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아이 이안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54
이소영 지음 / 시공주니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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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573


《파란 아이 이안》

 이소영

 시공주니어

 2017.9.25.



  아이들은 모두 다릅니다. 어른도 모두 다르지요. 다 다른 아이들은 다 다르게 놀아요. 다 다른 어른은 다 다르게 일하지요. 이쯤에서 차분히 돌아볼까요? 모두 다른 아이가 저마다 다르게 논다면, 어른으로서 이 아이들 ‘다 다른 놀이’를 얼마나 ‘놀이’로 느끼나요? 둘레 모든 어른이 다 다르게 일한다면, 어른이란 눈썰미로 ‘다 다른 일’이 참말 다룬 ‘일’로 받아들일 만한가요? 《파란 아이 이안》은 둘레 아이들하게 다르게 태어난 아이를 좀처럼 못 받아들이는 어버이하고 마을하고 삶터 이야기를 다룹니다. 옛날 옛적 이야기가 아닌 오늘날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옛날 가운데 임금이나 벼슬이 없이 모든 사람이 고르게 사랑스럽고 즐거이 살던 옛날에는 ‘다른 아이’가 태어날 적에 마땅하다고 여겼으리라 봅니다. 옛날에는 사람들이 저마다 다르게 일해도 마땅하다고 받아들였으리라 봐요. 임금하고 벼슬이 생기면서 사람을 위아래로 가르니 ‘윗사람·아랫사람’을 그 틀에 맞추려 하고, 이 틀에 맞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이 틀에서 벗어난 사람은 호된 맛을 봅니다. 아이들이 마침종이를 따야 하지 않으면 저마다 달리 놀 만합니다. 어른들이 저마다 알맞게 일하는 터전이라면 저마다 다르게 자라는 사랑으로 넉넉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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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O 마오 1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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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니?



《마오 1》

 타카하시 루미코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0.11.25.



  《마오 1》(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0)를 손에 쥐는데 불쑥 《블랙 잭》이 떠오릅니다. 아니 이분, 타카하시 루미코 님이 테즈카 오사무 님을 기리는 그림꽃책을 선보이시나 싶어요. 《마오》에 나오는 아이 머리빛이며 얼굴 흉터는 바로 ‘블랙 잭’ 판박이일 뿐 아니라, 이 아이가 하는 일은 ‘다치거나 아픈 이를 돌보는 길’입니다.


  그림꽃을 펴는 타카하시 루미코 님은 줄거리를 꼬거나 이야기를 에두르지 않습니다. 늘 대놓고 그립니다. 처음부터 모든 실마리랑 수수께끼랑 밑감이랑 생각을 고스란히 드러내요. 다만 이렇게 몽땅 드러내되 이 여러 가지를 엮어서 짓는 이야기꽃은 남다르고 새롭습니다. 그렇기에 꽤 길게 이야기를 꾸려도 지치는 빛이 없을 뿐더러, 따분하거나 늘어지는 빛이 없어요. 노상 싱그러이 그려내지요.


  이 그림꽃책에 나오는 ‘마오’란 아이는 구백 해쯤 살아왔다고 합니다. 죽음을 잊은 몸이 되어 살아가는 셈인데, ‘죽음을 잊은 몸이 된 실마리’를 풀려고 하다가 2020년 언저리를 살아가는 아이하고 만난다지요. 오늘하고 어제를 가로지른 아이는 어린 날 어떤 일에 휩쓸려 두 어버이가 그곳에서 바로 죽고 혼자 살아남았다고 하는데, 그때 일이 머리에 제대로 안 남았다고 해요. 아마 이 아이는 어릴 적 어떤 일을 겪으며 몸이 확 달라졌지 싶어요. 이 아이가 백 해를 거슬러서 1900년대 첫자락을 살아가는 ‘마오’를 만나는 일도, 또 마오가 구백 해 앞서 겪은 일도, 뭔가 수수께끼가 있으며, 바로 이 수수께끼를 두 아이가 함께 풀어나가는 줄거리를 다루는 《마오》입니다.


