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라 2
킨다이치 렌쥬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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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책으로 삶읽기 637


《라라라 2》

 킨다이치 렌주로

 장지연 옮김

 학산문화사

 2017.9.25.



“부부란 원래 태생도 성장과정도 전혀 다른 타인이잖아. 그런 사람들이 함께 사는 거니까 충돌하는 게 당연지사고.” (102쪽)


“타협하는 것보단 이해해 보려고 이것저것 시도하는 게 훨 낫지. 설령 그 결과가 타협으로 끝나게 되더라도.” (103쪽)


‘당분간은 이사무라 씨가 좋아했던 반찬이라도 만들면서 좋은 주부가 되어야지.’ (148쪽)


‘그런 남편 뒷담화 대회가 메인인 모임에 참가했다간 여성 불신에 빠질걸? 그래서 최대한 피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구.’ (171쪽)



《라라라 2》(킨다이치 렌주로/장지연 옮김, 학산문화사, 2017)을 읽으면서 갓벗(부부)이라는 사람이 처음 만나서 서로 어우러지는 길을 걷는 하루를 되새겨 본다. 한집에 살기에 갓벗이 될 수 있고, 눈이 맞아서 짝꿍이 될 수 있다. 어쩌다가 아이를 낳기도 하고, 오롯이 사랑으로 아이를 돌보기도 한다.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르게 살림을 가꾸거나 짓거나 누린다. 무엇을 보려는 삶일까? 이 삶에서 무엇을 할 적에 스스로 즐거울까? 다른 사람 뒷말을 하는 재미란 무엇일까? 스스로 하루를 가꿀 적에 참다이 재미나지 않을까? 나라나 배움터에서는 으레 ‘동무를 사귀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동무를 많이 사귀기에 그 사람이 착하거나 즐겁거나 아름다이 살아가지는 않지 싶다. 스스로 고요하면서 빛나는 마음이라면 누구나 언제 어디에서나 동무가 될 테고, 이 터전을 슬기롭고 사랑스레 가꿀 테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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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지만 같은 별빛을 (2019.1.29.)

― 서울 〈메종 인디아〉



  우리는 다른 하늘을 이고 살까요? 어쩌면 그럴는지 모릅니다. 저는 인천이란 고장에서 태어났는데, 까마득히 어린 날에는 가파른 골목마을 조그마한 쪽집 한켠에서, 조금 자란 일곱 살부터 바닷가 작은 집에서, 열일곱으로 접어들 무렵에는 제법 큰 잿빛집에서 살았습니다. 인천은 뚝딱터(공장)도 많고 서울로 가는 빠른길이 한복판을 가로질러요. 하늘이 참 매캐하지요. 그런데 작은아버지 사는 서울에 이따금 마실하고 보면 인천하늘은 꽤 맑은 셈이더군요. 그럭저럭 별이 조금 보이거든요.


  스물한 살에 강원도 양구 군대에 가며 ‘쏟아지는 별’을 새롭게 보았습니다. 열 살 무렵 충청도 당진 어머니 시골집에서 본 ‘쏟아지는 별’ 못지않은 별잔치요 미리내였습니다. 가만히 하늘을 보면 별똥이 숱하게 떨어져 “뭐야? 별똥 보며 꿈을 빌라더니, 뭔 별똥이 이렇게 많이 떨어져? 떨어지는 별똥만큼 꿈을 다 빌어도 돼?”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군대를 마치고 서울에서 아홉 해를 살며 ‘별 없는 밤’을 보냈습니다. 하늘에 별이 안 보이니 밤새 ‘책을 곁에 두며’ 살았어요. 서울사람이 예나 이제나 책을 가장 많이 읽는데, 아무래도 별 없는 서울에서는 책에서 별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책에서 헤아린 별을 조금씩 마음으로 옮겨 눈을 감고서 고즈넉히 사랑빛바라기로 가면 좋을 테고요.


  2019년에 태어난 노래꽃책(동시집)을 놓고서 〈메종 인디아〉에서 책수다를 마련합니다. 느즈막한 겨울밤에,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도란도란 모인 분들이 반갑습니다. 밤하늘에 틀림없이 별이 가득해도 불빛하고 자동하고 잿빛집이 가로막은 밤빛일 텐데, 《우리말 동시 사전》이랑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같은 책을 서울에서 같이 읽어 보면서 ‘서울에서도 얼마든지 숲내음이 피어나는 살림길이 될 만하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듣습니다. 몸이 푸르기에 마음이 푸르기도 하지만, 마음이 푸르기에 몸이 푸르기도 해요. 마을이 온통 숲이니 보금자리가 숲이 되기도 하지만, 우리 스스로 보금자리를 숲으로 가꾸면 마을도 어느새 숲이 됩니다.


