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악 삐악 - 행복한 그림책 읽기 12
히도 반 헤네흐텐 지음, 최현덕 옮김 / 계림닷컴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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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432


《삐악삐악》

히도 반 헤네흐텐

최현덕 옮김

계림

2003.3.20.


병아리를 처음 보았다면 무슨 생각을 할 만할까요? 혼자 있는 병아리를 보고는 무엇을 생각할 만할까요? 병아리가 깃들 보금자리라든지 병아리가 누릴 밥을 생각해 보았다면, 어떻게 보금자리를 꾸미가 어떤 밥을 주면 좋다고 생각을 이을까요? 처음 만나기에 하나도 모른다면, 병아리하고 비슷한 숨결을 헤아리고, 우리 스스로도 똑같은 목숨이라는 얼거리를 살펴, 어떻게 지내도록 할 적에 병아리가 느긋하면서 즐겁겠는가 하고 길을 찾을 노릇일 테지요. 《삐악삐악》은 삐악삐악 노래하는 조그마한 목숨을 만난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을 이어서 다같이 지내는 길을 마련하는가 하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둘레 어른한테 물어보아도 좋고, 스스로 생각해 보거나 책을 뒤적일 수 있을 테며, ‘병아리도 새끼 새일 테지’ 하고 여기며 새끼 새가 누리는 밥을 아아보면서 챙길 수 있습니다. 하나하나 알아갑니다. 조금씩 알아차립니다. 차근차근 다가서고 차츰차츰 눈을 틔웁니다. 한꺼번에 모두 알아도 나쁘지 않을 테지만, 아이들한테 한꺼번에 다 알라고 으르렁대지 않으면 좋겠어요. 삐악삐악 병아리처럼 부드러이 마주하고 포근하게 얼싸안을 어린이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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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pzeiBruno #GuidoVanGenec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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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12.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김탁환 글, 해냄, 2020.8.28.



새삼스레 고구마를 굽겠노라는 작은아이. 마당에서 불을 피우며 노니 재미나고, 불을 피우며 놀 적에 고구마를 구울 수 있으니 더 신나고, 불놀이를 마칠 즈음에는 모락모락 익은 고구마가 나오니 더더욱 즐거웁겠네 싶다. 오늘은 부드러운 바람이며 햇볕이기에 ‘불을 피우며 고구마를 굽는 놀이’를 누릴 만하겠네 싶다. “즐겁지? 맛있지?” 나는 어릴 적에 고구마를 구워서 먹을 길이 없었다. 인천이란 큰고장 어디에서 고구마굽기를 하겠는가. 불을 피울 데도 없지. 드넓어서 어른이 기웃할 일이 없는 빈터가 있으면 모르되, 어른이 찾지 않을 만한 깊은 멧자락이 있으면 모르되,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큰고장에서도 하얀김이 새지 않도록 막으면서 몰래 불을 피우고 고구마를 굽던 개구쟁이가 있지 않을까?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를 읽었는데, 글쓴님이 너무 얌전빼기로 구는구나 싶더라. 스스로 글사슬(글감옥)에 갇히기 싫다고 밝히면서, 왜 막상 책은 ‘갇힌 글결·몸짓’이기만 할까? 더구나 책이름이 너무 뻔하다.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라기보다 “즐겁게 놀면 저절로 아름답”다. 꼭 뭘 해내야 하지 않다. 반드시 뭘 알려야 하지도 않아. ‘글사슬’이 아닌 ‘글놀이’라면 글쓰기가 얼마나 신나면서 아름다울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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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13.


《소년 탐정 김전일 10》

 카나리 요자부로 글·사토 후미야그림/이현미 옮김, 서울문화사, 1997.3.30.



