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니스 7
오시미 슈조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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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깎아내린 사람은 바로 너야



《해피니스 7》

 오시미 슈조

 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20.3.25.



  남이 나를 깎아내리지 못한다고 느낍니다. 남이 얼핏설핏 깎음말을 읊기는 하겠는데, 그 말은 언제나 그이를 깎아요. 거꾸로 나는 남을 깎아내리지 못합니다. 내가 이냥저냥 읊는 깎음말은 노상 남이 아닌 나를 깎지요.



“이봐, 너희들! 이분한테 사과해!” “이분은 나의 오랜 친구다.” “죄송합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부디 용서를! 제발!” (46∼47쪽)



  말이 흐르고 생각이 흐릅니다. 이야기가 흐르고 손길이 흐릅니다. 바람이 흐르고 빗물이 흐릅니다. 여기에 우리 삶이 흐르고 새롭게 짓는 사랑이 흘러요.


  모든 흐르는 숨결은 흐르다가 멎기도 하고, 흐르다가 굳기도 하며, 흐르다가 넘치기도 해요. 미운 마음이 흘러넘칠 때가 있다면, 기쁜 노래가 흘러넘칠 때가 있어요.


  우리가 입으로 읊거나 손으로 적거나 생각으로 담는 ‘말’은 어떤 ‘생각’을 그리는 ‘씨앗’일까요? 우리는 왜 누구를 좋아하거나 싫어할까요? 우리는 왜 ‘나보다 남’을 더 쳐다보려 할까요? 우리는 왜 ‘남이 아닌 나’를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사랑하는 길하고 엇갈리기 일쑤일까요?



“그 지하실에는 특별한 인간만 들어갈 수 있어. 그러니 네가 그 특별한 인간이란 걸 모두에게 얘기할 수 있게 해줘. 나 혼자 멋대로 널 거기에 들였다간, 다른 사람들이 엄청 화낼 테니까. 오늘 밤 집회에서 말할 거야. 그 자리에 참석해 줘.” (67쪽)



  그리는 만화마다 아픈 사람이 으레 튀어나오는 오시미 슈조 님인데, 《해피니스 7》(오시미 슈조/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20)을 보면서 이렇게 아픈 사람을 새삼스레 무더기로 만나는구나 싶고, 이 아픈 사람들은 왜 스스로 사랑하는 길로 못 갈까 아리송하기도 합니다.


  절집에 가 본들 절집에서 하느님을 못 찾습니다. 거룩책을 편들 거룩책에서 하느님을 못 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다 다른 숨결인 하느님인 터라, ‘나한테서 스스로 하느님을 찾지 않’으면 언제 어디에서나 하느님을 못 보기 마련이에요.


  우리가 아프다면 스스로 튼튼하게 마음이며 몸을 돌보지 않은 탓이에요. 우리가 튼튼하다면 스스로 마음이며 몸을 사랑으로 보듬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슬프다면 스스로 슬픈 길을 걸은 탓이요, 우리가 기쁘다면 스스로 기쁜 노래로 피어나기 때문입니다.



“저, 저기 뭐 하나 여쭤 봐도 될까요?” “뭔데?” “고, 고쇼 유키코 씨는, 아직도 신과 대화하고 계신가요? 벌써 5일이 지났는데요!” (121쪽)



  종교 무리는 종교 무리입니다. 정치 무리는 정치 무리입니다. 그저 무리입니다. 무리를 지어서 참나(참된 나)하고 등돌리도록 몰아세우지요. 우리는 어느 종교를 따라야 하지 않아요. 우리는 어느 정치에 기댈 까닭이 없어요. 오직 우리 마음에서 가만히 샘솟으면서 나비처럼 피어나는 꽃송이 같은 사랑을 바라볼 노릇입니다. 저 정치꾼이 잘하느냐 이 정치꾼이 못하느냐를 가를 노릇이 아닌, 우리 살림길을 스스로 바라보고 아끼면서 즐거이 춤추면서 하루를 맞이할 노릇입니다.


  대통령 지지율이나 정당 지지율이란 얼마나 덧없을까요. 지지율 눈속임이란 얼마나 부질없을까요. 저쪽을 믿거나 따르는 이하고 이쪽을 믿거나 따르는 이는 매한가지예요. ‘나’ 아닌 ‘남’을 바라보면서 믿느라 막상 우리 보금자리를 놓쳐요. ‘남’ 아닌 ‘나’를 바라보면서 사랑할 적에 우리는 스스로 가멸차면서 흐드러진 살림꽃으로 나아갑니다.



