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오늘말. 이아치다


살다 보면 궂은일도 좋은일도 있다는데, 물결도 치고 벼락도 친다는데, 빛줄기가 쏟아지든 불벼락이 들이치든, 우리 나름대로 겪는 하루이지 싶습니다. 끼어들었다가 불똥이 튄다고 하고, 끼리질을 일삼는 이는 뜬금없이 불화살을 날리기도 하지만, 이런 사나운 너울을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우리 꿈을 사랑으로 바라본다면 사뭇 다르구나 싶어요. 이아치기 때문에 죽지 않아요. 마음이 죽으니 죽어요. 밥을 끓이려고 장작을 때면 김이 오릅니다. 요새는 장작을 때는 집이 드물 테지만, 얼마 앞서까지 어디에서나 매캐한 내를 맡으면서 한집안 먹을거리를 차렸습니다. 모락모락 오르는 따스한 기운을 나누는 밥자리예요. 그래서 밥살림이라 합니다. ‘살림’이란 낱말은 사랑스레 가꾸는 삶을 이루는 사람 사이에서 썼어요. 벼슬자리나 힘자리나 돈자리 따위에서는 이런 말을 안 씁니다. 맵바람이 휘몰아치는 끔찍한 곳에는 살림 아닌 죽음이 판치니까요. 한 벌 쓰면 헌종이가 되지만, 손길이 탄 종이로 여길 만합니다. 너무 오래 써서 너덜너덜하면 넝마가 되겠지요. 그래도 뒷종이로 삼아서 마지막 쓰임새를 펴고, 이제 장작불에 얹어 뜨끈뜨끈 기운으로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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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일·나쁜일·벼락·날벼락·불벼락·천둥·우레·너울·불똥·불화살·사납다·이아치다·끔찍하다·죽다 ← 재앙(災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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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매캐하다·자욱하다·뿌옇다·모락모락·매캐한 바람·매캐바람·맵바람·자욱바람·흰바람 ← 연기(煙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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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종이·낡종이·넝마·넝마종이·종이쓰레기 ← 폐휴지, 휴지(休紙), 폐지(廢紙), 파지(破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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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종이 ← 이면지, 휴지(休紙), 뒤지(-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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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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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랑 친구가 됐어요! 아이즐 그림책방 8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잉그리드 나이만 그림, 김서정 옮김 / 아이즐북스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490


《삐삐랑 친구가 됐어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잉그리드 나이만 그림

 김서정 옮김

 아이즐북스

 2006.5.1.



  옆에 살면 옆집입니다. 옆집을 두고 이웃집이라 하지 않습니다.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되기에 이웃집이라 합니다. 가까이에 있기에 다 동무라 하지 않아요. 배움터를 함께 다닌다 하더라도, 옆자리에 앉더라도, 마음이 흐르면서 같이 놀고 웃는 사이로 지내기에 비로소 동무라 합니다. 《삐삐랑 친구가 됐어요!》는 옛날부터 마을에 집이 있었으나 오래오래 바다를 누비면서 마음껏 노는 나날을 누리던 삐삐가 옛집에 돌아오면서 벌어진 이야기 가운데 ‘동무를 사귀며 노는 하루’를 다룹니다. 먼저 글로 나온 이야기요, 글자락 가운데 몇 토막을 그림으로 옮겼어요. 요즈음 살림살이로 보자면 꽤 묵었구나 싶은 살림이 드러나는 그림결일 텐데, 차림새나 마을이나 살림새는 묵은 빛이어도 동무를 사귀는 마음빛은 언제나 매한가지입니다. 무엇보다도 동무를 사귀면서 마음을 활짝 틔우는 웃음꽃이란 앞으로 즈믄 해가 흐르고 또 흘러도 한결같으리라 생각해요. 동무란, 나라를 가로지릅니다. 동무라면, 별을 건너뜁니다. 동무는, 나이를 안 따져요. 살빛도 목소리도 뭣도 뭣도 안 가립니다. 온누리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도 ‘놀이동무’를 사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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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AstridLindgren #NymanIngrid #IngridVangNy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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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곰곰이의 겨울 이야기
도로시 마리노 지음, 이향순 옮김 / 북뱅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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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491


《꼬마 곰곰이의 겨울 이야기》

 도로시 마리노

 이향순 옮김

 북뱅크

 2008.12.25.



