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9.7.


《이 세상 최고의 딸기》

 하야시 기린 글·소노 나오코 그림/고향옥 옮김, 길벗스쿨, 2019.3.8.



올해에는 비가 그야말로 쉬지 않고 내렸다. 며칠 쉴라치면 다시 내리고, 이내 조금 숨을 돌린다 싶으면 어느새 다시 내렸지. 이런 빗줄기는 가을에도 멈추지 않는다. 더구나 올가을에는 돌개바람까지 훑었다. 비는 왜 올까? 돌개바람은 무슨 몫을 할까? 기상청이나 나라에서는 이 대목을 생각조차 않는다. 큰고장이든 시골이든 농협이든 이 까닭을 살피지 않는다. 생각해 보라. ‘비는 사람을 괴롭히려고 오지 않는’다. ‘비는 사람을 비롯해서 풀꽃나무랑 뭇짐승을 살찌우려고 온’다. 이런 비가 올해 벼락처럼 쏟아진다. 왜 그럴까? 이 흐름을 생각한다면 철든 벼슬아치에 나라지기요, 이 얼개를 안 생각한다면 그저 힘꾼·이름꾼·돈꾼이다. 《이 세상 최고의 딸기》는 딸기라는 열매를 처음 만난 북극곰이 딸기를 해마다 어떻게 맞아들이는가를 가만히 보여준다. 글쓴이나 그린이가 조금 더 생각을 담지 못했구나 싶으면서도, 얼마쯤은 들빛을 들려주려 했구나 싶다. 왜 그런가 하면, 이 그림책에 나오는 딸기는 ‘밭딸기’이다. 밭딸기는 비닐집에서 키운다. 철없는 열매이지. 더구나 북극에 보내는 밭딸기를 담는 꾸러미는 가게에 내놓는 그 꾸러미네. 가장 맛난 딸기는 비·바람·해를 먹은 들딸기랑 멧딸기이다. 지은이는 ‘철든’ 딸기를 모르는구나.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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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이라기 님은 자신을 찾고 있다 1
니시모리 히로유키 지음,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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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만화책시렁 311


《히이라기 님은 자신을 찾고 있다 1》

 니시모리 히로유키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7.9.25.



  혼자서 다 해낸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이는 무엇을 혼자 다 해낼까요? 싱그러운 바람을 일으키는 숲을, 숲을 이루는 나무를, 나무를 둘러싼 풀을, 풀하고 어우러지는 풀벌레하고 벌나비를, 이 곁에 있는 새를, 새랑 나란한 숲짐승을, 숲짐승이 터를 잡는 이 땅을, 이 땅을 포근히 감싸는 바다를, 바다를 아우르는 하늘을, 하늘을 담은 이 별을, 이 별을 어우르는 별누리를 그이 혼자 다 해냈을까요? 이 얼거리를 헤아린다면 고요하면서 차분한 눈빛이 되고, 사랑스러우면서 즐거운 넋이 되어, 언제나 새롭게 피어나는 꽃으로 오늘을 살아갑니다. 《히이라기 님은 자신을 찾고 있다 1》를 읽으면서 참한 사람길을 떠올립니다. 아이가 곁에 있기에 어버이요, 어버이랑 사랑으로 살림을 노래하니 아이입니다. 함께 일하는 일동무가 있고, 어깨를 나란히하는 이웃이 있어요. 이 흐름을 읽고서 사람을 비롯한 뭇숨결하고 마음을 맞출 줄 안다면, 우리는 슬기로운 자리에 설 테고, 비로소 사람이란 이름이 어울리겠지요. ‘나’를 잊은 아이가 찾으려고 하는 ‘나’는 먼발치에 있지 않아요. 다만 한동안 나를 잊고서 ‘내가 잊은 나’라는 다른 삶을 누려 보아도 재미있어요. 이 삶길을 가만히 지나가노라면 머잖아 참나를 만나겠지요. ㅅㄴㄹ



“너, 앞으로 어떻게 될지 불안하지 않아?” “아하하, 내가 왜?” (98쪽)


“사내가 돈 몇 푼에 세상이 떠나가라 울어대니, 애송이가 아니면 무엇이냐.” (149쪽)


“사내에게,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긍지니라. 자신을 배신하지 마라. 사람은 긍지를 가진 자에게만 마음이 움직이며, 긍지를 위해 목숨을 거는 법이다. 허나 지금 그대의 모습을 가족들은 어찌 생각하겠느냐?” (1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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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은 사춘기 2
미나세 루루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숲노래 만화책

만화책시렁 310


《집주인은 사춘기! 2》

 미나세 루루우

 장지연 옮김

 대원씨아이

 2016.6.30.



