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0.19.


《향모를 땋으며》

 로빈 월 키머러 글/노승영 옮김, 에이도스, 2020.1.17.



아이들하고 서울이나 큰고장에 마실을 할 적이면 “아, 나무도 없고 뭐가 이래?”라든지 “아, 별도 없고 뭐가 이래?” 같은 말을 터뜨린다. 이렇게 말을 터뜨리는 아이들한테 “아버지가 잘못했구나. 나무도 별도 없는 데에 너희들을 데리고 왔네.” 하고 속삭인다. 나무가 없다면 그곳엔 풀도 없다. 풀이 없으면 그곳엔 나무도 없다. 나무랑 풀이 없다면 그곳엔 벌이나 나비나 풀벌레나 새도 없다. 벌이나 나비나 풀벌레나 새가 없다면 그곳에는 풀꽃나무가 없다. 우리는 왜 책을 읽을까? 우리는 왜 배움터를 다니거나 아이들을 배움터에 보낼까? 나라지기나 벼슬아치는 어떤 일을 펼까? 왜 숲을 밀고서 찻길을 닦을까? 왜 들을 없애고서 잿빛집을 올릴까? 《향모를 땋으며》는 어떤 책일까? ‘향모’란 뭘까? ‘Sweetgrass’를 ‘향모’로 옮겼지 싶은데, ‘달콤 + 풀’이라면 ‘달콤풀’이나 ‘달달풀’일 테고, 살짝 바꾸어 ‘향긋풀’도 되겠지. 우리 곁에서 자라는 들풀을 보면 풀이름이 매우 쉽다. 고장마다 풀이름이 다르다. 저마다 제 보금자리에서 살림을 짓는 동안 삶말로 풀이름을 붙였고, 나무이름을 달았다. 풀꽃나무를 들려주는 책이 ‘풀꽃나무하고 어깨동무하는 말’로 나오면 좋겠는데, 외려 어려울까? 흙지기가 읽기에 꽤 벅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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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0.18.


《공부가 되는 글쓰기》

 윌리엄 진서 글/서대경 옮김, 유유, 2017.2.24.



우리가 살아가며 배우지 않는 일이 있을까? 아마 없으리라. 우리는 모든 일을 배운다. 옳건 그르건 좋건 나쁘건 반갑건 서운하건 밉건 신나건 사랑하건 슬프건, 그야말로 모두 배운다. 다만, 배우지 못할 때가 있으니, 겉멋을 부리거나 겉치레를 할 적에는 배움길하고 동떨어진다. 글을 쓰고 싶은 이웃님한테 늘 속삭인다. “글을 쓰고 싶으시면 그저 글을 쓰셔요. 어떤 글쓰기 길잡이책도 읽지 마셔요. 쓰고픈 대로 쓰셔요. 서울사람이라면 서울말로, 서울사람이 아니면 사투리로 즐겁게 쓰셔요. 남한테 보여주거나 어디 문학상이나 공모전에 내려고 쓰지 마셔요. 느끼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모든 이야기를 쓰면 돼요. 글쓰기에는 틀도 길도 없어요. 그저 오늘을 쓰면 될 뿐이에요.” ‘Writing to Learn’란 이름으로 나온, 우리말로는 《공부가 되는 글쓰기》로 나온, ‘쓰기는 배움의 도구다’란 곁이름이 붙은 책을 죽 읽어 본다. 그냥 “배우는 글쓰기”라 하면 될 텐데. 구태여 일본스러운 한자말 ‘공부’는 이제 떨쳐내면 좋을 텐데. “쓰면서 배운다”처럼 곁이름을 달아도 될 텐데. ‘-의’를 덧다는 일본스러운 말씨는 씻어도 좋을 텐데. 마음이 가는 결을 사랑하면 누구나 글님이다. 사랑을 스스로 꽃피우는 손길이라면 누구나 그림님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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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29


《懸吐註解 擊夢要訣》

 신태삼 엮음

 세창서관

 1952.8.30.



