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오늘말. 코앞쫓기


쌀쌀맞은 사람은 코앞에서 찬바람을 씽씽 일으킵니다. 콧바람만으로도 매몰차게 내쫓지요. 차가운 기운을 받으면서 눈앞에서 쫓겨나 보셨나요? 미우니까 등돌릴 테고, 싫으니까 등질 테지요. 보이는 대로 바로바로 쫓습니다. 앞에 보이기만 하면 대놓고 쫓아요. 적잖은 거미하고 벌레는 사람 곁에서 어우러지지 못하고 밀려냅니다. 거미가 있기에 숱한 날벌레를 다스리고, 거미도 새가 다스리고, 풀벌레는 풀밭을 싱그럽게 봄내 여름내 노래를 들려주다가 가을이 깊으면서 까무룩 잠듭니다. 그리 멀잖은 지난날에는 누구나 들놀이 숲놀이 물놀이를 하면서 모두랑 동무가 되고 이웃으로 삼았어요. 오늘날 서울살이는 받아들이는 동무나 이웃이 적어요. 부드러운 풀노래에 녹아드는 서울길은 드뭅니다. 산뜻한 새노래로 물드는 골목길은 얼마나 되려나요. 서울 한복판에 씨앗 한 톨로 나무를 심기 어렵다면 오히려 더욱 씨앗을 심으면 좋겠어요. 만만찮은 일이니 한결 웃으면서 달라지면 좋겠어요. 씨앗 한 톨에 서린 이야기타래를 느껴 봐요. 이 조그마한 씨앗 한 톨이 큰나무가 되는 수수께끼를 만나 봐요. 좋아하기에 배우고, 배우며 깨닫고, 깨달으며 바뀌는 삶입니다. ㅅㄴ


쌀쌀맞다·매몰차다·차갑다·쫓아내다·내쫓다·밀어내다·등돌리다·등지다·코앞쫓기·눈앞쫓기·앞쫓기·바로쫓기 ← 문전박대


받아들이다·느끼다·바뀌다·달라지다·빠지다·빠져들다·잠기다·젖다·녹다·녹아들다·사로잡히다·끌리다·이끌리다·휩쓸리다·물들다·물들이다·배우다·깨닫다·깨우치다·가르치다·일깨우다·좋아하다·좋다 ← 감화(感化)


어렵다·까다롭다·애먹다·힘들다·벅차다·버겁다·만만찮다·알 길 없다·아리송·알쏭달쏭·처음 보다·실타래·타래·실꾸리·꾸리·수수께끼·안개·덤불·골치·골칫거리·말썽·말썽거리 ← 난제(難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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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꽃

오늘말. 나늙아죽


나고 늙고 아프고 죽는다고 합니다. 네 갈래 삶길입니다. 이 네 가지를 삶이란 길에서 아픈 고비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저는 태어나거나 죽는 길이 고비이거나 아파야 한다고 여기지 않아요. 모두 나란히 흐르면서 한결 튼튼하고 의젓하게 북돋아 준다고 여깁니다. 아팠기에 말끔히 털고 일어나요. 태어났기에 씩씩하게 살아요. 죽으면서 씨앗을 남겨요. 늙으면서 슬기롭게 빛나요. ‘나늙아죽’이란 ‘네고비’는 사람이든 풀꽃나무이든 새삼스레 넘실거리는 마음빛이 될 만합니다. 하루하루 이야기를 새깁니다. 오늘은 어제랑 다르게 이야기를 담아요. 무엇으로 아침저녁을 물들이면 아름다울까요. 대단해야 하지 않습니다. 재미난 일을 애서 꾸며야 하지 않아요. 똑딱똑딱 가꾸고, 밑판을 찬찬히 다지며, 나무줄기를 살살 매만지듯 살림을 이루다 보면 어느새 그득하게 피어나는 삶꽃이 된다고 여겨요. 긁으면 부스럼이 되기도 하지만, 건드리면서 새삼스레 만나기도 합니다. 들뜨건 싸하건 설레건 쑤시건 모두 맞아들입니다. 우리한테 하루란 놀랍게 다가오는 첫날이에요. 모든 하루는 새롭게 깨어나는 날이지 싶어요. 살고죽고 죽고살면서 노래가 물결칩니다. ㅅㄴㄹ