  집안일 한 가지는 ‘한 가지’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집안일을 늘 스스로 해본다면 알 테지요. 먹고 입고 자는 살림을 둘러싸고서 하루 내내 숱한 일거리가 갈마들어요. 하루라도 게을리하거나 미루면 그만큼 쌓이지요. 우리가 어릴 적부터 집안일을 어버이하고 함께 해보지 않는다면 나중에 푸름이를 살고 젊은이로 보내더라도 살림을 슬기롭게 못 여밀 뿐 아니라 남한테 미루거나 집밖에서 맴돌곤 합니다. 가시버시로 짝을 이룬 다음에는 으레 가시내한테 집안일을 미룬다든지 엉성하게 ‘집일 가르기’를 하지요. 아주 엉터리 같은 ‘집일 가르기’로는 ‘한쪽이 밥하기, 다른쪽이 설거지’라든지 ‘한쪽이 빨래하기, 다른쪽이 옷개기’인데요, 이래서야 집일을 알 턱이 없어요. ‘오늘은 내가 밥하기, 너는 빨래하기’랑 ‘오늘은 내가 빨래하기, 너는 밥하기’처럼 ‘일거리를 통째로 맡아’으며 날마다 갈마들 적에 비로소 ‘집일 가르기’라 할 만합니다. 《집주인은 사춘기! 2》을 보면 이제 열네 살에 접어든 모둠집지기가 얼마나 똑부러지게 집일이며 학교이며 건사하는가를 네칸그림으로 보여줍니다. 열네 살에 어떻게 그리 잘하느냐고 여길 까닭이 없습니다. 먼먼 옛날부터 누구나 이러했으니까요. 오늘 우리는 집을 등돌렸을 뿐입니다. ㅅㄴㄹ



“어제 전단지 따윌 들여다봐도 아무 의미도 없잖아.” “실은 오늘 것도 있는데, 지금 보면 수업에 집중을 못 할 것 같아서.” (13쪽)

‘할머니 서랍장에 저거랑 비슷한 기모노가 잔뜩 들어 있었는데. 0이 줄줄이 ……. 거, 겁나니까 그만 생각하자!’ (74쪽)

“어? 따로 시험 전에 공부해?” ‘따로 공부를 안 해도 점수가 나온다는 뜻?’ (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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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도서관


사전 짓는 책숲 2020.9.10. 너는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갓 태어난 《책숲마실》을 받습니다. 한창 밥을 지을 즈음 부르릉하면서 짐차가 집 앞에 서고, 아이들이 나가서 챙깁니다. 밥을 다 지어서 차려 놓은 다음에 갓 태어난 책을 살핍니다. 사진으로 담아 볼까 생각하면서 바깥마루에 책 몇 자락을 올려놓는데 마을냥이가 문득 책 곁에 드러눕습니다. 너를 같이 찍으라는 뜻이니? 네가 새책하고 함께 나와야 한다는 셈이니? 사진 몇 자락을 찍고서 모과를 땁니다. 딴 모과는 행주로 슥슥 닦고서 칼로 석석 썹니다. 달콤가루에 재웁니다. 가을볕이 후끈후끈합니다. 빨래가 잘 마르는 날입니다. ㅅㄴㄹ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 새로운 우리말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알라딘에서]

 http://blog.aladin.co.kr/hbooks/578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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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숨쉴 틈 (2019.1.11.)