  책 하나는 대수롭지 않으면서 대단해요. 아주 조그마한 책이기에 콩알만 한데요, 이 콩알 한 톨이 흙에 깃들어 무럭무럭 자라면 하늘까지 뻗는 ‘콩나무’도 되잖아요? 잭만 콩나무를 타고 하늘에 가지 않으리라 생각해요. 우리도 콩나무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 보면 좋겠어요. 스스로 아름답게, 스스로 눈부시게, 스스로 해맑게, 스스로 꽃빛이 되도록, 하루를 가꾸면 좋겠습니다. 시골로 떠나야 푸른길이 되지 않습니다. 어디에서나 푸른눈에 푸른넋이라면 누구나 푸른숨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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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울다》(거수이핑/김남희 옮김, 잔, 2018)

《불에 탄 나무토막 같구나 아스케》(레이프 에스페르 안데르센 글·울리치 뢰싱 그림/김일형 옮김, 보림,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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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숲노래 사전] https://book.naver.com/search/search.nhn?query=%EC%88%B2%EB%85%B8%EB%9E%98&frameFilterType=1&frameFilterValue=359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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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더하기 책 (2020.10.23.)

― 서울 〈산책자〉


  어제 서울에 부랴부랴 와서 자전거를 고쳤고, 아침에 이 자전거로 강아랫마을 버스나루로 달릴 생각입니다. 이에 앞서 서울 마을책집을 더 들르고 싶어서 〈산책자〉로 갑니다. 합정역 곁에 있는 이곳은 3층에 있군요. 자전거를 어찌할까 망설이다가 디딤돌을 따라 죽죽 올라갑니다. 책집으로 들어서는 길목에 다른 자전거가 하나 있군요. 이 자전거 옆에 제 자전거를 나란히 놓고 들어섭니다.


  서울에서 하루를 묵은 터라 한낮에 마을책집에 찾아갔습니다. 토실한 집고양이가 저를 쳐다봅니다. “책 보러 왔어. 네가 이곳을 지키니?” 토실냥이는 책을 보러 왔다는 제 다리 사이를 끝없이 오가면서 목덜미를 긁어 달라고 합니다. 토실냥이를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넌 처음 보는 사람한테도 늘 이렇게 안기니?” 하고 묻지만, 이 아이는 제가 목덜미를 긁지 않으면 안 떠날 낌새입니다.


  토실냥이 목덜미를 긁어 주니 가르랑거리다가 책상으로 펄쩍 뛰어오르더니 벌러덩 눕습니다. “글쎄, 난 너랑 놀려고 오지 않았어. 책을 보러 왔다니까.” 목덜미는 긁어 주거나 배는 긁어 주지 않아서인지 토라진 듯하지만, 그래도 내내 제 곁에 붙어서 “넌 뭔 책을 그리 보니? 어제도 책을 봤잖아? 이제 그만 보지? 너희 집에도 책 많다며?” 하며 자꾸 치근덕치근덕 붙습니다. 문득 앞을 보니 햇볕이 잘 드는 자리에 깜고양이가 이 모습을 멀뚱히 쳐다보다가 흠칫 놀랍니다. 깜고양이는 “너희 노는 꼴을 구경하지 않았어. 쳇.” 하면서 골마루 나무디딤턱으로 갑니다.


  한참 책시렁을 살피는데 사람은 없구나 싶습니다. 가만히 보니 이곳은 ‘말과 활’이란 잡지를 펴내는 곳에서 꾸리는 책집이기도 하며, ‘산책자 + 숨어있는 책’이란 이름으로, 헌책집 책시렁에서 옮긴 책을 두는 칸이 있구나 싶어요. 책을 집어서 뒤쪽을 봅니다. “아, 〈숨어있는 책〉 지기님이 슥슥 적은 책값 자국이로구나.” 푸름이일 적에 인천 마을책집을 돌며 찾아내어 읽은 최인훈 님 책을 새삼스레 장만합니다. 1991년 그때 동무는 “야, 이렇게 낡은 책을 굳이 찾아내어 읽어야 하니?” 하고 물었어요. “최인훈인걸. 고작 스무 해도 안 지났는데 낡은 책 아냐.” 그런데 2020년에 새로 읽으니 어쩐지 낡아 보여 꽤 슬펐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면 저는 늘 ‘낡은’ 책에서 ‘낡지 않은 새빛’을 찾고 싶었고, ‘오늘’ 책에서는 ‘오래된 길에 흐르는 빛’을 헤아리고 싶었어요. 그나저나 고흥으로 돌아가는 길에 함씽씽이(버스)에서 무릎셈틀을 켜는데, 〈산책자〉에서 찍은 사진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제가 책만 보고 저희랑 안 놀았다고, 두 고양이가 마음힘으로 사진을 없앴을까요? 아마 그러했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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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歷史와 想像力》(최인훈, 민음사, 1976.11.15.)