죽살이·죽고살고·삶죽음·살고죽고·나고 늙고 아프고 죽고·나늙아죽·네고비·네아픔 ← 생로병사


건드리다·긁다·넘보다·따갑다·세다·만지다·매만지다·놀랍다·느끼다·대단하다·당근·미끼·밑밥·밑판·치다·들쑤시다·쑤시다·찌르다·쿡쿡·새롭다·새삼스럽다·싸하다·들뜨다·설레다·신나다·재미나다 ← 자극, 자극적


놓다·새기다·담다·넣다·들이다·물들이다·꾸미다·가꾸다·덮다·이루다·채우다·가득하다·그득하다·넘실거리다·물결치다 ← 수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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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다 군의 세계 2
안도 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모두 사랑스러운 사람들



《마치다 군의 세계 2》

 안도 유키

 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16.8.15.



  어느 열린배움터(대학교)를 다녔느냐를 놓고 줄을 세우곤 합니다. 우리나라는 배움길보다는 ‘줄길’이 드세다고 느낍니다. 이 줄길은 일자리를 얻는 데에서뿐 아니라, 삶터 구석구석에 깃들어요. 이런 줄이며 저런 줄이 있으면 수월하게 볼일을 보거나 풀지요.


  저한테도 어떤 줄이 있을는지 모릅니다. 제가 모르는 무슨 줄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러나 줄길이 싫고 못마땅해 열린배움터를 그만두었고, 나고 자란 마을을 떠나 아주 먼 고장으로 옮겼어요. 사람줄·돈줄·배움줄·힘줄·벼슬줄 어느 하나도 손에 안 쥐고서 스스로 하려는 일을 헤아리며 살아갑니다.


  저는 오직 하나를 바라보려고 해요. 줄이 아닌 숲을 바라보고, 줄길이 아닌 아이들 눈길을 바라보며, 줄세우기가 아닌 살림짓기를 즐기며 나누는 살림돌이(살림꽃)가 되려고 합니다.



‘마치다 하지메 군(16)은 오늘 안테나가 활짝 펴진 모양입니다.’ (13쪽)


“만나서 반갑다. 형이야. 내가 널 지켜줄게.” (36쪽)



  줄이 없는 채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보면 으레 담벼락에 부딪힙니다. 고꾸라지거나 미끄러지기 일쑤입니다. 둘레에서 다들 그래요. “어째 그대는 줄이 하나도 없는가?” 저는 빙그레 웃습니다. “저 스스로 줄을 누리고 싶지 않기도 하지만, 저처럼 줄이 없는 모든 이웃이, 줄 아닌 즐겁게 갈고닦거나 다스린 솜씨로 일할 자리를 지어야 아름나라가 되리라 생각해요.” 둘레에서 다시 말하지요. “그렇게 깐깐하게 굴지 말고 이쪽으로 좀 오시지?” 저는 다시 웃습니다. “저는 이쪽도 저쪽도 그쪽도 바라보고 싶지 않아요. 저를 부르시는 그쪽이 숲이라면 저를 안 부르셔도 제가 먼저 스스로 갑니다. 그런데 그쪽이 숲이 아니면 벼락돈을 갖다 바쳐도 쳐다볼 마음이 없습니다.”



“카즈미 이모.” “응?”“난 카즈미 이모가 없었으면 아마, 지금처럼 동생들을 예뻐할 수 없었을 거예요.” “뭐? 무슨 얘기야?” “즉, 나는 카즈미 이모도 엄마처럼 생각하고 있어요.” (43∼44쪽)



  뒤늦게 알아보고서 읽는 《마치다 군의 세계 2》(안도 유키/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16)입니다. 2020년 겨울에 다섯걸음까지 나옵니다. 너무 띄엄띄엄 나온 터라 설마 더 못 나오나 싶었는데, 2020년에 이 그림꽃책을 바탕으로 빛그림(영화)이 나왔어요.


