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마음책꽂이 : 서울 홍제동에서 헌책집지기로 열일곱 해를 일하다가 그만두고서, 아파트 지킴이 일을 했고, 이즈막에는 박물관 지킴이로 자리를 옮긴 분이 있다. 그분이 책집지기를 그만둔 지 여러 해 지났고, 그분 아들은 여섯 살이라고 한다. 하루하루 지난다. 그분이 아버지 헌책집하고 함께 쓰던 이름을 내려놓고 그분 나름대로 새로 지은 책집 이름은 〈기억속의 서가〉이다. 그분이 이 책집 이름을 처음 지어서 사업자등록을 새로하던 날을 떠올린다. 책집지기로 해맑게 웃음지을 줄 아는 숨결이 흐르는 이름 한 줄. 문득 이 이름이 다른 말로는 무엇을 뜻하는가를 느낀다. ‘마음책꽂이’로구나. ‘마음책꽂이’라는 책집 이름이로구나. 2020년에 열세 살인 우리 집 큰아이하고 열 살인 작은아이가 “아버지, ‘기억속의 서가’가 무슨 뜻이야?” 하고 물어본다면 “응, 그 이름은 ‘마음을 담은 책꽂이’인 ‘마음책꽂이’를 가리켜.” 하고 들려주어야지. 2020.9.27.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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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정진오 지음 / 가지출판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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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책으로 삶읽기 619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인천》

 정진오

 가지

 2020.7.22.



‘인천 송도 앞바다 매립 신도시 조성’ 기공식에는 대통령이 참석했다. 비가 내렸다. 당시 사진을 보면 YS는 경호원이 우산을 뒤에서 씌어 주고 있는데 최기선 시장은 우산 없이 비를 맞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뒤로도 대통령들은 송도에서의 큼지막한 행사에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송도국제도시는 인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매우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20쪽)


