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달걀꼴


달걀을 삶으려다가 한 알이 살짝 모서리에 부딪히 뽀직 금이 갑니다. 금이 간 달걀은 삶지 않습니다. 온통 풀어져서 엉망이 될 테니까요. 달걀은 ‘닭알’인데, 가만히 보면 길둥글합니다. ‘길둥글다·길동글다’란 말씨가 재미납니다. 조금 짧게 ‘긴동글·긴둥글’이라 해도 어울려요. 모든 말은 생각을 담습니다. 마음에 씨앗으로 묻을 생각을 말로 그립니다. 오늘 우리는 어떤 말을 마음에 담는가요? 그냥그냥 욱여넣거나 밀어넣듯 다그치는 생각인가요, 아니면 참하면서 곱게 다스려서 넣으려고 하는 생각인가요? 꼭 맞추어야 하지는 않아요. 생각을 즐겁게 바꾸면서 새롭게 나아가면 됩니다. 남하고 나를 견주지는 말아요. 문득 빗대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지만, 서로 다르게 나아갈 즐거운 하루를 헤아리면 좋겠습니다. 굳이 대려 한다면 “너도 즐겁고 나도 즐겁네” 같은 마음을 둥글둥글 어울려 놓으면 좋겠지요. 새가 낳는 알은 으레 길둥글합니다. 닭도 오리도 메추라기도 제비도 하나같이 길동글해요. 이 긴동그라미는 어떤 빛이나 결을 담아내려나요. 동글동글한 씨앗도 있지만 길동글한 씨앗이 참 많고, 빗물도 길동글하게 무늬를 그리더군요. ㅅㄴㄹ


넣다·담다·끼워넣다·밀어넣다·욱여넣다·집어넣다·맞추다·끼워맞추다·둘러맞추다·대다·견주다·빗대다·바꾸다·돌리다·여기다·생각하다·헤아리다·치다 ← 대입(代入)


긴동글·긴동글꼴·긴동그라미·긴동그라미꼴·길동글다·길둥글다·길동글꼴·길둥글꼴·달걀·달걀꼴·둥그스름·둥그스름꼴 ← 타원, 타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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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혼죽음


봄에 깨어나 가을까지 실컷 삶을 누린 풀벌레는 겨울을 앞두고 알을 낳고서 가만히 몸을 내려놓습니다. 모든 풀벌레는 저마다 홀로 조용히 꿈나라로 갑니다. 기나긴 날을 살아낸 나무는 숲에서 고즈넉하게 잠들면서 새로 싹을 틔울 씨앗을 남깁니다. 몸을 떠난 큰나무이지만 숲을 푸르게 품을 조그마한 씨앗은 다시금 무럭무럭 자랍니다. 혼죽음입니다. 때로는 외죽음이나 쓸쓸죽음입니다. 그러나 이 몸을 내려놓고서 새길로 나아가는 몸짓, 옷벗기요 내려놓기입니다. 어느 일이 대수롭지 않겠느냐만, 피어나는 풀꽃나무도 고요히 흙으로 돌아가는 풀꽃나무도 함께 대수롭습니다. 시들거리는 잎은 져요. 아무렇게나 자라는 나무는 없습니다. 사람도 이와 같을 테니, 마음을 안 쓰면 아름답게 피어나지 못하고, 심드렁하거나 설렁설렁 하루를 맞이한다면 엉성하면서 엉망인 나날이 되겠지요. 아직 모자라더라도 허술하게 두고 싶지 않습니다. 아직 데면데면하지만 가볍게 다가서면서 만나고 싶어요. 곁눈질도 한눈팔기도 딴청도 아닌, 오롯이 마음을 쓰면서 피어나는 숨결이 되려고 합니다. 때로는 틈도 있고 느슨하기도 할 텐데, 차근차근 다잡으면서 우뚝 일어섭니다. ㅅㄴㄹ


혼죽음·외죽음·쓸쓸죽음 ← 고독사


곁눈질·한눈팔다·넘기다·눙치다·대수롭지 않다·대단하지 않다·가볍다·설렁설렁·짜임새 없다·허술하다·그냥·마음없다·빈틈있다·틈있다·느슨하다·데면데면하다·헐겁다·헐렁하다·시들하다·시큰둥하다·심드렁하다·어슬렁·딴전·딴짓·딴청·마음쓰지 않다·마음을 안 쓰다·애쓰지 않다·힘쓰지 않다·모르는 척하다·모르쇠·안 하다·하지 않다·모자라다·못 미치다·어설프다·엉성하다·엉망·엉터리·함부로·아무렇게나·마구·마구잡이 ← 소홀(疏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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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나무한테 곁을 두는 눈빛 (2020.10.10.)

