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테레츠 대백과 3
후지코 F. 후지오 지음, 허윤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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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내가 배워서 새로 할게



《키테레츠대백과 3》

 후지코 F. 후지오

 오경화 옮김

 미우

 2018.6.30.



  어떤 이는 ‘이분법’이란 한자말을 쓰고, 어떤 이는 ‘가르다·둘로 가르다’ 같은 우리말을 씁니다. 비슷하지만 다른 ‘나누다’나 ‘쪼개다’를 쓰기도 합니다. 어떤 이가 쓰는 말은 어떤 무리에서는 알아듣는 말이 되고, 어떤 이가 쓰는 말은 누구나 알아듣는 말이 됩니다.


  우리는 어떤 말을 쓸 적에 즐거울까요? 우리는 어떤 말을 쓰면서 생각을 키울까요? 우리는 어떤 말을 쓰면서 동무가 될까요? 우리는 어떤 말을 쓰기에 서로 새롭게 하루를 짓는 슬기로운 마음으로 가다듬을까요?



“난 말이지, 부모님께 말도 없이 나가거나 하지 않아.” “어른은 안 따라가? 도대체 어딜 가는 건데?” “세계 일주.” “돌아올 때는 달에라도 들렀다가 오렴.” “농담으로 생각하는 건 엄마 마음인가, 뭐.” (10쪽)



  누구나 쉽게 알아들으면서 새롭게 생각을 지피도록 하는 낱말을 가려서 쓰는 사람이라면 언제나 반갑습니다. 몇몇만 알아듣는, 이른바 ‘전문지식’을 ‘전문용어’에 담아서 말하는 사람을 만나면 늘 버겁습니다. ‘전문지식·전문용어’는 조금도 안 새롭습니다. 이런 말은 오직 외워야 합니다. 더 많이 외우는 사람이 더 많이 얻거나 누리거나 거머쥐는 길이 바로 ‘전문’이란 일본스러운 한자말을 내거는 모든 말이요 일이며 자리입니다.


  누구나 쉽게 알아들으면서 생각을 새롭게 북돋우는 말이란, 굳이 ‘전문’이란 허울을 안 씌워요. 누구나 알아듣기에 누구나 하도록 이끌지요. 누구나 알아들으니 외워야 하지 않고, 혼자 차지하거나 거머쥐는 일이 없습니다. 마음이 있다면 이 쉬운 말씨로 스스로 생각을 짓고, 삶을 지으며 사랑을 짓겠지요.



“다들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 돼지고릴라의 폭력은 어떻게 좀 해야 될 텐데.”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있어?” “보고 있어 봐. 저 녀석의 인격을 싹 바꿔 놓을 테니까.” “그건 좀 무리 아닐까? 아무리 키테레츠라고 해도.” (75쪽)



  어려운 사투리란 없습니다. 이 대목을 알아야 합니다. 어려운 시골말이란 없습니다. 이 대목도 알아야지요. 어려운 숲말이란 아예 없습니다. 참말로 이 대목을 곱씹을 노릇입니다.


  ‘말’이 아닌 ‘용어’나 ‘어휘’나 ‘단어’란 한자말 옷을 입힐 때마다 ‘전문’이란 허울이 불거집니다. 이 ‘전문’은 끼리질을 하고, 울타리를 세우며, 돈·이름·힘이란 자리하고 맞닿습니다. 《키테레츠대백과 3》(후지코 F. 후지오/오경화 옮김, 미우, 2018)을 읽으며 ‘누구나·끼리끼리’ 사이를 헤아립니다. 모두 석걸음으로 마무리짓는 이 만화는 ‘누구나 삶을 넉넉히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스스로 새길을 찾는 어린이가 나와요. 으레 어른들한테 꾸지람을 듣지만, 어떤 꾸지람을 듣더라도 이 어린이는 의젓합니다. 스스로 더 새롭게, 더 즐겁게, 더 눈부시게 피어날 길로 나아가려고 해요.



