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오늘말. 너울거리다


반가운 마음에 와락 달려들어 안깁니다. 싫으니 화다닥 달려들어 걷어찹니다. 만만해 보인다고 덤빕니다. 온힘을 들이부으며 하고픈 일이 있습니다. 눈이 퍼붓는 겨울이면 어린이는 눈놀이로 바쁘고 신납니다. 한켠으로 몰아댄다면 고단할 뿐 아니라 숨막히고, 자꾸 밀어붙이면 어쩐지 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쏟아지는 비는 이 땅을 적시고 씻고 어루만집니다. 쏟아대는 말은 서로서로 어떤 이야기로 흐를까요? 물결이 가볍게 치다가 차곡차곡 쌓여 크게 일어납니다. 가볍게 나올나올하더니 어느새 휘몰아치듯 너울거립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바라보면 어떨까요? 적어도 이쯤 생각할 수 있나요? 하다못해 한 걸음이라도 내딛으면 조금씩 달라져요. 그나마 하기 어렵다면 그쯤은 할 만한가요. 무릇 어른이 앞장서서 꽃보기가 될 노릇입니다. 다만 잘 해내지 못해도 됩니다. 아직 힘이 작다면, 의젓하게 하기엔 어리다면, 아무래도 더 기다려 줄 노릇일 테지요. 끄트머리여도 좋습니다. 밑바닥이어도 됩니다. 어디에 어떻게 있든, 곰곰이 보면 위도 밑도 없어요. 우리 마음하고 눈빛이 있을 뿐입니다. 무엇보다 스스로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결이라면 늘 초롱초롱합니다. ㅅㄴㄹ


달려들다·덤비다·들이붓다·퍼붓다·몰아대다·몰아붓다·밀어대다·밀어붙이다·쏟다·쏟아붓다·쏟아대다·물결치다·너울거리다 ← 파상공격, 파상공세


작다·어리다·못해도·하다못해·적어도·그나마·이나마·얼추·아무래도·그쯤·그러니까·바탕·밑바탕·무릇·먼저·모름지기·무엇보다·뭐·다만·다문·마땅히 ← 최소(最小)


적다·낮다·밑·밑바닥·바닥·끄트머리·끝 ← 최소(最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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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오늘(2020.12.14.) 새벽에 ‘울·우리’ 말밑을 캐면서 ‘울다·웃다’가 얽힌 실타래를 풀었습니다. 풀고 나면 어쩐지 싱거운데요, 풀기 앞서까지는 이 울타리를 어떻게 넘나 하고 헤맵니다. 헤매다가 풀고, 풀었으니 다음 울타리로 가고, 다음 울타리 곁에서 또 헤매더니 어느새 풀고, 이다음 울타리로 자꾸자꾸 나아갑니다. 이런 나날을 보내기에 누가 “책을 많이 읽으니, 책에서 길 좀 찾으셨어요?” 하고 묻는 분한테 대뜸 “책에는 아무 길이 없던데요. 길은 책이 아닌 우리 삶으로 스스로 즐겁고 사랑하는 노래로 누구나 낸다고 느껴요.” 하고 대꾸합니다. 책집마실을 다니는 나날이란, 스스로 새롭게 헤매면서 삶을 노래하는 놀이랑 가깝지 싶습니다.



책에는 길이 없습니다. 책을 읽는 사람은 책을 읽어 얻은 이야기로 힘을 얻습니다. 책에 길이 있기에 책을 읽으며 길을 찾지 않아요. 책을 읽어 얻은 이야기로 힘을 얻기에, 이 힘을 씩씩하게 다스리면서 스스로 새길을 닦습니다. (315쪽)



책길을 더 느끼고 싶다면 《책숲마실》(스토리닷, 2020)을 곁에 두어 보셔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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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찍는 법 - 양해남 사진시집 2
양해남 지음 / 눈빛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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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사진책시렁 88


《바람을 찍는 법》

 양해남

 눈빛

 2020.11.11.