― 서울 〈나무 곁에 서서〉


  부산, 파주, 서울, 이렇게 다른 고장에서 하룻밤씩 묵은 시월 첫머리 아침입니다. 밝게 퍼지는 햇빛을 받으면서 일어나 하루를 그립니다. 그동안 장만한 책을 자리에 죽 펼쳐서 짐을 새로 여밉니다. 등짐이 되도록 덜 무겁도록 추스르지만 사흘을 바깥에서 묵으며 장만한 책이 꽤 많습니다.


  시골집에서는 멧새가 노래하며 새벽을 알린다면, 큰고장에서는 자동차가 붕붕거리며 아침을 알립니다. 시골집에서는 풀내음이랑 이슬로 날씨를 읽는다면, 큰고장에서는 아무래도 손따릉이나 보임틀을 켜서 날씨를 헤아리겠지요. 바람을 알려면 바람을 만나고, 바다를 알려면 바다를 만나고, 나무를 알려면 나무를 만날 노릇입니다. 이웃을 알려면 이웃을 만나고, 이웃나라를 알려면 이웃나라를 만나야겠지요.


  책으로만 사귄대서 알지 못해요. 숲책(환경책)을 곁에 두기에 숲을 알지 않아요. 다만, 숲책은 큰고장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숲한테 한 발짝 다가서려고 마음을 기울이는 눈빛이 되리라 봅니다. 숲책 한 자락은 큰고장하고 시골을 넘나들면서 푸르게 피어날 살림길을 스스로 생각하도록 이끄는 징검돌 하나가 될 만하지 싶어요.


  아침빛을 누리면서 〈나무 곁에 서서〉로 찾아갑니다. 손따릉을 켜서 길그림을 살피는데 이쪽저쪽이 헷갈립니다. 시골에서라면 하늘이라든지 바람으로 길을 읽을 텐데, 서울에서는 영 종잡지 못하겠어요. 이리 가다가 저리 돌고서야 비로소 책집이 깃든 쪽을 알아차립니다.


  서울 하늬녘에 깃든 책집은 조촐합니다. 곁에는 꽤 우람하구나 싶은 지음터(공장)가 있었다 하고, 그곳 옆마당에는 나무도 우람합니다. 겹겹으로 올린 집이 높기에 하늘은 손바닥만큼도 안 되지만, 이 조그마한 틈으로도 구름빛이며 하늘빛을 헤아립니다.


  어느 분은 “숲책만 갖추고서 장사가 되요?” 하고 물을는지 몰라요. 저는 “오롯이 숲책으로 장사를 하는 마을이 되고 나라가 되면, 이 나라는 푸른나라·숲나라·아름나라로 나아갈 만하지요!” 하고 얘기하겠습니다.


  모든 밥은 숲에서 옵니다. 모든 옷이며 집도 숲에서 옵니다. 숲이 푸르기에 바다가 맑아요. 숲이 넘실대기네 서울도 서울스러웁니다. 숲이 아름드리로 자라기에 아이들은 느긋하게 뛰놀면서 참한 어른으로 빛나는 길을 가겠지요.


  나무 곁에 서서 나무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습니다. 나무 곁에 서서 나무가 꿈꾸는 사랑을 바라봅니다. 나무 곁에 서서 얼마나 많은 멧새랑 풀벌레랑 벌나비랑 숲짐승이 이곳으로 찾아들어 어우러지는가를 듬뿍 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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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책을》(안토니오 벤투라 글·알레한드라 에스트라다 그림/김정하 옮김, 딸기책방, 2019.4.22.)