“그때부터 50년 가까이 지나서 오랜만에 일본에 돌아왔는데, 정말 놀랐단다.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더구나. 마을도, 사람도, 들도, 산도 ……. 용궁에서 돌아온 우라시마 타로가 분명 지금의 나와 같은 기분이었겠지.” (151쪽)


“어릴 적의 내가 있고, 곤타도 있고 사부도 있어. 아버지도, 어머니도, 마을도, 들도, 산도 옛날 그대로 이곳에 있구나!” “키테레츠, 참으로 좋은 걸 만들었소이다.” (153쪽)



  사투리나 시골말이나 숲말은 하나도 안 어렵지만, 서울말(표준말)이나 맞춤길은 골머리를 썩인다지요. 왜 대학입시를 치러야 하나요? 왜 대학교를 다녀야 하나요? 왜 대학교재나 인문책에 적힌 말하고 어린이책에 적힌 말이 달라야 하나요?


  ‘전문’을 다룬다는 핑계는 대지 말 노릇입니다. ‘깊이’ 들어가거나 ‘넓게’ 짚는다고 할수록 더욱 쉽고 상냥하면서 부드럽고 단출히 풀어낼 노릇이지 싶습니다. 깊이 들어가는데 말이 자꾸 어렵다면, 제대로 모른다는 뜻입니다. 넓게 짚는데 말이 자꾸 까다롭다면, 제대로 모르는 터라 제대로 나눌 길조차 모른다는 뜻입니다.


  하늘에는 별이 있어요. ‘천체’가 아닙니다. 하늘은 하늘이요, 하늘은 파랗습니다. ‘창공’도 ‘공중’도 아니며, ‘창천’도 아닙니다. 바다가 너르면 ‘너른바다’이고, 바다가 크면 ‘큰바다’입니다. ‘대해’가 아닙니다. 들이 너르면 ‘너른들’일 뿐, ‘대평원’이 아닙니다.



“괜찮잖아. 뭐가 됐든 저만큼 열중할 수 있다는 건 훌륭한 거야.” (160쪽)


“그렇게 걱정하지 말라니까. 물론 위험하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남자란 신념을 위해서 목숨을 거는 일도 있는 법이란 말야. 쑥스럽네. 멋진 말을 해버렸어.” (164쪽)



  어려운 말로는 못 배웁니다. 어려운 말로는 못 가르칩니다. 쉬운 말이기에 배우고 가르칩니다. 쉽게 풀어내기에 배우며 가르칩니다. 어렵게 비꼬아 놓으니 배우지도 가르치지도 못합니다.


  오늘날 온갖 책이 쏟아집니다만, 이 삶터는 좀처럼 나아지거나 바뀔 낌새가 안 보입니다. 속속들이 짚는다는 인문책이 너울거리지만 막상 이 인문책을 읽거나 곁에 두거나 대학교까지 다닌 분들이 슬기롭게 눈을 틔워서 푸르면서 아름답게 삶을 사랑하는 길을 가는지 아리송합니다. 오히려 인문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우물에 갇히고, 대학교를 다니면 다닐수록 수렁에 잠기며, 강의나 수업을 챙길수록 쳇바퀴에 맴돌지 싶어요.


  이제는 허울을 벗을 때이지 싶습니다. 그야말로 껍데기를 벗어야지 싶습니다. 1980년대 한복판에 《껍데기를 벗고서》란 책이 나와 불티나게 팔린 적이 있습니다만, 이 책도 이름은 “껍데기를 벗고서”라 말하면서 막상 쉽게 안 쓰고 어렵고 일본스러운 한자말이 가득했습니다. 먹물이 먹물에서 그쳤달까요. 한 손에 붓을 쥔 이가 다른 손에 호미를 안 쥐었달까요. 한 손에 붓을 쥐었다면, 다른 손에는 호미뿐 아니라 아기가 똥오줌을 눈 천기저귀도 쥘 노릇입니다. 부엌칼이랑 도마도 쥐고, 걸레랑 빗자루도 쥐어야지요. 자가용은 이제 내다버리고서 자전거를 달릴 노릇입니다. 버스나 전철도 줄이고 두 다리를 사랑할 일입니다.


