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24


《제소리》

 유영모 말씀

 김흥호 엮음

 풍만

 1983.11.30.



  이제 사라진 헌책집으로 서울 삼선교 〈삼선서림〉이 있습니다. 이곳에 찾아간 2005년 4월 26일 저녁나절, 저보다 먼저 책집 안쪽에서 주섬주섬 책을 살피던 아저씨가 한참 책을 잔뜩 고르고서 밖으로 나와 값을 셈하면서 저더러 “미안합니다. 좋은 책을 다 골라 가서요.” 하고 말씀합니다. “네? 좋은 책을 다 고르셨다니요? 아직 좋은 책 많은걸요? 제가 보는 책하고 아저씨가 보는 책은 다를 테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이런 말을 나누고서 〈삼선서림〉 한켠에서 《제소리》를 만납니다. 유영모란 분은 이녁이 가르친 몇 사람이 있고, 이들 가운데 김흥호 님은 ‘사색’이란 이름으로 책을 열 자락 꾸리는데, 여기서 마지막 열쨋책이 《제소리》요, 김흥호 님을 가르친 어른 말씀을 고이 갈무리한 꾸러미입니다. 저보다 먼저 이 헌책집에 찾아와서 책을 멧더미처럼 장만하신 분한테 왜 이 책이 안 걸렸는지 아리송하지만, ‘김흥호·유영모’라든지 ‘풍만 출판사’를 다 몰랐을 수 있어요. 제가 《제소리》를 찾아내어 살피니 “아니, 그 책이 어디서 나왔어요? 제가 한참 볼 적에는 없던데.” “어, 저기 잘 보이는 데에 있던걸요.” 먼저 찾아간대서 다 알아보진 않아요. 오래 둘러본대서 다 찾아내진 않아요. 고요히 기다리면 돼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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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23


《리-더-스 다이제스트》

 이춘우·김동진 엮음

 다이제스트사

 1953.7.



  헌책집에서 만난 《리-더-스 다이제스트》 1953년치 7월호를 보면 앞뒤로 ‘시골잔치’ 사진이 나옵니다. 1953년에 ‘4권 7호’였으면 1950년에 처음 한글판이 나왔구나 싶습니다. 책을 펴니, 영어를 배우고 싶은 분이라면 ‘리더스 다이제스트’를 읽으라고 곳곳에 알림글이 나옵니다. 하기는, 1980년대 끝자락에 중학교를 다닐 무렵에도 이런 소리를 들었어요. 이 작고 값싼 잡지를 읽으면서 온누리 흐름도 읽고 영어나 시사교양을 익힐 만하다고들 하더군요. 마땅한 노릇인데, 말을 익히려면 사전만 달달 외워서는 안 돼요. 말이 흐르는 삶을 헤아리고, 말에 얹은 살림을 바라보며, 말로 나누는 사랑을 맞아들여서 하나하나 익힐 노릇입니다. 삶을 모르면서 말을 알 턱이 없어요. 살림을 안 가꾸는데 말을 어떻게 배우나요. 사랑이 없는 채 벙긋거리는 말로는 이야기가 흐르지 않습니다. 그나저나 1953년이 한글판 잡지 이름은 “리-더-스 다이제스트”입니다. 사이에 ‘-’를 넣는데요, 이는 일본 말씨입니다. 일본은 바깥말을 일본글로 담을 적에 긴소리를 ‘-’를 넣어 나타내거든요. 우리말은 굳이 ‘-’를 안 넣어요. 이처럼 ‘-’를 넣는 일본 말씨 흉내는 무척 오랫동안 퍼지고 뿌리내렸어요. 요새는 좀 줄었지만 아직 다 사그라들진 않았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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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22


《週刊朝鮮》 819호

 최병렬 엮음

 조선일보사

 1984.11.11.