  고맙지요. 빛그림이 아니었다면 이 그림꽃책은 몇 걸음 못 나오고서 우리나라에서 더는 못 나왔겠구나 싶어요.


  줄거리를 보면 열일곱 살 즈음인 푸름이가 ‘어떠한 눈치를 안 보고’서 ‘오로지 둘레를 따스하면서 차분하게 살피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길에 일어나거나 생기거나 벌어지는 일을 다룹니다. 푸름이 ‘마치다’는 언제나 누구나 사랑하고픈 마음입니다. 이 사랑은 ‘살섞기’도 ‘살부빔’도 아닙니다. 스스로 마음자리에서 싱그럽고 따사롭게 길어올리는 맑은 빛살입니다.


  마음으로 모두 아끼고 싶어요. 마음으로 모두 바라보고 싶지요. 마음으로 모두 어루만지고 싶습니다. 마음으로 모두랑 이웃이나 동무가 되고 싶다지요.



“그럼 이노하라도 좋아한다고 말해버려.” “천천히 가자고 전에 마치다가 나한테 얘기해 줬는데, 그게 굉장히 기뻤거든.” (75쪽)



  마치다는 어머니 아버지를 좋아합니다. 마치다는 어머니 아버지가 낳은 동생을 좋아합니다. 마치다한테는 다섯 동생이 있는데, 모든 동생을 고르게 아끼고 돌보면서 저마다 좋아하는 다른 길을 즐겁게 가기를 바라면서 부드러이 북돋울 줄 압니다. 더구나 마치다는 ‘둘레에서 외곬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어도 대수로이 여기지 않습니다. 스스로 그 사람을 마주하면서 깊이 이야기를 하고 만나고 생각을 주고받고서야 ‘그 사람 마음속에서 흐르는 빛’을 느낄 만하다고 여기지요.


  온누리에 좋은 사람이나 나쁜 사람이 있다고 여기지 않는 마치다예요. 그저 ‘사람’이 있다고 여깁니다. 다시 말하자면, 나무는 나무대로 바라보고, 풀은 풀대로 바라보지요. 싫은 벌레나 좋은 벌레가 있을 까닭이 없습니다. 바람은 언제나 바람이고, 눈비는 언제나 눈비입니다. 해는 늘 해요, 별은 늘 별이고요.



‘니코한테는 응어리가 전혀 없구나. 다시 둘이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면, 히나타의 그때 그 후회도 조금은 따뜻한 추억이 되지 않을까.’ (104∼105쪽)


“내딛어! 괜찮아! 무슨 일이 있더라도 형이 뒤에 있으니까!” (125쪽)



  무엇을 바라볼 적에 즐거운가요?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면 즐거운가요? 무엇을 언제 어떻게 왜 바라보면 즐거운가요? 무엇을 언제 어떻게 왜 누구랑 바라보면 즐거운가요?


  하나씩 얹어서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하나씩 생각을 추스르면 좋겠어요. 먼저 갈 까닭이 없으면서, 늦게 갈 까닭이 없습니다. 그저 가야 하기에 갑니다. 즐겁게 노래하며 가고 싶기에 노래하면서 갑니다. 가르쳐도 좋고 알려줘도 좋습니다. 배워도 좋고 나눠도 좋습니다.


  이 풀꽃을 쓰다듬어 볼래요? 저 나무를 껴안아 보겠어요? 이 구름을 타 볼래요? 저 빗방울에 몸을 싣고 나들이를 가 보겠어요?


