디에서나 들내숲이 푸르도록 돌보고 싶어요. 푸르게 빛나면서 해말간 숲들이 되기를 바라요. 새하얗게 빛나는 나라이기를 꿈꿔요. ㅅㄴㄹ


칸막이 ← 파티션, 분할, 분배, 분리, 구분, 구별

깨끗하다·맑다·말갛다·정갈하다·하얗다·눈나라·눈누리·눈들·눈들판·눈밭·눈바다·눈벌·눈벌판·해맑다·해말갛다·흰눈·눈빛·티없다 ← 순백, 순백의, 순백색, 순백색의

가지다·갖다·간직하다·갖추다·건사하다·차지하다·놓다·두다·지니다·있다·장만하다·마련하다·챙기다·품다·곁에 두다·돌보다·보살피다·보듬다 ← 소장(所藏)

들내숲·들숲·멧숲·숲들·숲내들·숲·땅·나라 ← 산하(山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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