《사계절 곤충 탐구 수첩》(마루야마 무네토시 글·주에키 타로 그림/김항율 옮김, 동양북스, 2020.7.15.)

《내 이웃의 동물들에게 월세를 주세요》(마승애 글·안혜영 그림, 노란상상, 20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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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숲노래 사전] https://book.naver.com/search/search.nhn?query=%EC%88%B2%EB%85%B8%EB%9E%98&frameFilterType=1&frameFilterValue=359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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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책기둥책숲 (2020.10.30.)

― 전주 〈에이커북스토어〉


  얼마 앞서 품앗이로 태어난 《책방을 꾸리는 중입니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혼책(독립출판물)으로 나왔고, 품앗이를 거들었기에 진작 읽었는데, ‘전주책기둥도서관’에서 이 책을 쓰신 책집지기님이 이야기를 아침에 편다고 합니다. 저는 마침 엊저녁에 전주로 와서 하루를 묵었기에 전주시청에 있다는 책숲을 찾아가서 함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전주책숲을 돌아보았습니다.


  전주시청은 밖에서 보기에도 앞마당을 너른 잔디밭에 나무숲으로 가꾸어 놓아서 보기좋을 뿐 아니라, 아이들이 마음껏 달리면서 놀더군요. 나무가 잘 자라 나무그늘이 좋기에 나무그늘에서 쉬는 사람도 많습니다. 고흥군청은 전주시청뿐 아니라 전남도청보다 커다랗게 지었는데, 이런 잔디밭이며 나무그늘은 하나도 없습니다. 더구나 ‘전주책기둥도서관’ 같은 책숲을 꾸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사람이 적기에, 또 젊은일꾼이나 책벗이 없기에, 고흥 같은 시골 군청이 헛발질을 한다고는 여기지 않습니다. 사람이 적더라도 마음이 있으면 얼마든지 아름살림으로 나아갑니다. 사람이 많더라도 마음이 없으면 밉살림으로 뒹굴어요.


  책집지기님 이야기를 마치고서 〈에이커북스토어〉를 함께 찾아갑니다. 디딤돌을 찬찬히 밟고 올라 햇볕이며 햇빛이 넉넉히 들어오는 조촐한 책집을 만납니다. 바깥에서 시끌벅적하더라도 이곳에 깃들면 바깥소리 아닌 책소리에 녹아들 만하겠네 싶어요.


  혼책으로 가득한 이곳은 호젓하게 찾아들어 책바람을 쐬고, 전주라는 고장에 흐르는 포근한 바람을 같이 누리면 좋겠지요. 한 해 두 해 잇는 살림이 책시렁에 묻어나고, 앞으로 이러한 살림을 하나둘 엮어서 새롭게 혼책 하나를 써내는 바탕이 되겠지요.


  우리가 살아가는 길은 다 다릅니다. 일터를 다니며 일삯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집에서 살림을 하며 아이를 사랑할 수 있습니다. 살아가는 길을 고스란히 글이며 그림이며 빛꽃이며 그림꽃이며 노래로 담아서 나눌 수 있습니다.


  올라온 디딤돌만큼 내려가는 디딤돌입니다. 바깥은 가을하늘이 파랗게 물듭니다. 안쪽은 파란하늘빛이 눈부시게 스며듭니다. 골목은 가을내음이 알록달록 젖어듭니다. 안쪽은 가을내음이 햇살을 타고 찾아듭니다. 이 걸음으로 마을을 읽고, 오늘을 읽습니다. 이 걸음으로 말을 읽고, 책을 읽습니다. 이 걸음으로 이웃을 만나고, 하늘을 누립니다.


  전주에서 보여주는 책빛을 여러 고장에서도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으리으리한 군청이나 시청이 아니라 ‘일하기 좋고, 쉬기 좋은 집’으로 꾸미면 좋겠어요. 열린터마다 잔디밭에 나무그늘이 어우러지면 좋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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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에서 뭐 해 먹고사냐 하시면 아마도책방이겠지요》(수진, 아마도책방, 20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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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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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럴 5 - 손바닥 안의 바다 (완결)
토노 지음, 한나리 옮김 / 시공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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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손바닥으로 그린 하루



《코럴-손바닥 안의 바다 5》

 TONO

 한나리 옮김

 시공사

 2015.7.15.



