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담배가게 요리코 1
아사노 유키코 지음, 조아라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숲노래 만화책

만화책시렁 318


《교토 담배가게 요리코 1》

 아사노 유키코

 조아라 옮김

 AK comics

 2019.2.15.



  도쿄에서 교토로 놀러가는 사람은 교토에서 무엇을 볼까요? 아무래도 볼거리·구경거리를 찾겠지요. 교토에서 도쿄로 놀러가는 사람도 매한가지이고요. 서울에서 광주로 놀러가는 사람도, 광주에서 서울로 놀러가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삶자리가 아닌 곳에 찾아가서 둘러보는 모습이란 ‘그곳 마을사람이 늘 보고 누리는 길’하고 다르기 마련입니다. 《교토 담배가게 요리코 1》는 일본 교토로 놀러온 사람을 바라보고 맞이하는 요리코 아가씨를 둘러싼 이야기를 다룹니다. 놀러오는 사람이 많은 고장이니 마을사람보다 마실손님을 더 자주 보아야 할 수 있습니다. 이 마실손님에서 한 말은 이 사람한테 한 말일 뿐, 새로운 마실손님을 마주하면 똑같은 말을 다시 해야 합니다. 놀러가는 사람으로서는 모두 낯설기에 이모저모 묻겠지만, 물음을 듣는 쪽에서는 늘 똑같이 듣는 물음이니 언제나 똑같이 들려주겠지요. 그렇다면 우리가 마실손님 자리에 있을 적에는 무엇을 보고 생각하면서 물어보면 스스로 새롭게 돌아볼 만할까요? 우리가 마을사람 자리에 있을 적에는 어떻게 마주하고 헤아리면서 대꾸하면 스스로 즐거이 살림꽃을 지필 만할까요? 어느 모로 본다면 ‘누구나 물어보는 얘기’는 처음부터 ‘누구나 스스로 생각할 길’입니다. ㅅㄴㄹ



“그럼 누나는 어떻게 알아보세요?” “어떻게? 딱 보면 알지 않나? 서 있는 자세나 행동이 전혀 다르니까. 아, 외지인들은 잘 모르긴 하겠어.” “우왓, 이래서 교토사람은 얄미워!” “얄미운 교토사람이라 미안하네. 마이코도 일을 하고 있는 거라고. 무턱대고 사진을 찍으면 민폐지.” (57쪽)


“맘 상하는 일도 즐거운 일도 물은 전부 흘려보내 준다. 그래서 연인들은 그곳에 간다. 뭐래니. 시인!” (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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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무늬 고양이 코우메 17
호시노 나츠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10월
평점 :
품절


숲노래 만화책

만화책시렁 319


《줄무늬 고양이 코우메 17》

 호시노 나츠미

 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20.11.15.



  사람은 사람만 생각해서는 사람을 알기 어렵습니다. 사람만 ‘삶’이지 않거든요. 풀벌레도 들짐승도 삶이요, 바다에서 헤엄치는 벗도, 하늘을 나는 벗도 모두 삶이에요. 풀꽃나무도 삶이지요. 이 모두를 ‘사람하고 같은 삶’인 줄 받아들여서 마음이라는 눈을 뜨고서 다가설 적에 비로소 이웃이며 우리 사람을 제대로 느끼고 읽어서 알 만하다고 봅니다. 《줄무늬 고양이 코우메 17》은 기나긴 코우메 이야기입니다. 사람 곁에서 살며 사람이 벌이는 여러 일을 지켜보는 코우메는 ‘사람들이 으레 품는 여러 생각’을 살며시 건드립니다. 조그마한 고양이 하나가 이 푸른별을 바꾸어 내지는 않을는지 모르나, 이 조그마한 고양이를 곁에 두는 사람들 마음은 살살 다독일 만해요. 바라보고 맞아들이고 꿈꾸고 사랑하는 길이 외곬이 되지 않도록, 한결 너르면서 보드라운 손길이 되도록, 이러면서 스스로 삶길을 짓는 즐겁고 의젓한 몸짓이 되도록 같이 걸어간달까요. 요즈막에 봇물처럼 나오는 ‘곁고양이’ 이야기하고 꽤 다른 《줄무늬 고양이 코우메》인데, 사람 곁에 있되 사람하고 다르면서 같은 삶이며 빛이며 길이 있다는 대목을, 사람 눈빛하고 고양이 눈빛을 나란히 놓고서 들려주는 멋진 그림꽃책입니다. 그동안 잘 읽었습니다. ㅅㄴㄹ