  똑같은 빛은 없습니다. 나무 한 그루가 맺는 잎은 모두 다른 잎빛이요, 나무꽃도 모조리 다른 꽃빛입니다. 들판에 가득한 들풀도 다 다른 풀빛이면서, 들꽃이라면 다 다른 꽃빛이에요. 철에 따라서도 잎빛은 달라집니다. 달에 따라서도 달라요. 그리고 날에 따라서도 다를 뿐 아니라, 새벽 아침 낮 저녁 밤에 따라서도 다르지요. 풀잎이며 꽃잎이 언제나 다른 빛살이라면, 사람도 나이에 따라 다른 낯빛일 뿐 아니라, 마음이며 생각이며 느낌에 따라 늘 물결치는 얼굴빛이에요. 《바람을 찍는 법》은 금산이란 시골에서 금산스럽게 살아가는 이웃을 마주하는 눈빛을 들려줍니다. 빛꽃 한 칸에 글꽃 한 자락을 맺습니다. 두 눈으로 마주하는 이웃을 빛으로 담고, 마음으로 만나는 마을을 이야기로 엮어요. 우리는 서로 어떤 사이인가요? 우리는 오늘 어떻게 마주하나요? 겨울에 겨울빛을, 새봄에 봄비를, 여름에 여름잎을, 가을에 가을꽃을 그립니다. 겨울에도 새잎을 내놓은 소리쟁이는 찬바람에 아이쿠 하면서 붉게 물듭니다. 가을에 가을물이 든다면, 겨울에는 겨울물이 들어요. 언제나 새삼스레 물드는 삶이요 눈이며 손길이고 발걸음인 하루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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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 When the Spring Wind Blows
한영수 지음, 버지니아 문.김수진 글 / 한스그라픽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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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빛꽃

사진책시렁 87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한영수 사진

 한선정 엮음

 한영수문화재단

 2020.12.1.



  딸기에는 여러 갈래가 있어요. 들에서 돋는 들딸이 있고, 멧골에서 자라는 멧딸이 있으며, 나무로 크는 나무딸이 있고, 섬에 섬딸이 있어요. 이 여러 딸(딸기)을 곁에서 한껏 누리고 싶어 밭자락을 일구니 밭딸이 마지막으로 있습니다. 빨갛게 익는 딸기를 흔히 누릴 텐데, 노랗게 익는 섬딸이 있습니다. 으레 열매만 누리지만, 잎도 향긋한 나물입니다. 봄날 딸기잎을 살살 씹어 본 적 있나요? 가을에는 멧자락을 물들이는 잎빛을 흔히 즐긴다는데, 겨울에도 덩굴잎이 듬직한 들딸은 겨울바람이 불면 그제서야 잎이 새빨갛게 물듭니다. 가을이 아닌 겨울에 마주하는 ‘새빨간 들딸잎’이에요.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는 치맛바람으로 삶을 짓는 사람들 삶자락을 한 칸 두 칸 보여줍니다. 어떤 사람은 맵시나는 치마를 두르고, 어떤 사람은 포대기나 처네에 아기를 품고서 살살 어르거나 저잣마실을 다녀오고 바깥일을 합니다. 어떤 사람은 한갓지게 뽐내며 길을 걷거나 모래밭에서 해바라기를 하고, 어떤 사람은 새카맣게 탄 얼굴로 하루살림을 일굴 길장사를 합니다. ‘치마’라는 대목은 같아도 ‘삶’이라는 대목은 달라요. 이 다른 삶이 빛꽃으로 어우러집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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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12.


《땜장이 의사의 국경없는 도전》

 김용민 글, 오르골, 2019.7.16.



무를 장만한다. 집으로 들고 오기까지 내 몫. 지난달에는 쉴틈이 없이 무를 손질해서 작은아이하고 석둑석둑 썰어 절인 다음 드러눕고서 한밤에 일어나 깍두기를 담갔다면, 오늘은 발을 씻고 물을 마신 다음 곁님하고 아이들한테 맡기기로 하고 자리에 누워 곯아떨어진다. 자다가 얼핏 소리를 들으니 북적북적 양념을 챙기고 재우는구나. 등허리를 잘 펴고서 일어난 때는 한밤. 한밤에 일어나 보니 통에 옮기지는 않았네. 주걱으로 슥슥 저어서 잘 섞이도록 한 다음 옮긴다. 이제 날이 차니 두 통은 바깥마루 밑에, 두 통은 헛간에 둔다. 《땜장이 의사의 국경없는 도전》을 작은아하고 읍내에 다녀오는 길에 읽었다. 얼추 50쪽에 이르기까지 심심한 글인데, 글에 힘을 쪼옥 빼고 쓰면 한결 좋았으리라 본다. 뒤쪽으로 갈수록 글맛이 살아나기는 한데, 조금 더 삶으로 깊이 파고드는 속내를 털어놓으면 더 나았으리라. ‘마음·생각·느낌’을 너무 누르거나 덜어냈다. 글이란 바로 이 세 가지 알맹이인데, ‘걸어온 자취’를 적는 일도 대수롭지만, 이보다는 그 길을 걸은 마음이며 생각이며 느낌을 스스로 새롭게 사랑으로 다독이기에 빛난다. 가만 보면 글은 이름값으로는 도무지 못 쓴다. 오롯이 스스로 살림하는 사랑일 적에 태어나는 글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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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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