  《懸吐註解 擊夢要訣》을 헌책집에서 장만하던 날이 새삼스럽습니다. 2001년쯤이었지 싶은데, 책집지기님은 “허허, 이제 책다운 책도 보시는구려.” 하고 얘기합니다. 옆에 있던 다른 책손님이 흘깃하더니 “아니, 한문으로 된 책을 읽어야 책다운 책인가? 한글로 된 책이나 영어로 된 책은 책다운 책이 아닌가?” 하고 핀잔합니다. 책집지기님은 “허허, 아니 한글로 된 책도 책이고, 영어로 된 책도 책이지요. 그런데 진짜 책은 한문책이지 않습니까?” 하고, 책손님은 “아니, 그럼 제가 여기서 사는 이 한글책은 다 가짜책인가요?” 하고, 책집지기님은 “아, 그런 말씀이 아니라, 삶을 읽는 깊은 지혜는 한문책에 있다는 뜻이지요.” 하고, 책손님은 “그러면 이곳에는 한문책보다 한글책이 훨씬 많으니 가짜 책방인가요?” 하고 말꼬리가 이어갑니다. 끝내 책집지기님은 “그러게요. 모든 책은 읽는 사람에 따라 진짜도 되고 가짜도 되지요. 제가 말을 잘못했네요. 한글책도 영어책도 모두 진짜책입니다.” 하면서 이야기를 맺습니다. 오래도록 책을 다룬 손빛하고 오래도록 책을 넘긴 손길이 만나 흉허물없이 흐른 책노래를 곁에서 들으며 ‘어디에서도 이런 책수다는 들은 적이 없다’고 깨닫습니다. 책집은 배움집이었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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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28


《나는 코리안의 아내》

 아그네스 데이비스 김 글

 양태준 옮김

 여원사

 1959.12.15.



  이제 자취를 찾아보기 어렵지만, 달책 《뿌리깊은 나무》를 내던 ‘한국 브리태니커 출판사’는 낱책도 바지런히 냈습니다. 서슬퍼런 나라에서 달책을 못 내게 막은 뒤로는 낱책을 더 애써 내면서 《샘이 깊은 물》을 냈는데, 1986년에는 《한국에 시집 온 양키 처녀》를 내기도 했습니다. 두 달책에서 꾸밈빛으로 일하던 분을 2004년 즈음 만나니 이 책을 찾아 줄 수 있겠느냐고 물으십니다. 예전에 일하며 미처 건사하지 못한 채 사라졌다고 하셔요. 그래서 ‘뿌리깊은 나무’에서 낸 판하고 1959년에 처음 나온 판을 모두 헌책집에서 찾아내어 나란히 건네었어요. “아니, 이 책을 우리가 처음 옮긴 줄 알았는데 예전에 벌써 나온 적이 있었네요?” “그럼요, 적잖은 분들은 스스로 처음이라 여기지만, 진작에 한 사람도 있기 마련이에요. 다 찾아봐야지요.” 《나는 코리안의 아내》는 1958년에 갓 나온 이듬해에 겉그림을 바꾸었습니다. 1958년 그즈음 이 책을 알아보고서 우리말로 옮긴 분은 어떤 눈썰미였을까요. 그때는 얼마나 읽혔을까요? 작고 조용한 나라를 사랑하고 싶던 마음을 이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얼마나 읽어낼까요? 크거나 북적대는 나라여야 아름답지 않아요. 아름나라여야 아름답지요. 사랑이 피어나는 곳이어야 아름답고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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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일본말] 독고다이とっこうたい



とっこうたい(特攻隊) : 특공대. 2차 대전 말기에, 비행기 따위로 자살적인 육탄 공격을 한 일본군 부대


 인생은 어차피 독고다이 → 삶은 늘 혼자

 역시 인생은 독고다이 아닌가 → 아무래도 혼삶이 아닌가

 나 혼자 독고다이였나 하고 → 나 혼자였나 하고



  일본말 ‘とっこうたい’는 언제부터 스몄을까 돌아보면, 아무래도 일본이 벌인 싸움판이 불거진 뒤일 테지요. ‘tokkoutai’로 소리나는 ‘特攻隊’라는 일본말인데, ‘獨孤多異’처럼 다른 한자를 넣어 가리키는 분도 있는 듯합니다만, ‘자살 육탄 일본 특공대’를, 그러니까 ‘가미카제 특공대’를 가리키던 이 말씨는 ‘혼자·혼잣힘·혼’이나 ‘홀로’나 ‘스스로·나’로 고쳐씁니다. 또는 ‘맨손·맨몸’이나 ‘홀몸’으로 고쳐씁니다. ㅅㄴㄹ



인생은 독고다이다. 내일은 없다

→ 삶은 혼자이다. 모레는 없다

→ 홀로 살아간다. 다음은 없다

→ 혼잣힘으로 산다. 나중은 없다

→ 맨손으로 산다. 뒤는 없다

→ 삶은 나이다. 아침은 없다

《오늘도 삶을 읽어나갑니다》(이성갑, 스토어하우스, 2020) 1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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