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도서관


사전 짓는 책숲 2020.10.5. 피멍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무너진 돌담을 쌓다가 묵직한 돌에 찍혀 오른손 가운뎃손가락에 조그맣게 피멍이 들었습니다. 바늘을 달구어 바로 구멍을 뚫고 까만 핏물을 빼내자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바늘을 들고 콕콕 쑤시는데 깊이 넣지 못합니다. 작은 피멍을 다스리려는데 왜 움찔할까 하고 생각하다가 ‘군대에서 훈련하며 발바닥에 생기는 물집이며 피멍을 낮이고 밤이고 스스로 터뜨리고 동무나 윗사람 물집이나 피멍도 잘만 터뜨리고 고름이랑 피를 짜내 주었는데, 왜 이제는 이렇게 덜덜대나?’ 하고도 돌아봅니다. 피멍을 안 뚫고 안 짜낸 채 하루를 보내니꽤 욱신거립니다. ‘따끔할 뿐이잖아? 뚫고 보면 따끔하지도 않잖아?’ 하고 여기며 저녁에 비로소 구멍을 여럿 내어 손톱으로 밀어 까맣게 죽은 피를 짜냅니다. ‘아, 이 느낌 오랜만이네.’ 손발에 생긴 피멍에 구멍을 뚫고 손톱으로 밀어 까만피를 짜내면 한참 얼얼하거든요. 사전이란 책을 쓰자니 무엇이든 겪거나 치르거나 해보면서 배운다지만, ‘피멍 짜기’는 굳이 또 겪어 보고 싶지 않습니다. 몸을 잘 돌보고 아껴야겠어요. ㅅㄴㄹ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 새로운 우리말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알라딘에서]

 http://blog.aladin.co.kr/hbooks/578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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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0.2.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노명우 글, 클, 2020.9.2.



우리 집 돌담하고 붙은 옆밭에 마을 할매가 사위를 이끌고서 그끄제 갈아엎고 그제 비닐을 덮더니 어제 마을을 심더니 오늘은 마늘밭에 물을 주어야 하는데 비가 안 온다면서 우리 집에서 물을 얻어쓸 수 있느냐고 묻는다. 그러시라고는 했는데 물을 한 시간 반을 쓰신다. 아, 이렇게 오래 써야 하나. 조그마한 밭에 물을 얼마나 주어야 한다고 이렇게 ……. 저녁에 아이들하고 하루쓰기를 하며 마무리를 하는데, 얼핏 마늘싹이 마음으로 노래를 들려준다. “우리(씨앗)는 너희(사람) 손길을 받으면 반가워. 즐거워서 확 달라오르고 웃음이 나와. 그런데 우리는 굳이 너희 손길을 받을 까닭이 없어. 너희 손길이 없이 스스로 의젓하게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려 푸른바람으로 들숲을 빛내기에 너희가 이 풀물결을 마주하면서 기뻐서 웃음지을 적에 우리도 새삼스레 기쁘단다. 우린 이슬을 먹기에 따로 물을 안 줘도 되는데, 너희가 물을 줄 때마다 길들어서, 너희 물이 없으면 말라버리는 아이들이 있어.”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을 서울마실길에 〈니은서점〉에서 장만했다. 책집지기 이름을 받으려고 그 먼길을 갔으나 그날 자리를 비우셨더라. 요새 언론에 자주 나오시던데, 여러 책집지기가 고루 나와서 두루 목소리를 내면 더 좋겠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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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0.1.


《약사의 혼잣말 5》

 휴우가 나츠 글·네코쿠라게 그림/유유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0.1.15.



달이 넘어간다. 큰아이는 지지난해에 일본 오사카에서 얻은 길그림을 들여다보다가 종이로 광고를 하나하나 덮는다. 이러더니 그림을 그린다. 그래, 스스로 무엇을 보아야 하는가를 또렷이 아는구나. 우리는 광고를 보며 살 까닭이 없어. 우리는 아름다운 이야기랑 사랑스러운 이웃이랑 즐거운 보금자리를 바라보면 돼. 어제오늘 큰아이는 ‘시골에 온 서울사람’을 두고서 ‘시골에 왔으면 새소리·바람소리·풀벌레 노랫소리’를 들으면 좋을 텐데 하고 한소리. 큰아이 말이 맞다. 폭죽놀이는 서울에서 하기를 빈다. 시골에서는 시골노래를 듣거나 부르면서 시골놀이를 나누면 좋겠다. 《약사의 혼잣말 5》을 읽으며 이 만화책이 ‘재미’랑 ‘안 재미’ 사이를 오락가락한다고 느낀다. 살짝 아쉽다기보다 슬쩍 아쉽다. 조금 아쉽다기보다 퍽 아쉽다. 사람살이란 다 그러한지 모르지만, 사람살이라서 다 그렇지는 않다. 겉모습을 바라보기에 따분하다. 겉차림을 훑기에 재미없다. 겉치레를 하기에 지겹다. 속모습을 돌보기에 즐겁다. 속마음을 읽기에 재미있다. 속살을 가꾸기에 반갑다. 온나라가 숲으로 거듭나기를 빈다. 온누리가 푸르게 일렁이면서 파랗게 춤추면 좋겠다. 이제는 왼쪽·오른쪽이 아닌 오직 ‘살림쪽·사랑쪽·슬기쪽’을 볼 때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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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9.30.


《수학 유령 도로휴》

 야마모토 쇼죠 글·그림/김정화 옮김, 한솔수북, 2020.9.17.