  마을을 걷지 않고서 마을을 알지 못해요. 아이랑 손을 잡고 골목을 거닐지 않고서 이웃을 만나지 못해요. 하늘빛을 늘 마주하지 않고서나 밤낮이 어떻게 다른 바람결인가를 느끼지 못해요. 두 손으로 풀꽃나무를 어루만지는 여느 삶자락이 아니고서 풀밥(채식·비건)을 차린대서 풀꽃나무를 마음으로 품는 사랑이나 살림이 되지 않습니다.



“이상한 소리 하지 마. 《대백과》는 벌써 포기했다고. 앞으로는 케테레츠 사이 님한테만 의지하지 않고, 내 힘으로 훌륭한 발명을 하기로 했어. 그러려면 공부를 해야 되잖아.” (190쪽)



  쉬운 말로 쉽게 배워서 이웃이랑 쉽게 사랑을 나누는 길을 가면 좋겠습니다. 어려운 말로 어렵게 배우면, 이웃이랑 담을 쌓으면서 ‘전문스러운 울타리’에 스스로 갇힙니다. 자, 보셔요. 쉽게 배운 사람은 스스럼없이 나눕니다. 어렵게 배운 사람은 죽어도 안 나눕니다.


  노래하고 웃고 춤추고 사랑하면서 배운 즐거운 삶길이란, 언제나 이웃을 노래로 마주하고 웃음으로 맞이하며 춤으로 반기고 사랑으로 하나될 줄 아는 살림길입니다. 여태까지 어려운 말로 몸뚱이를 친친 감쌌다면, 오늘부터 한 올씩 풀면 좋겠습니다. 어려운 말이라는 ‘전문 권력’을 한 타래씩 털어내기를 빕니다. 정치꾼이나 장사꾼을 나무라 보았자 안 바뀝니다. 우리가 스스럼없이 즐거이 거듭날 적에 이 푸른별이 시나브로 풀빛으로 피어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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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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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란 무엇이고 글쓰기란 무엇일까요?

‘글을 쓰는 길’을 놓고서

조금 더 부드러이 밝히려 합니다.


그리고 오늘날 같은 때에는

서로 만나기 어려운 만큼,

이렇게 누리판에서 누리집에 띄우는 글로,

이야기를 엮으려고 합니다.


이렇게 갈무리하고서

《나는 글쓰는 사람입니다》란 이름을 붙여

‘글을 쓰는 길’ 이야기를

책으로 여미려고 생각합니다.

즐거이 누려 주셔요.


+ + +


숲노래 글쓰기

[나는 글쓰는 사람] 4. 좋아하지 않으면



  저는 책을 좀 읽는다고 할 만합니다. 다만 많이 읽는다고는 하기 어렵습니다. 여러모로 일거리가 많고, 집살림이랑 아이를 지켜보는 하루가 있기에, 책은 으레 꼬랑지 자리예요. ‘좀 읽는 책’이라면 한 해에 즈믄(1000)을 가볍게 넘깁니다. ‘많이 읽는 책’이라면 한 해에 골(10000)을 거뜬히 넘기겠지요.


  아무튼 종이꾸러미는 이쯤 읽는데, ‘책을 좀 읽었’기에 좋거나 훌륭하거나 아름다운 책을 이웃보다 한결 잘 알아본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좋은 책을 찾고 싶다면 마음에 “아, 오늘은 좋은 책을 만나고 싶어” 하는 생각을 심어요. 훌륭한 책을 만나고 싶으면 마음에 “음, 오늘은 훌륭한 책을 사귀고 싶어” 하는 생각을 심고, 아름다운 책을 곁에 두고 싶을 적에는 “그래그래, 오늘은 아름다운 책을 곁에 두겠어” 하는 생각을 심지요.


  우리는 늘 스스로 찾는 대로 찾아냅니다. 스스로 찾으려는 마음이 없다면 언제나 못 찾아요. 스스로 무엇을 찾고 싶은가 하는 마음이 없을 적에는 마땅히 아무것도 못 찾습니다. 옛말에 “업은 아기를 허둥지둥 찾는다”고 했고 “파랑새는 우리 집 마당에서 산다”고 했어요. 우리나라에서든 이웃나라에서든 ‘코앞’에 있을 뿐 아니라 ‘품’에 안았으면서도 ‘마음이 없는 몸’일 적에는 하나도 못 알아보는데다가 값어치조차 헤아리지 못한다고 이야기했어요.