“불쌍해라. 그렇게 10년 동안 무시당하고 있었던 거예요? 꼴좋다. 개자식.” (133쪽)



  이웃을 괴롭히는 사람이란, 바로 스스로 괴롭히는 꼴입니다. 이웃한테 손가락질하는 사람이란, 바로 스스로 손가락질하는 셈입니다. 이웃을 억누르거나 휘두르는 사람이란, 바로 스스로 삶을 잊거나 잃으면서 헤매는 판입니다.


  깎고 싶다면 능금을 깎으셔요. 깎고 싶으면 모과를 석둑석둑 썰어서 달콤가루에 재우셔요. 깎고 싶다면 무를 깎으셔요. 깎고 싶으면 감자를 굵직굵직 썰어서 감자국이나 카레를 끓여요.


  남을 찌르려고 있는 칼이 아닙니다. 부엌에서 살림을 지으려고 있는 칼입니다. 남을 깎으려고 휘두를 붓이 아닙니다. 우리가 손수 지은 하루를 새롭게 바라보면서 즐겁게 아로새기려는 붓입니다.



“당장, 서두르지 않으면 죽을지도 몰라. 사쿠라네는, 너희 교주는, 예전에 고쇼 씨를 죽이려 했어.” “뭐?” “그 녀석은 사람을 몇이나 죽였다고. 모르고 있었어? 서두르지 않으면. 가르쳐 줘. 고쇼 씨는 어디 있지?” (154∼155쪽)



  누구보다 튼튼한 사람이 아프더군요. 누구보다 아프던 사람이 튼튼하더군요. 겉이랑 속은 같더군요. 속을 숨길 만한 겉옷은 없더군요. 《해피니스》는 섣불리 어린이한테 보여주기는 어렵습니다. 푸름이한테 쉬 보여주기 어렵다고도 할 만합니다. 적어도 스무 살은 되어야 이 만화를 펼 만하지 싶은데, 만화에 흐르는 사나운 몸짓 때문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철드는 나이인 스물’에 이르러 ‘아픔하고 깎음질하고 사랑하고 손길’이라는 네 갈래를 찬찬히 돌아보면 좋겠어요.


  나를 사랑할 사람이란 바로 나이듯, 나를 깎아내릴 사람도 바로 나입니다. 어떻게 하겠나요? 나를 스스로 사랑하겠습니까? 아니면, 나를 스스로 깎겠습니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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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할아버지 5
네코마키 지음, 오경화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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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젊은이가 바라보는 길



《고양이와 할아버지 5》

 네코마키

 오경화 옮김

 미우

 2019.5.31.



  돌개바람이 불기 앞서 농약드론에 능약헬기를 띄우는 소리로 시끄러웠습니다. 돌개바람이 지나가고서 다시금 농약드론에 농약헬기를 날리는 소리로 귀가 따갑습니다. 이제 웬만한 시골에서는 손수 농약을 치기가 어려울 만큼 할매 할배가 나이가 들었습니다. 농협에 돈을 주고서 농약드론하고 농약헬기를 쓰곤 합니다.



“타마야, 비 오기 전에 성묘 다녀올까?” (18쪽)



  농협은 무인헬기하고 드론으로 농약을 뿌리는 길을 닦으면서 돈을 법니다. 어쩌면 농약헬기랑 농약드론을 다루는 ‘젊은이 일거리’를 늘리는 셈일는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생각해 보기로 해요. 농약을 뿌리는 무인헬기하고 드론을 다루는 일거리를 늘리면 시골살이가 즐거울까요? 이러한 일거리를 맡도록 젊은이를 시골로 끌어들이면 아름다울까요?



“아휴, 귀여워라. 이리 온. 이리 온.” “키득키득. 고양이한테 말 걸었는데 얘가 도망갔어.” (31쪽)



  나라하고 지자체에서는 젊은이가 시골에 갈 수 있도록 여러모로 돈을 쓴다고 합니다만,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웬만한 시골마다 비슷한데, 시골로 가려는 젊은이는 드뭅니다. 일거리가 없기에 시골로 안 간다고도 하고, 시골살이를 몰라서 안 가기도 하고, 어두운 밤이나 조용한 낮이 두렵다고도 하고, 풀꽃나무를 하나도 모른다고도 합니다. 《고양이와 할아버지 5》(네코마키/오경화 옮김, 미우, 2019)을 펴면, 조그마한 섬마을에 새롭게 깃드는 젊은이 이야기가 흐릅니다. 처음에는 섬마을 할아버지하고 고양이 이야기였다가 차츰 ‘섬마을을 사랑하려는 젊은이’ 쪽으로 줄거리가 바뀝니다.



