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반지레


무엇을 하든 틀을 짭니다. 틀은 눈에 보이도록 짜기도 하고, 마음으로 짜서 생각을 펴기도 합니다. 집을 지으려고 밑틀을 짭니다. 글을 쓸 적에도 밑그림을 그려요. 모든 곳에는 밑이 있어요. ‘밑’이 없다면 아무것도 못 올립니다. 위아래라고 하는 자리로만 바라볼 ‘밑’이 아닌, 든든하게 받치면서 무럭무럭 크도록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밑틀을 짜기보다는 허울을 내세우는 일이 있어요. 한낱 종이쪽을 흔들면서 겉치레를 펴기도 합니다. 껍데기로는 삶이 안 되는데, 겉발림으로는 살림하고 등지는데, 입발림으로는 어떤 사랑도 피어나지 않는데, 그만 반지레한 겉얼굴을 씌우는 일이 있습니다. 그만 꾸미면 좋겠어요. 눈속임은 걷어치우고 시늉도 걷어내며 번지르르한 모습이 아닌, 반짝반짝 빛나는 길을 가면 좋겠습니다. 참말을 하고 참뜻을 밝히기를 바라요. 즐겁게 살아갈 길을 알리고, 서로 노래하는 자리를 외치면 좋겠습니다. 값을 매기기보다는 즐거이 받으면서, 기쁘게 하면서, 우리가 나누는 말 한 마디마다 눈부신 숨결이 흐르도록 하면 좋아요. 아름다이 말하니 아름다이 춤추는 이야기가 우리 곁에서 하늘하늘 흐드러집니다. ㅅㄴㄹ


틀·틀거리·말·말잔치·허울·종이쪽·겉치레·껍데기·겉발림·입발림·겉핥기·겉훑기·꾸미다·눈속임·눈가림·시늉·번드레·반지레·반지르르·번지르르 ← 요식행위(要式行爲)

말·말하다·뜻·밝히다·알리다·이르다·외치다·매기다·받다·하다 ← 선고(宣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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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를 지킨 사람들 - 잊힌 역사의 조각들을 되찾다
안민영 지음, 허지영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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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맑은책시렁 236


《문화재를 지킨 사람들》

 안민영 글

 허지영 그림

 책과함께어린이

 2020.9.14.



오쿠라는 경복궁 철거 업무를 담당했던 인물 중 하나였어요. 그는 데라우치 총독에게 자선당 건물을 일본으로 가져갈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해요. 이후 오쿠라는 자선당 건물을 해체하여 바다 건너 일본으로 가지고 갔어요.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딴 박물관인 ‘오쿠라 슈코칸’에 자선당 건물을 전시해 왔어요. (27쪽)


정선의 그림을 수집한 독일인 노르베르트 베버는 1910년 무렵부터 약 10년 동안 선교를 하기 위해 세 차례 우리나라에 파견됐어요. 그는 우리 민족의 생활 모습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각 지방을 다니며 당시 서민들의 생활 모습을 영상으로 기록했지요. (39쪽)


정조문은 일본에 흩어져 있는 우리 문화재를 사 모으면서 간절한 꿈이 하나 생겼어요. 우리 문화재를 모아 박물관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었어요. 그리고 그 오랜 꿈은 1988년에 결실을 이루어요. (62쪽)


김정희가 제자와 가족에게 보낸 친필 편지나 청나라 학자들과 교류한 글, 그림 등을 대가 없이 건넨 거예요. 우리 역사 연구에 필요한 너무나 귀중한 자료였어요. 후지즈카 아키나오는 아버지가 평생 모아 온 김정희의 작품들이 필요한 곳으로 가는 게 자신도 기쁘다고 이야기했어요. (77쪽)



  우리 삶터 무엇이나 살림살이입니다. 더 값지거나 덜 값진 살림이란 없습니다. 모두 뜻있으면서 알뜰히 누리는 살림입니다. 하루하루 흘러서 낡고 닳은 살림이 되어도 매한가지입니다. 겉이 낡더라도 손때가 묻은 살림이요, 제법 허름하더라도 손빛이 흐르는 살림입니다.


