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11 스펙



  저는 쓰는 낱말도 많으나, 안 쓰는 낱말도 많습니다. 제가 안 쓰는 낱말 가운데 하나는 ‘스펙’입니다. 이 말씨는 일본을 거쳐 들어왔을 텐데, 영어로는 ‘qualification’이라 할 뿐이라지요. 한자말로 하자면 ‘자격’쯤 되리라 봅니다만, 우리말로 풀자면 ‘감’이나 ‘밑·바탕’이나 ‘밑틀·밑거리·밑솜씨’쯤이라고 할 만합니다. 나중에 어디에서 쓰려고 다지기에 ‘밑’이나 ‘감’인데요, 요새는 열린배움터(대학교)나 일터(회사)에 잘 들어가려는 뜻으로 차곡차곡 모은다고들 합니다. 가만 보면 딱한 노릇입니다. 스스로 새롭게 빛나면서 즐겁게 하루를 누리려고 차근차근 갈고닦는 길이기에 밑감이요 밑솜씨예요. 어디에 내다팔려고 쌓을 까닭이 없습니다. 나라가 뒤숭숭할 뿐 아니라, 먹고살려는 싸움판이 되니, 말마저 일그러져 일본영어(재패니쉬)라는 ‘스펙’을 아무렇지 않게 끌어들여 아무 데나 쓰는 셈일 텐데, 참말로 우리말꽃을 뒤적이면 일본말·일본 한자말·일본영어가 수두룩해요. 사람들이 널리 쓴다면 ‘뜻풀이보다는 쓰임새를 제대로 알려주’려고 낱말책에 실을 수 있습니다만, 이때에는 “스펙 → 감, 밑, 밑감, 밑거리, 밑길, 밑바탕, 밑밥, 밑절미, 밑받침, 밑틀, 밑판, 밑솜씨”쯤으로 다루면 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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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10 살구



  숱한 책을 펴낸 ‘행림’이란 곳이 있습니다. 이 ‘행림’이 한자말인 줄 알면서 막상 낱말책을 뒤적이지는 않다가 요새 살폈어요. ‘살구숲 = 행림(杏林)’이더군요. 말뜻을 알아내고서 한동안 멍했습니다. 왜 이름을 ‘살구숲 출판사’라 안 하고 ‘행림 출판사’라 해야 했을까요? 예전에 책집 이름으로 ‘서림’을 붙인 곳이 많습니다. 2018년에 일본마실을 다녀오다가 ‘-書林’이란 이름을 붙인 책집이 꽤 많아서 갸우뚱하다가 퍼뜩 깨달았어요. 한글로 적은 ‘서림’이건 일본에 수두룩한 ‘書林’이건 우리말로는 ‘책숲’입니다. 왜 우리는 책집 이름으로 ‘-책숲’처럼 붙이지 못 하거나 않았을까요? 살구꽃은 ‘살구꽃’일 뿐, ‘행화(杏花)’가 아닙니다. 복사꽃은 ‘복사꽃·복숭아꽃’일 뿐, ‘도화(桃花)’가 아니지요. 낱말책을 짓는 이는 이 대목을 늘 헤아려야 합니다. 한자말꽃(한자말사전)이 아닌 우리말꽃을 짓는다면,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어떤 낱말을 처음 만나면서 생각을 새롭게 지펴서 마음에 씨앗으로 심도록 이끌 적에 아름답고 즐거워서 다같이 훨훨 날아오르는 숨빛으로 피어날 만한가를 헤아릴 노릇이에요. 낱말만 많이 싣기보다는, 낱말을 살려서 쓰는 길을 사랑으로 밝히고 즐겁게 북돋아야 참다이 낱말책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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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말꽃 짓는 책숲 2020.11.14. 배달겨레소리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상주에서 〈푸른누리〉라는 숲마을을 짓는 최한실 님, 안그라픽스하고 〈타이포그라피배곳 파티〉를 꾸리는 안상수 님이 뜻을 모으고, 저는 글꾼으로 거들기로 하면서 〈배달겨레소리〉라는 누리새뜸(인터넷신문)을 열었습니다. 한글로 ‘배달겨레소리’를 넣거나 찾기칸에 넣어도 바로가기가 되고, “koreanpeople.mediaon.co.kr”이란 길을 씁니다. ‘다만’이란 말을 붙여야겠는데요, 새뜸을 연 지 이제 보름이 조금 넘었고, 아직 손보거나 고칠 곳이 많습니다. 누리새뜸인 〈배달겨레소리〉는 우리말새뜸이기도 합니다. 다른 이야기는 다루지 않고서, 우리말 이야기를 다루고, 또 수수하게 살림을 짓는 이야기하고, 숲을 노래하는 이야기, 이러한 얼거리로 펴는 누리새뜸입니다. 사뿐사뿐 나들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ㅅㄴㄹ


http://koreanpeople.mediaon.co.kr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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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도서관