  우리 스스로 빛줄기가 되어 보면 좋겠습니다. 우리 스스로 바람줄기가 되고, 멧줄기가 되며, 사랑줄기가 되어 보면 좋겠어요. 나이가 힘이나 돈이나 이름이나 벼슬이나 뭐 이런 구지레하거 거추장스러운 껍데기는 내려놓고서, 어깨동무하는 눈망울로 일어서면 좋겠어요.



“너 같은 어린 애를 데리고 가면 비웃을 거야.” “그 편이 낫지 않아요? 그냥 웃기는 편이요.” (149쪽)


“전 가족이 많아 행복해요. 집안에도, 집밖에도. 선생님도 제 마음속에서는 가족이에요. 혼자가 아니에요. 아까 얘기한 그 친구도 그렇고 선생님도 그렇죠. 전 노력하는 사람을 동정하지 않아요. 모두들 열심이니까, 전 사람들이 사랑스러워요.” (165∼167쪽)



  모두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뻘짓을 안 합니다. 모두 사랑스럽다고 여기는 사람은 괘씸질이나 막질을 안 합니다. 모두 사랑스럽게 그러안는 사람은 잘못이나 말썽을 부리지 않아요.


  오롯이 사랑으로 가득한 아이들은 어떤 눈빛인가요? 사랑을 오롯이 잃거나 잊은 채 사람줄·돈줄·배움줄·힘줄·벼슬줄에 얽매인 어른들은 어떤 눈빛이지요?


  눈을 보면 알아요. 눈을 감추거나 돌리는 사람치고 착하거나 참답거나 곱게 삶길을 짓는 사람은 없다고 느껴요. 우리 스스로 오롯이 사랑이라면 어떤 몸짓에 목소리에 차림새일까요? 우리 스스로 아무런 사랑이 없다면 어떤 말씨에 글씨에 옷차림일까요?


  조촐히 삶자리를 일구면서 사랑이란 숨결을 제대로 누리고 느낄 뿐 아니라, 이웃하고 동무도 다같이 사랑이란 숨빛으로 환하게 피어나기를 바라는 푸름이 마음을 들려주는 《마치다 군의 세계》를 곁에 둘 이웃님이 하나둘 늘면 좋겠습니다.

.

ㅅㄴㄹ

#町田くんの世界 #YukiAndo #安藤ゆき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숲노래 사전] https://book.naver.com/search/search.nhn?query=%EC%88%B2%EB%85%B8%EB%9E%98&frameFilterType=1&frameFilterValue=359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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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던 북한은 - 노동자 출신의 여성이 말하는 남북한 문화
경화 지음 / 미디어일다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삶책

인문책시렁 152


《나의 살던 북한은》

 경화

 미디어 일다

 2019.8.5.



한국에서는 병든 짐승을 잡아먹으면 당장 죽을 것처럼 난리인데, 북한사람들은 병든 짐승의 고기라도 배불리 먹어 보고 싶을 정도로 고기에 굶주려 있다. (79쪽)


북한에서 좀 배웠다는 사람들은 한국에 와서도 좋은 곳에 취직을 하곤 한다. 당시 난 이런 생각을 했다. 북한에서 잘 먹고 잘살고 좋은 직장을 가졌던 사람들은 한국에 와서도 같은 길을 가고 있구나, 라고. (112쪽)


북한에서는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출신 성분이 좋지 않으면 좋은 직장, 좋은 대학, 좋은 학벌을 가진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그러한 사람과 결혼도 할 수 없다. (134쪽)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힘든 일을 해도, 남자들의 월급만큼 탈 수가 없다. 이유는 모른다. 다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아무리 일을 많이 해봤자 남자의 절반도 받을 수 없다는 것뿐, 이유를 들어 본 적은 없다. (141쪽)


오빠의 사범대 시험 결과 합격통지가 내려왔으나, 애당초 오빠는 시험만 봤을 뿐 시험지 이름은 위조되어 오빠 대신 교장 딸이 대학에 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짜인 각본이었던 것이다. (157쪽)