  일본스러운 한자말로는 ‘문화·문화재’라 하지만, 오래도록 쓰던 수수한 말씨로는 ‘살림·세간’입니다. 살림이며 세간을 보는 눈썰미였다면 마을마다 조촐히 돌보는 살림집에 ‘살림꽃집’을 마련했으리라 봅니다. 애써 ‘문화·문화재’란 이름을 쓰기에 ‘박물관’이라 하고, ‘역사’를 갈무리한다고 말해요.


  《문화재를 지킨 사람들》(안민영, 책과함께어린이, 2020)은 ‘문화재’를 지킨 여러 사람들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 나라에서 땀흘린 분이 있고, 이웃나라에서 애쓴 분이 있습니다. 누가 더 높지도 낮지도 않습니다. 저마다 다르게 살림빛을 알아챘을 뿐입니다. 자선당이라는 집을 일본으로 데려간 이는 일본사람이라지만, 그 집이 어떤 값어치인 줄 알았으니 데려가려 했겠지요. 그때 이 나라에서는 무엇을 했을까요? 정선 그림을 건사한 사이는 독일사람이라지요. 그동안 이 나라에서는 무엇을 했을까요?


  비록 여러 나라에서 훔쳐간 살림살이도 있습니다만, 우리 스스로 깎아내린 살림살이가 훨씬 많고, 우리 스스로 등돌린 살림살이도 대단히 많습니다. 더구나 임금을 둘러싼 살림만 너무 높인 나머지, 이 터전을 이룬 수수한 사람들 살림살이는 오래도록 뒷전이었어요.


  골목집을 허물고 골목마을을 밀어낸 뒤에 ‘골목 박물관’을 짓는다면, 참말로 ‘골목살림’을 드러낼 길이 될까요? 숲을 밀어낸 자리에 ‘공원’을 세우면, 참으로 이곳이 숲바람이 일렁이는 터전이 될까요? 이제는 차분히 차근차근 되새길 때예요. 돈으로 쳐서 값진 살림도 대수롭지만, 돈으로 칠 수 없는 수수한 살림도 대수롭습니다. 아이를 사랑으로 돌보는 손길이 대수롭고,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며 스스로 지어낸 갖가지 놀이와 노래가 대수롭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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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잉 위치 5
이시즈카 치히로 지음, 문기업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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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책으로 삶읽기 631


《플라잉 위치 5》

이시즈카 치히로

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17.1.31.


“하지만 어쩔 수 없지 뭐. 어른은 원래 그런 거니까.”“어른이네.” (45쪽)


“어렸을 때는 컨트롤이 잘 안 돼서, 불안해지면 지금처럼 비를 내리게 해.” “그렇구나. 맞아요. 갑자기 모르는 곳에 오면 마음이 불안해질 수밖에요. 지금까지 참았던 거군요.” (51쪽)


“참 재미있는 도구지. 이걸 사용하면 자신이 표면적인 세계만 보고 있었다는 걸 뼈저리게 느낄 수 있거든.” (123쪽)


《플라잉 위치 5》(이시즈카 치히로/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17)을 조용히 읽었다. 바람아씨는 여느 큰고장 여느 마을에서도 스스럼없이 녹아들어 즐겁게 놀듯이 일을 한다. 가만히 보면 바람아씨가 숲에서 지낼 적에도 숲에 스스럼없이 스며들어 즐겁게 춤추듯이 일했을 테지. 이곳에 있어야 더 일할 만할까? 저곳에 있으니 일이 안 될까? 일이 잘되는 자리도 있다고 할 테지만, 마음이 오롯이 즐겁게 흐른다면 딱히 가릴 만한 자리는 없지 싶다. 큰고장 한복판도 숲처럼 푸르게 바꿀 기운이 우리한테 있으며, 외딴섬 한복판도 너른터로 시원스레 가꿀 손빛이 우리한테 있을 테니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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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마실 해보시겠어요?

전주에 계신 분은 책집마실을 하시면 되고요.


..


