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책집지기도 쉰다 (2014.7.12.)

― 인천 〈아벨서점〉



  배다리 헌책집 〈아벨서점〉 지기님은 1975년부터 헌책집을 아주 조그마하게 열었고, 저는 바로 이해에 태어났습니다. 언뜻 보면 책집 같지도 않은, 구석에 책을 조금 쌓아둔, 그런 ‘쪽책집’이라 할 터전에서 첫발을 내딛은 〈아벨서점〉인데요, 쉼날이 따로 없이 오래도록 달려오다가 “이래서는 이 아름다운 책집을 더는 꾸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레마다 하루씩 쉬기로 하셨다지요.


  제가 이곳을 언제 처음으로 드나들었는 지는 모릅니다. 푸른배움터에 갓 들어가던 무렵에 배움책을 사러 들렀을는지 모르나, 그 일은 안 떠오릅니다. 어린배움터를 다닐 즈음에는 이 둘레에 동무가 많기에 으레 이 책집 앞을 지나다녔어요. 가만 보면, 배다리 책골목도 제 놀이터 가운데 한켠이었어요. 다만 어린 날에는 책보다는 놀이였고, 무엇보다 책을 살 돈이 매우 적었는데, 그러나 그때 헌책집을 알았다면 그림꽃책(만화책)을 사러 뻔질나게 드나들었을 텐데 싶더군요.


  처음에는 쉼날이 외려 쉽지 않았다지만, 이제는 쉼날이 있어 숨을 돌릴 뿐 아니라, 마을일을 돌보기도 하고, 스스로 삶이며 마음을 고요히 되새기는 고마운 하루가 된다고 합니다. 참말 그렇지요. 쉼날이란 몸뿐 아니라 마음이 ‘숨을 새로 쉬도록’ 하는 날이거든요. 저는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기 때문에 ‘휴일’ 같은 한자말을 안 쓸 마음이 아닙니다. ‘쉼날·쉬는날’이라고 말해야 이날이 어떤 빛이며 뜻인가를 제대로 밝혀 어린이도 알아들을 만해요.


  쉼날이란, 숨을 새로 생각하면서 쉬어 기운을 즐거이 찾는 날이에요. 쉬는날이란, 숨이 새로 솟도록 몸을 가만히 두어 마음에 새빛이 반짝반짝 나란히 솟도록 하는 날입니다. 나라지기도 쉬고, 책집지기도 쉽니다. 일꾼도 쉬고, 놀이꾼도 쉬지요. 모두모두 쉽니다. 풀꽃나무도 쉬고, 구름도 쉬어요. 바다랑 바다도 쉴 뿐 아니라, 비랑 눈도 쉽니다. 풀벌레도 멧새도 나란히 쉬고요.


  숨을 쉬기에 생각을 쉬고, 마음을 쉬기에 삶도 쉽니다. 자, 느긋이 쉬었나요? 그러면 다시 눈을 뜨고 기지개를 켜고서 번쩍 일어나기로 해요. 오늘 하루도 새삼스레 즐겁고 씩씩하게 맞이합니다.


  책집마실이란 책으로 쉬고, 책으로 노래하는 길입니다. 책숲마실이란 책으로 마음을 추스르고, 책으로 삶을 되새기는 걸음입니다. 마을책집은 마을에서 이웃이 오순도순 책으로 어우러지면서, 이 책으로 살림터를 손수 가꾸는 살림지기가 되는 살림꽃을 나누는 따사로운 만남터이자 샘터라고 여겨요.


  꾸덕살이 깊은 〈아벨서점〉 지기님 손을 빛꽃으로 담습니다. “뭘 또 이런 손을 찍나? 찍을 모습도 많을 텐데.” “저는 바로 이 손을 찍으려고 여기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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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정거장에서 기다리네》(박원식 글·신준식 사진, 리좀, 2005)

《웃음의 힘》(반칠환, 지혜, 2012)

《천년 사랑 아카시아》(김동화, 서울문화사, 1999∼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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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숲노래 사전] https://book.naver.com/search/search.nhn?query=%EC%88%B2%EB%85%B8%EB%9E%98&frameFilterType=1&frameFilterValue=359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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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어린이하고 동무하려는 어른으로 (2020.11.11.)

― 순천 〈도그책방〉



  순천 ‘그림책도서관’ 옆에 있던 〈도그책방〉이 ‘그림책도서관’ 코앞에 새 가게를 엽니다. 이제 “옆책집”하고 “앞책집”이 나란히 있는 셈이요, 그림책빛이 한결 싱그러이 퍼지는 길머리가 되는구나 싶습니다. 11월 11일에 해오름잔치를 꾀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이모저모 바쁜 일거리를 11월 10일까지 얼추 매듭을 짓습니다. 그렇다고 그 일감이 다 끝나지는 않았지만 하루를 느긋이 보낼 만한 틈은 마련했습니다. 새벽처럼 일어나 동트는 하늘을 바라보며 마당을 콩콩 달리며 노는 작은아이한테 “보라 씨는 오늘 어떤 하루를 그리니?” 하고 묻습니다. “아버지는 순천에 다녀오려 하는데, 너는 어떠니?” 하고 덧붙입니다. “으, 음, 그러면 같이 갈래요.”