“그 반지, 어디서 났어?” “남편이 준 선물이야.” “어머, 부럽네. 어디서 샀어?” “어제 긴자 간 김에 사다 줬어.” “긴자? 그것, 긴자에서 산 거야? 얼마 줬어?” “그건 좀∼, 밝힐 만한 게 못 돼서.” “되게 비싸구나?” (93쪽)



  만화책 이야기는 그저 만화책에나 있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우리 삶에서 흐르는 이야기를 만화로도 옮길 수 있고요. 어느 쪽이든 좋습니다. 섬마을이건 시골이건 멧골이건 숲이건, 젊은이가 서울이며 큰고장을 스스로 떠나 고즈넉하면서 아기자기하고 푸르게 너울거리는 바람을 맞아들이는 길을 간다면 반갑지요.


  흔히들 말하기를, 돈을 벌려면 서울에 가야 한다지요. 그런데 있잖아요, 서울에서는 돈벌이가 많겠지만, 그만큼 돈쓸거리도 많아요. 많이 벌수록 많이 써야 하는 얼거리가 서울입니다. 시골이라면 돈벌거리가 적다고 하지만, 돈쓸거리도 적어요. 많이 벌어 많이 쓰도록 돌리는 서울이라면, 적게 벌어 적게 쓰도록 흐르는 시골입니다. 시골에서는 때때로 안 벌고 안 써도 느긋하게 살림할 만해요.


  이 대목을 함께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구태여 벌어야 할까요? 굳이 회사원이나 공장노동자가 되어야 하나요? 애써 초중고등학교랑 대학교랑 대학원이랑 유학을 거쳐야 하는지요?


  삶을 배우고 살림을 익히면 즐겁지 않을까요? 사랑을 나누고 슬기를 펴면 아름답지 않을까요? 새롭게 피어나는 마음이 되어 하루를 싱그러이 누릴 적에 이 땅에 태어나서 살아가는 보람을 맛보지 않을까요?



“아뇨. 전 이미 이 섬의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다만, 교수님께 은혜를 갚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봄까지는 교수님 밑에서 일하려구요. 그리고 봄에 정식 의사가 되어 여기로 돌아와, 여러분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요.” (110쪽)



  때맞춰 농약을 뿌리는 길을 펴야 농협이나 농림부 노릇이 될는지 궁금합니다. 이제는 농약이 없이, 또 비닐이 없이, 또 농기계가 없이, 또 돈을 들이는 일이 없이, 누구나 스스로 조촐히 흙살림을 이루는 길을 헤아려서 함께할 적에 참다운 농협이나 농림부 노릇이 아닐는지 궁금합니다.


  사람이 손도 안 대고 기계로 척척 유리온실에서 물로 푸성귀를 뽑아내는 ‘스마트팜’이 아니라, 사람이 날마다 방긋방긋 웃고 노래하는 손길로 보드라이 풀꽃나무를 어루만지면서 하루를 짓는 ‘숲살림’으로 나아가기를 빕니다.



“젊었을 땐 본섬에 물고기 팔러 나갔는데, 이젠 그 반대가 됐네. 그야말로 우리 어머니 시대엔 이고 지고 기차도 타고, 리어카도 끌고 다니며 이만저만 고생이 아니었는데, 이렇게 와주니 얼마나 좋아. 고마워. 꿈의 자동차야.” (129쪽)



  꿈이란 무엇일까요? 꿈은 누가 꿀까요? 젊은이는 무엇을 꿈꾸면서 스스로 피어날 만할까요? 나이든 사람은 어떤 꿈으로 삶을 마감하는 보람으로 걸어갈 적에 홀가분하게 꽃 한 송이가 될까요?


  이제는 ‘밑살림돈(기본소득)’ 이야기가 차츰 불거지고 무르익는데, 이 밑살림돈을 시골부터 하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복지 저런 지원사업이란 이름을 싹 걷어내고서, 누구나 시골에 몸을 깃들어 살림한다고 할 적에 ‘시골 밑살림돈’을 주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주 쉬워요. 시골 어르신이 다달이 50만 원씩 ‘시골 밑살림돈’을 받으신다면 굳이 농약이나 비닐을 쳐야 할 까닭이 없을 만합니다. 농약이나 비닐을 안 쓰고서 거둔 ‘조금 못생겨 보이거나 조금 작아 보이는’ 푸성귀하고 열매를 서울이웃이 스스럼없이 장만하는 길을 연다면, 참말로 시골 어르신이 농협에 돈을 주고서 농약드론하고 농약헬기를 띄울 까닭이 없습니다.


