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20


《西洋文化の支那への影響》

 張星朗 글

 實藤惠秀 옮김

 日本靑年外交協會出版部

 1941.4.20.



  헌책집 책시렁에서 처음 《西洋文化の支那への影響》을 마주할 적에는 일본사람은 참으로 재미나구나 싶고, 두루 배우려 하는구나 싶으며, 일본 말씨 ‘-의·-에의’가 이렇게 일본책이며 일본글을 거쳐 들어왔구나 싶었습니다. 서양물결이 중국에 얼마나 들어오고 퍼졌는가를 다룬 책이 1941년에 진작에 나왔다면, 우리는 이러한 물결을 얼마나 헤아렸을까요? 책을 덮을 즈음 뒷자락에서 “釜山 博文堂書店 735·2442”라 새긴 쪽종이를 봅니다. 이 책을 판 책집에서 붙인 쪽종이인데요, 일본에서는 으레 손톱만 한 쪽종이를 붙여서 책집을 알립니다. 부산에 있던 〈박문당서점〉에서 이 책을 팔았다는 뜻일 텐데, 가만가만 생각하니 조선총독부 교과서를 으레 이곳 〈박문당서점〉에서 맡아 돌렸다고 떠오릅니다. 그나저나 ‘전화번호 735·2442’는 무엇일까요? 설마 일제강점기에 ‘국번’이 있을 턱이 없는걸요. 수수께끼는 부산박물관에서 풀어 주었습니다. 〈박문당서점〉은 1906년에 처음 열어 마흔 해 동안 부산을 비롯한 이 나라에 책살림을 두루 펴고 이바지했다더군요. 전화가 둘 있었대요. 아하, ‘735’ 전화하고 ‘2442’ 전화였군요. 그러나 “A B C”로 갈라 적은 수수께끼는 아직 못 풉니다. 이 석 칸은 무엇을 가리키려나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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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19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 글

현장문학사

1989.9.1.



2003년 가을 서울 교남동에 〈어제의 책〉이란 헌책집이 엽니다. 연세대학교 앞에 오래도록 인문사회과확책집으로 이름을 떨친 〈오늘의 책〉을 새롭게 잇고픈 마음으로 움튼 마을책집입니다. 2003년까지만 해도 ‘참고서·교과서·자기계발서·대학교’를 하나도 안 두고서 인문사회과학책만으로 책집을 차린다고 하면 ‘저놈 굶어죽으려고 미친짓을 하는군’ 하고 혀를 찼습니다. 그렇지만 〈어제의 책〉 지기님은 씩씩하게 열었고 즐겁게 살림을 이었습니다. 〈어제의 책〉 곁일꾼 ㅊ님은 어느 날 저한테서 《사람사는 세상》이란 책을 빌립니다. 2003년 5월 14일에 어느 누리새뜸에 이 책을 놓고 쓴 글이 있는데, 그 글을 뒤늦게 읽으시고는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노동자와 노동운동을 처음에 어떻게 생각했는지 궁금하다”면서, “다 읽고 꼭 돌려줄게요.” 하고 말했지요. 책집에서 곁일을 하는 분이니 이내 돌려주리라 믿었는데, 그분은 저한테서 책을 빌린 지 얼마 안 되어 곁일을 그만둡니다. 이윽고 자취를 감추고는 열 몇 해가 지나도록 책을 안 돌려줍니다. ‘못 배우거나 안 배운’ 사람이 아닌 ‘배우거나 배우고픈’ 사람이 책을 빌릴 텐데, 빌린 책을 안 돌려준다면 이녁 스스로 무엇을 익혀 삶을 어떻게 빛낼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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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초능력은 우는 일이 전부라고 생각해 민음의 시 274
윤종욱 지음 / 민음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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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52


《우리의 초능력은 우는 일이 전부라고 생각해》

 윤종욱

 민음사

 2020.8.28.



  아침에 이웃 할아버지가 우리 뒤꼍으로 건너오시면서 밤을 한 꾸러미 건넵니다. 이웃 할아버지는 우리 집 아이들이 초·중·고등학교에 대학교까지 안 다니면 앞으로 뭘로 먹고사느냐고 걱정합니다. 우리는 ‘배움끈’으로 아이들 밥벌이를 찾을 생각이 없습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살림노래’로 즐겁게 살림꽃을 지피면 넉넉하리라 여깁니다. 대학교를 다녀서 얻는 일자리는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안 아름답다는 소리가 아니라, ‘대학 흐름에 맞춘 일자리’일 뿐이기에, 숲길하고는 등지는구나 싶어요. 대학교를 다니며 배우는 글쓰기나 시쓰기는 얼마나 사랑스러울까요? 안 사랑스럽다는 뜻이 아니라, ‘대학 교수가 들려주는 글쓰기’는 숲말하고는 동떨어지는구나 싶어요. 《우리의 초능력은 우는 일이 전부라고 생각해》를 읽으며 ‘대학교 문예창작학과’는 시쓰기를 이렇게 들려주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이렇게 쓰기에 ‘시’로 여기고, 이런 시여야 ‘시집’으로 묶네 싶어요. 해를 먹으며 자라는 풀을, 비를 마시며 크는 꽃을, 바람을 머금으로 튼튼한 나무를, 대학교는 조금도 못 가르치네 싶습니다. 말만 만지작거리면 말장난에 그치기 쉽습니다.