오늘은 바람이 제법 씽씽 분다. 올가을은 바람이 자다가 불다가 갈마든다. 재미있고 고마운 날씨이다. 그저 바람이 자기만 하다면, 또 바람이 그냥 세차게 분다면, 한켠으로만 간다면 고단한 날씨이기 마련이다. 삶도 늘 이와 같지. 왼길로만 갈 수 없고, 오른길로만 갈 수 없다. 우리는 왼길도 가고 오른길도 간다. 두 길을 나란히 가는 셈이요, 곰곰이 보면 “길을 갈” 뿐이다. 삶도 나라도 아이들 놀이도 ‘즐겁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러운 길’로 가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왼켠하고 오른켠은 늘 만난다. 둘은 한통속이 된다. 왼날개(좌익·좌파)하고 오른날개(우익·우파)는 힘꾼(기득권)이라는 자리에서 만나 끼리질을 하면서 “길을 갈” 사람들을 가로막거나 괴롭힌다. 이는 바로 오늘날 우리 벼슬판(공공기관 및 정부)에서 쉽게 엿볼 만하다. 바람이 좀 불기에 모처럼 반소매를 걸친다. 이제 민소매는 집어넣는다. 《소년 탐정 김전일 10》을 새삼스레 편다. ‘김전일’ 꾸러미가 요즘 새로 나오기에 문득 예전 판을 들추는데, 요즘판보다 예전판이 훨씬 낫구나 싶다. 다만, ‘코난’도 그런데 자질구레한 보탬말이 너무 길다. 둘 다 ‘말발’로 줄거리를 이끄네 싶구나. 그림꽃책에 말발만 가득하다면, 그림을 볼 일이 없을 테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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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팽개질


모든 사람이 똑같이 하지 않아요. 모든 사람은 다르거든요. 모든 사람이 나란히 가지 않아요.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다르게 나아가면서 즐겁거든요. 누구나 고루 누리는 길이 아름답지만, 고루 누리되 똑같이 살아야 하지 않아요. 누구는 이 일을 즐겁게 하고 잘하지만, 누구는 이 일만큼은 서툴고 낯설며 어려워요. 누구는 저 일이 꺼림하고 싫지만, 누구는 저 일이기에 반갑고 재미나고 붙안습니다. 목숨이라는 길에서는 모두 하나이지만, 삶길에서는 모두 달라요. 때로는 고개돌릴 일이 있을 테고, 때로는 미루거나 등돌리기도 하겠지요. 그러나 그뿐입니다. 싫어서 모르는 척할 때가 있고, 영 모르기에 달아나기도 해요. 어떠한 길이더라도 나몰라라가 아닌, 뒷짐이 아닌, 오리발이 아닌, 발뺌이 아닌 스스럼없이 “난 어려운걸” 하고 밝히면 되지 싶어요. 내가 못하기에 네가 하고, 네가 못하니 내가 합니다. 피장파장이지요. 그저 팽개질이 아닌, 넘겨씌우는 몸짓이 아닌, 기꺼이 나서면서 다스리고, 차근차근 돌보면서 풀어냅니다. 팽개친 일은 언제가 돌아와서 다시 해야 하기 마련이에요. 가만히 바라보면서 천천히 하다 보면 실마리가 풀려요. ㅅㄴㄹ


같다·똑같다·나란하다·고루·마찬가지·매한가지·비금비금·비슷비슷·피장파장·하나·한결같다 ← 균일, 균일화


하지 않다·안 하다·팽개질·팽개치다·내팽개치다·내버리다·손놓다·손떼다·손빼다·발빼다·발뺌·고개돌리다·얼굴돌리다·오리발·나몰라라·뒷짐·내빼다·넘겨씌우다·달아나다·덮어씌우다·입닫다·입씻다·딴말, 딴소리, 딴짓, 딴청·자빠지다·떠밀다·떠맡기다·미루다·등지다·등돌리다·모르는 척하다·못 본 척하다·모르쇠 ← 방기(放棄), 책임방기, 회피, 책임회피, 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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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식욕과 나 1 - 픽시하우스
시나노가와 히데오 지음, 김동수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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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

‘입가리개 어긴값’으로는 더 앓는다



《산과 식욕과 나 1》

 시나노가와 히데오

 김동수 옮김

 영상출판미디어

 2017.11.1.