  집안일을 갈무리하고 빨래를 살피고는 11시 시골씽씽이(군내버스)로 읍내로 나갑니다. 순천으로 가는 씽씽이를 기다립니다. 순천에서 우체국에 들러 글월을 부치고, 작은아이 낮밥을 먹이며 해바라기를 합니다. 이제 천천히 걸어 〈도그책방〉에 닿습니다. 책집에 닿기까지 길에서 3시간을 보내는데, 순천에서 지내는 이웃님이라면 가벼운 차림새로 살랑살랑 걸어서 드나들 만하겠지요. 마을책집이란 마을에서 언제라도 바람결처럼 가벼이 찾아들면서 책빛을 누리는 터이니까요.


  앉을자리가 널찍한 이곳에서 다리를 쉬다가, 볕이 잘 드는 코앞 그림책도서관 잔디밭을 걷다가, 다시 그림책 한 자락을 손에 쥐다가, 새삼스레 붓을 쥐고 쪽글 한 꼭지를 쓸 만하지 싶습니다. 글이란 쫓기는 마음으로는 못 씁니다. 마감이 있더라도 마감이 아니라 ‘글을 짓는 우리 숨빛’하고 ‘글을 기다리는 이웃 눈빛’을 바라보기에 써내는 글입니다. 마감이 빠듯하더라도 마감이 아닌 ‘그림을 그리는 우리 숨결’하고 ‘그림을 기다리는 이웃 눈망울’을 헤아리기에 그리는 그림이에요.


  멋을 부리기에 멋나는 그림책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삶을 사랑으로 녹이는 살림님 손길로 포근하게 숲을 돌보는 푸른 눈빛이 되기에 어린이랑 동무하면서 나누는 그림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즈막에는 ‘어른끼리 나누려는 그림책’이 꽤 자주 나오고, 어른끼리 나누려는 그림책을 어린이한테 읽히는 분도 많습니다만, 앞으로는 ‘어린이하고 동무하려는 그림책’으로 거듭나면 좋겠어요. 바바라 쿠니 님도, 엘사 베스코브 님도, 윌리엄 스타이그 님도, 이와사키 치히로 님도, 가브리엘 벵상 님도, 언제나 어린이하고 동무하는 상냥하면서 슬기로운 숲마음 어른이었지 싶습니다. 이분들 그림책에는 늘 숲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요.


  작은아이가 “아버지 집에 언제 가요?” 하고 자꾸 묻습니다. 그래, 집으로 돌아가야지. 다시 3시간을 들여 집으로 돌아갑니다. 집에 닿으니 별이 쏟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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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책이라면》(쥬제 죠르즈 레트리아 글·안드레 레트리아 그림/임은숙 옮김, 국민서관, 2012.11.26.)

《황새 봉순이》(김황 글·사이다 그림, 킨더랜드, 202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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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숲노래 사전] https://book.naver.com/search/search.nhn?query=%EC%88%B2%EB%85%B8%EB%9E%98&frameFilterType=1&frameFilterValue=359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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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넌더리


곰곰이 보면 고치려는 사람은 무엇이든 고칩니다. 마음도 고치고 생각도 고치고 집도 고치고 말씨도 고치고 글씨도 고쳐요. 안 고치려는 사람은 무엇이든 안 고쳐요. 마음도 생각도 집도 말씨도 글씨도 안 고치지요. 바꾸어야만 하지는 않아요. 따지거나 재야 하지 않습니다. 다만 고치거나 바꾸려 할 적에는 이제까지 스스로 길들거나 익숙한 틀을 벗어나려는 몸짓이 되어요. 너머를 바라보는 눈빛이 된달까요. 오늘을 생각하며 어제를 돌아보고 모레를 헤아리지요. 오늘을 살피면서 어제는 되새기고 모레를 셈하고요. 스스로 미워하기에 고치지 않아요. 스스로 사랑하기에 고칩니다. 스스로 한 일이 넌더리나 몸서리가 나기에 바꾸지 않아요. 오직 스스로 사랑이란 꽃이 피기를 바라면서 새길을 보면서 나아가려 합니다. 꺼릴 일도 등돌릴 곳도 멀리할 삶도 없습니다. 모두 가만히 마주하면서 참사랑이 되려는 길이면 즐거웁지 싶어요. 때로는 둘레에서 깐족대거나 탓하거나 흘겨볼는지 몰라요. 겉만 보면서 구경글을 쓰고 꺼리는 사람도 있어요. 이때에 휘둘려도 나쁘지 않습니다만, 한결 부드러이 웃고 하루를 따사로이 그리면 모든 앙금이나 실타래는 풀리리라 봐요. ㅅㄴㄹ