2015년 인천시와 군 당국이 협의해 낮 시간에는 일반인도 문학산 정상을 드나들 수 있도록 개방했다. (26쪽)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인천》(정진오, 가지, 2020)를 읽다가 문득 책뒤를 보니, ‘전쟁의 아픔을 딛고 대한민국 산업화를 견인한 국제해양도시 인천’이란 글월이 있다. ‘국제해양도시’란 이름을 인천사람이 쓸까? 인천시장이나 인천 국회의원이 겉발림으로 내세우는 이름이지 않은가? ‘대한민국 산업화를 견인’했다는 말을 섣불리 할 만한가? 인천이란 고장은 서울이며 경기에 공산품을 흩뿌리는 공장마을로 굴러야 하면서 얼마나 오래도록 매캐한 바람에 쓰레기물에 먼지에 시달렸는데. 글쓴님은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충남대학교를 다닌 다음, 1995년부터 인천에서 기자로 일하며 인천을 바라본다고 한다. 아, 그렇구나. 1995년 앞서까지 인천이 어떤 곳인가를 겪은 적도 느낀 적도 본 적도 마주한 적도 없구나. 인천을 문학이나 영화로 엉뚱하게 그려서 돈벌이를 한 이들이 여럿 있다. 다만 이들이 그린 인천이 엉뚱하다 하더라도 ‘끼리끼리 그들잔치’인 그들 삶이었다면 뭐라 꾸지람을 하기도 나무랄 수도 없다. 골목집에서 살지 않은 그들이 인천에서 무엇을 알까. 골목놀이를 하며 자라지 않은 그들이 인천에서 무엇을 말할까. 다른 고장도 학교나 길거리에서 주먹다짐이 춤추었다지만, 인천은 2010년대가 넘어섰어도 학교에서 버젓이 체벌이란 이름으로 아이들을 몽둥이로 두들겨팼다. 똑똑하거나 돈이 있으면 하루라도 빨리 서울로 보내거나 떠나는 뜨내기 터전이 된 인천이요, 덜 똑똑하거나 돈이 없기에 인천을 못 벗어나는 이들은 조용조용 서로서로 보듬으면서 이 고장이 매캐한 먼지바람이 아닌, 부디 골목에 두루 햇살이 스미어 조금씩 나누어 누리듯, 다같이 조촐히 지낼 수 있기를 꿈꾸었다고 느낀다. 이 나라 어디를 가 보더라도 인천처럼 골목길이며 골목마을이 드넓은 데가 없다. 어쩔 길 없지만, 워낙 숱하게 많던 공장이라, 그 공장 일꾼이 골목마을을 이루며 살았고, 이 일꾼은 하나둘 ‘서울 회사원살이’를 하는 길로 바뀌거나 새로 생겼다. ‘지옥철’이란 말은 인천에서 서울로 일하러 다닌 사람들이 타던 ‘국철(지하철이 아닌 국철이다)’을 일컫는다. 지옥철을 탄 적이 없는 채 인천을 함부로 ‘국제해양도시’란 이름으로 말해도 좋을까? 글쓴님이 적은 ‘막걸리와 헌책방의 상관관계’ 같은 꼭지를 읽으니, 배다리 책골목으로 책을 즐겁게 사러 자주 드나들지 않았구나 싶다.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인천》이라는 책이름에 걸맞으려면 ‘마실벗이 인천이라는 고장에 있는 책골목에서 어떤 책을 만나고 어떤 이야기를 길어올릴 만한가’를 짚어야 하지 않을까? ‘이규보·김구·조봉암·김은호·황영준·배인철·이민창·이동휘·계봉우’ 같은 이름을 들출 수도 있겠지. 그런 이름도 제법 있으니. 그런데 ‘현덕·한하운·함세덕·박두성·그림할머니 박정희·고유섭’ 같은 이름은 건드리지도 못하는구나. 동일방직이라든지, 《어느 돌멩이의 외침》을 쓴 유동우, 《민주깡통을 아십니까》를 쓴 이은영 같은 이름은 아마 아예 모를는지 모르겠다. 글쓴님은 1995년부터 인천에서 기자로 일했으니, 인천사람이라면 가슴이 싸한 이름인 ‘삼미 슈퍼스타즈·청보 핀토스·태평양 돌핀스’에 얽힌 눈물은 한 줄로조차 못 담으리라. 축구장으로 망가져 버린 ‘우리나라 첫 야구장’인 도원야구장(또는 숭의야구장)을 드나든 일은 있을까? 제철소 옆에서 쇳가루를 마셔 본 적이나, 유리공장 곁에서 유릿가루를 마셔 본 적 있을까? 고속도로 어귀나 둘레에서 매캐한 먼지를 마셔 본 적 있을까? 고속도로 때문에 둘로 갈린 한 마을하고 얽힌 생채기를 생각한 적 있을까? ‘선인재단’이란 이름으로 끔찍하도록 인천사람을 괴롭히고 등골을 빼먹으며 거리거리에 주먹잡이(깡패)가 춤추도록 한 백인엽·백선엽 두 놈팡이를 알 턱도 없겠지. 이런 여러 가지가 스민 인천이지만, 한글 점글을 독립운동하는 마음으로 지은 박두성 님이라든지, 아버지 박두성을 도우며 점글로 책을 찍고, 유치원을 돌보았고, 아이들을 모두 키워내고서 예순 넘은 나이부터 붓을 잡고 물빛그림(수채화) 살림꽃을 피운 박정희 님 같은 손길이 바로 인천을 이야기하는 ‘인문’이라고 느낀다. 인문이란 책이나 신문에 적힌 일본 한자말스러운 어렵고 딱딱한 말씨로 갈무리하는 논문이 아닌, 마을사람이 마을살림을 사랑으로 가꾸면서 지핀 이야기꽃일 테니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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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의 깊이 - 강요배 예술 산문
강요배 지음 / 돌베개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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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책으로 삶읽기 620


《풍경의 깊이》

 강요배

 돌베개

 2020.9.11.