올해 한가위는 쉬는날이 길다. 쉬는날이 기니 시골 어버이집으로 찾아오는 사람도 많지만, 놀러다니는 사람도 많은 듯하다. 올해에는 모쪼록 시골 어버이집으로 찾아오지 말라는 걸개천이 수두룩하게 나붙는데, 그래도 시골마을에 올 사람은 거의 온 듯하다. 이리하여 시골마을이 시끌시끌하다. 북적인다기보다 시끄럽구나. 참 시끄럽네. 설이나 한가위가 되면 으레 설치레에 한가위치레이다. 서울이나 큰고장에 살던 딸아들은 이녁 아이들하고 시골에 와서 늦도록 왁자지껄하고, 저녁이며 한밤에 갑자기 폭족을 터뜨려 놀래키며, 화약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이맘때는 ‘제발 시골에 폭죽 좀, 술 좀 가져오지 말라’고 하고 싶다. 《수학 유령 도로휴》를 훌훌 읽는다. 요즈음 어린이는 이러한 ‘수학동화’ 또는 ‘탐정동화’를 좋아할까? 곰곰이 생각하면 나도 어릴 적에 이런 동화를 꽤 읽었다. 아가사 크리스티도 코넌 도일도 얼마나 챙겨 읽었는지 모른다. 이제는 탐정 이야기에 눈이 가지 않는다. 모두 사람을 죽이고 죽으면서 속이고 속는 눈가림이 판치니까. 즐거우면서 슬기롭게 마음을 기울여 수학이며 살림을 북돋우는 줄거리로 짜면 어떨까. 삶자리에서 길어올리는 살뜰한 셈길이며 삶길을 헤아리면 어떨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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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와 생쥐가 한 번도 생각 못 한 것들
전김해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42


《사자와 생쥐가 한 번도 생각 못 한 것들》

 전김해

 지식과감성

 2020.4.24.



사자는 책을 덮고 혼자 중얼거렸어요. ‘작은 생쥐가 밀림의 왕인 나를 구해 줄 수 있다니, 이것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일이야.’ (10쪽)


“바다에도 사자가 살고 있다고? 이것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일이야.” 사자는 혼자서 중얼거렸어요. (32쪽)


“천박한 땅의 세계 사람이라고요? 나무꾼님은 이 대자연의 리듬을 유지해 주는 숲속의 대장인걸요. 나무와 꽃들, 온갖 동물들이 나무꾼님의 조화로운 돌봄 아래서 만족스럽게 살아가고 있어요.” (94쪽)


“아버지! 이들이 나무꾼님을 만나도록 일부러 꾸몄을지라도, 결국 나와 나무꾼님이 사랑해서 이루어진 일이에요.” (136쪽)


“더 이상 줄 수가 없다. 천 번 만 번 기회를 주어 다시 하늘 세계로 돌아오게 하여도 너는 모자라서 다시 땅의 세계로 돌아가게 될 뿐이다.” (160쪽)



  뚜벅뚜벅 걸어다니는 오늘, 어떻게 두 다리를 놀려 걸을 수 있었나 하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다리를 절거나 다칠 적에 새삼스레 돌아보지요. 갓 태어나 어버이 품에서 천천히 자라는 동안 ‘나만 빼고 다 걸어다니네?’ 하고 생각하면서 ‘나는 언제 저렇게 걸으려나?’ 하는 생각을 잇고 ‘저 사람들(어른)이 걷는 몸짓을 잘 보자. 잘 보면서 그 몸짓을 마음에 새기고 이 몸에 기운을 끌어올리면 걷는 날이 오겠지?’ 하면서 하루를 보내었지 싶습니다.


  우리가 아기였을 적을 떠올릴 수 있을까요. 어머니 몸에서 천천히 자라다가 어머니 몸에서 나와 ‘다른 몸’으로 살아가려고 마음을 다진 날을 되새길 수 있을까요? 우리는 어떻게 어머니 몸에서 자라다가 바깥으로 나와서 새롭게 이 삶을 누리는 ‘어버이하고 다른 넋’이 될 수 있었을까요?


  생쥐를 생쥐로만 바라보던, 아니 ‘늘 아는 대로’만 생각하던 사자가 있었다고 해요. 이 사자가 어느 날 ‘여태 생각하지 못한 길’을 처음으로 마주하면서 하루를 새롭게 살아간다는 줄거리를 들려주는 《사자와 생쥐가 한 번도 생각 못 한 것들》(전김해, 지식과감성, 2020)을 읽습니다. 사자뿐 아니라 생쥐로서도 여태 생각하지 못한 일이 많겠지요. 처음 보고, 처음 느끼고, 처음 맞닥뜨리면서, 처음으로 해보는 일도 많을 테고요.


  낯설기에 고개를 저을 수 있습니다. 낯설기에 선뜻 나서면서 해볼 만합니다. 아직 모르니 섣불리 안 다가설 만합니다. 아직 모르니 기꺼이 다가서면서 즐길 수 있어요. 뭔가 자꾸 어긋나니 고개를 떨구면서 손사래치곤 합니다. 뭔가 자꾸 어긋나기에 더욱 기운을 내어 ‘자, 그러면 이다음에는 어떻게 새로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활짝 웃기도 합니다.


  두 갈래 가운데 어느 쪽으로 가든 우리 삶입니다. ‘잘’이나 ‘안’이 아닌, 잘되고나 안되고가 아닌, 언제나 새로 맞이하는 살림이지요. 그나저나 《사자와 생쥐가 한 번도 생각 못 한 것들》은 사자하고 생쥐에다가 나무꾼 이야기를 곁들이면서 틀을 넓히는데요, 조금 가볍게 살을 덜어 단출히 엮으면 어떠했을까 싶습니다. 그림책 《생쥐와 고래》가 있어요. 아모스와 보리스 둘이 얼크러지는 깊고 너른 이야기처럼 사자하고 생쥐 사이에서도 생각날개를 활짝 펼치면서 이야기꽃을 엮는다면 한결 좋겠다고 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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