  11월 한복판에 논개구리가 밤에 고로로 나즈막히 노래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꼭 하나가 논도랑에서 노래를 합니다. 풀개구리도 거의 12월까지 꿈길로 안 가고 풀밭이나 축축한 곳을 찾아서 돌아다니곤 합니다. 늦가을까지 돌아다니는 개구리는 가을빛을 더 누리고 싶은 마음일 테지요. 겨울이 기니 긴잠에 들기 앞서 온누리를 더 맞아들이고 싶어한다고 느껴요.


  겨울을 앞두고 겨울철새가 찾아옵니다. 봄에는 여름철새가 찾아오지요. 겨울철새는 텃새하고 퍽 떨어진, 아니 다른 터전에서 먹이를 찾고 날개를 쉬면서 지냅니다. 우리 집 둘레에서 살아가는 작은 텃새 노랫소리로 아침을 열고, 두루두루 날아다니는 겨울철새 날갯짓소리로 낮을 보냅니다.



‘촉촉하게 땀이 맺히고, 헉헉대지 않을 정도로 숨이 차올라. 응, 들어갔어. 자신만의 리듬으로 걸으면 진짜로 기분 좋아!’ (7쪽)



  고흥쯤 되는 시골집에서 살기에 낮에는 새파란 하늘에 문득 스치는 흰구름을, 밤에는 새까만 하늘에 가득 쏟아지는 별빛을 누립니다. 그러나 고흥쯤 되는 시골이어도 면소재지나 읍내는 불빛이 제법 있으니 별빛을 누리기에는 안 좋아요. 서울사람이라면 순천을 시골로 여길 터이나, 순천조차 밤별을 누릴 만하지는 않습니다. 광주 대구 부산 인천이라면 별빛이 더더욱 드물고, 서울은 아예 없다시피 하지요.


  우리는 무엇을 만나고 마주하고 맞이할 적에 즐거이 하루를 열까요? 우리 곁에 무엇이 있을 적에 튼튼하고 든든하며 믿음직할까요?


  철마다 다른 철새를 만나지 못하고서, 철마다 다른 별자리를 읽지 못하고서, 철마다 다른 바람맛을 보지 못하고서, 철마다 다른 아침저녁을 누리지 못하고서, 우리 몸이 튼튼길을 갈 만할까요?



‘아아, 어이해 산은 누구의 눈에도 아름답게 비치는지 묻노라. 그러나 그 질문의 답을 찾는 것은 허락될지언정 답하는 것은 용서되지 않으리.’ (31쪽)



  큰고장에서 살며 이레끝(주말)마다 멧길을 타는 아가씨 이야기를 다루는 《산과 식욕과 나 1》(시나노가와 히데오/김동수 옮김, 영상출판미디어, 2017)를 읽으며 2020년 모습을 가누어 봅니다. 적어도 이레끝 이틀이라도 멧길을 두 다리로 타면서 숲바람을 쐬는 살림이라면 이럭저럭 튼튼몸을 건사할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멧길이 아닌 들길을 걸어도 좋고 달려도 좋습니다. 또는 볕이 좋은 곳에서 텃밭일을 해도 좋고, 텃밭일을 마치고서 풀밭에 드러누워 해바라기를 해도 좋아요. 우람한 나무를 타고 굵직한 줄기에 앉아 바람을 마셔도 좋겠지요.



‘방금 걸어온 등산로 쪽에서 무거운 비구름이 보여. 틀림없이 저 근처는 아직 비가 내리겠지. 빗속이 아니라 비구름 속을 걸어온 거야.’ (67쪽)


식후에는 다시 능선에 나가 자신을 두고 내일로 떠나는 태양에게서 위대한 우주를 피부로 실감한다. (77쪽)



  2020년 늦가을, 나라에서는 ‘입가리개를 안 하고 다니면 어긴값(벌금)을 매기겠다고 밝힙니다. 사람이 물결치는 큰고장이라면 그럴 만하겠구나 싶으면서도, 사람이 물결치는 큰고장일수록 더더욱 ‘두려움도 걱정도 없이 이웃하고 사이좋게 지낼 길’을 마련해야 슬기롭고 참다운 나라지기나 나라일꾼이리라 생각합니다. 어긴값을 매기겠다고 벼르거나 이모저모 애쓰기보다는, 큰고장 곳곳에 풀밭이며 나무밭을 마련할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씽씽이(자동차)를 줄이고, 씽씽이를 아무 데나 못 대도록 치우면서, 그 자리에 나무를 심어 돌볼 노릇이지 싶습니다.


