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41


《하이틴》

 백승철 엮음

 중앙일보사

 1986.12.1.



  열네 살∼열아홉 살에 이르는 나이를 한자말로 ‘청소년’, 또는 ‘입시생·수험생’이라고, 영어로 ‘틴에이저’라고, 콩글리시 아닌 재패니시로 ‘하이틴’이라고 하는데, 우리말로는 ‘푸름이’입니다. 어린배움터를 마치고 푸른배움터로 들어서던 무렵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푸름이가 곁에 둘 만한 달책’이 나온 일은 아예 없다시피 했다고 떠오릅니다. 우리나라 어른은 푸름이한테 배움책(교과서)하고 물음풀이(문제집)만 베풀 뿐, 기껏 달책을 선보여도 이 틀에서 안 벗어나거나 멋놀이꾼(연예인) 이야기만 가득한 줄거리에 만화를 곁들인 얼개입니다. 요새는 푸름이한테 삶터를 깊이 보여주려는 달책이 더러 나오지만 너무 어려운 말과 줄거리로 꾸며 외려 뭇 푸름이 사이에 금을 긋는구나 싶어요. 《학생중앙》에서 이름을 《하이틴》으로 바꾼 달책은 갓 나올 무렵부터 엄청나게 사랑받습니다. 그나마 숨통을 틔우는 구실을 했습니다. 다만 푸름순이 쪽에 기운 얼개여서 푸른돌이는 꺼리곤 했는데, 아주머니가 보는 달책을 간추린 듯한 판이었어요. 이제 와 돌아보면 《하이틴》에 실은 적잖은 사진이나 이야기는 일본 달책을 베끼거나 훔쳤습니다. 아주머니 달책도 매한가지입니다. 푸름이가 꿈을 키울 틈이 없다면 어떤 어른으로 자랄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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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40


《닥종이 가족 : 김영희 민속인형》

 김영희 인형

 에드워드 김 사진

 월간디자인

 1981.5.10.



  어린배움터에서 길잡이로 일하는 아버지는 1980년대 어느 해에 제법 길게 ‘유럽 교육 배움마실’을 다녀오는 무리에 끼었습니다. 다른 고장 나들이를 한 해에 한 걸음 하기조차 만만하지 않은 판인 터라, 나라에서 돈을 대어 배움마실을 보내주는 그 일은 마을에서까지 들썩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나가야 할 날이 닥치자 아버지는 “아, 우리나라를 알릴 마땅한 선물이 없네!” 하고 한숨지었습니다. 태극 무늬를 넣은 부채하고 겨레옷을 입은 인형을 어디에선가 꽤 비싸게 사오면서 “이거 사느라 돈이 더 들겠네.” 하시더군요. 막상 태극 무늬 부채를 쓰는 사람이 없고, 겨레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도 없으니, 그저 허울뿐이지 싶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한테 우리다움이 무엇인가를 가르치거나 가꾸거나 물려주는 일도 참 보기 어려웠어요.  《닥종이 가족 : 김영희 민속인형》은 혼잣몸으로 아이를 돌보며 닥종이로 빚는 인형으로 수수한 삶과 살림과 슬기를 보여준 김영희 님 손빛을 보여줍니다. 임금·벼슬아치·먹물붙이가 아닌, 수수한 사람들 모습을 담은 인형은 거의 처음이었지 싶습니다. 이웃에서 만나고 스스로 살아가는 결을 드러내는 인형입니다. 흉내 아닌 제빛이에요. 먼발치를 헤맬 까닭이 없어요. 우리 모두가 우리 발자취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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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39


《아프가니스탄 산골학교 아이들》

 나가쿠라 히로미

 이영미 옮김

 서해문집

 2007.6.30.