  한창 읽다가 문득 책을 덮고서 생각합니다. 웬만한 그림꽃책은 ‘어린 사람’이 나와서 이야기를 이끌어요. 때로는 ‘나이든 사람’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야말로 앳된 사람들이 새롭게 부딪히고 마주하고 갈무리하고 추스르고 바꾸고 짓는 길을 다룹니다.


  곰곰이 본다면 모든 아름다운 그림꽃책은 ‘어린이·푸름이가 스스로 마음으로 깨닫고 사랑하면서 새롭게 짓는 우리 삶터’를 줄거리로 삼는구나 싶습니다. 숱한 어른은 틀을 세워 이 틀에 어린이·푸름이를 가두려 합니다. 이 나라 배움수렁(입시지옥)이 그래요. 배움수렁을 지나간 뒤에 맞닥뜨릴 숱한 수렁도 매한가지입니다.


  돌림앓이가 퍼진 지 한 해가 지나가는 2020년 12월인데, 이 한 해 동안 ‘어른’이 한 일이란, ‘돌림앓이에 걸린 사람이 몇인가 세서 날마다 알리며, 모든 사람이 두려워하고 걱정하도록 부추기기(확진자 수 발표 + 사회적 거리두기)’입니다. 돌림앓이에 걸려서 숨진 분도 있습니다만, 거의 모두는 말끔히 털고 일어납니다. 새로운 돌림앓이가 아니어도 고뿔에 걸려서 숨지는 분이 있고, 고뿔을 깨끗이 씻어내고서 한결 튼튼하게 서곤 합니다.


  어른다운 어른, 곧 철이 든 사람이자 어진 사람이며 슬기로운 사람이라면, 오늘날 터전에서 ‘돌림앓이에 걸려도 말끔히 낫는 길’을 들려주고, ‘돌림앓이에 걸릴까 걱정에 사로잡힌 나머지 스스로 할 일을 잊지 않도록, 언제 어디에서나 스스로 꿈을 사랑으로 그려서 즐겁게 일하고 포근히 쉬는 길’을 이야기할 노릇이에요.


  그러니까 요즈막에는 ‘철이 든 사람’을 가리키는 이름인 ‘어른’다운 어른이 드물어요. 앓는 이를 돕고, 앓고 난 이웃을 보듬고, 언제나 마을이 숲으로 가득한 푸른 보금자리가 되도록 땀흘리고 마음을 기울일 사람이어야 참어른이지 싶은데, 참어른은 어디 있나요? 《마오》에 나오는 아이들은, 구백 살이나 산 사람을 ‘아이’로 묶기는 멋쩍습니다만, 아무튼 이 아이들은 바꾸려고 합니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틀을, 쳇바퀴가 쳇바퀴인 줄 모르고 휩쓸리는 어른 터전을, 우리가 손수 지어 가꾸는 사랑터로 바꾸고자 마음눈을 뜨고 손을 잡습니다.


ㅅㄴㄹ


“너는 왜 싸우지 않았지?” “뭐? 내가. 왜요?” “아무리 봐도 네가 격상이었는데. 그 증거로 네 피가 묻으니, 그놈은 바로 도망치려 했잖아.” (30쪽)


“날았었지? 내가. 어제부터 이상한 일만 자꾸 일어나.” (46쪽)


“그래도 어제 돌아갔을 때는 시간이 흐르지 않았어. 시간이 흐르면 어떻게 될까. 왜 내 시대와 다이쇼 시대가 이어졌을가. 다만, 여기에는 뭔가 단서가 있을 거야.” (93쪽)


“왜, 키바 너는 강하잖아.” “강하다니. 내가? 아닌데. 몸도 약하고 운동도 못하고.” “그러니까, 사고도 있었고 힘든 일이 많았잖아. 그런데도, 전혀 그런 낌새 없이 언제나 밝다고 할까. 정신적으로 아주 강하다고 할까.” ‘음, 칭찬하는 거 맞지?’ (159쪽)


“흐음, 요괴를 모두 퇴치만 하는 건 아니구나.” “요괴 중에서도 얌전한 자가 있고, 사람을 잡아먹는 흉포한 자가 있습니다. 인간과 마찬가지죠. 그리고 마오 님은 원래 부수는 것보다 고치는 것이 장기였던 모양이고.” (163쪽)


“나이가 몇 살이야?” “도중에 헤아리는 걸 그만뒀는데, 900년 정도는 된 것 같군.” “900년?” (176∼17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숲노래 사전] https://book.naver.com/search/search.nhn?query=%EC%88%B2%EB%85%B8%EB%9E%98&frameFilterType=1&frameFilterValue=359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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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쟁이페달 5
와타나베 와타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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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다리로 디디는 바람맛



《겁쟁이 페달 5》

 와타나베 와타루

 이형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0.7.15.