말꽃 짓는 책숲 2020.11.12. 도란수다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날마다 새 낱말을 갈무리해서 말꽃에 담습니다. 아직 종이책으로 내자면 멀지만, 종이책으로 내기 앞서 셈틀에 차곡차곡 갈무리해 놓습니다. 어제오늘은 ‘황금시간’이란 일본 한자말을 ‘꿀짬·꽃틈’ 같은 우리말로 풀어낼 만하다고 느꼈고, ‘공동체’란 일본 한자말을 ‘마을·두레·품앗이’뿐 아니라 ‘같이·함께·나눔·하나·한살림·한마음·돕다’뿐 아니라 ‘어깨동무·손잡다’에다가 ‘오순도순·도란도란’으로 풀어내면 어울리네 하고 느낍니다. 문득 2001년이 떠오릅니다. 한창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으로 일할 무렵, 일터 도움벗인 어린배움터 길잡님이 “종규 씨가 ‘오순도순’이란 말을 써서 새로웠어요. 알던 말인데 쓸 일이 없더군요. 학교에서 아이들하고 그 말을 써 봐야겠어요.” 하고 얘기했습니다. 그래서 “비슷하면서 다른 ‘도란도란’도 있어요. 한 가지만 쓰시지 말고 여러 가지를 고루 써 보셔요.” 하고 보태었습니다. 생각하면 쉽지만, 생각을 안 하면 안 쉬운데, ‘오순도순’은 ‘옹글다―올차다―옹·올―알’로 잇닿고, ‘도란도란’은 ‘동그라미―동무―도르리·도리기’로 잇닿아요. 이 대목을 읽는다면 왜 ‘도르리’요, ‘동무’이자 ‘동그라미’인 줄도 알아채겠지요. 또한 ‘오순도순·도란도란’에 왜 포근한 기운이 서리는 줄도 알 테고요. 다시 말하지만, 일본 한자말을 안 써야 해서 이런 우리말을 써야 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우리말을 혀에 얹으며 말밑을 살피고 비슷하면서 다른 말씨를 하나하나 잇는 동안 우리 생각이 트이고 우리 마음이 자라요. 이리하여 ‘도란수다’ 같은 새말을 지어 봅니다. 영어로는 ‘파자마 파티’를, 이스라엘에서 쓴다는 ‘하브루타’를, 일본스럽고 중국스러운 ‘노변정담’을 이 한 마디로 담아내면 좋겠더군요. 새벽부터 예닐곱 시간을 꼼짝않고 앉아서 말밑을 살피고 캐고 새 우리말꽃에 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일을 합니다. 이러고서 마을책집 빛꽃(사진)을 추슬러서 어느 고장 어느 책집에 어느 이야기꽃이 피어나도록 살며시 거드는 손길이 될 만하려나 하고 어림합니다. ㅅㄴㄹ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알라딘에서]

 http://blog.aladin.co.kr/hbooks/578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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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 창비시선 449
안도현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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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노래책시렁 164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

 안도현

 창비

 2020.9.25.



  바지런히 도마질을 하고 불을 올려 밥을 짓습니다. 다 지은 밥을 차곡차곡 차립니다. 부지런히 빨래를 하고, 다 마친 빨래는 아이들더러 마당에 내놓아 해바라기를 시키라고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이 많이 어릴 적에는 모두 혼자 했으나, 이제 설거지쯤 아이들한테 슬쩍 맡기고, 때로는 아이들이 손수 지어 먹도록 하며, 빨래를 널고 개는 심부름은 으레 다 맡깁니다. 왜냐하면 날마다 밥을 먹고 옷을 입으며 잠을 잔다면, 밥옷집 살림이며 일을 함께해야 즐겁거든요. 2020년 첫가을에 안도현 님이 새 노래책(시집)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ㅂ 씨가 나라지기 자리에 있을 적에는 글을 쓸 마음이 안 들었는데, ㅁ 씨가 나라지기 자리에 서도록 애쓴 끝에 이제 노래책을 내놓을 만하다고 여긴다고 합니다. 나라지기를 쳐다보며 마음에 안 드는 누구 탓에 붓을 꺾을 수 있어요. 아이들을 바라보며 아이들이 아름답고 즐거이 살아갈 터전을 꿈꾸며 붓심을 더욱 키울 수 있어요. 어느 길이 옳다고 가를 마음이 없습니다. 서로 다른 눈빛으로 서로 다른 터전에서 서로 다른 마음으로 살아갈 뿐이거든요. 다만 저는 ㅂ 씨도 ㅁ 씨도 ㅇ 씨도 ㄴ 씨도 ㄱ 씨도 모두 쳐다볼 마음이 없습니다. 아이들을, 숲을, 마을을, 푸른별을, 풀꽃나무를 고이 품을 생각입니다.



전주를 떠나야겠다고 생각한 이후 / 아직 쓰지 못한 것들의 목록을 적었다 / 뚝 너머, 라고 부르지만 / 둑 너머, 라고 쓰면 거기가 아닌 것 같은 거기 (너머/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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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하지 않기 위해 출근을 했고 밥이 오면 숟가락을 들었죠 강연 요청이 오면 기차를 타고 갔고 어제는 대통령선거를 도왔어요. (시 창작 강의/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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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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