  더 생각해 보지요. 농약드론하고 농약헬기가 춤추느라 멧새가 죽고 벌나비가 죽으며 풀벌레에 개구리까지 몽땅 죽어서 ‘고요한 땅(레이첼 카슨이 쓴 《침묵의 봄》 같은 땅)’이 되는 시골에 찾아와서 아이를 낳으려는 젊은이란 없습니다. 아이들이 맨발로 뛰놀다 넘어져도 무릎이 안 깨지는 너른 들이며 풀밭이며 숲이 있을 적에 비로소 젊은이가 시골로 찾아와서 아이를 낳겠지요. 그리고 ‘시골 밑살림돈’이란 이름 하나로 다달이 50만 원을 주면 되어요. 이런 육아지원금 저런 자녀양육비란 이름은 다 부질없습니다. 유치원하고 학교에 갖다 바치는 돈이 아닌, 수수하게 시골살이를 하는 젊은이가 조용하면서 차분하고도 조촐하게 스스로 살림을 짓는 길을 조금씩 이바지하면 됩니다.



“이 섬을 사랑해 주는 젊은이들이 늘어난다는 건 고마운 일이지.” “암, 그렇고 말고.” (173쪽)



  한 걸음 두 걸음 이어가는 만화책 《고양이와 할아버지》는 뭐 대단하다 싶은 줄거리를 안 다룹니다. 그저 고양이 이야기에, 그냥 할아버지 이야기에, 고만고만한 섬 이야기에, 어디에나 있는 마을 이야기에, 흔하고 너른 삶 이야기를 짚습니다. 삶이 있기에 꿈을 품고, 꿈을 품기에 사랑을 길어올리며, 사랑을 길어올리기에 보금자리를 가꿉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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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도서관


사전 짓는 책숲 2020.9.7. 《책숲마실》을 내며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저는 달을 안 보고 삽니다. 큰고장에서 살 적에는 으레 달을 보았는데, 별이 안 보이니 달을 보기도 했으나, 밤에 가장 크게 빛난다고 여겨 달을 봤어요. 2011년부터 전남 고흥에서 살며 더는 달을 안 보고 별을 봅니다. 마당에 서서 고개를 들지 않아도 멧자락 둘레로 별이 출렁여요. 고개를 살짝 들면 알록달록하게 빛나며 춤추는 별(아마 UFO일 테지요)이 곳곳에 있습니다. 고개를 꺾어 올려다보면 반짝이는 찔레꽃이나 딸기꽃을 흩뿌린 듯이 미리내가 초롱초롱해요. 맨눈으로 밤마다 미리내를 만나니까 달을 볼 까닭이 없어요.


  2015년까지는 나라 곳곳 헌책집을 두루 다녔습니다. 그즈음까지는 헌책집이 아니고서는 ‘다 다른 숨결이 흐르는 그 고장 이야기책’을 만날 자리가 없다시피 했어요. 2016년으로 접어들 무렵부터 마을책집(독립책방·독립서점)을 하나둘 찾아갑니다. 바야흐로 마을책집이 새롭게 책빛을 밝혀서 나누는 몫을 다부지게 하거든요.


  책집이야 예닐곱 살 무렵부터 심부름으로 다녔을 테지만, 저 스스로 제대로 책에 눈을 뜨면서 책집마실을 다닌 때라면 1991년부터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이던 이때에 ‘책다운 책’을 볼 곳이 인천에는 없다시피 했어요. 구마다 하나씩 있는 공공도서관은 책이 너무 적고 낡았으며 관공서 홍보물하고 베스트셀러 소설책 빼고는 얼마 없더군요. 동무하고 이 도서관 저 도서관을 돌며 으레 그 마을(구)에 있는 책집에 찾아갔습니다. 인천 주안이나 부평에 있던 책집을 자주 드나들었어요. 이러다 1992년에 인천 배다리 헌책집을 만났고, 이 헌책집을 다니던 무렵부터 ‘헌책집(마을책집)을 둘레에 알리는 글’을 썼습니다.


  참고서랑 문제집이 아닌 ‘그저 책’을 만나려고 다닌 서른 해인데, 그 서른 해 동안 만난 책집이 즈믄(1000)을 넘어요. 즈믄 곳이 넘는 책집을 다닌 이야기를 미처 다 쓰지 못했습니다만, 또 잊어버린 책집도 수두룩합니다만, 2011년부터 2020년 유월까지 다닌 책집 가운데 140곳 이야기를 추려서 《책숲마실》이란 이름으로 여미었습니다.


