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웃음팔이


어느새 스며서 퍼진 말을 안 쓰자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여러모로 퍼졌다면 쓸 만합니다. 다만 이때에 한 가지를 생각하면 좋겠어요. 어느 말이든 쓸 적에는 세 갈래입니다. 첫째, 남들이 쓰니까 그냥그냥 우리로서는 딱히 더 살피지 않거나 아무 생각이 없이 따라서 쓰는 길입니다. 둘째, 남들이 쓰더라도 스스로 더 살피거나 생각하거나 알아보면서 알맞게 가다듬거나 추스르거나 풀어내거나 다듬어서 쓰는 길입니다. 셋째, 앞으로 태어나서 자랄 아이들이며 무럭무럭 크는 아이들을 헤아려, 이 아이들이 머잖아 듣고 배우기에 아름답고 즐겁고 좋고 사랑스럽고 따사롭고 넉넉하다 싶도록 새말을 짓는 마음으로 가는 길입니다. 어느 길을 가도 나쁘지 않습니다만, 저는 되도록 셋쨋길을 가려 합니다. 어른이 보기에는 “뭐, 그쯤 그냥 써도 다 알지 않나?”일 테지만, 아이가 보기에는 “어, 그 말 뭐예요?” 소리가 튀어나옵니다. 처음부터 모두 새로 받아들이고 배울 아이 마음이 된다면, 셋쨋길이 외려 가장 쉬워요. 오늘날 숱한 이웃님이 웃음팔이 때문에 고단해요. 억지로 웃어야 한다지요. 부디 사랑웃음·꽃웃음·노래웃음·아름웃음이 되기를 바라요. ㅅㄴㄹ


억지웃음·억지짓·억지일·억지팔이·웃음일·웃음팔이·방글일·방긋일·방실일·벙글일·벙긋일·벙실일·방글짓·방긋짓·방실짓·벙글짓·벙긋짓·벙실짓·방글팔이·방긋팔이·방실팔이·벙글팔이·벙긋팔이·벙실팔이 ← 감정노동(感情勞動かんじょうろうど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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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붉은 강가 6 - 애장판
시노하라 치에 글.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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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만화책시렁 316


《하늘은 붉은 강가 6》

 시노하라 치에

 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10.4.25.



  하늘을 올려다볼 적마다 어떻게 구름으로 저런 무늬를 그리나 싶어 놀랍니다. 구름은 누가 빚을까요? 하나도 똑같은 적이 없는 구름은 누가 하늘에 대고 그릴까요? 잘게 들여다보면 구름이란 물방울이고, 이 물방울은 바다에서 피어오릅니다. 하늘로 간 바닷물이 구름인 셈이고, ‘바닷물방울’로 빚은 하늘그림이란 물결무늬라고 할 만합니다. 아이가 손에 나뭇가지를 쥐고서 흙바닥에 뭔가 그립니다. 무엇을 그릴까요? 어디에서 본 모습을 그리기도 하지만, 꿈에 나타난 모습을 그리기도 합니다. 앞으로 이루고픈 길을 그리기도 할 테고요. 《하늘은 붉은 강가 6》을 펴면 여섯걸음을 한결 듬직하게 내딛는 아이 몸짓이 흐릅니다. 이 아이가 예전에 살던 곳은 ‘큰고장에서 여느 배움터를 다니던 푸름이 살림’입니다. 이 아이가 불쑥 휩쓸린 곳은 ‘아시아하고 아프리카 맞닿는 터전에서 싸움 한복판에 발을 디딘 낯선땅 살림’이에요. 어느 쪽이 참삶이 될까요. 어느 쪽에서 스스로 슬기롭게 서는 살림이 될까요. 언제나 새롭게 구름무늬를 그리는 바다처럼 아이들이 가없는 꿈을 펴도록 꾀하는 어른으로 살아가는지요? 아니면 모두 틀에 박고서 길드는 굴레에서 헤매는 아이들로 억누르는 어른으로 나란히 쳇바퀴를 도는지요? ㅅㄴㄹ



“하지만 지금은 가장 소중한 분이 생기셨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잔인해지시는 거지요.” (215쪽)


“카일 황자가 움직일 수 없다면, 내 힘으로 하투샤로 돌아가면 돼. 원래 기다리기만 하는 건 나답지 않아!” (236쪽)


“히타이트의 제위 따위는 흥미없어. 내가 원하는 건 내 나라, 이집트다.” (2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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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붉은 강가 5 - 애장판
시노하라 치에 글.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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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책으로 삶읽기 630


《하늘은 붉은 강가 5》

 시노하라 치에

 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10.4.25.