  《겁쟁이 페달 5》(와타나베 와타루/이형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0)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다리로 디디는 바람맛이란 아직 겪지 못한 사람은 알 길이 없습니다. 생각만으로 알아낼 사람이 아예 없지는 않겠습니다만, 생각으로 알아내더라도 몸으로 맞아들이지 않을 적에는 거의 뜬구름잡는 소리가 되기 쉽습니다.


  다리로 걷는 바람맛은 스스로 누려 보아야 알아요. 걷지 못한 사람은, 또는 걷지 않은 사람은 두 다리로 걸어가면서 누리는 바람맛을 알 턱이 없습니다. 바닷길을 걷지 않고서 바닷바람을 알까요? 들길을 걷지 않고서 들빛이며 들내음을 안다고 말해도 될까요? 숲길을 걸은 적이 없이 숲바람이며 숲노래를 얼마나 헤아릴까요?


  골목길을 걷지 않은 몸으로 골목길을 품은 마을을 가꾸는 새길(정책)을 펴려 한다면 겉치레나 허울이 가득하기 마련입니다. 어느 곳이든 매한가지예요. 스스로 해보지 않는다면 모릅니다. 아기를 낳아서 젖을 물려 보지 않았다면 내리사랑을 알 길이 없습니다. 사내라면 적어도 젖병을 물려야겠지요. 아기를 어르고 달래며 자장자장 노래하는 하루·이레·달포를 보내다가, 아기가 목을 가누고 몸을 뒤집고 기고 서고 걷는 모든 삶자락을 마주해 보지 않고서야 ‘사랑’이란 낱말을 혀에 얹을 수 없는 노릇이라고 봅니다.


  저는 ‘달림이’를 탑니다. ‘자전거’라는 한자말을 이 낱말로 풀어내 봅니다. 우리는 두 발로 땅을 박차며 힘껏 달리기도 하지만, 바퀴 있는 탈거리에 앉아서 달리기도 해요. “스스로 구르는 수레” 같은 이름은 어쩐지 안 어울려요. 우리는 ‘자전거’라는 탈거리에 몸을 맡기면서 신나게 땀흘려 달려요. 그래요, 달리려고 몸을 맡기는 탈거리라서 ‘달림이’란 이름을 붙입니다.


  이 달림이를 제 몸으로 삼은 때는 스무 살입니다. 어릴 적에도 달림이에 몸을 싣곤 했지만, 달림이랑 한몸이 되어 살던 첫걸음은 스무 살이고,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란 일을 달림이랑 나란히 했어요.


  다른 분은 어떻게 하루를 여는지 모릅니다만, 저는 새벽 한두 시 무렵에 하루를 엽니다. 이즈막은 새뜸나름이가 기지개를 켜고서 하루일을 추스르는 때입니다. 늦술을 마시는 이도 어느새 사라지면서 온마을이 고요하게 잠드는 가장 깊은 때인 새벽 한두 시는 새뜸나름이로서 가장 빛나는 눈망울로 골목골목 누비면서 노래하는 일틈이에요.


  한두 시에 일어나 네 시 무렵에 마치면 하늘빛이 조금씩 바뀌어 보랏빛에서 옅노랑으로, 또 바알갛다가 불그스름한 빛으로, 이러다가 아침이 되면 하얗게 퍼지다가 파란하늘로 바뀌지요. 밤에서 아침으로 넘어가는 동안 하늘은 무지갯빛으로 어우러집니다. 달림이랑 한몸이 되어 새벽을 보내며 늘 이 하늘빛하고 어깨동무했어요.