  사진책을 읽으면서 사진을 배우려면 한글로 나온 책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영어나 일본말로 나온 사진책을 챙겨서 읽어야 비로소 사진책이며 사진을 배울 만합니다. 그런데 사진을 배우러 일본을 다녀오는 사람은 뜻밖에 드뭅니다. 으레 미국이나 유럽을 다녀오지요. 일본은 가까우면서 먼 나라일는지 모르고, 지난날 싸움자취 때문에 꺼리지 싶어요. 나가쿠라 히로미(長倉洋海) 님은 푸른별 어린이를 빛꽃(사진)으로 담습니다. 일본에서뿐 아니라 온누리 여러 나라에 이름난 분입니다. 우리나라에는 거의 안 알려졌는데 2007년에 《아프가니스탄 산골학교 아이들》이 살며시 나왔다가 사라진 적 있습니다. 그때에 깜짝 놀랐어요. 이분 빛꽃을 알아본 곳이 있었네 싶어 놀랐고, 이 사진책이 참으로 안 읽히고 안 팔린 채 사라져서 놀랐습니다. 우리는 어떤 삶을 빛꽃으로 옮기는 눈빛일까요? 어른은 어린이를 어떤 눈망울로 바라보는 몸짓일까요? 이 나라에서 어린이를 빛꽃으로 담을 적에는 어떤 모습을 바랄까요? 곰곰이 보면 요새는 ‘마음껏 모여서 온몸으로 뛰노는 어린이’를 보기 어렵습니다. 놀이하는 어린이가 사라진 나라에서는 꿈꾸고 사랑하고 노래하며 빛꽃을 담는 어른도 사라졌다고 해야 할는지 모르겠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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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돌아가다 : 모든 사랑은 사랑을 편 사람한테 돌아간다. 모든 막짓은 막짓을 편 사람한테 돌아간다. 사랑을 심었으니 사랑이 돌아온다. 막짓을 심었으니 막짓이 돌아온다. 사랑이란 ‘끼리질’도 ‘주례사 서평’도 ‘제 식구 감싸기’도 아니다. 끼리질이나 주례사 서평이나 제 식구 감싸기를 ‘사랑이란 이름’을 내세워서 하더라도, 조금도 사랑이 아닌 끼리질이나 주례사 서평이나 제 식구 감싸기일 뿐이니, 이런 모습으로 그대한테 돌아간다. 생각해야 한다. 스스로 참사랑이 되려는가? 스스로 참빛이 되려는가? 스스로 참넋이 되는 참사람으로서 참글을 쓰고 참말을 하면서 참삶을 지으려는가? 1994.5.7.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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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5월 무렵, 꽤나 재미난(?) 일을 겪으며 이러한 생각을 아로새겼고, 이 생각은 2020년 11월이 되어도 매한가지이다. 우리는 왜 스스로 ‘심은 대로 거둔다’는 옛말을 자꾸 잊을까? 언제나 ‘무슨무슨 빠’가 되면 스스로 망가진다. ‘빠’가 아닌 ‘사랑이’가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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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말꽃 짓는 책숲 2020.11.24. 하늘을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하늘을 보며 산다면 하늘을 이야기합니다. 숲을 보며 산다면 숲을 이야기해요. 책을 보며 살 적에는 책을 이야기할 테고, 연속극이나 영화를 보며 살 적에는 연속극이나 영화를 이야기하겠지요. 아이들을 보살피며 살아가는 어른이라면 으레 아이들 이야기를 합니다. 아이들은 곁님(거의 곁가시내)한테 맡기고 집 바깥으로만 나도는 분은 아이들 이야기는 거의 안 할 뿐더러, 얼핏설핏 구경한 이야기를 하고, 집 바깥에서 돌며 겪거나 마주한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말꽃을 짓는 사람으로서 우리말꽃에 담을 이야기라면 ‘더 많은 낱말’이 아닌 ‘낱말이 태어나고 자라고 흐르는 동안 사람들이 어떤 마음을 담았고 나누었으며 오늘에 이른 사랑이 어린 살림인가’입니다. 새벽녘에 ‘골목’이란 낱말이 얽힌 말밑을 풀며 ‘골 + 목’이 ‘고 + ㄹ + 목’이요, ‘고을·고장’하고 맞물릴 뿐 아니라, ‘고이다’나 ‘곱다’하고도 살며시 얽히겠구나 하고 느꼈어요. 다시 말하자면, “골목 : 서로 이으면서 좁은 길이나 자리”로 말풀이를 새롭게 가다듬는다면, “골목에서 함께 놀며 곱게 웃음짓는 어린이”처럼 보기글을 붙일 만하다는 얘기예요.


  우리가 ‘안으로 굽는 팔’이라면 그만 허물을 달래어 벗기지 못하면서 그만 허울좋은 모습으로 감싸고 맙니다. 우리가 ‘사랑으로 품는 팔’이라면 모든 허물을 살살 달래고 벗겨서 그야말로 고운 모습으로 노래해요. 이른바 ‘주례사서평’이란 ‘제 식구 감싸기’라고 느끼고, 허물을 허울좋게 꾸민 바보짓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이건 낯선 사람이건, 이웃이 쓴 글을 놓고서 ‘숲이랑 하늘이랑 풀꽃나무를 마주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곱다시 이야기(비평)할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짓스런 ‘별점 만점’도, 괴롭히려는 ‘별점 테러’도 없어야겠지요. 이런 두 가지 짓은 모두 우리 스스로 갉아먹는 수렁에 빠져드는 지름길입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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