“쿄코가 고양이한테 말을 걸고 있잖아. 늘 저러니?” “이모는 말 건 적 없어요?” “뭐? 고양이한테?” “고양이는 의외로 사람 말을 잘 알아들어요. 특히 우리 코우메는!” (62쪽)


“코우메는 살아 있어. 우리랑 똑같이.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도 힘든 것도 당연한 거야.” “우에하라, 너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굉장하다.” “잘난 척해서 미안. 계속 키우고 싶은데 키울 수가 없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지 뭐야. 만약 내가 고양이를 키운다면 어떨까 하고.” (96∼97쪽)


‘이 아이들, 엄마가 없나 보네. 그래, 형제를 위해 재주까지 부려가며 먹을걸 얻은 거구나. 그냥 먹보가 아니었어.’ (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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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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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 2012년 올해책, 현각, 풀소유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느라 온갖 책을 다 읽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 쓰레기책’으로 보이는 책은 차마 읽지 못한다. 우리말꽃은 왼켠도 오른켠도 아니요, 가난이나 가멸이를 가릴 까닭은 없지만, 겉치레나 겉발림으로 돈벌이·이름팔이·힘꾼에 치우친 이들이 허울좋게 내놓은 책까지 읽고 싶지는 않다. 그런 책이 아니어도 읽고픈 책이 어마어마하게 많으며, 우리말꽃에 이바지하도록 보기글이나 낱말을 얻을 책은 수두룩하다.


2020년 11월 15일, ‘그동안 잘나가던 혜민’이란 중을 놓고서 말이 불거지지 싶다. 첫단추는 ‘현각’ 스님이 꿰었지 싶다. 한동안 잊고 지낸 이름이 떠올랐다. 현각 스님이 써낸 《만행》이란 책이 있는데, 펴낸곳에서 너무 장삿속이 드러나게 사진을 찍고 꾸며서 하나도 안 내켰고, 안 쳐다보았다.


1999년 그때에 둘레에서 나더러 “아니 그 좋은 책을 자네는 왜 안 읽나?” 하고 묻기에 “펴낸곳(출판사) 돈셈이 너무 속보여서 거들떠보고 싶지 않아요. 그 책이 아니어도 아름책은 많으니 어르신은 그냥 그 책 보셔요.” 하고 심드렁히, 아니 좀 짜증을 내며 대꾸했다. 현각 스님 책을 왜 안 읽느냐고 묻는 데에서 안 그치고 “내가 사줄게, 사줄 테니 읽어 봐.” 하고 묻는 이웃님도 많았다. “펴낸곳을 조그마한 데로 옮기면 생각해 볼게요. 책낯에서 얼굴을 빼고, 아주 수수하고 작게 꾸미면 읽을게요. 이렇게 돈을 밝히는 펴낸곳에 조금도 제 손길을 보태고 싶지 않아요.” 하고 대꾸했다. 오래도록 이런 실랑이로 꽤 힘들었다.


이러다가 현각 스님 책은 판이 끊어졌다는 말을 들었다. 이러고 잊었다. 2012년에 올해책으로 뽑히기도 한 ‘혜민 중’ 책을 놓고도 둘레에서 마치 치근덕거리듯 읽으라고 하는 사람이 많았고, 책집마실을 하면 으레 보여서 거북했다. 척 보아도 장사꾼 냄새가 나지 않는가? 장사꾼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뒷주머니를 꿰차는 돈벌레 냄새가 나지 않는가? ‘벌레’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돈에 미친 사람들이 ‘벌레’란 이름이 얕보이도록 막짓을 일삼지 않는가?


저런 책을 사읽는 사람 마음을 알고 싶지 않을 뿐더러, 저런 책을 올해책으로 뽑는 누리책집(인터넷서점)이나 글꾼(기자·전문가·지식인·학자·문인)이 모두 쓰레기로 보였다. 그렇게 올해책으로 삼을 책이 없던가? 나는 현각 스님이 쓴 책을 1999년 어느 날 헌책집에서 서서 읽고 다시 꽂았다. 1999년 그무렵 현각 스님 책을 읽으며 ‘이분, 아무래도 우리나라를 사랑하려고 할 듯하지만 마음이 크게 다쳐서 떠나겠는걸?’ 하고 느꼈다.


2020년 비로소 사람들한테 민낯이 드러난 혜민 중을 놓고는 ‘이놈, 아무래도 이제 돈벌이가 막힐 듯한데 슬슬 짐을 꾸려서 몇 해쯤 숨어살아야 하겠는걸?’ 하고 느낀다. 돈을 벌거나 이름을 얻거나 힘을 누린대서 잘못이 될 턱이 없다. 돈·이름·힘으로 숲을 가꾸고 스스로 숲이 되면서, 헤매고 아픈 이웃을 숲으로 이끌어서 푸른숨결로 노래하고 춤추는 길을 함께 나아가면 된다.