  그림꽃책 《겁쟁이 페달》은 책이름처럼 ‘두렴쟁이’인 아이가 달림이 발판에 몸을 실어 한마음으로 신나게 땀흘리는 기쁨을 그려냅니다. 참으로 그림하고 글이 꽃처럼 피어나는 줄거리를 다룹니다. 얼핏 본다면 길달림이(경주용 자전거)를 겨루는 얼개로 여길 책일 테지만, 찬찬히 짚으면 ‘그저 달림이랑 하나가 되어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푸름이’가 마음으로 눈을 뜨고, 이 마음눈을 고스란히 온몸으로 다시금 담아내는 길을 들려준다고 할 만해요.


  두렴쟁이 아이는 신바람노래로 거듭나면서 달릴 수 있을까요? 두렴쟁이 아이는 어떻게 언덕길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웃는 낯으로 기뻐할까요? 모든 수수께끼는 우리가 스스로 두 다리로 달림이에 몸을 싣고서 새벽바람이며 밤바람이며 낮바람이며 아침바람을 마셔 보면 사르르 풀어낼 만합니다.


ㅅㄴㄹ


“자전거는 밟는 만큼 강해진다.” (10쪽)


“내가 달리는 거 보고 따라오고 싶어지면 와. 오고 싶지 않으면 안 와도 돼. 역시 나는 자전거로밖에 대화할 수 없어.” (43쪽)


‘저렇게 타는 방식도 있는 건가?? 굉장해, 굉장해요. 왜일까요? 마키시마 선배, 지금 전 무지하게 두근거려요!’ (50∼51쪽)


“자기방식으로 가. 너한테는 네 스타일이 있어. 그걸 관철하면 되잖니. 나는 그걸 관철했어.” (62쪽)


“희미하게나마 보였지? 자기 스타일이? 그렇다면 그걸 연마해. 관철해. 왜냐하면 자기 식으로 달려서 제일 빠르다면 그게 최고로 멋진 거잖니.” (63∼64쪽)


“언덕 좋아해? 난 무지하게 언덕을 좋아하는 것 같아. 오다와라라고 알아? 하코네 산기슭이야. 거기서 태어나고 자랐어. 고등학교는 하코네 학교. 언덕과 산에 둘러싸여서 자란 탓인지 언덕을 보면 바로 올라가고 싶어.” (121∼122쪽)


“잘하는 게 하나밖에 없는데 그걸 막힌다면, 그럴 때 어떻게 하지? 기다릴래? 도망칠래? 돌아갈래? 아니면 좌절해?” (179쪽)


“돌파하는 수밖에 없잖니. 우리는 그것밖에 없으니까. 나는 나를 자전거로밖에 표현할 수 없어. 그래서 페달을 밟는다. 너는 어때? 하고 싶은 일이 남아 있다면 이러니저러니 말하지 말고 밟는 수밖에 없잖아?” (180쪽)


.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숲노래 사전] https://book.naver.com/search/search.nhn?query=%EC%88%B2%EB%85%B8%EB%9E%98&frameFilterType=1&frameFilterValue=359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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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숲노래 우리말꽃 : 다문화



[물어봅니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데요, 다문화 사회에서 우리말은 어떻게 나아가야 좋을까요?


[이야기합니다]

  물어보신 대목을 이야기하기 앞서 ‘다문화’가 무엇인지 짚어 보겠습니다. 먼저 국립국어원 낱말책을 들출게요. ‘다문화(多文化)’처럼 한자를 붙이고, “한 사회 안에 여러 민족이나 여러 국가의 문화가 혼재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합니다.


  말뜻을 살피니 “여러 문화”를 가리키는군요. ‘문화’라는 한자말은 이웃나라 일본이 바깥물결을 받아들이면서 영어 ‘culture’를 옮긴 말씨입니다. 우리는 이 일본스러운 한자말을 그대로 따라서 쓰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다문화’란 낱말뿐 아니라 ‘문화’라는 낱말을 넣어 가리키는 자리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까요?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며 무엇을 느끼나요?


