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레인보우 1
송채성 지음 / 시공사(만화)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숲노래 만화책

만화책시렁 304


《Mr. Rainbow 1》

 송채성

 시공사

 2004.2.25.



  바람이 크게 몰아치면서 나뭇가지가 휘청휘청합니다. 가지가 휘청할 적마다 나뭇잎은 파라라 나부낍니다. 이러다가 몇몇 잎이 후두두 떨어집니다. 푸른잎도 가랑잎도 떨어집니다. 큰바람이 지나간 뒤에는 조용합니다. 잔바람이 없고 나뭇가지가 춤추지 않습니다. 나무 곁에는 어제 하루 떨어진 온갖 잎이 수북합니다. 나무가 떨군, 또는 바람이 떨어뜨린 잎을 보면 모두 다르게 생깁니다. 《Mr. Rainbow 1》는 2004년 봄에 이승을 떠난 송채성 님이 남긴 만화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어느 눈으로 보면 ‘사내를 좋아하는 사내’를 그린 만화이지만, 다른 눈으로 보면 ‘스스로 나다운 길을 좋아하는 사람’을 그린 만화입니다. 사내이냐 가시내이냐가 아닌, 마음에 드는 사람이냐 아니냐를 바라보려고 하는 길에서 엇갈리거나 아프거나 활짝 웃는 삶을 담아낸다고 할 만합니다. 누가 도와주거나 안 도와주느냐가 아닌, 스스로 곱게 바라보고 돌볼 줄 아는 손길로 오늘을 맞이하려고 하는 걸음걸이를 펼친다고도 할 테고요. ‘성정체성’보다는 ‘나다움’을 바라보려고 합니다. 이 길이 맞느냐 저 길이 틀리느냐가 아닌, 이 땅에 태어나 어떤 눈빛으로 하루를 누리면서 둘레에 사랑이란 씨앗을 흩뿌리고 싶은가를 헤아리려고 하지요. ㅅㄴㄹ



“화목한 부자지간이겠죠. 이런 데서 저런 모습 보일 만큼 게이들, 용감하지 않아요.” “그걸 어떻게 그리 잘 알아요?” (101쪽)


“아무리 어른스러워 봤자, 준이는 이제 겨우 일곱 살이라구요.” (136쪽)


‘뭐가 어떻게 됐든, 누가 어떻게 보든, 우선은 그냥, 달려 보는 거야. 그렇게 달리다 보면, 달리다 보면…….’ (143∼1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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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83


《민족중흥 대학·일반용》

 한국문인협회 엮음

 어문각

 1969.4.30.



  “우리는 국민교육헌장을 세밀히 분석하여 그 정신이 가르키는 바 여러 가지 요지를 18개 항목으로 나누었다.” 하고 머리말에 밝히는 《민족중흥 대학·일반용》은 한국문인협회라는 데에서 엮습니다. ‘새 국민 문고’로 나온 책이라는데, ‘대학·일반용’이 있으니 초등하고 중등을 가르는 판도 있겠구나 싶습니다. ‘서강대도서관 폐기도서’로 헌책집에 흘러들었기에 이런 책이 다 있었네 하고 오늘에 와서 돌아봅니다. 나라를 살리자는 뜻보다는 정치권력이 흔들린다 싶기에 나라팔이를 했다고 느낍니다. 나라지기나 벼슬아치가 갖은 말썽을 피우면서 이 말썽짓을 감추려고 ‘민족중흥’이란 이름을 앞세워 사람들을 길들이려 했구나 싶습니다. 군사독재가 온나라를 짓밟은 나날을 붓끝으로 나무라지 않는다면 그들을 글님(문인)이라 할 수 있을까요? 군사독재한테 빌붙거나 엉겨붙으면서 돈·이름·힘을 거머쥔 그들은 그저 허수아비이거나 거머리라고 해야겠지요. 이런 책을 찍은 곳도 똑같이 독재부역을 한 셈입니다. 아무리 ‘폐기도서’로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습니다. ㅅㄴㄹ


“또 혼란해지는 질서를 바로 하기 위해선 군인들까지가 나서 혁명도 하면서, 이 천지개벽만큼 새로운 우리 겨레의 중흥을 위해 진땀을 빼고 있다.” (12쪽/서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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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79


《소설 보다 봄·여름》

 김봉곤·조남주·김혜진·정지돈

 문학과지성사

 2018.8.29.