혜민 중을 놓고서 ‘풀소유’를 한다고 비아냥거리는 분이 많은데, 부디 ‘full’이 아닌 ‘풀꽃나무’를 건사하기를 빈다. 잿빛덩어리 서울에서 떠나, 부탄이나 네팔 같은 깊디깊은 멧자락에 ‘숲절(산사)’을 지어서 조용히 참살길을 읊으시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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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5.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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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눈물꽃


아직 우리한테 없던, 또는 여태 퍼지거나 들이거나 누리지 않은 길이나 살림이 있어요. 이런 여러 가지는 마땅히 아직 우리말이 없거나 여태 우리말로 나타낼 까닭이 없지요. 이런 말씨를 으레 중국 한자말이나 일본 한자말이나 영어로만 나타내지만, 차근차근 생각을 기울이면 우리 삶빛을 밝혀 새말을 너끈히 지을 만해요. 가만 보면 낱말 하나에서도 굴레나 사슬이 되어 중살림 같은 모습인 우리 발자국이지 싶어요. 이제는 고삐를 벗고 멍에도 풀면서 새길을 가면 좋겠어요.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건너가야 한 검은사람은 ‘눈물바람’이었어요. ‘눈물꽃’이었지요. 그런데 이 눈물에 가락을 담아 그들 스스로뿐 아니라 이웃이 다같이 눈물바람에 눈물꽃이 되도록 이끌었습니다. 눈물노래는 눈물을 흘리면서 앙금을 씻습니다. 슬픔가락은 슬프게 부르고 누리면서 멍울을 털어냅니다. 읽는마루에 가 볼까요? 물음종이(시험지)를 잘 풀려고 가기보다는, 마음을 살찌우거나 가꾸는 책을 만나서 찬찬히 읽는 쉼터로 삼으려고 가면 좋겠어요. 읽기에 ‘읽새’가 되고, 읽기에 ‘읽칸’이에요. 삶을 읽고, 웃음눈물을 읽고, 사랑을 읽고, 말을 읽고, 하늘바람을 읽어요. ㅅㄴㄹ


고삐·굴레·멍에·사슬·수렁·종굴레·종노릇·종살림·종살이·종수렁 ← 노예생활


눈물꽃·눈물바람·눈물노래·눈물가락·슬픔꽃·슬픔바람·슬픔노래·슬픔가락 ← 애가(哀歌), 비가(悲歌), 블루스(blues), 장송곡, 레퀴엠, 진혼곡, 위령곡


읽는마루·읽마루·읽음마루·읽칸·읽는칸·읽음칸 ← 서재, 독서실, 도서관, 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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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12 왜 읽을까 ㄱ



  지난날에는 글을 쓰는 사람이 낱말책을 안 읽었습니다. 아니, 지난날에는 낱말책이 없습니다. ‘지난날’이란 1940년까지를 말합니다. 1920년에 조선총독부가 《조선어사전》을 냈고, 제임스 게일 님이 1890년에 《한영사전》이란 이름으로 낱말묶음(단어장)을 내놓았으나, 그때 글을 쓰는 사람은 이런 책을 곁에 안 두었어요. 저마다 스스로 나고 자란 터전에서 익힌 사투리·고장말로 스스럼없이 글꽃을 지폈습니다. 1940년까지만 해도, 또 그 뒤로 한동안 글꾼은 ‘몸으로 익힌 삶말’을 마음껏 펼쳐 보였어요. 이러다가 배움터 틀이 서고, 열린배움터가 늘어나고, 글을 가르치는 데가 늘면서 차츰 ‘삶을 짓지 않고 글만 쓰는 사람’이 덩달아 늘고, 삶이며 살림을 모르기에 낱말책을 곁에 두어야 하는 사람이 생겨요. 지난날에는 글만 알고 삶을 몰랐기에 낱말책을 곁에 두었다면, 오늘날에는 글만 알더라도 낱말책을 곁에 안 두는 글님이 대단히 많습니다. 손수 밥옷집을 짓지 않으면서 낱말책마저 곁에 안 두면 어떤 글을 쓸까요? 두루 보면 오늘날 글꾼은 ‘열린배움터에서 배우고 책으로 읽은 글’을 이녁 글로 고스란히 옮깁니다. 삶이 없이 글만 쓴달까요. 낱말책은 ‘말에 깃든 삶’을 알려고, 또 ‘삶으로 지은 말’을 익히려고 읽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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