  겨울은 춥다고 합니다. 춥지 않다면 겨울이 아니겠지요. 여름은 덥다고 합니다. 덥지 않다면 여름이 아닐 테지요. 여름볕은 후끈후끈 마치 모두 태워 버릴 듯 활활거립니다. 여름이에요. 겨울볕은 포근포근하면서도 바람이 조금 불라치면 꽁꽁 얼립니다. 겨울이ㅈ;요. 여름에는 무엇을 하면서 놀까요? 뜨거운 바람볕을 즐기는 나날입니다. 겨울에는 무엇을 하며 노나요? 차가운 칼바람을 맛보는 하루입니다. 더운 여름이기에 땀을 신나게 흘립니다. 추운 겨울이기에 개구지게 뛰놀면서 김이 모락모락 납니다. 《꼬마 곰곰이의 겨울 이야기》는 겨울이란 철에 아이가 무엇을 보고 겪고 듣고 생각하고 움직이면서 즐겁게 보낼 만한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불기운이 좋은 집에 조용히 머물러도 됩니다. 두툼한 옷은 벗어던지고 온몸을 마음껏 쓰면서 더 달리고 뛸 수 있습니다. 여름이기에 냇물에 손발을 담그며 시원해서 웃고, 겨울이기에 얼음물에 손발을 담그며 덜덜 떨면서 웃습니다. 1967년에 처음 나온 그림책은 조금 묵은 예전 놀이랑 삶을 보여줄는지 모르나, 앞으로 쉰 해가 더 흘러도 겨울은 겨울이고 여름은 여름이에요. 철마다 다르게 바람을 쐬어 봐요. ㅅㄴㄹ


#DorothyMarino #くんちゃんのだいりょこ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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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6.


《츠바메의 가위 1》

 마츠모토 스이세이 글·그림/오경화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19.6.30.



드디어 마을 어르신 이름꽃(도장)을 받는다. 마을 어르신이 모인 곳에 가서 이름꽃을 받고서 술 한 모금을 받는다. 술이 모자라다는 말을 듣고 달림이를 타고서 면소재지를 다녀온다. 우리 집 뒤꼍 땅을 사는 일이 열 해에 걸쳐 아직 끝나지 않는데, 거쳐야 할 길도, 써서 내야 할 글자락도, 다녀오며 받아야 할 이름꽃도, 치러야 할 돈도 수두룩하다. 뭐 천천걸음으로 갈밖에 없지. 느긋하게 챙겨서 하나씩 추슬러야지. 《츠바메의 가위 1》를 읽었다. 푸름이는 볼 만한데 어린이한테는 어떠려나 모르겠다. 모두 석걸음으로 마무리짓는 그림꽃책이니, 뒷자락을 보고서 생각해야겠다. 가위 한 자루를 쥐고서 꿈길을 걷는 아이는 다른 모습이나 몸짓은 바라보지 않는다. 오직 가위질로 다듬고 빛낼 머리카락을 바라본다. 마땅하지. 높은 일도 낮은 일도 없는걸.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지. 스스로 마음을 기울여 사랑을 꽃피울 일이면 넉넉하다. 스스로 즐겁게 눈을 반짝이면서 아름답게 누릴 하루이면 된다. 츠바메 아가씨는 가위라면, 나는 맨손이지 싶다. 맨손으로 아이들을 돌보았고, 책숲을 보살피고, 풀꽃나무를 쓰다듬고, 붓을 쥐어 노래꽃이며 글꽃을 여민다. 나는 맨손으로 빨래를 하고 밥을 차리고 바람을 살살 품으면서 삶을 짓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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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5.


《グリ-ンマン》

 Gale E. Haley 글·그림/あししの あき 옮김, ほるぷ出版, 1981.10.15.



겨울이면 으레 긴옷 차림이 된다만, 우리 집에서는 다르다. 스스로 입고 싶은 옷을 입는다. 새벽이나 밤에는 긴옷이 어울린다면 해가 오르는 낮에는 반바지가 어울리지. 그러나 나는 새벽이고 밤이고 낮이고 그냥 반바지이다. 왜? 여기는 고흥이거든. 게다가 풀꽃나무가 감싸는 보금자리이고. 한겨울에도 맨발로 바스락바스락 풀밭을 밟고 걷다가 바위에 서서 눈을 감고 해바라기를 하면 얼마나 싱그럽고 포근한지! 이웃님한테 맨발에 맨몸에 맨손으로 냇물을 떠서 마시고 풀밭을 거닐며 나무를 타고 올라 해바라기를 해보시라고 얘기하고프다. 하루에 10분이나 20분이라도 이렇게 해바람을 누린다면 우리 몸은 대단히 튼튼할 수 있다고 들려주고 싶다. 1983년에 《그리인맨》이 한글판으로 나온 적 있고, 일본에서는 1981년에 《グリ-ンマン》이 나왔으며, 미국에서는 1979년에 나온 《Green Man》이라는 그림책이 있다. 놀랍도록 아름답고 눈부시면서 사랑스럽게 ‘숲사람’ 이야기를 담아내었다. 영어 그림책은 도무지 장만하기 어려운데, 일본판을 일본에 있는 이웃님이 덥석 장만해서 보내 주셨다. 아, 얼마나 고마운지! 섣달잔치를 기리며 보내 준 빛줄기를 품고서 숲으로 나아가는 즐거운 걸음걸이를 헤아린다. 난 이쪽도 저쪽도 싫으나 숲길은 좋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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