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괴로운 탓 : 굶는다고 괴롭지도, 먹는다고 즐겁지 않다. 스스로 즐겁다고 생각할 적에 즐겁고, 괴롭다고 여길 적에 괴롭다. 헤어졌다고 괴롭지도, 만난다고 즐겁지 않다. 스스로 즐겁다고 생각할 때에 즐겁다. 잃는다고 괴롭지도, 얻는다고 즐겁지 않다. 내가 즐겁다고 생각하면 즐겁다. 없다고 괴롭지도, 있다고 즐겁지도 않다. 오늘을 즐겁다고 생각한다면 즐겁다. 20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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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6.


《안녕, 밥꽃》

 장영란 글·김휘승 그림, 내일을여는책, 2020.1.22.



어제 이웃집 할아버지가 굵다란 고구마를 한 꾸러미 주셨고, 오늘은 옆밭 할머니가 “저기, 집이 감저(고구마) 좀 캐 가시오. 나가 허리가 아파 캐질 못하겠구먼. 그란데 감저를 캐서 나눌라캤더만 지(쥐)가 다 파먹어부럿어. 어쩌까나. 한나도 안 나오것네.” 하고 말씀한다. 내내 고흥에서만 나고 자라며 지낸 할머니 말씨를 곰곰이 생각한다. 처음엔 ‘집이’라는 말씨가 아리송했지만, 글을 모르는 시골 분은 으레 ‘댁(宅)’ 아닌 ‘집’이란 낱말을 쓴다. “그 집 사람이”를 ‘집이’로 말씀하시더라. 아무튼 옆밭 할머니 말씀을 듣고 호미를 챙겨 파는데 거의 안 나온다. 밑감을 챙겨 손질하고 밥을 짓는다. 밥을 지으며 나오는 그릇이며 연모는 부지런히 설거지를 한다. 그냥 두면 설거지감이 수북하지. 이제는 아이들 스스로 그릇에 퍼서 먹는다. 무럭무럭 컸지. 아직 작은아이는 밥짓기 얼거리를 못 헤아리지만 더 지켜보면 되겠지. 《안녕, 밥꽃》은 우리가 누리는 풀밥을 빛꽃(사진)하고 글로 보여준다. 알뜰히 엮었구나 싶으면서 조금 아쉽다. 어떤 풀알을 누리는가를 꼼꼼히 담으려고 너무 애쓴 탓에 빛꽃이 엉성하다. 조금 더 부드러이, 가까이, 살가이, 포근히 다가서면 좋을 텐데. 그래도 서울 이웃님이 이 책을 잘 사귀면 좋겠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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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5.


《로봇과 일자리》

 나이절 캐머런 글/고현석 옮김, 이음, 2018.3.27.



작은아이가 어제부터 “고구마가 있으면 좋겠는데, 아주 큰 고구마. 그러면 숯불에 구워먹게요.” 하고 노래한다. 오늘 낮 이웃 할아버지가 불쑥 찾아와서 “어, 최 선비, 맨날 애들한테 풀만 뜯어먹여서 애들이 크나? 괴기도 좀 먹여야지. 그리고 고구마도 좀 먹이소.” 하면서 한 꾸러미를 안기신다. 이웃 할아버지가 베푼 고구마는 내 팔뚝만큼 굵다. 작은아이 노랫소리가 이웃집까지 퍼졌을까? 해가 기울 즈음 작은아이는 가랑잎하고 대나무를 그러모아 불을 피운다. “재를 만들어야지! 재를 만들자!” 하고는 굵직한 고구마를 하나둘 묻는다. 한참 실랑이를 하는데 재가 썩 많지 않다. 처음으로 고구마굽기를 했으니 설익었는지 아닌지 모르겠지. 그러나 어떤가. 처음부터 끝까지 작은아이 혼자 건사하면서 고구마굽기를 했는걸. “다음엔 좀더 잘 구워야겠어.” 하면서 누나가 찐 고구마를 냠냠냠. “Will Robots Take Your Job?”을 옮긴 《로봇과 일자리》를 읽었는데, 책상맡에서 글을 살피는 이들은 이렇게 ‘글로 글을 낳는구나’ 하고 다시금 생각한다. 오늘날 로봇 아닌 살림이 얼마나 될까? 벌써 ‘로봇하고 함께 살아가는 길’이지 않나? 같이 누리고 함께 나아가려고 여기면, 풀꽃나무뿐 아니라 로봇하고도 얼마든지 이웃이 되리라 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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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4.