  흔히들 “좋은 책을 어떻게 찾아요?”라든지 “좋은 책 좀 알려주셔요!” 하고 묻습니다만, 이렇게 물을 까닭이 없어요. 좋은 책을 찾고 싶으면 스스로 ‘좋은 마음’으로 바꾸면 됩니다. 스스로 좋은 마음으로 바꾸면 우리 눈길은 언제나 좋은 눈길이 되고, 우리 손길이며 발길은 좋은 손길에 발길로 거듭나거든요. 쪽종이에 책이름을 몇 가지 적어 놓고서 책집에 찾아가는 손님은, 언제나 ‘쪽종이에 적은 책이름’만 바라보고 그쳐요. 둘레에 아름책이 잔뜩 있어도 못 보고 못 느낍니다.


  글길이란, 글을 쓰는 길이란, 언제나 마음길이면서 삶길이에요. 어떤 마음인가요? 글을 쓰면서 좋아하는 마음인가요? 글을 쓰면서 사랑하는 마음인가요? 글을 쓰면서 아프거나 눈물짓는 마음인가요? 어떤 마음이어도 돼요. 우리는 어떤 글이든 다 쓸 만해요. 때로는 기쁜 이야기를 쓰고, 때로는 아픈 이야기를 쓰며, 때로는 벅찬 이야기, 때로는 시린 이야기, 때로는 괴로운 이야기, 때로는 놀라운 이야기, 때로는 꿈같은 이야기 …… 그야말로 우리 스스로 마음에 심은 그대로 다 씁니다.


  좋아하지 않으면 만나지 못해요. 사랑하지 않으면 품지 못해요. 즐기지 않으면 어우러지지 못해요. 노래하지 않으면 그리지 못해요. 춤추지 않으면 헤아리지 못해요. 하나씩 생각해 보기로 해요. 무엇을 좋아하나요? 무엇을 좋아하고 싶나요? 내 나름대로 좋아하는 길을 느끼거나 찾았다면, 이다음을 생각해 봐요. 어떻게 사랑하고 싶나요? 우리는 스스로 어떤 사랑인가요? 사랑은 어디에서 샘솟거나 흐르나요? 누가 누구를 사랑하는가요?

.

― 때로는 좋아하는 길로 가되, 마침내 이를 곳은 사랑하는 꿈길이네

.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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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0.13.


《내 이웃의 동물들에게 월세를 주세요》

 마승애 글·안혜영 그림, 노란상상, 2020.6.20.



새벽 두 시에 별바라기를 하는데 ‘아, 오늘은 어쩐지 겨울내음이 나는걸.’ 싶더라. 아침에 일어난 열세 살 큰아이가 “아버지, 오늘은 겨울냄새가 바람에 묻어나요.” 하고 말한다. 너랑 나랑 한마음이네. 너도 나도 바람읽기로 하루를 여는구나. “응, 겨울이 곧 온다고 알려주네.” 하고 이야기한다. 서울마실을 하며 〈나무 곁에 서서〉라는 마을책집에서 장만한 《내 이웃의 동물들에게 월세를 주세요》를 아이들하고 함께 읽었다. 우리 이웃으로 살아가는 숲짐승한테 ‘달삯’을 주는 길이 옳다고 여기는 마음을 잘 담았다고 본다만, 딱 여기에서 멈춘 대목은 아쉽다. 조금 더 깊고 넓게 들어갈 만한데 왜 안 들어갈까? 조금 더 짚으면서 우리가 오늘 어떤 눈빛이며 삶길인지를 파고들 만한데 왜 안 파고들까? 마땅한 노릇이지만, 우리가 숲을 사랑하고 들을 아끼며 바다를 노래하고 하늘을 춤추자면, 어느새 ‘반정부’가 되기 마련이다. 보라, 이 푸른별에 있는 모든 나라는 ‘숲을 싫어’한다. 그대가 숲사랑이라면 숲을 싫어하며 마구 파헤치고 밀어대면서 죽이는 벼슬아치·우두머리(정부·대통령)를 나무라지 않을 수 있을까? 여태 어느 나라 어느 벼슬아치도 ‘숲사랑’이나 ‘숲길’을 안 간다. ‘그린 뉴딜’은 다 장삿속에 뻥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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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0.12.