  사람이라면 생각해야지요. 숲이나 바다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은 돌림앓이로 헤매는 일이 없을 뿐더러, 숲사람이나 바닷사람 가운데 누가 앓아눕더라도 숲이며 바다가 아픈 데를 어루만져서 씻어내어 줍니다. 무엇보다도 돌봄터(병원)에서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숲을 품고 바다를 안는 시골로 떠나서 조용히 맑은 물바람을 누리면서 깨끗하게 털고 일어나곤 합니다.


  다시 말해서, 큰고장 사람들이 애써 먼먼 시골로 몸을 달래러 떠나도록 하지 말고, 큰고장 곳곳이 시골처럼 아름숲이 되고 아름들이 되도록 터전을 갈아엎을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잿빛집(아파트)을 치운 자리를 숲으로 가꿀 노릇입니다. 찻길을 한 줄씩 줄이면서 숲으로 가꿀 일입니다. 큰고장 사람들 누구나 입가리개 없이 튼튼히 살아갈 길을 마련할 나라지기요 나라일꾼 아닐까요?



‘하지만 친구가 있어도 산에는 혼자 올 것 같아. 실제로 이렇게 혼자 왔고. 내가 홀로 등산하는 이유는 뭘까? 나는 왜 혼자서 산에 오는 걸까?’ (115쪽)


‘아아, 태양이다. 고대 이집트 사람의 기분을 알 것 같아. 우동이 빛나고 있어!’ (120쪽)



  그림꽃책 《산과 식욕과 나》를 펴면 이레끝마다 멧길을 타는 아가씨가 멧자락이나 멧꼭대기나 냇가에서 도시락을 누리는 줄거리가 흐르는데, 여느 달삯쟁이로 일할 적에는 느끼지 못하던 맛밥을 느낀다고 합니다. 고기떡(소시지) 하나를 먹어도, 큰고장 한켠에서 먹을 때하고 숲에서 먹을 적에는 맛이 사뭇 다르다지요. 국수를 삶아 먹어도 멧꼭대기에서는 더없이 훌륭한 맛이라지요.


  따르릉 하고 걸어서 시켜 먹는 바깥밥은 얼마나 맛있거나 이바지할까요? 들에서 냇가에서 바닷가에서 숲에서 멧골에서 고즈넉히 부는 푸른 숨결을 맞아들이면서 누리는 조촐한 도시락이야말로 큰고장 사람들 몸을 살리는 길이리라 봅니다.


  억누르는 길은 갑갑합니다. 갑갑한 길로는 튼튼하거나 즐겁지 못합니다. 튼튼하거나 즐겁지 못하다면 돌림앓이는 안 사라집니다. ‘큰고장을 다녀온 사람’이나 ‘큰고장에서 놀러온 사람’ 탓이 아니고는 이 나라 어느 시골에서도 돌림앓이에 걸린 사람이 없다는 대목을 나라지기나 나라일꾼은 얼마나 읽을까요? 아프거나 앓기 쉬운 큰고장 사람들을 제대로 헤아리려 한다면, 이제 서울 한복판에서 모든 씽씽이(자동차)가 멈추도록, 두 다리로 거닐 숲길을 마련하도록, 생각머리를 돌려세워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숲노래 사전] https://book.naver.com/search/search.nhn?query=%EC%88%B2%EB%85%B8%EB%9E%98&frameFilterType=1&frameFilterValue=359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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