 여러 삶·온갖 삶·숱한 삶

 여러 살림·온갖 살림·숱한 살림


  오늘날 우리나라에는 한겨레만 살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여러 이웃나라로 퍼져서 살아갑니다. 곰곰이 보면 이 푸른별에 있는 모든 나라에는 ‘그 터전에서 처음 나고 자란 사람만 있지 않’습니다. 까마득히 먼 옛날부터, 아니 어쩌면 맨 처음부터 모든 터전에서는 모든 사람이 울타리 없이 홀가분히 넘나들었지 싶어요. 이웃일꾼(이주노동자)이 많이 들어오기 앞서도 늘 어느 나라 어느 고장에서든 사람들은 가벼이 넘나들면서 이웃이 되고, 일을 함께했습니다.


  요즈막에 들어서 ‘다문화’ 같은 낱말을 지어서 쓴다면, 그만큼 이웃일꾼을 비롯해 이웃나라를 따돌리거나 괴롭히거나 안 좋게 본다는 뜻이로구나 싶어요. 우리가 슬기롭고 아름다이 나아가는 몸짓이라면 굳이 ‘다 + 문화’가 아닌 ‘문화’란 이름으로 넉넉하면서 포근히 품는 매무새여야지 싶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길이라면 어깨동무라고 생각합니다. 동무란 자리를 헤아려 봐요. 동무는 가까이 사귀는 사이입니다. 동무는 우리 집에서 살지 않아요. 동무는 이웃집이나 옆집이나 이웃마을이나 옆마을에 살지요. 때로는 이웃나라나 옆나라에서 살 테지요. 동무를 만나고 사귀고 어울린다면, 이러한 하루야말로 ‘다문화’입니다. 우리는 옛날부터 늘 ‘다문화’로 살았어요. 굳이 이런 이름은 없어도 됩니다.


 다문화 가정 → 온살림집 / 무지개집 / 다살림집

 다문화 시대 → 온살림 나날 / 무지개 나날 / 다살림 나날


  한자말을 그냥 쓴다면 ‘문화’라는 이름 하나로 되고, 따로 새말을 지으면 좋겠다고 여긴다면 ‘이웃살림’이나 ‘다살림·온살림’이나 ‘무지개’를 그리면 좋으리라 봅니다. ‘다살림’에서 ‘다’는 한자가 아닌 우리말입니다. ‘모두’를 가리키는 ‘다’예요. “모두 살리는 길”이라는 ‘다살림’입니다.


  세글씨로 맞추어 말한다면 ‘다살림’이 무척 어울리지 싶고, ‘온살림’도 퍽 어울립니다. 온누리·온마음 같은 낱말에서 쓰는 ‘온’도 크게 아우르는 모든 숨결을 나타내요. 온마음으로 이웃으로 어울리는 길을 나누고 싶다면 ‘온-’을 붙인 새말도 좋습니다.


다문화가 만나는

→ 여러 삶이 만나는

→ 온삶이 만나는

→ 다살림이 만나는


특히 다문화 다인종이 살고 있는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 더욱이 온갖 삶겨레가 어우러진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 게다가 숱한 삶겨레가 어우러진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출생하는 아이 100명 가운데 4명이 다문화 가정 출신이야

→ 태어나는 아이 100 가운데 넷이 이웃살림 집안이야

→ 태어나는 아이 100 가운데 넷이 다살림 집안이야

→ 태어나는 아이 100 가운데 넷이 무지개 집안이야


  몇 가지 보기글에 맞추어 “여러 삶”도 ‘다살림·온살림’도 ‘무지개’도 ‘온삶’도 넣어 봅니다. 꼭 낱말 하나만 써야 하지 않아요. 바탕으로 한 가지 낱말을 놓되, 자리나 흐름이나 때를 헤아려 이모저모 조금씩 달리 이야기를 펴면 한결 나으리라 봅니다.


  이러면서 제 나름대로 새말에 새 뜻풀이를 붙여 볼게요. 새로우면서 아름답게 가꾸면 좋겠다고 여기는 길이라면, 이러한 길에 걸맞게 뜻풀이를 나란히 추슬러서 이웃하고 어깨동무하는 마음하고 눈빛으로 거듭나기를 빕니다.