가슴 한복판에 변치 않는 그 무엇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그 똬리에서 울리는 소리를 따라 방황해 온 궤적의 흔적이 바로 내 그림들이다. (12쪽)


오늘의 삶은 더욱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흘러간다. 예각화된 자극이 도처에 넘쳐나고 무한대의 정보가 교차하고 명멸한다. 우리네 삶을 외부로부터 규정한 거대한 계획들이 쉼없이 세워지고 집행된다. (24쪽)


고난의 땅을 온 육신으로 일구어 흙과 하나된 저 제주의 할머니, 저분이 스러지면 누가 이 대지를 어루만질 것인가? (34쪽)



《풍경의 깊이》(강요배, 돌베개, 2020)를 읽었다. 강요배 님 그림은 어린이책 샛그림으로 처음 만났고, 길거리에서 으레 보았으며,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으로 일하던 무렵 둘레에서 여러 그림을 보여주었다. 모든 글은 삶에서 비롯하듯, 모든 그림도 삶에서 비롯한다. 잘 쓴 글이 없듯 잘 그린 그림은 없다. 삶을 어떻게 담아내려는 눈길인가 하는 대목만 다르다. 스스로 어떻게 살며 어떻게 바라보느냐 하는 이야기가 글·그림에 녹아든다. 강요배 님 그림을 서른 해 즈음 보았는데, 늘 한켠이 쓸쓸하다. 그저 사랑하기보다는 으레 이 목소리가 불거져야 한다는 생각이 그림에 흐르니 쓸쓸하다. 제주 할머니는 제주 흙하고만 하나될까? 제주 풀꽃나무에 제주 하늘에 제주 바람하늘에 제주 물결에 제주 풀벌레랑 새하고 하나된 길이지 않을까? 할머니가 어루만지는 ‘흙’이듯, 이 흙을 이룬 데는 ‘땅’이다. ‘大地’가 아니다. 붓끝에서 힘을 녹이거나 풀어내면서 맨손으로 아이들 소꿉놀이처럼 풀꽃나무하고 흙알갱이를 더 신나게 쓰다듬으면 좋겠다. 글에도 흙내음 풀내음 바람내음 바다내음 풀벌레 노랫가락 내음을 담아낼 수 있기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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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도서관


사전 짓는 책숲 2020.9.25. 노래하는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반딧불이를 책으로 가르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책으로는 반딧불이 온살이를 담지 못합니다. 책에서는 간추려 담습니다. 반딧불이가 알을 낳고 깨어나고 자라고 물밖을 그리면서 거듭난 끝에 꽁지에 불빛을 달고서 밤하늘을 가르다가 풀숲에 내려앉아 사그랑사그랑 사랑노래로 동무를 만는 길을 집이며 마을이며 숲에서 지켜보는 터전이 아니라면 겉훑기로 그쳐요. 오늘날 삶터를 돌아보면, 웬만한 배움길은 책하고 학교하고 강의로 나눕니다. 몸으로 겪거나 해보거나 마주하는 살림으로 맞아들이는 배움길은 드물어요. 시험을 치러 대학교에 들어가고, 시험으로 벼슬아치를 뽑는데요, 종이를 내밀어 문제풀이를 하는 시험으로는 온살이를 얼마나 헤아리거나 바라볼 만할까요? 어제그제 이틀은 몇 해 만에 고흥 보금자리에서 반딧불이를 만납니다. 왜 몇 해 동안 반딧불이가 자취를 감추다가 올해에 반짝반짝 밤하늘을 나는가 하고 돌아보는데, 지난 몇 해는 온마을이 농약투성이였어요. 올해에는 장마가 길어 다들 농약을 거의 못 뿌렸고, 그나마 비가 안 온다 싶어 농약을 뿌리시면 바로 그날이든 이튿날이든 벼락비가 쏟아지며 농약을 말끔히 씻어 주었습니다. 아무래도 올해 잦은 벼락비는 하늘뿐 아니라 땅도 씻었네 싶고, 반딧불이를 비롯한 숱한 풀벌레가 잘 살아남거나 깨어났으며, 이 때문에 제비가 지난 예닐곱 해하고 대면 부쩍 늘어난 고흥입니다. 우리가 노래하는 생각이요 살림이라면, 우리 둘레에는 푸르게 물결쳐요. 농약을 노래하며 뿌리는 사람은 못 봤어요. 다들 입을 꾹 다물고 입가리개를 하지요. 낫질 호미질이라면, 또 아이들하고 부대끼며 소꿉놀이를 짓는 길이라면 언제나 노래하는 하루가 되지 싶습니다. 2020년 올해는 바야흐로 우리가 송두리째 갈아엎고서 깨어나는 새로운 첫걸음이 되면 좋겠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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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전쟁 - 한국전쟁과 전염병 그리고 동아시아 냉전 위생 지도
이임하 지음 / 철수와영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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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인문책시렁 138