책숲을 노래해


“노래하는 책숲마실” 

―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을 나누는 마을책집

― 《책숲마실》과 함께하는 마을책집 사진노래

― 노래 + 책숲 + 마실 + 우리말


 사진 + 노래꽃 잔치

 때 : 2020.10.30.19시

 곳 : 전주 〈잘 익은 언어들〉





잘 익은 언어들 (숲노래 글)


겨울볕이 고와 상큼하게

여름빛이 맑아 싱그럽게

봄바람이 기뻐 산뜻하게

가을길이 설레 새삼스레


까무잡잡한 흙이

이웃 풀꽃나무가

빗물 눈물 구름 바람이

해님 별님 다같이


씨앗 한 톨 키워

줄기 한 대 올려

잎 한 자락 틔워

꽃 한 송이 피워


이리하여

알알이 익는 마음

알뜰히 차는 숨결

그리고 새로 자라는 말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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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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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기는 마음빛 (2020.10.22.)

― 서울 〈번역가의 서재〉


  보금자리에서 모든 살림을 꾸릴 적에 가장 홀가분하면서 즐거운 길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집에서 손수 지어서 누리기에 더없이 기쁘면서 씩씩하게 지낼 만하지 싶어요. 스스로 짓지 못하는 살림이 있으면 이웃하고 나눕니다. 우리가 넉넉히 지은 살림이 있다면 이때에도 이웃하고 나누지요. 우리는 이웃한테, 이웃은 우리한테, 서로서로 상냥하면서 포근한 손길을 잇습니다.


  저는 쇠를 만지지 않아요. 그래서 쇠로 이모저모 지은 이웃님한테서 달림이(자전거)를 장만합니다. 제가 장만한 달림이는 혼자 살 적에 저랑 책만 실어 나르는 고마운 발이 되었다면, 곁님하고 두 아이를 낳은 뒤에는 아이들을 태우는 듬직한 다리가 되었어요. 제가 타는 여러 달림이 가운데 몇몇은 너무 닳아 더는 못 타지만, 열여덟 해째 타는 달림이는 꾸준히 손질하면서 여태 멀쩡합니다. 아니, 몸통이랑 손잡이만 멀쩡하고 다른 모든 연모랑 톱니는 몇 벌을 갈았습니다.


  고흥에서 이 달림이를 손질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고흥도 순천도 달림이를 제대로 만지는 일꾼을 못 봅니다. 어쩔 길이 없지요. 버스 짐칸에 싣고 서울마실을 합니다. 서울에 있는 단골 자전거집 지기님은 “고흥에 그렇게 사람이 없나? 하기는, 강릉 손님도 꼭 우리 집까지 가져오시더라구요. 여태 강릉이 가장 먼 손님이었는데, 이제 최종규 씨가 가장 먼 손님이 되었네!” 하고 말씀합니다.


  두 시간을 손질한 달림이는 잘 나아갑니다. 이 달림이를 타고 〈커피 문희〉에 들러서 코코아를 한 모금 마십니다. 그리고 조금 더 달려 〈번역가의 서재〉로 마실합니다. 마치 2층처럼 보이는 1층에 있어서 한참 못 찾고 골목을 헤맸습니다. 해 떨어진 저녁이라 더 헤맸을는지 모르지요. 이튿날 아침에 다시 이곳에 와 보니 볕이 무척 잘 들고 환한 자리예요. 서울 한복판에 이러한 골목집이 있고, 이 골목집이 이러한 책집을 품었다니, 창가에 앉아 가만히 하늘바라기를 해도 즐겁겠구나 싶습니다.


  이곳 〈번역가의 서재〉는 바깥말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시는 분이 가꾸면서 ‘우리말로 옮긴 책’만 건사한다고 합니다. 둘레에 나누고 싶은 여러 나라 책이 있기에 우리말로 기쁘게 옮겨요. 우리말로 옮긴 이웃나라 책은 두 나라가 말로 이어가면서 만나는 길이 됩니다. 저 나라 사람은 저러한 살림으로 하루를 노래하네 하고 돌아봅니다. 우리는 이러한 살림으로 오늘을 노래했구나 하고 되새깁니다.


  같이 찾고 함께 생각합니다. 같이 누리고 함께 나눕니다. 이웃나라에서 넘실대던 이야기가 새로운 말씨를 만나 새롭게 씨앗을 틔웁니다. 웃음이며 눈물은 쉽게 옮는다고 해요. 노래하고 춤도 쉽게 옮겠지요. 별빛을 서울에 옮겨 놓고 싶습니다.


《연필》(헨리 페트로스키/홍성림 옮김, 서해문집, 202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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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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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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