― 천안 〈허송세월〉


  참고서나 문제집이 아닌 책을 사러 처음 책집에 가던 때를 제대로 떠올리기는 어렵습니다. 아주 어릴 적에 형 심부름으로 만화책을 사러 마을에 있는 작은 책집을 다녀온 때는 대여섯 살이었을 수 있어요. 일곱 살 무렵에 형 심부름으로 만화책을 사던 일은 또렷이 떠오릅니다. 그때 그 책집이며, 책집으로 가려고 디딤길을 올라 2층 안쪽에 있는 골마루까지 걷던 일도 생생해요.


  중학생 무렵부터 시집하고 《태백산맥》을 사려고, 또 이때 갓 우리말로 옮기던 만화책 《드래곤볼》을 사려고 마을책집을 드나들었습니다. 이즈음에는 형 심부름으로 《하이틴》 같은 잡지를 샀고, 저는 《르네상스》하고 《아이큐점프》 같은 만화잡지를 샀습니다. 결이 다른 만화잡지 둘을 나란히 보았는데, 결이 달라도 줄거리나 이야기가 아름다우면 어느 만화이든 마음에 들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에 헌책집에 깃든 책시렁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처음으로 깨달은 뒤부터 이레마다 이틀씩 보충수업·자울학습을 빼먹고 헌책집으로 달려갔습니다. 말 그대로 달려갔습니다. 저녁 다섯 시 넘어서 드디어 정규수업이 끝나면 이 핑계 저 토를 붙여서 뒷수업을 빼먹으려 했고, 핑계나 토가 안 먹히면 학원에 가는 동무들 물결에 슬며시 파묻혀서 얼른 달아났지요. 고등학교가 있던 인천 용현5동에서 인천 금창동 배다리 헌책집거리까지 한숨도 안 쉬고 달렸어요.


  두 가지가 아쉬웠어요. 첫째, 버스를 타고 가면 버스삯이 아쉽고, 걸어가든 버스를 타든 달릴 적보다 느리니(버스는 여기저기 돌아서 가느라), 책집에서 10분이라도 더 책을 읽고 싶어서 한숨을 안 쉬고 달렸습니다. 아낀 버스삯으로는 책값에 보태었고, 집으로 돌아갈 버스삯까지 탈탈 털어서 책 한 자락을 더 장만하려고 하다 보니, 인천 배다리에서 인천 연수동까지 두어 시간을 걸어서 돌아갔어요. 더구나 이렇게 걸어서 돌아가는 밤길에 거리등 불빛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어느 모로는 책에 미친 사람이지만, 다르게 보면 날마다 매바심이 춤추는 입시지옥 수렁에서 빠져나와 숨쉴 구멍을 찾으려는 몸부림입니다. 어느 모로는 대학입시하고 얽힌 문제집이나 참고서를 멀리한 길이지만, 다르게 보면 삶을 슬기로 일깨우는 책을 마주하면서, 어른다운 어른은 어디에 있는지 스스로 찾으려던 길입니다.


  어제도 오늘도 사전을 쓰는 길을 갑니다. 예전에는 신문을 돌리거나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조용히 사전을 썼다면, 이제는 시골자락에서 아이들을 돌보면서 고요히 사전을 씁니다. 예전에는 서울 한복판에서 썼고, 이제는 시골 한가운데에서 써요. 마땅한 소리일 텐데, 어느 자리에서 쓰느냐에 따라, 올림말을 다루거나 바라보는 눈길이며 손길이 확 다릅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살며 말을 다룰 적에는 아무리 서울에서도 숲을 그리면서 다룬다 할는지라도 서울내음이 스며요. 시골 한가운데에서 아이들하고 어우러지면서 말을 다룰 적에는 언제나 이 삶결이 그대로 말결로 옮아갑니다. 천안에 들른 길에 〈허송세월〉을 찾아갑니다. 매바심 입시지옥이었어도 용케 책을 노래했으니 그리 덧없는 날은 아니었지 싶습니다. 즐겁게 살고 싶어요.


《you are what you read 2 늘》(2017)

《이러다 사람잡지 2》(2017)

《fingerpoint 2 needle》(CHD 메딕스, 2017)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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