  우리나라에서 모든 사람한테 고르게 자리를 주는 일이 있을까요? 우리나라에서 누구나 고르게 자리를 누리면서 생각을 펴고 만나고 일하고 놀고 어울리고 이야기하고 살림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얼마나 “네, 우리나라는 고른(평등) 길입니다!” 하고 말할 만할까요? “아니요! 우리나라는 안 고른(불평등) 길입니다!” 하고 말할 사람이 훨씬 많지 않을까요? 《나의 살던 북한은》(경화, 미디어 일다, 2019)을 읽으며, 남북녘 모두 ‘안 고른 길’을 가는 나라이겠구나 하고 느낍니다. 두 나라 모두 참으로 오래도록 배움길·삶길·살림길·나라길·벼슬길·글길·책길·노래길…… 모두 ‘있는 이 차지’로 흘렀습니다. 돈·이름·힘·벼슬 가운데 하나를 거머쥘 노릇이요, 이 가운데 하나라도 없으면 어느 길에도 안 끼워 주지요.


  생각해 보면 구태여 돈·이름·힘·벼슬이란 길을 갈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 삶길을 가면 돼요. 우리 살림을 손수 짓는 길을 가고, 우리 사랑을 스스로 꽃피우는 길을 가면 됩니다.


  북녘사람에서 남녘사람으로 길을 틀어 지내는 분이 가슴을 후비듯 적바림한 이야기는 북녘 민낯만 보여준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남녘 민낯을 함께 보여줍니다. 둘이 썩 안 다르거든요. 이제라도 생각해야지요. 두 나라가 돈길·이름길·힘길·벼슬길로 나뒹군 모습을 멈춰세우고서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 앞으로 아름길이며 사랑길이 될 만할까요? 우리는 어떤 몸짓을 그만두거나 버리면서 스스로 거듭나야 할까요?

.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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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이야기 6
모리 카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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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책으로 삶읽기 651


《신부 이야기 6》

 모리 카오루

 김완 옮김

 대원씨아이

 2014.5.31.



“아무리 공을 들여도 어쩔 도리가 없을 때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나쁜 일을 피할 수 있다면, 조금만 더 손이 간 옷을 입어 주셨으면 해요.” (16쪽)


“놈들은 방심하고 있다. 사냥감을 궁지에 몰아넣었다고 생각하겠지. 지금이 잡을 기회다!” (131쪽)


“일족이라고 다 생각이 똑같은 건 아니오. 사람이 많으면 의견도 갈리게 마련이지. 댁들은 안 그런가?” (180쪽)



《신부 이야기 6》(모리 카오루/김완 옮김, 대원씨아이, 2014)은 각시를 둘러싼 터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각시를 맞이한 마을은 어떻게 새길을 걸을 만할까? 각시로 보낸 마을은 어떻게 새살림을 가꿀 만할까? 맞아들인 쪽은 이곳대로 새길을 바라볼 테고, 보낸 쪽은 보낸 대로 예전하고 다르게 살림을 가꿀 테지. 우리 겨레뿐 아니라 모든 겨레가 지내온 삶이 있고, 저마다 터전을 헤아려 하루를 지었는데, 칼이나 활은 언제 어떻게 쓸 적에 슬기롭고 아름다울까? 사람들은 왜 집을 쉽게 무너뜨리고 사람을 한꺼번에 죽이는 싸움붙이를 생각해 냈을까? 살아가자면 빼앗아야 할는지 모르나, 이웃마을로 쳐들어가 빼앗을 만한 기운이 있다면 이 기운으로 차근차근 손수 짓는 길을 닦을 적에 훨씬 빛나지 않을까. 싸움이 손쉬운 길이 될 턱이 없다. 어리석은 마음이 되기에 싸움붙이를 장만해서 싸움을 벌일 텐데, 이때에 ‘각시가 하는 말’을 귀여겨들을 줄 안다면, 귀담아듣는 차림새가 된다면, 어느 마을이든 확 달라지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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