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늙은 산양 이야기
고정순 지음 / 만만한책방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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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541


《어느 늙은 산양 이야기》

 고정순

 만만한책방

 2020.10.12.



  가랑잎이 구릅니다. 나무는 가랑잎을 떨구면서 새잎을 내놓습니다. 겨우내 앙상한 가지로 꿈꾸는 나무가 있고, 겨우내 푸른잎을 더욱 짙푸르게 빛내면서 숲이며 보금자리를 포근히 감싸는 나무가 있어요. 나무 곁에 서서 묻습니다. “너는 어떤 사랑으로 우리 곁에 있니?” 나무는 파르르 춤추며 속삭여요. “나는 너희가 길어올리는 사랑을 그대로 온몸으로 나눈단다.” 《어느 늙은 산양 이야기》는 얼핏 죽살이를 다루는 듯하지만, 곰곰이 보면 그린님 이야기로구나 싶습니다. 그린님이 어른이란 몸을 입고 살아가기까지 둘레에서 들려준 말이며 보여준 몸짓이며 부대끼도록 이끈 길을 갈무리했구나 싶어요. 그린님이 꽤 벅찬 가시밭길을 걸으셨나 보구나 하고 생각하다가 퍼뜩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떠나 보셔도 좋겠어요. 시골이 아닌 숲으로, 놀이손님으로 가득한 바닷가가 아닌 하늘빛을 닮은 너른 바다로, 잿빛덩이(시멘트)로 덮은 냇가가 아닌, 멧새가 노래하는 골짜기로, 가만히 나들이를 떠나고, 삶터를 옮기고, 바람을 한껏 쐬면 좋겠습니다. 삶에는 삶이 있습니다. 삶이 저무는 길에는 이 땅에 내려놓고 흙으로 돌아가는 씨앗이라는 넋빛이 있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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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줘 - 일본 소학관 문학상 수상작, 학교도서관저널 추천, 유아독서연구소 추천 2016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 2016 오픈키드 좋은 그림책 목록 추천 바람그림책 36
야마시타 하루오 글, 초 신타 그림 / 천개의바람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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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540


《절반 줘》

 야마시타 하루오 글

 초 신타 그림

 김희연 옮김

 천개의바람

 2015.6.30.



  어릴 적부터 누가 둘레에서 뭘 달라고 하면 서글서글 다 주었습니다. 저는 어린배움터를 다니던 첫 해 첫 달부터 걸어다니면서 길삯을 아꼈고, 배움터 둘레에서 군것질을 사먹는 일이 아예 없다시피 했습니다만, 어머니가 싸주신 도시락을 보고 부러워하는 동무가 있다든지, 어쩌다 어떻게 얻은 주전부리가 있을 적에 배고픈 동무가 군침을 흘리면 “자, 너 먹어.” 하고 주었어요. 왜 이렇게 할 수 있었나 하고 문득 돌아보니 우리 어머니가 이런 몸짓이었거든요. 어머니는 으레 저한테 “자, 너 먹어.” 했고 “어머니는요?” 하면 “응, 어머니는 안 배고파.” 하고 “그래도 갈라서 먹지요?” 하면 “아냐, 네가 다 먹고 튼튼하게 커.” 합니다. 《절반 줘》를 읽으며 익살스럽기도 하고, 아이들이 이러할 수도 있겠다고 여기면서도 어쩐지 좀 억지스럽습니다. 웬만한 어린이라면, 아직 어른한테 물들지 않은 어린이라면, 혼자 차지하거나 동무 것을 가져가려는 마음은 아니거든요. 어린이 마음은 “그래, 좋아!”라든지 “응, 같이 누리자!”라고 느낍니다. 금긋이라든지 쪼개기라든지 가르기는 모두 어른들 몸짓 아닌가요? 아이들은 바탕이 ‘나눔’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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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순 나의 그림책방 1
고진이 지음 / 딸기책방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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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539


《섭순》

 고진이

 딸기책방

 2020.8.17.