  소설꾼 한 사람이 그동안 내놓은 책이 2020년 여름날 크게 말썽이 됩니다. 출판사도 소설꾼도 한참 입을 다물거나 팔짱질이었으나, 사람들이 들불처럼 일어나자 부랴부랴 움직이더니 뒤늦게 고개숙이는 시늉에 책을 거둬들이기로 합니다. 이러고서 얼마 안 지나 소설꾼 이름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어렵게 바뀌고, 누리책집에서 이 소설꾼 책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를 아예 감추려 하네 싶습니다. 큰 출판사가 여러 가지로 보여준 모습은 이 나라 정치·사회하고 닮습니다. 아니, 매한가지일 테지요. 이제는 찾을 길이 없다시피 한 그 소설꾼 자취를 《소설 보다 봄·여름》에서 엿봅니다. 그릇이 얕은 쪽은 소설꾼 하나뿐일까요? 큰 출판사 일꾼이나 대표는, 또 문학평론을 하는 이는, 또 우리들은 ……?


“무엇보다 고향을 떠난 것이 결정적인 변곡점이었다. 나는 상경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촌스러운 내 옷들과 함께 내 말투를 버렸다. 그다음은 옛 친구들이었다 … 여름을 위해 준비해둔 향수는 르라보의 상탈33과 바이레도의 블랑쉬입니다 … 세상에 온전히 ‘나’가 ‘나’인 사람이 없듯, 온전히 ‘나’의 이야기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 역시나 가장 만나고 싶은 독자는 다음 소설을 쓰게 할 사람이에요.” (38, 49, 50, 56쪽/김봉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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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78


《新訂 普通學校 全科模範正解 第貳學年 前編》

 普通學校 硏究會·홍순필

 박문서관·회동서관·조선도서주식회사

 1928.3.25.



  우리가 쓰는 모든 말은 우리 생각입니다. 생각이 말로 드러나고, 말로 생각을 살찌웁니다. 그래서 고장마다 말이 다르고, 나라마다 말이 달라요. 살아가는 터를 고스란히 말로 담거든요. 나라지기는 이 대목을 알기에 ‘다 다른 사람이 다 같은 말’을 쓰도록 억누르거나 몰아세웁니다. 다 다른 사람이 다 다른 말을 하면 스스로 살림을 짓는 길이지만, 다 다른 사람이 다 같은 말을 쓰면 ‘나라에서 시키는 대로 따르는 몸짓’으로 물들거든요. 《新訂 普通學校 全科模範正解 第貳學年 前編》은 일제강점기에 배움터를 다닌 분이 참고서로 삼은 책입니다. 첫 쪽을 넘기면 “‘현상문제 2회’ 엽서”가 있고, 책끝에는 ‘현상문제 1회’ 엽서를 보내어 뽑힌 사람들 이름이 빼곡합니다. ‘보통학교’ 참고서인 책이라 그무렵 보통학교에서 어떤 갈래를 가르쳤는지 엿볼 만한데요, ‘國語’하고 ‘朝鮮語’가 따로 있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국어 = 일본말’입니다. ‘조선어 = 우리말’이에요. ‘국어’란 이름은 일본 제국주의가 이웃나라로 쳐들어가면서 비로소 퍼뜨린 이름이거든요. 그러나 우리는 아직 이 ‘국어’를 못 버려요. 국립국어원에 국어교육이란 이름이지요. 언제쯤 ‘우리말’이나 ‘배달말’이나 ‘한말’이란 이름을 되찾을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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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옷벗기 : 참된 길이란 참된 삶이니, 참길을 찾아서 가고 싶으면 거추장스러운 옷은 벗는다. 참길을 가고프니 졸업장이나 자격증이란 옷을 걸칠 까닭이 없다. 참삶을 짓고 싶으니 ‘사회에서 주는 이름(명예)’이란 옷을 두를 일이 없다. 참된 모습은 겉눈으로 볼 수 없다. 참모습은 마음으로 본다. 참사랑은 겉훑기나 겉치레가 아니다. 참사랑은 오직 참다운 마음이다. 그럴듯한 옷으로 몸을 둘둘 감싸는 몸짓이면서 참말을 할 줄 알까? 그럴싸한 옷으로 몸을 친친 감싸는 몸짓이라면 거짓말을 하겠지. 1999.8.25.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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