《崔仁勳全集 2 灰色人》(최인훈, 문학과지성사, 1977.8.20.)

《作家論叢書 10 李箱》(김용직 엮음, 문학과지성사, 1977.7.5./1995.9.20.)

《冠村隨筆》(이문구, 문학과지성사, 1977.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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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숲노래 사전] https://book.naver.com/search/search.nhn?query=%EC%88%B2%EB%85%B8%EB%9E%98&frameFilterType=1&frameFilterValue=359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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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손전화로도 사진을 몇 자락 찍었는데
손전화 사진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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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3.


《보건교사 안은영》

 정세랑 글, 민음사, 2015.12.7.



마을책집을 두루 다니다 보면 비슷하게 꽂힌 책을 으레 본다. 이 가운데 《보건교사 안은영》이 있다. 언젠가 “그 책 재미있어요. 작가님도 좋아하실 텐데.” 하는 말을 들었지만 안 집었다. 몇 해 흘러 2020년 10월 전주에서 이 책을 비로소 집어서 펼친다. ‘오늘의 젊은 작가’란 이름이 붙는데, 오늘날 젊은 글님은 이러한 줄거리·얼거리·이야기가 재미있다고 느끼는구나. 선 채로 다 읽고서 얌전히 제자리에 놓았다. ‘퇴마’라든지 ‘마녀·마귀·악마’라든지 ‘마법사’ 같은 낱말을 혀에 얹거나 손에 놓는 분들은 그러한 빛이나 숨을 얼마나 보거나 느끼거나 맞아들일까? 나는 영화 〈식스센스〉를 보면서 끝없이 울었다. 그 영화에 나오는 아이는 내가 보낸 나날하고 비슷했기에. 영화는 ‘아이가 본 죽은 넋이 떨치지 못한 몸뚱이에 흐르는 핏자국’을 매우 부드럽게 그렸지만, 막상 ‘그들을 보는 눈’은 그렇게 ‘부드러운(?) 모습’이 아닌, 덜덜 떨밖에 없는 모습을 본다. 삶터(사회)·배움터(학교)에서 겪은 멍울을 살짝 익살스레 담는다고 하지만, 익살보다 눈물이 보이는 《보건교사 안은영》이던데, 모쪼록 마음을 폭 쉬고 달래면서, 맨발로 숲길을 거닐어 보시면 좋겠다. 숲바람은 모든 멍울을 씻어 주면서 새글빛을 알려준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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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2.


《비 오는 날에는 귀신이 나타난다》

 모로호시 다이지로 글·그림/고현진 옮김, 애니북스, 2019.10.25.



책숲 얘기글월(소식지)을 꾸민다. 지난달에 이어 겉뜨기(복사) 아닌 새로찍기(인쇄)로 한다. 지난달에는 열세 살 큰아이 그림을 담았고, 이달에는 열 살 작은아이 그림을 담는다. 두 아이 그림을 본 분들은 “어디서 그림을 배웠어요?”나 “누가 그림을 가르쳤어요?” 하고 묻지만, 아이들은 그저 스스로 그리고 싶어 스스로 붓을 놀리며 살아왔다. 어느 누구도 아이들더러 ‘이렇게 그려라’나 ‘저렇게 고쳐라’ 하고 말하지 않았기에, 이 아이들 그림은 매우 홀가분하다. 그림배움터 분들한테는 안된 말씀이지만, 그림님이 되려면 그림배움터를 다니면 안 되고, 그림스승을 두어서도 안 된다. 글님이 될 적에도 글배움터나 글스승이 없어야 한다. 밥을 맛있게 짓는 길은 그저 스스로 즐겁게 지으면 될 뿐이다. 글이랑 그림도 똑같다. 《비 오는 날에는 귀신이 나타난다》를 다 읽고서 제법 오래 책상맡에 쌓아 놓았다고 느낀다. 큰아이가 “아버지, 이렇게 잔뜩 쌓은 만화책 언제 치워요?” 하고 묻는다. 아아, 언제 치우려나? 이 만화책에 나오는 말씨를 갈무리해 놓아야 치울 텐데. 모로호시 다이지로 님이 빚는 만화에 나오는 ‘귀신’은 우리 이웃이자 동무이자, 바로 우리 스스로이기도 하다고 느낀다. 귀신이란 따로 없으니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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