《꿈의 온도 1 겨울》

 미나미 큐타 글·그림/김현정 옮김, 대원씨아이, 2010.1.15.



비가 오지 않고 새파랗게 트인 하늘이 잇달으며, 이제 하늘빛이 얼마나 파랗고 눈부시며 아름다울 뿐 아니라, 우리를 넉넉히 품고 살찌우는가를 새록새록 새긴다. 비가 긴 올여름이던 만큼 여름에 피울 꽃이 거의 안 피다시피 했는데, 이 가을에 비가 오지 않고 햇볕이 고루 드리우면서 여름꽃이 가을에 느즈막히 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여름에 한창 춤추던 살살이꽃이 10월 한복판이 되어서야 쏙쏙 올라오며 나풀나풀한다. 아, 날이란, 철이란, 해란, 바람이란, 비란, 우리 곁에서 얼마나 아름다운 빛인가. 우리는 학교를 그만 다니고 하늘배움길을 갈 노릇 아닐까. 《꿈의 온도 1 겨울》을 읽었다. 나쁘지는 않은 만화책이라고 느끼면서, 왜 거의 모든 만화나 영화나 책이 이렇게 ‘줄타기 짝사랑’ 이야기를 다루는지 알쏭하다. 아니, 알쏭하다기보다 ‘줄타기 짝사랑’이 아닌 ‘즐거운 온사랑’ 이야기를 다룰 적에 그야말로 기쁘며 활짝 피어나는 노래가 되리라 본다. 우리가 이 별에 즐겁게 사랑하며 뛰놀고 춤추려고 왔을 텐데, 줄타기를 하려고 오지는 않았을 텐데, 이제 줄은 그만 타고, 눈치는 그만 보고, 오롯이 피어나는 웃음꽃이 되어 서로 어깨동무로 신나는 하루를 짓는 길을 가면 좋겠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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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의 어머니 미래그림책 91
지네트 윈터 지음, 지혜연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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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464


《나무들의 어머니》

 지네트 윈터

 지혜연

 미래아이

 2009.1.25.



  사내라고 해서 다 아버지가 되지 않습니다. 가시내라 해서 모두 어머니가 되지 않아요. 《나무들의 어머니》를 만나며 책이름이 좀 거북했습니다. 왜 ‘어머니’란 이름을 붙일까요? 영어 이름을 보니 “Wangari's tree of peace : a true story from Africa”입니다. ‘왕가리’란 분은 ‘평화나무’를, 그러니까 ‘사랑나무·아름나무’라 할 어깨동무를 할 즐거운 나무를 심었겠지요. 무엇보다도 ‘아프리카에서 들려주는 참소리’를 나무 한 그루로 나누려 했을 테고요. 나무는 어머니만 심지 않아요. 뭇목숨은 어머니만 돌보지 않아요. 모든 어버이하고 어른이 아이를 돌보고 뭇숨결을 사랑합니다. 그런데 사랑이 아닌 미움이나 시샘이나 싸움이나 전쟁무기를 앞세우려는 마음이 터럭만큼이라도 있다면, 이 가엾은 이를 살살 보듬어야지요. 어머니 손길로만이 아닌, 아버지 손길로도, 무엇보다도 어른 손길이자 어버이 손길로, 여기에 아이 손길을 보태어. 나무는 많아야 하지 않습니다. 나무를 많이 심어야 하지 않습니다. 집집마다 마당을 두어 한 그루씩 심어도 좋습니다. 마을·배움터·일터에 저마다 나무 한 그루씩 가꾸는 마음이면 사랑으로 큽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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