《전염병 전쟁》

 이임하

 철수와영희

 2020.6.10.



지금까지 국민방위군 사망자는 대개 얼어죽거나 굶어죽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상당수의 국민방위군이 전염병인 발진티푸스로 사망한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14쪽)


위생은 경찰의 강압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하며 한 사람의 마음이 아닌 시민 또는 국민의 모든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20쪽)


국민방위군으로 동원된 청장년들은 모두 교육대에 도착하면 군복을 배급받으리라 예상했다. 그 때문에 여분의 옷을 챙기지 않았다. 그리고 이동할 때나 교육대에서도 그들은 작은 공간에서 20∼30명씩 함께 지냈다. (91쪽)


미국에서 가장 문제가 된 지점은 바로 DDT의 항공살포였다. 하늘에서 하얀 가루 비가 내렸던 항공살포였다. 그리고 생태계를 변화시켰던 것도 항공살포였다. (144쪽)


1780년 이후부터 의사들이 작성하는 조사서에는 서민은 청결하지 못한 반면 안락한 삶을 영위하는 부르주아는 상대적으로 청결하다는 이분법이 점점 더 강조되었다. (257쪽)


엄청난 화학적 공격에도 견뎌내는 것뿐만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심지어 번성할 수 있었다. 사실, 굴복했다기보다 학질(말라리아) 모기들은 한때 강력했던 화학물질에 대한 저항력을 발달시켰고, 엄청난 양의 번식을 계속했고, 인간들에게 질병을 퍼트렸다. (325쪽)


공포심은 지금까지 지켜온 가치를 한순간에 무너뜨린다. 공포심의 조장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공포심은 곧 공격성을 드러내고 공격은 항상 약한 대상을 향한다. (333쪽)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갑니다. 미워하는 사람은 미움으로 살아가요. 두려워하는 사람은 두려운 눈빛으로 살고, 꺼리는 사람은 꺼리는 몸짓으로 삽니다. 노래하는 사람이기에 노래하는 살림입니다. 놀이하는 사람이라서 놀이하는 살림이지요.


  사랑살림에는 미움도 두려움도 없어요. 미움살림에는 미움이 있을 뿐, 사랑이 없어요. 노래살림에는 노래가 바탕이면서 사랑하고 놀이가 찾아들 만합니다. 꺼림살림에는 사랑이며 노래이며 놀이를 꺼리기 일쑤이면서 자꾸자꾸 미움이나 두려움을 끌어들여요.


  돌림앓이판이 또아리를 틀 뿐 아니라 뿌리를 내리는 2020년 한복판에 태어난 《전염병 전쟁》(이임하, 철수와영희, 2020)입니다. 오늘 우리는 돌림앓이판이 되면서 사랑도 노래도 놀이도 아닌, 미움이며 두려움이며 꺼림이라는 길로 자꾸 치달으려 합니다.