《좋아서, 혼자서》

 윤동희 글, 달, 2019.12.30.



빨래터 아랫샘을 치운다. 어제는 바람이 되게 셌지만 오늘은 보드랍다. 빨래터 윗샘도 치워야겠지만 다에날 하기로 한다. 복닥복닥 집일을 하고 마을일까지 마치고서 함씽씽이(버스)를 타고 읍내로 나간다. 전주 이웃님이 손전화로 닭집 꽃종이(쿠폰)를 보내 주었는데 시골에서도 바꿀 수 있나 궁금하다. 마침 꽃종이 닭집이 고흥읍에 있고, 되는지 물으니 된단다. 두 아이하고 곁님을 헤아려 한 마리를 더 시킨다. 그런데 부피가 참 작다. 이렇게 작은가? 값은 제법 되는데? 그래 그렇구나 생각하면서 집으로 돌아온다. 함씽씽이는 천천히 달린다. 굽이길을 느긋하게 가니 좋다. 건널목 하나조차 없는 시골길이니 느슨히 가도 느리지 않다. 아이들을 재우고 하루를 돌아보며 《좋아서, 혼자서》를 떠올린다. 2000년이나 2010년 무렵만 해도 이러한 말은 섣불리 하기 어려웠다면, 2020년을 넘어서는 이즈음에는 이 말씨가 제법 퍼진다. 마땅한 노릇인데 스스로 즐거울 길을 가야 맞다. 다른 눈치 아닌 스스로 마음을 읽으면서 가면 된다. 책쓴님은 서울에서 스스로 좋은 길을 가겠지. 부디 그 길이 멋길보다는 푸른길이면 좋겠는데, 남한테 이런 길을 바랄 까닭 없이 내가 선 이 자리에서 스스로 푸른길을 가면 되겠지. 시골 밤하늘은 미리내잔치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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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숲속에 집이 있어요 웅진 세계그림책 187
줄리 폴리아노 지음, 레인 스미스 그림,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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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509


《깊은 숲속에 집이》

 줄리 폴리아노 글

 레인 스미스 그림

 공경희 옮김

 웅진주니어

 2018.3.23.



  이름을 살짝 바꾸면서 줄거리를 다르게 보곤 합니다. 이름을 새롭게 붙이면서 이야기를 새삼스레 보기도 하지요. “A House That Once Was”를 옮긴 《깊은 숲속에 집이》를 읽다가 아무래도 찜찜했습니다. 영어로 찾아보니 ‘숲’이 아닌 ‘집’에 눈길을 맞춘 그림책입니다. 어쩐지 ……. 오랜 나날을 가만히 잠자듯이 지낸 집에 문득 발걸음을 옮긴 아이들은 무엇을 볼까요? 낡거나 먼지가 앉은 살림을 바라보는 아이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요? 오늘하고는 좀 다르지만 아주 다르지는 않은 오랜 살림집 예전 살림살이는 아이들 마음에 어떤 싹을 틔울 만할까요? 새롭기에 좋지 않고 오래되기에 좋지 않습니다. 새로우면 새로운 이야기가 흐르고, 오래되면 오래된 이야기가 감돌아요. 두 이야기는 다르면서 하나로 얽힙니다. 아이는 자라서 어른이 된다는데. 어른이 되어 가는 아이는 아이로 뛰논 나날을 밑바탕으로 다스립니다. 어른이 되어 새롭게 아이를 낳는 아이들은 어떤 숨결을 새롭게 태어날 아이한테 물려주고 싶을까요? 더더 나이를 먹는 어른은 아이다운 밑길을, 밑씨를, 밑자취를 어떠한 마음으로 되새기면서 오늘 아이들한테 들려주나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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