  겉그림에 ‘상해서 은퇴선언한 박찬숙 선수’를 담은 《週刊朝鮮》 819호를 넘기는데, ‘신간 안내’를 보니 《分斷을 넘어서》(리영희, 한길사, 1984)를 다룹니다. 조선일보에서 어떻게 리영희 님 책을 다루는지 알쏭합니다. 리영희 님이 그동안 낸 여러 책은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이 ‘나쁜책(불온도서)’으로 못을 박았거든요. 설마 나쁜책을 다루는 잡지이니 《주간조선》도 ‘나쁜잡지’인 셈은 아닐 테지요. 터전이 튼튼하면 마을도 집도 사람들도 튼튼할 테지요. 터전이 안 튼튼하면 마을도 집도 사람들도 흔들릴 만합니다. 그러나 터전이야 이러하거나 저러하거나 사람들 스스로 튼튼할 뿐 아니라 아름답고 사랑스레 하루를 지을 수 있어요. 스스로 눈을 뜨면 튼튼하면서 아름답지요. 스스로 눈을 감으면 안 튼튼하면서 안 사랑스러워요. 지난날 숱한 붓자락은 어떤 길을 걸었을까요? 예전에 온갖 붓자락은 어디에서 춤추면서 무엇에 눈감고 어느 대목을 부추겼을까요? ㅈㅈㄷ이라서 나쁠 까닭은 없습니다. ㅈㅈㄷ이 아니면서도 이 나라 어둠에 눈감는 붓이 있어요. ㅈㅈㄷ을 나무라면서 외려 이 나라 수렁·쳇바퀴·뒷질·막짓에 눈감는 붓도 있습니다. 착하면서 참다이 눈을 뜨고서 흙을 매만지는 손길로 붓을 쥘 노릇이라고 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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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마음다리 : 얼굴이나 목소리를 모르는 채 마주하는 누리그물인데, 지난날에 종이에 이야기를 담아 주고받던 손글월도 얼굴이나 목소리를 모르는 채 마주하던 마음이다. 손에 쥐어 읽는 책도 매한가지이지. 글쓴이를 만난 사람도 있을 테지만, 글쓴이를 만난 적 없는 사람이 훨씬 많다. 글쓴이를 본 적이 있더라도 스스럼없이 이웃이나 동무가 되어 조곤조곤 깊고 넓게 이야기를 펴 본 사람은 드물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웬만한 자리에서 ‘모르는 사람’하고 어울린다. ‘아는 사람’하고 어울려 일하는 일은 드물다. 글을 써서 내놓든, 책을 묶어 펴내든, 살림을 지어 팔든, ‘우리를 아는 사람’보다는 ‘우리를 모르는 사람’이 마주하기 마련이다. 모르는데 어떻게 글이며 책이며 살림을 주고받을까? 아무래도 마음이 다리가 되어 만나기 때문이지 싶다. 스스로 북돋우고 서로 살찌우고픈 즐거운 숨결을 바람 한 줄기에 얹어서 글이나 책이나 살림으로 띄워 보내는 셈 아닐까. 2020.10.1.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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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도서관


사전 짓는 책숲 2020.10.2. 그림쪽 꽃피는책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한가위를 둘러싸고서 쉼날이 깁니다. 이럴 적에는 우체국이 같이 쉬기에 부칠 글월을 못 부치지만, 한가위가 끝나고서 바로 이모저모 부치자고 생각하며 여러 가지를 미리 챙깁니다. 새로 써낸 책을 알리는 뜻도 있지만, 마을책집에서 ‘사진+노래꽃 잔치’를 열면서 이야기꽃도 함께 마련하기에 그림쪽을 즐거이 마련하자고 생각합니다. 인디자인을 익힐까 하다가, 그림쪽을 맡길 곳에서 곧바로 판짜기를 할 수 있기에, 이 풀그림을 쓰기로 합니다. 다만 손수 풀그림으로 꾸미면 ‘꾸민 그림’을 제 셈틀에 건사하지만, 그림쪽을 찍어 주는 곳에서 내어주는 풀그림을 쓰면 ‘꾸민 그림’을 제 셈틀에 옮기지 못합니다. 어찌 보면 이 대목이 아쉽지만, 판짜기를 미리 익히는 길로 여기면 안 아쉽습니다. ㅅㄴㄹ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 새로운 우리말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알라딘에서]

 http://blog.aladin.co.kr/hbooks/578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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