  우리가 책을 더 많이 읽기보다는 저마다 다른 마을빛을 가꾸는 작은책집에 천천히 녹아들듯 마실을 하면서 우리 마음을 스스로 살찌우는 아름다운 책을 만나면 좋겠습니다. 마을에서 즐겁게 장만해서 기쁘게 읽는 책을 두 손으로 받아들일 적에는 ‘책을 지은 이웃(작가와 출판사)’하고 ‘책을 나누는 이웃(책집지기)’을 마음으로 사귀면서 어우러지는 길을 새롭게 열리라 생각해요.


  책을, 숲을, 마을을,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 푸른별을 책 하나에서 싱그러이 읽고 사랑으로 품기를 바라는 뜻으로 《책숲마실》을 선보입니다.


  기쁘게 장만해서 즐겁게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책을 장만하신 분이 저한테 찾아오신다면 기꺼이 그 책에 ‘넉줄글꽃’을 적어 드릴게요.


  ‘숲노래 책숲(도서관)’ 이웃님한테는 “책숲마실 그림엽서”를 보냅니다. 열세 살 사름벼리 어린이가 그려 주었어요. 틈이 나는 대로 여러 마을책집에 “책숲마실 그림엽서”를 띄우려고 합니다. 혼자 온갖 일을 맡기에 바로바로 못 띄우곤 해요. 집살림을 추스르다가, 아이들하고 놀다가,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워 들마실이며 숲마실이며 바다마실을 다니다가, 새로 쓰는 사전을 신나게 엮다가 기운이 다 빠져 드러눕다가, 마을 샘터에 낀 물이끼를 치우다가, 빨래를 해서 널고 말리고 개다가 …… 아무튼 부산한 나날입니다.


  요즈막에 나라에서 ‘2차 재난지원금’을 준다고 하지요. 저희는 ‘차상위계층’인데, 차상위계층이라 해서 따로 다달이 뭘 받은 일이 없습니다. 어쩌면 우리 집만 못 받았는지 몰라요. 복지라는 손길이 제대로 닿는 곳도 있을 테지만, 이름만 붙여 준 빈껍데기로 지내는 곳도 꽤 있다고 느낍니다. 우리가 스스로 가난살림이어야 이웃살림을 제대로 헤아린다고는 보지 않아요. 다만, 가난살림을 겪지 않고서 벼슬아치나 정치일꾼이나 글쟁이 노릇을 한다면, 이들 머리나 손발이나 입에서 흐르는 이야기나 길이 슬기롭거나 올바르거나 사랑스럽지는 않구나 싶습니다.


  힘없고 이름없고 돈없는 집안 사내는 비무장지대 육군으로 끌려가기 마련입니다. 힘있고 이름있고 돈있는 집안에서는 그들한테 있는 것으로 군대도 뭣도 다 빼돌리거나 비켜 가겠지요. 그러나 가난살림 아들로서 비무장지대 육군을 겪었기에 여느 숱한 이웃 마음을 헤아리는 길이 되더군요. 무엇보다도 이런 군대를 없애고 아름나라를 이룰 때까지는 나라가 온통 다툼판으로 쪼개지겠구나 싶습니다. 《책숲마실》이 뭇이웃님한테 사랑스러운 이야기책으로 스며들면 좋겠습니다. 책 하나로 마음꽃을 가꾸는 징검다리가 되기를 빌면서 꾸벅 절을 합니다. ㅅㄴㄹ





* 새로운 한국말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한국말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알라딘에서]

 http://blog.aladin.co.kr/hbooks/578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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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굳이 늘 밥만 먹어야 하지 않더라. 혼자 살 적에는 늘 밥을 먹어야 한다고 여겼는데, 요새는 쌀밥 아닌 풀만 먹기도, 물만 마시기도, 아무것도 안 먹기도, 또 아이들이 손수 반죽해서 구운 빵을 먹기도, 또 바람을 마시기도, 햇볕만 쪼이기도, 이러다가 국수를 삶아먹기도, 아이들이 노래하는 소리를 받아들이기도, …… 언제라도 홀가분하면서 즐거이 맞아들이면 넉넉하네 싶다. 2020.9.9.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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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삶이 너를 속인다면, 너는 삶을 사랑해 봐.” 하고 말해 보고 싶다. 아니, 늘 이렇게 말한다. “삶이 나를 속였으면, 나는 삶을 새롭게 사랑하자.” 하고 새삼스레 말한다. 기꺼이 사랑할게. 1996.9.5.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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