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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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가는 책


나무는 듣는다

새가 춤짓으로 노래하고

풀빛이 상냥히 눈짓하고

들짐승이 어우러진 잔치를


나무는 본다

구름이 된 바다를

온땅을 씻는 비를

이 별을 감싸는 해를


나무는 안다

푸르게 일렁이면 즐겁고

파랗게 넘실대면 기쁘고

하얗게 눈맞으면 꿈꾸는 줄


숲에서 살아온 이야기가

책자락마다 서린다

책을 쥐며 누린 하루가

어느새 숲으로 나아간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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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큰책집이 품을 살림을 그리며 (2018.11.11.)

― 진주 〈진주문고〉


  곰곰이 생각하니 저는 여태 큰책집 아닌 작은책집을 찾아다녔습니다. 책집이면 모두 책집이기에 크기로 가를 까닭은 없는데, 더 크고 넓은 곳보다는 더 작고 좁은 곳을 다녔어요. 왜 이렇게 조그마한 마을책집을 다녔는가 하고 생각하니, 큰책집에서는 책집지기나 책집일꾼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큰책집에서는 지기나 일꾼하고 ‘책을 둘러싼 이야기’를 할 길이 없기도 하고, 책집을 빛꽃으로 담기가 어렵습니다. 커서 못 찍는 책집이 아닌, 책손이며 일꾼이며 ‘안 찍히’도록 다루기가 만만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 아름다운 책집을 빛꽃으로 담아도 될까요?” 하고 물을 만한 일꾼이 누구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큰책집하고 작은책집이 참으로 다른 대목이라면, 책 갈래입니다. 흔히들 큰책집이라서 책이 더 많다고 여기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웬만한 큰책집은 ‘똑같은 책’을 잔뜩 쌓아 놓거나 여기저기에 똑같이 꽂곤 해요. 얼핏 책이 더 많아 보이고, 갓 나온 책도 바로바로 들어오는구나 싶은 큰책집이지만, 외려 작은책집에 책이 꽉꽉 들어찬다든지 한결 넓고 깊이 다루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큰책집에서는 ‘책을 가려서 꽂기가 어려울’ 텐데, 작은책집에서는 ‘반드시 책을 가려서 꽂아야 합’니다. 이러다 보니 큰책집은 책꽂이가 꽤 느슨해요. 이 땅에 태어난 책을 좋거나 나쁘다고 가를 수는 없습니다만, ‘장사에 치우친 책’이라든지 ‘알맹이가 허술한 책’이라든지 ‘얕은 눈썰미로 겉만 훑은 책’을 샅샅이 가르지는 못하는 우리나라 큰책집이라고 느껴요.


  다시 말하자면, 작은책집을 다닐 적에는 ‘작은책집 일꾼·지기 눈썰미’로 몇 판씩 걸러낸 책꽂이를 만나는 셈이요, 작은책집 책손은 ‘작은책집에서 걸러낸 책을 새롭게 걸러서 이녁 마음을 가꾸는 책빛을 만난다’고 하겠습니다.


  진주 〈진주문고〉는 진주라는 고장을 이슬처럼 밝히는 책터입니다. 책집을 확 뜯어고치는 일을 꽤 오래 헤아린 끝에 차근차근 벌였다지요. 칸칸이 새로 꾸미고 보태며 손대는 품이 많이 깃들었다고 느낍니다. 아직 더 손대는 길일 테니, 차근차근 발돋움하겠지요. 그런데 같은 책이 이곳저곳에 좀 너무 많구나 싶습니다. 똑같은 책을 이쪽에도 두고 저쪽에도 두기보다는, 다 다른 한결 넓고 깊은 책을 이쪽 다르고 저쪽 다르게 놓으면 나으리라 생각해요. 책시렁이 좀 느슨합니다. 넉넉한 자리를 알차게 건사하는 손길까지는 살짝 모자라 보여요. 큰책집은 큰책집답게 시원시원하면서 너른 품을 보이면 좋겠어요. 잘나가는 책을 한켠에 둔다면, ‘잘 안 나가’더라도 두고두고 새기면서 마음을 살찌울 책을 한켠에 함께 두기를 빌어요.


《해자네 점집》(김해자, 걷는사람, 2018)

《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보았다》(에르빈 토마/김해생 옮김, 살림,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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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숲노래 사전] https://book.naver.com/search/search.nhn?query=%EC%88%B2%EB%85%B8%EB%9E%98&frameFilterType=1&frameFilterValue=359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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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도서관