  그리는 사람하고 못 그리는 사람은 아주 쉽게 갈립니다. 그리는 사람은 담벼락을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그립니다. 잘 그려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리고 싶은 꿈을 그리는 길을 갑니다.


  못 그리는 사람은 담벼락을 자꾸 생각합니다. 담벼락을 생각하니 못 넘을 담벼락을 스스로 끝없이 둘러치지요. 남이 세운 담벼락이 아니라 스스로 세운 담벼락이라서, 이 담벼락은 안 사라집니다. 이리하여 못 그리는 사람은 내내 못 그립니다.



“오빠. 이제 만화는 괜찮으니까 공책이랑 펜을 사다 줘. 나, ‘내 이야기’를 써 보고 싶어.” (186쪽)



  하고 싶다면 해야지요. 안 하고서 투정을 부리니 내처 못 합니다. 하고 싶기에 합니다. 눈치를 보지 말아요. 오직 마음을 바라보기로 해요. 하려고 했으니 즐거우면서 홀가분한 마음이 되어 스스로 속내를 마주해 봐요.


  가시내로서 바지만 꿰든, 사내로서 치마만 두르든, 가시내로서 머리카락을 박박 밀든, 사내로서 머리카락을 치렁치렁 드리우든, 하나도 안 대수롭습니다. 하루에 다섯끼나 열끼를 먹든, 하루에 한끼도 안 먹든, 참말로 아무것도 대수롭지 않아요. 스스로 나아가는 길을 노래할 노릇이요, ‘내가 노래하’니까 ‘너도 똑같이 노래하라’고 시키지 않으면 됩니다.



“인어는 플래티나 오렌지와 비할 바가 못 돼. 잡아서 시내에 가져가면 빨간 구두 1억 켤레는 살 수 있을걸? 단숨에 부자가 되지.” “그만들 해라. 우리에게는 빨간 구두도 많은 돈도 필용벗어. 가족이 이렇게 다같이 앉아서 맛있는 걸 나눠먹고 있지 않니.” (19∼20쪽)


“인어는, 인어도 가족이 있어요?” (20쪽)



  그림꽃책 《코럴-손바닥 안의 바다 5》(TONO/한나리 옮김, 시공사, 2015)을 읽으니, 이 그림꽃을 이끄는 아이가 스스로 새롭게 서려고 하는 마음이 비로소 피어납니다. 보여주려는 삶이 아닌, 즐기려고 하는 삶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흉내를 내려는 하루가 아닌, 손수 짓는 삶으로 가려 해요.



“원래대로 돌아왔다고 생각했기에 토비와 이별할 수 있었어.” “거울, 거울 덕분에 원래대로 돌아온 거예요?” “‘마음의 힘’이야. 그 무엇보다 강해.” (46∼47쪽)



  몸이 아파 바깥으로 나가기 어렵고, 뛰거나 달리지 못하며, 나무타기는 엄두도 못 내는 판이라면, 무엇을 할 만할까요? 몸이 튼튼해 바깥으로 휘휘 나돌고, 뛰거나 달리며, 나무타기는 눈감고도 하는 판이라면, 무엇을 할 만할까요?


  우리가 입은 몸은 어떤 빛인지 생각할 노릇입니다. 우리 몸에 걸친 천조각이 아닌, 우리 마음이 입은 이 몸을 헤아릴 노릇입니다. 우리 마음은 어떤 몸으로 하루를 맞이하고, 이 몸을 어떻게 가꾸며, 이 몸으로 어떤 삶을 짓는 꿈을 그려서 빛나는가 하고 돌아볼 노릇입니다.



“말을 걸어 주는 생물은 귀중합니다. 우리만 살고 있는 게 아니에요. 도움을 받을 때도 있는데 그렇게 심한 짓을 하다니.” (100쪽)


“결국 그 시체는 계속 그렇게 해저에 굴러다녔고, 나도 기분이 나빠져서 컨디션이 안 좋아졌어. 칸나 말에 의하면, 그런 식으로 죽은 인간은 그 주변을 저주한대.” (147쪽)



  그림꽃책에 나오는 아이는 바다사람을 생각합니다. 아이가 생각하는 대로 바다살림이 흐를는지 모릅니다. 아이는 얼핏설핏 바다살림을 느끼고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옮길는지 모릅니다.