“이 화살을 조사해 주세요! 이 화살을 뽑아서 조사하면, 누가 쏜 것인지 알 수 있을 거예요!” (70쪽)


‘저 여자는 제왕의 여자야! 침소에서 잠자리 시중이나 들기 위한 여자가 아니라고. 왕과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여자. 왕의 곁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여자다!’ (89쪽)


“몸집도 작은 여자애가 매일 기운차게 일하고 있다지 뭐야. 건장한 남자도 며칠이면 감염되어서 대다수가 죽어나가는데. 얼굴이라도 보고 올까? 효험이 있어서 우리도 병에 안 걸릴지 모르잖아.” (218쪽)


“대단한 미인도 아닌데, 저렇게 있으면 점점 예뻐 보이지 뭐야. 이상한 소녀야.” (264쪽)



《하늘은 붉은 강가 5》(시노하라 치에/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10)을 편다. 어제오늘을 가로질러 스스로 나아갈 길을 새롭게 가다듬는 아이 눈빛은 남다르다. 내가 여기에 있으면 이곳에서 삶이 흐른다. 여기는 어느 날 일본일 수도, 어느 때 이집트일 수도 있겠지. 우리는 오늘 여기에서 여기만 생각하지만, 어쩌면 저 머나먼 옛날이라는 그때는 저곳에서 ‘우리가 있는 오늘’하고 마찬가지로 흐르지는 않을까? 우리가 살아낸 어제도 ‘다른 어느 곳’에서는 ‘어제 아닌 오늘’로 흐를는지 모른다. 굳어버린 어제가 아닌, 우리 마음에 따라 새로울 수 있는 삶이 되는 셈이다. 지나온 걸음이기 때문에 못 바꾸는 길이 아니라고 본다. 지나온 걸음이건 나아갈 걸음이건, 무엇을 바라보고 생각하며 그리는가에 따라 오늘 하루가 새롭겠지. 임금자리에 있기에 웃지 않는다. 밑바닥에서 헤매기에 울지 않는다. 웃으려는 사람이기에 웃고, 울려는 사람이니 울지. 조그마한 아이가 뭇사람 마음을 차근차근 흔드는 물결이 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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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0.24.


《빨간머리 앤을 좋아합니다》

 다카야나기 사치코 글·그림/김경원 옮김, 위즈덤하우스, 2019.4.19.



고흥으로 자전거를 들고 돌아온 이튿날, 바로 작은아이하고 들길을 달린다. 살살이꽃이 반긴다. 피었다가 바싹 마른 깨꽃이 향긋하게 손짓한다. 살살이꽃에 손을 대면 살살이꽃내음이 퍼지고, 깨꽃을 만지면 깨꽃냄새가 번진다. 꽃은 어디에서나 꽃이다. 꽃집이 있어야만 꽃이 아니다. 들이고 골목이고 마을이고 숲이고 어디이고 꽃이다. 마당하고 밭이고 논둑이고 꽃이다. 우리가 꽃을 마주할 줄 안다면 언제 어디에서나 꽃노래가 되리라. 《빨간머리 앤을 좋아합니다》를 천천히 읽는다. 일본에서 사는 이웃님이 보내 주었다. 한글책을 일본에서 받다니! 이 책을 보낸 일본 이웃님은 일본판을 엮은 분이라는데 그분이 보기에 한글판이 한결 곱게 나온 듯하다고 글월을 적으셨다. 그렇지만 일본판도 매우 곱다고 생각한다. 나는 ‘빨간머리 앤’이 꽃을 사랑하고 숲에 안겨서 꿈꾸는 아이라서 반긴다. 앤은 숲에서는 숲아이가 된다. 앤은 숲 밖에서는 어쩐지 앤다워 보이지 않는다. 큰고장 아닌, 또 마을조차 아닌, 고즈넉하면서 아늑한 숲자락이야말로 앤을 앤답게 키운 삶터이지 싶다. ‘빨간머리 앤’을 읽는 분들이 ‘앤이 꽃순이+숲아이로 노래한 날갯짓’을 눈여겨보면서 우리 삶터를 모두 꽃숲으로 가꾸는 길로 나아간다면 좋겠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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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0.23.


《이게 정말 마음일까?》

 요시타케 신스케 글·그림/양지연 옮김, 김영사, 2020.2.24.



어린이나 푸름이한테 굳이 종이책을 읽혀야 한다고는 여기지 않는다. 다만, 종이책을 안 읽고 자라나는 어린이나 푸름이는 매우 거칠거나 끔찍하거나 지저분한 ‘바보 어른 말씨’를 그냥 흉내내거나 따라하더라. 책을 읽더라도 아름책이나 꽃책이나 온책이 아닌, 장삿속에 사로잡힌 읽을거리를 자꾸 쥔 어린이나 푸름이도 매한가지이다. 책을 읽기에 말씨가 깨끗하지 않다. 책을 안 읽기에 말씨가 더럽지 않다. 스스로 숲이 되는 푸른들과 파란하늘 마음결이 될 적에 비로소 말씨가 숲답고 하늘답고 바람답다. 오늘날 ‘바보 어른 말씨’를 쓰는 어른이나 어린이는 하나같이 서울바라기라고 느낀다. 치고받으면서 혼자 살아남거나 거머쥐려는 다툼판에서 악을 쓰는 이들이 쓰는 ‘바보 어른 말씨’요, 어린이하고 푸름이도 이런 물에 젖는다. 《이게 정말 마음일까?》를 읽는 내내 이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도 ‘바보 어른’한테 물들거나, ‘바보 어른’한테 꾸지람을 들으면서 참 괴로운 마음이었겠네 싶더라. 아이들이 즐겁게 뛰놀면서 기쁘게 배우고 새롭게 노래하는 터전에서라면 싫거나 밉거나 짜증나거나 아픈 마음이 될 턱이 없으리라. 예전 나라지기도 엉터리였지만 요즘 나라지기도 엉터리이다. 벼슬을 쥐어 돈을 챙기려니 하나같이 엉터리이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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