말꽃 짓는 책숲 2020.11.17. 바깥일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몇 가지 바깥일을 보려고 합니다. 어찌 될는지는 모르나, 때랑 날을 맞추어 움직이면 모두 잘 마무르겠거니 여깁니다. 먼저 인천 골목을 거닐어야 합니다. 인천으로 가는 길에 수원이나 다른 고장을 거칠까 하고 한참 길을 알아보다가 그만둡니다. 이러다가 인천 골목을 거닐고서 빛꽃을 담는 일이 뒤로 밀리겠더군요. 수원마실은 다음으로 넘깁니다. 아침에 아이들 얼굴을 보고서 움직이는 길이 나으리라 여겨, 새벽바람으로 나서기보다는 아침나절에 나서려 합니다. “아버지 뭐 하러 다녀와야 해요?” “바깥일을 보려고.” “어떤 바깥일인데?” “인천에서 골목을 거닐면서 골목 이야기를 담아내는 일이야.” 작은아이는 멧골마을에서 태어났으니 인천 골목을 거닌 적이 없습니다. 큰아이는 인천 하늘집(옥탑방)에서 태어나고서 아버지 품에 안기거나 스스로 다릿심을 내어 함게 골목마실을 다니곤 했습니다. 큰아이는 매우 어리던 무렵 인천 골목을 샅샅이 누비던 일을 떠올릴까요? 아마 못 떠올리더라도 아버지가 갈무리한 빛꽃을 보면 문득문득 떠올릴는지 모르지요. 자, 기운을 내서 차근차근 해보자고. ㅅㄴㄹ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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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16.


《인권, 여성의 눈으로 보다》

 인권연대 밑틀, 임옥희·로리주희·윤김지영·오창익 글, 철수와영희, 2020.10.24.



스스로 살림을 꾸리는 길이란 무엇인가. 손수 하도록 몸을 다스리는 길이란 어디에 있을까. 누가 잘못했다면 잘못을 따지기도 해야겠으나, 날이 갈수록 둘레에서 보거나 듣는 이야기란, 따짐질투성이로구나 싶다. 어쩐지 ‘어깨동무하는 사랑스러운 살림길’을 말하는 페미니즘은 너무 없다시피 하다. 《인권, 여성의 눈으로 보다》를 읽으며 내내 생각했다. “왜 아줌마 목소리로 살림빛을 들려주는 책은 없을까?” 하고. “왜 아저씨 손빨래로 살림꽃을 노래하는 책은 없을까?” 하고. 숱한 ‘페미니즘 인문책’이 다 똑같다고 느낀다. 모두 어디에선가 강의를 하고 교육을 한 다음에 책을 묶는데, 막상 땀내음도 도마질도 김치도 기저귀도 비질도 아기돌보기도 없다. 살림하는 냄새가 하나도 없는 ‘페미니즘 인문책’만 허벌나다. 이제 제발 머리에 앎(지식·정보)만 채우는 책은 그만 내거나 읽어도 되지 않을까? 아기랑 가시내가 쓰는 천기저귀를 어떻게 다스리고, 빨래가루를 어떻게 건사하고, 아이들이 배움수렁(입시지옥) 아닌 숲놀이로 피어나는 길을 삶자락에서 몸소 부대끼며 즐긴 이야기를 다루는 책을 읽고 쓸 노릇 아닐까? 푸른배움터(중·고등학교)만 마친, 또는 배움터를 아예 안 다닌, 수수한 ‘살림어른’ 목소리여야 나라가 바뀌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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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나쁘다고 쓴 글이 아닙니다.
이 책에서는 '윤김지영' 님 글은 좀... 뜬구름 같았지만,
다시 말해서 발바닥을 땅바닥에 안 두고서 썼네 싶었지만,
다른 글은 좋았습니다.
다만 조금 더 삶자락에서 스스로 겪고 바꾸어 낸 살림 이야기를
'여성-남성'이 어깨동무하는 길로 풀어내어
어린이-푸름이한테 들려줄 줄 안다면 좋겠는데 하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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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15.


《울타리 너머 아프리카》

 바르트 무야르트 글·안나 회그룬드 그림/최선경 옮김, 비룡소, 2007.4.20.



포근포근한 가을날로 접어든다. 늦가을이 이렇게 포근한데 참 많은 사람들이 두툼하게 차려입고 다닌다. 다만, 사람들 차림새가 두툼하되 길거리를 걷는 일은 드물지 싶다. 바람이 부는 바깥에 살짝 나갈라 치면 하나같이 두툼옷이 되는구나 싶다. 뒤집힌 푸른별은, 여름에 긴소매 긴바지에 찬바람을 풍풍 내뿜는 곳에 있고, 겨울에 반소매 반바지에 더운바람을 퐁퐁 내쁨는 데에 있다. 그냥 여름에 반소매 반바지에, 겨울에 긴소매 긴바지이기만 해도 넉넉하지 않을까? 여름엔 더워야 마땅하고 겨울엔 추워야 마땅하지 않나? 여름에 땀 좀 흘리면 어떤가. 땀을 흘려 몸속에 있던 찌꺼기를 내보내기에 튼튼몸이 될 텐데. 겨울에 좀 떨면 어떤가. 어느 만큼 떨다 보면 몸은 시나브로 찬바람을 견딜 만큼 다부지게 설 텐데. 미리놓기(예방주사)를 하면서 막상 땡볕도 찬바람도 등진다면 고삭부리가 되는 지름길이리라. 《울타리 너머 아프리카》에 나오는 이웃집 카메룬 아줌마는 흙이랑 물 두 가지로 집을 짓는다. 그래, 흙이랑 물을 섞으니 집이 되지. 우리는 여기에 나무랑 돌이랑 짚을 더 쓴다. 모두 숲에서 오는 살림이다. 그리고 숲으로 돌려주는 살림이다. 하루를 읽어 하루를 사랑하고, 날씨를 읽어 몸을 살핀다. 가을이 무르익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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