[숲노래 말꽃]

다살림 : 다 있는 살림. 다 어우러진 살림. 다 만나는 살림. 어떠한 길·결·모습·삶·살림·넋·빛깔이든 함께 있거나 어우러지거나 만나는 살림. ‘다문화’를 가리킨다


온살림 : 무엇이든 고르게 있는 살림. 무엇이든 어우러진 살림. 무엇이든 고르게 만나는 살림. 모든 길·결·모습·삶·살림·넋·빛깔이 고르게 있어서 알차게 어우러진 살림. ‘다문화’를 가리킨다


무지개 : 1. 빛을 받아 나타나는 일곱 가지 결로 이룬 띠나 무늬. 하늘에서 물방울이 길게 모여서 햇빛을 받아 나타나기도 하고, 촛불이나 유리창에 어리기도 한다. 빨강·귤빛·노랑·풀빛·파랑·쪽빛·보라 같은 빛깔로 나타나곤 한다 2. 저마다 다른 길·결·모습·삶·살림·넋·빛깔은 저마다 다르기에 곱거나 뜻있거나 값있거나 넉넉하다는 이야기를 빗대는 말. ‘다양성·다양한 가치’를 나타낸다


다살림집 : 어떠한 길·결·모습·삶·살림·넋·빛깔이든 함께 있거나 어우러지거나 만나는 살림으로 가꾸는 집. “다문화 가정”을 나타낸다


온살림집 : 모든 길·결·모습·삶·살림·넋·빛깔이 고르게 있어서 알차게 어우러진 살림으로 가꾸는 집. “다문화 가정”을 나타낸다


무지개집 : 저마다 다른 빛깔이 곱게 어우러지는 무지개처럼, 저마다 다른 살림이 곱게 어우러지는 집. “다문화 가정”을 나타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책숲마실 파는곳]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83120

[숲노래 사전] https://book.naver.com/search/search.nhn?query=%EC%88%B2%EB%85%B8%EB%9E%98&frameFilterType=1&frameFilterValue=359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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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꽃

오늘말. 틀


나아가려는 길이 있다면 이 길을 가만히 그립니다. 어느 날 처음으로 발을 뗄는지 모르지만, 앞으로 살고픈 하루를 찬찬히 삶그림으로 마음에 새깁니다. 살림그림을 엮습니다. 그림을 마음에 새기기에 나아가지요. 스스로 세운 밑그림에 맞추어 차근차근 합니다. 아직 일그림이 없다면 이제부터 짜기로 해요. 일감을 짜고, 살림감을 여미고, 글감을 갈무리합니다. 마감을 생각하지 말고 어느 때이든 찬찬히 닦으면 될 틀입니다. 누구나 그래요. 삶을 가꾸는 그림 한 자락을 즐거이 마련할 적에는, 언제나 싱그럽고 기운차게 풀그림을 여미는 흐름으로 나아가기 마련입니다. 남하고 똑같이 안 가도 됩니다. 저 사람하고 비슷해야 하지 않아요. 앞서가는 누가 있으면 손뼉을 쳐 주지요. 뒤에 서는 이웃이 있으면 손을 내밀어요. 빈틈이 있어도, 흐트러져도 됩니다. 짜임새가 없는 허술한 얼거리여도 됩니다. 하루를 차곡차곡 다스리기에 한결같이 걸어갑니다. 이래저래 달래고 이럭저럭 다독이면서 어느새 우리 걸음새는 고른 몸짓으로 거듭납니다. 반듯해도 좋고 바른 매무새여도 좋아요. 얼마가 걸리든 척척 딛고서면서 처음하고 끝이 한마음이 되도록 가다듬습니다. ㅅㄴㄹ


길·날·마감·때·그림·그리다·하루·삶·살림·살다·삶그림·살림그림·틀·얼개·짜임새·판·흐름·풀그림·밑그림·밑판·밑짜임·일감·일그림·일짜임 ← 일정(日程)


같다·똑같다·나란하다·고르다·가지런하다·반듯하다·바르다·얼마·얼마씩·어느·비슷하다·엇비슷하다·마찬가지·매한가지·이럭저럭·그럭저럭·이래저래·웬만하다·맞다·알맞다·감쪽같다·빈틈없다·흐트러짐없다·짜임새 있다·차곡차곡·차근차근·척척·한마음·한몸·한결같다 ← 일정하다(一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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