  흔히 일본을 섬나라로 여깁니다만, 푸른별에서 뭍보다 바다가 훨씬 넓어요. 푸른별 테두리로 보면 일본뿐 아니라 모든 나라가 ‘섬’이에요. 크게 바다가 빙 두르거든요.


  얼마나 달려서 바다를 만나야 섬이나 뭍으로 가를 만할까요? 한쪽은 큰 땅뙈기요 다른쪽은 섬이라고 가르는 잣대는 얼마나 알맞거나 슬기로울까요?


  바다가 있기에 구름이 생기고, 구름이 피어나기에 비가 내리고, 비가 내리기에 온들숲이 싱그럽고, 온들숲이 싱그럽기에 우리 모두 살아갑니다. 바다를 그리는 마음이란, 바다에서 아지랑이가 생겨 구름으로 피어난 다음 비를 거쳐 우리 몸으로 스며드는 물방울 하나를 그리는 꿈이라고 할 만합니다.



“당신은 쭉 우리들의 인어의 병사. 계속 우리를 위해 싸울 거예요. 하지만 당신이 싸울 곳은 바닷속이 아니에요. 우리는 분명 언젠가 다시 이 바다로 돌아올 거예요.” (202쪽)


“당신은 육지에서 사람들에게 돌아가 그 안에서 우리를 위해 싸워 주세요. 언젠가 우리가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203쪽)



  생각하는 사람한테 삶이 있습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한테는 삶이 없습니다. 생각하는 사람은 스스로 하루를 헤아려서 짓습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남이 시키는 대로 좇거나 쳇바퀴입니다.


  일삯을 받고 일터를 다니더라도, 일터지기가 시키는 일을 맡더라도,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은 남한테 안 휘둘립니다. 벼슬아치(공무원)로 일하든, 배움터 길잡이로 지내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은 언제나 홀가분히 제 삶길을 짓고 그리는 하루가 됩니다.



“데리러 왔어. 우리 여행을 떠날 거거든. 같이 가자.” “뭐?” “난 헤엄치지 못해.” “알아. 그러니까 이걸 타.” “이거?” “난, 이제 곧 죽을 거야.” “나도! 나도 이 모양이잖아. 한 번 죽은 거랑 같지 뭐. 어디서 죽으면 어때. 같이 가자.” (205쪽)



  몸이 튼튼해야 마음도 튼튼하다고 합니다만, 몸이 안 튼튼해도 마음은 얼마든지 튼튼할 만해요. 마음이 튼튼하지 않고서 몸만 튼튼하다면, 언제나 몸에 휘둘리거나 휩쓸리는 하루로 흐릅니다.


  그러니 손바닥을 펴요. 이 손바닥에 풀잎을 얹어요. 이 손바닥으로 나무를 쓰다듬어요. 이 손바닥에 구름을 담아요. 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만히 쓸어요. 그리고 이 손바닥으로 냇물을 떠서 한 모금 마셔요. 이 손바닥으로 바람을 쥐어 한 숨 두 숨 석 숨 넉 숨 가만히 들이마셔요.


  손바닥에 놓은 살림에 따라 오늘 하루가 다릅니다. 손바닥으로 그리는 꿈에 따라 우리 삶은 새롭습니다. 쳇바퀴를 돌기에 나쁘지 않습니다. 쳇바퀴가 무엇인가 하고 생각해서 알아차려 봐요. 그리고 이 쳇바퀴를 별빛으로 물들여 녹여내 봐요. 남이 씌우기에 굴레이지 않습니다. 스스로 쓰니까 굴레입니다. 남이 해줘서 홀가분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날개를 달고 하늘로 올라야 홀가분합니다. ㅅㄴㄹ


コーラル 手のひらの海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숲노래 사전] https://book.naver.com/search/search.nhn?query=%EC%88%B2%EB%85%B8%EB%9E%98&frameFilterType=1&frameFilterValue=359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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