고치다·바꾸다·따지다·재다·꼽다·어림하다·치다·하다·셈하다·보다·여기다·헤아리다·생각하다·돌아보다·살피다·되다 ← 환산(換算)


밉다·싫다·얄밉다·징그럽다·징글징글·넌더리·몸서리·깐족대다·깐죽대다·탓하다·째려보다·노려보다·흘겨보다·꺼리다·등돌리다·등지다·멀리하다 ← 혐오


구경글 ← 관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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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서울스럽다


나라 어디를 가더라도 서울스럽습니다. 왜 서울답게 꾸미려 하나 아리송하지만, 서울처럼 보일 적에 멋스럽거나 반짝이거나 말쑥하다고 여기기 때문일 테지요. 시골스러우면 수수하거나 투박할 뿐 아니라 멋이 없고, 빛나지 않는다고 여기는 마음이 그대로 묻어나는구나 싶어요. 시골사람으로 살며 시골빛하고 서울빛을 나란히 놓고 보면, 시골이더라도 깊이 깃든 곳이 아니라면 밤별을 못 누립니다. 서울뿐 아니라 여느 큰고장에서도 별빛이 흐르지 않아요. 어쩌면 이러한 터전은 겉멋이나 치레이지 않을까요? 낮에 구름하고 햇빛이 안 흐르고, 밤에 고요하면서 흐드러지는 별잔치가 없다면, 그럴싸한 겉모습이지 싶습니다. 집에서건 마실을 가건 이야기꽃(강의)을 펴는 자리에 가건, 저는 시골차림 그대로인데, 흙내음이 묻은 고무신을 그냥 꿰고, 새벽에 이슬을 훑던 대로 다닙니다. 조금 바보스럽거나 살짝 엉터리일는지 모르나, 굳이 모든 사람이 서울스러워야 하지 않겠지요. 시골사람이 얼마 없는 요즘이지만, 바로 그 티끌같은 시골사람으로서 시골내음을 서울 한켠에 살며시 흩뿌려도 재미난 삶터가 될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숲이거든요. ㅅㄴㄹ


반들반들·번들번들·반지르르·번지르르·반짝거리다·번쩍거리다·반듯하다·번듯하다·말끔하다·멀끔하다·말쑥하다·멀쑥하다·서울스럽다·서울같다·서울답다·치레·겉멋·꾸미다·꽃가꾸다·멋·멋나다·멋스럽다·그럴싸하다·그럴듯하다 ← 도시적(都市的), 도회적(都會的)


조금·좀·살-·살그머니·살짝·슬쩍·슬며시·적다·얼마 안 되다·얼마 없다·그럭저럭·이럭저럭·꽤·퍽·제법·티끌 ← 소량, 미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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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미추홀구(남구) 발자취(역사)를 다루는 책이 2021년에 나온다고 한다.

그 책 가운데 ‘골목길’ 이야기는 내가 맡기로 했다.

이제 틀을 다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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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빛 봄·여름·가을·겨울

― 인천 미추홀구 마을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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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봄·여름·가을·겨울

- 어린이. 푸름이. 어른·어버이. 아기·할머니·할아버지

2. 숲·밭

- 나무·꽃·풀

- 햇볕·햇빛·햇살

- 바람·비·눈·구름·하늘

- 고추 말리기·고양이

3. 살림·사람·사랑

- 집·가게·길

- 이름판·알림글·글씨

- 나무전봇대·자전거

- 대문·창살·창문·빨래

4. 기찻길·수봉공원

5. 밤빛

6. 골목길

- 골목은 ‘놀이 + 일’이 어우러지는 살림터

- 낮은 집이 모여 해·바람·비를 알맞게 누리는 나눔터

- 겨울에는 포근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삶터

- 아이가 자라며 뛰놀고 어른이 어우러져 일하는 사랑터

- 가꾸고 손보고 지으면서 물려주는 보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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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계획서’란 글자락을 미추홀구에 보내면서 

“11월·12월·1월·2월·3월”

이렇게 다섯 달에 걸쳐

‘인천 미추홀구 골목마실’을 

인천 이웃님하고 함께할 수 있도록

이바지(지원)가 되느냐고 여쭈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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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미추홀구에서 ‘인천 미추홀구 골목마실’을

이바지해 준다면,

그러니까 고흥-인천을 오갈 찻삯이랑 길손집삯(숙박비)이랑

이모저모 이바지해 준다면,

숱한 인천사람이 스스로 잊거나 잃은

골목빛을 살그마니 보여주고

물려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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