너는 아마 개인적인 언어일 것이다 / 말도 안 되는 너는 / 말줄임표를 중얼거리는 / 너는…… (콘텍스트/19쪽)


우리는 상투적인 호칭이 되자 / 슬픔을 환기하기 위해 / 얼굴을 열어 놓은 우리는 / 정면이 없이 / 측면과 빗면에 둘러싸여 있는 / 우리는 (단계적으로/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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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속에서 운다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192
이창수 지음 / 실천문학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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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노래책시렁 158


《귓속에서 운다》

 이창수

 실천문학사

 2011.6.27.



  길들었거나 길드는 사람은 길드는 줄 알기도 하고, 길드는 줄 모르기도 하지만, 길들거나 말거나 마음을 놓기도 합니다. 배부른 채 우리에 갇혀도 좋으냐고 물으면 터무니없다고 대꾸하는 사람도 있지만, 배부를 수 있다면 우리에 갇히든 종살이를 하든 다 좋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귓속에서 운다》는 어떤 귀울음을 노래할까요. 누구는 귀울음이 괴롭거나 듣기 싫을 만하고, 누구는 귀울음이 머리를 깨워 마음눈을 틔우는 길로 여길 만합니다. 알 길이 없는 울음일 수 있으면서, 먼먼 별누리에서 푸른별로 찾아오는 길에 듣던 노래일 수 있어요. 살아가기에 노래를 듣습니다. 마음을 쏟아 하루를 짓기에 울 수 있습니다. 살림하는 사랑을 돌보기에 웃고, 서로 손을 잡고서 함께 뛰노는 몸짓이 되기에 피어날 만합니다. 그런데 ‘화냥질’이란 무엇일까요? 나무하고 새가 ‘화냥질’을 할까요? 아니, ‘화냥질’이란 말마디를 섣불리 나무하고 새한테 써도 될까요? 곰곰이 본다면 오늘날 이 터전이며 나라가 미쳐 돌아가기에 이 꼬라지를 에둘러 말할 만할 텐데, 그러면 나무나 새한테가 아닌, 미쳐 돌아가는 터전이며 나라한테 대고 바로 말하기를 빕니다. ㅅㄴㄹ



밧줄에 묶인 강아지가 밧줄과 함께 놀고 있다 / 밧줄을 물고 할퀴며 밧줄에 길들여지고 있다 / 밧줄이 허락한 거리는 / 은행나무 둥치에서 치킨집 유리문까지 (세상에서 가장 긴 해/16쪽)


사내들이 화투장 뒤집는 동안 / 여자들은 찜통에 개를 삶는다 / 동백나무가 동박새와 화냥질하는 동안 / 초록의 장삼가사로는 다 덮을 수 없는 / 황홀한 세속에서 / 누군가 오래오래 공염불 읊는다 (대흥사/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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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타 달리다 7
타카하시 신 지음, 이상은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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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숲노래 만화책

책으로 삶읽기 622


《카나타 달리다 7》

 타카하시 신

 이상은 옮김

 학산문화사

 2020.7.25.



“달려! 너 자신과, 네가 되지 못한 수많은 ‘우리들’의 몫까지!” (17쪽)


‘여자가, 1구에서 29명 중 5위를 노린다고? 응. 나는 나야. 괜찮아.’ (131쪽)


“그래도 이미 시작한 이상,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아!” (150쪽)


“육상계에 마법 같은 건 없으니까. 소심함을 극복하고, 체격의 차이를 극복하고, 지금은 성별의 차이마저 극복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리고 있는 거야.” (176쪽)



《카나타 달리다 7》(타카하시 신/이상은 옮김, 학산문화사, 2020)은 달림길에서 너나없이 마음에 담고서 땀흘리는 몸짓이 어떻게 피어나는가를 들려준다. 작아서 느릴 까닭이 없고, 가시내라서 느릴 일이 없다. 스스로 어떻게 달리고 싶은가를 자꾸자꾸 생각해서 마음을 일으키기에 비로소 다리에 힘이 붙고 몸놀림이 거듭나며 바람이 곁에서 우리를 감싼다. 처음부터 잘 달리는 사람도, 또 못 달리는 사람도 없다. 달리는 이 하루를 사랑할 줄 안다면 즐겁게 달리기 마련이요, 즐겁게 달리는 사람을 제치거나 앞서지 못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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