  둘레를 봐요. 아픈이를 돌보거나 아끼려는 눈빛이란 어디에도 없습니다. 아픈이를 미워하거나 손가락질하거나 나무라거나 꺼리거나 두려워합니다. 아프지 않은 사람이라면 아픈이한테 ‘앞으로 한결 튼튼하게 일어서려고 몸이 바뀐단다. 이럴 적에는 느긋이 쉬렴. 풀꽃나무를 마주하는 숲에서 푸른바람하고 파란하늘을 누리면 곧 나아.’ 하고 속삭이지 않습니다. 오늘 우리는 아픈이를 외톨이로 내몰고, 모든 곳에서 가로막으면서 어떤 풀밭도 숲도 하늘도 꽃내음도 멀리하게끔 닦달합니다.


  항생제가 나타난 뒤부터 ‘항생제 중독’이란 말이 같이 불거졌습니다. 처음에는 항생제가 잘 듣는가 싶지만, 어느덧 항생제에 길들거나 버티면서 끝끝내 처음보다 사납거나 모진 판이 된다지요. 농약으로 밉벌레를 없앨 수 있을까요? 아니지요. 농약으로는 그저 우리 목숨줄을 끊을 뿐입니다. ‘약을 먹어서 낫는 삶’에 길들면 약이 없으면 못 견디는 몸이 되고, 약발이 떨어질 적에 끔찍하도록 두려운 맛을 보기 마련입니다.


  돌림앓이가 번질 적에는 왜 돌림앓이가 번지는가를 읽을 노릇입니다. 이 푸른별이 푸른별 아닌 ‘삽질별’에 ‘시멘트별’에 ‘아파트별’에 ‘싸움별’로 내몰고 말아 마침내 ‘미친별’로 치닫거든요. 예부터 우리나라뿐 아니라 어느 나라이든 마을은 서로 알맞게 떨어졌고, 집도 서로 알맞게 떨어졌습니다. 이러면서 사이에 마당이며 텃밭이며 꽃밭을 가꾸었고, 나무가 우거지도록 돌보면서 숲정이를 건사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뿐 아니라 숱한 나라를 들여다보면 큰고장은 온통 시멘트밭입니다. 찻길이 빼곡하고 자동차가 넘쳐요. 이런 판에 안 아픈 사람이 있을까요? 멀쩡하던 사람도 픽픽 쓰러질 판입니다.


  곧 죽어가려는 사람이 있기에 약도 마련해야겠습니다만, 약이 으뜸길이 될 수 없어요. 으뜸길은 숲입니다. 첫길은 풀꽃나무입니다. 이제는 아파트를 그만 지어야 하고, 앞으로는 찻길을 더 안 늘려야 합니다. 하늘나루를 줄이고, 저마다 조촐히 마을살림이며 집살림을 숲살림답게 가꾸도록 북돋울 노릇입니다. 학교는 입시지옥 아닌 배움터로 달라져야지요. 대학입시를 없애고, 고등학교를 마친 채로도 즐겁고 씩씩하게 마을일꾼이 되도록 이끄는 배움터로 거듭나야지 싶어요. 군대랑 전쟁무기가 아니라, 마을빛을 살찌우는 데에 힘을 쏟아야 할 테고요.


  다만, 이 모든 길은 푸른별 모든 나라가 같이 나아갈 노릇입니다. 남북녘도 일본도 중국도 미국도 전쟁무기를 확 줄이거나 없애면서 푸른길로 거듭나기를 빌어요. 《전염병 전쟁》은 우리나라에서 싸움판하고 얽혀 얼마나 스스로 못난 짓을 일삼았는가를 낱낱이 드러냅니다. 이 못난 짓이 사람들을 길들이거나 바보로 몰아세운 짓도 꼼꼼히 밝힙니다. 우리는 살아야 합니다. ‘우리에 갇혀 먹이만 받아먹는 고기짐승살이’가 아닌 ‘너른들에서 손수 하루를 짓는 푸른넋살이’로 가야 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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