  이름은 오롯이 사랑을 담아서 지을 노릇입니다. 사랑을 담아 짓지 않을 적에는 이 이름을 부를 적마다 사랑 아닌 미움이나 싫음처럼 슬프거나 아픈 기운이 스며요. 사랑으로 짓지 않은 이름이라면 멍울이나 생채기처럼 씁쓸하거나 괴로운 빛이 깃들고요. 그런데 아무리 사랑 아닌 눈빛으로 지은 이름이라 하더라도 우리 스스로 삶을 가꾸고 노래하고 짓고 돌보고 아낄 적에는 ‘처음에 사랑이 안 담긴 채 붙은 이름’이어도 시나브로 ‘새롭게 피어나는 꽃 같은 사랑’이 되곤 합니다. 왜 지난날 아버지나 할아버지란 이들은 ‘또순·막순’이라든지 일본 이름을 흉내낸 ‘-자(子)’ 같은 이름을 붙여야 했을까요? 어느 할머니는 ‘쌍년’이란 이름을 받은 채 살아오셨던데, 딸한테 이런 이름을 붙인 분도 나중에는 스스로 울었을까요? 《섭순》에 나오는 할머니는 아이한테 꽃을 심고 가꾸는 손길이며 눈길을 물려줍니다. 아이는 할머니한테서 꽃내음이며 꽃빛을 이어받습니다. 할머니는 어떻게 이처럼 꽃다운 손짓이며 눈망울일 수 있을까요? 할머니는 어떤 이름이기에 이렇게 아이를 아끼며 고이 품는 넉넉한 가슴이 되었을까요? 할아버지도 꽃할배가 되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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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작은 집 창가에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3
유타 바우어 글.그림, 유혜자 옮김 / 북극곰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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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538


《숲 속 작은 집 창가에》

 유타 바우어

 유혜자 옮김

 북극곰

 2012.12.15.



  우리는 무엇을 먹을까요? 누구는 풀이나 고기를 먹는다고 말할 테고, 누구는 밥을 먹는다고 말할 테지요. 누구는 목숨을 먹는다고 말하겠지요. 어떻게 말하든 모두 맞습니다. 우리는 틀림없이 무언가 먹습니다. 《숲 속 작은 집 창가에》를 보면 먹고 먹히는 사이가 어떻게 뒤바뀌는가를 가만히 그립니다. 그런데 숲에 있는 작은 집이 아닌 서울 한복판에 있는 커다란 집이라면 어떤 얼거리가 될까요? 커다란 집까지는 아니더라도 잿빛집이라고 한다면 어떤 줄거리가 될까요? 그림책에 나오는 작은 집은 바깥에서 햇볕이나 바람이 들어올 미닫이가 있는데, 서른이나 쉰 겹으로 쌓은 잿빛집에서는 똑똑 두들길 만한 미닫이가 안 보여요. 높다랗게 쌓아올린 잿빛돌을 집으로 삼는다면 이웃집이 없기 쉽습니다. 어쩌면, 서울이며 숱한 큰고장은 ‘이웃이 없기를 바라면서’ 겹겹이 두르거나 올리는 얼개일는지 몰라요. 바로 옆에 똑같은 틀로 짠 집이 그득한데 말이지요. 우리는 서로 얼마나 같은 사람이여 숨결이며 넋일까요? ‘너처럼 빛나는 나’가 아닌 ‘나만 아는 나’는 아닐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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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까짓 거!
박현주 지음 / 이야기꽃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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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537


《이까짓 거!》

 박현주

 이야기꽃

 2019.9.25.



  어릴 적에 “아, 비 오네. 우산 없는데.” 하면 우리 언니는 “비가 와서 뭐가 어떤데? 맞으면 되지.” 하고 말했습니다. 언니는 언제나 씩씩했고, 저는 늘 힘알이 없는 동생이었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비를 맞이하는 언니를 바라보면서 ‘나는 뭘 걱정하고 뭘 생각했을까?’ 하고 돌아보곤 했어요. 예전에는 등짐이며 신주머니는 비막이가 안 됐습니다. 비가 오면 쫄딱 젖어요. 이때 언니는 “젖으면 말리면 되지, 뭘 걱정해?” 했지요. 그래요. 말리면 되지요. 돌이키면, 동무들하고 놀 적에 비가 오든 말든 대수롭지 않았고, 비가 오면 혀를 낼름 내밀면서 비를 먹는 놀이를 했어요. 소나기가 퍼부으면 “이야, 머리 감자!” 하면서 깔깔깔 뛰놀았습니다. 《이까짓 거!》에 나오는 두 아이는 비가 오는 날 비를 그으면서 달리기 내기를 합니다. 배움터를 다니는 아이들로서는 아무래도 ‘내기·겨루기’가 흔하기 마련입니다. 처음에는 이런 몸짓일 테지요. 그러나 비에 온몸을 옴팡 씻고 나면 옷이고 등짐이고 내려놓고서 까르르 춤을 추면서 새로운 놀이를 누리리라 생각합니다. 온몸을 맡겨 앙금을 씻어요. 두 팔을 벌려 하늘은 안아요. 빗물은 사랑입니다.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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