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며칠 동안 찬바람이 드셌습니다. 그렇다고 고흥까지 얼어붙지는 않았습니다. 다른 고장에서는 첫눈이 온다고 했어도 고흥은 하늘만 파랄 뿐 구름조차 적었어요. 외려 찬바람이 부는 만큼 낮하늘은 더 파랗고 밤하늘은 더 까맣더군요. 읍내마실을 할 적에는 굳이 긴바지를 꿰지만, 집에서는 반바지입니다. 밤에는 집안이 13도까지 내려가던데, 이만 한 날씨는 반바지로 거뜬합니다. 마당에서 이 겨울에 맨발로 나무 곁에 서서 별바라기를 합니다. 숱한 별자리를 읽으면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동무님’이나 ‘이웃님’이나 ‘손님’처럼 쓰기도 하고, ‘땅님’이나 ‘풀님’이나 ‘바다님’이나 ‘꽃님’처럼 쓰기도 해요. 거룩하면서 예쁘고 반가우면서 사랑스럽기에 붙이는 ‘님’이에요. 옛날 사람들은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한테도 ‘임금+님’처럼 ‘임금님’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어요. 위아래가 따로 없이, 높낮이가 딱히 없이, 누구한테나 ‘님’이라 했어요. 풀 한 포기하고 임금 한 사람도 똑같다는 마음으로 모두 ‘님’이었지요. 서로서로 아끼는 숨결이기에 상냥하고 즐거이 ‘님’을 붙였답니다. (102쪽)



말길을 더 느끼고 싶다면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철수와영희, 2017)을 곁에 두어 보셔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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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14.


《W.살롱 에디션 2 쓰는 여자, 펜은 눈물보다 강하다》

 김정희·이도·권지현 글, 서탐, 2020.9.29.



우체국으로 가는 달날(월요일). 일본으로 노래꽃판을 하나 부치고, 마을책집 두 곳에 꾸러미를 보내고, 책을 한 곳에 띄운다. 읍내 우체국에서 지난걸음에 거북한 일이 있었는데 오늘은 달라졌을까. 엊그제였나 ‘12월에 김치 짐을 더 안 받겠다’고 우체국에서 알림쪽글을 보내더라. 시골은 철마다 서울로 보내는 짐이 참 많다. 이 짐은 거의 먹을거리요, 우체국에서는 철마다 ‘먹을거리 짐’을 받아서 보내느라 애먹는다. 이 때문에 다른 일을 못 보거나 여느 손님을 못 받기까지 하는데, ‘김치 짐 안 받기’를 밝히기까지 꽤 갑갑했으리라. 그나저나 우체국에서 두 손을 들 만하다. 시골 할매가 부치려는 김치는 5킬로도 10킬로도 아닌 20킬로나 30킬로이기 일쑤이니까. 혼잣생각이지만, 이제 시골 할매는 서울 딸아들한테 김치 좀 안 부치면 좋겠다. 서울 딸아들은 시골에 와서 함께 김치를 담그고서 이녁 씽씽이 짐칸에 실어서 가져가길 빈다. 좀 그러지 않겠소? 《W.살롱 에디션 2 쓰는 여자, 펜은 눈물보다 강하다》를 다 읽었는데 아직 책상맡에 놓았다. 《쓰는 여자》라는 이름을 얻기까지 숱한 아줌마는 혼잣말이 길었으리라. 이제 아줌마는 스스로 목소리를 내면 된다. 오롯이 사랑을 담아 이 별을 슬기로이 가꾸는 노래를 부르면 좋겠다. ㅅㄴㄹ


책장만 묻는길 https://blog.naver.com/kuki00/22210727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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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13.


《마치다 군의 세계 2》

 안도 유키 글·그림/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16.8.15.



겨울이니 춥지. 여름이니 덥고. 겨울이니 찬바람이야. 여름이니 더운바람이고. 여름은 더위를 노래하고, 겨울엔 추위를 춤추지. 봄에는 새싹을 반기고, 가을에는 열매가 고마워. 철마다 다른 살림이요, 다달이 새로운 하루야. 날마다 새삼스레 깨어나서 아침을 맞이하니 저녁마다 노을빛이 싱그럽고. 나는 초롱초롱 눈부신 미리내를 날마다 보는데, 넌 무엇을 날마다 만나니? 네 맨손은 무엇을 만지고, 네 맨발은 어디에 있니? 맨손으로 들꽃을 쓰다듬어 볼래? 맨발로 나무를 타고 올라 보겠니? 듬직한 줄기에 기대고 의젓한 가지에 앉아서 하늘을 바라보면 어느새 멧새가 곁에 내려앉아서 노래하지. 이 삶을 함께 누려 보지 않겠니? 《마치다 군의 세계 2》을 읽으면서 혼잣말을 한다. 혼잣말이라기보다 마음에 대고 들려주는 말이다. 나는 인천이란 고장에서 나고자랐어도 마을에 있던 우람나무한테 날마다 찾아가서 척척 올라타며 놀곤 했다. 어린배움터를 마치고 푸른배움터로 들어서니 새벽부터 밤까지 배움터에 붙들려 배움수렁에 갇혀야 하다 보니 나무타기를 더 누리지 못했는데, 어느 날 마을 우람나무를 베어넘겼더라. 어른들은 왜 나무를 함부로 벨까? 그늘져서 싫다지만, 나무그늘이야말로 가장 싱그러우며 포근한 쉼터이지 않을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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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에서 비룡소의 그림동화 130
클레어 A. 니볼라 글 그림, 김기택 옮김 / 비룡소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517


《숲 속에서》

 클레어 A.니볼라

 김기택 옮김

 비룡소

 2004.8.9.



  한겨울에 맨발로 바위에 서면 처음에는 차갑지만 이내 따스하게 바뀝니다. 풀밭을 거닐 적에도 매한가지입니다. 처음에는 움찔할는지 모르나, 풀밭에서는 신을 벗고서 맨몸으로 척척 걸으며 사그락사그락 소리를 노래처럼 들으면 대단히 포근하면서 아늑합니다. 숲에 갈 적에는 신을 벗기를 바랍니다. 숲에 깃들 적에는 반바지에 민소매 차림이면 좋겠습니다. 아주 가볍게 숲을 만나 보셔요. 이런 걱정 저런 근심을 떨치고, 그저 홀가분한 몸으로 숲을 품으면, 숲은 어느새 우리한테 오래오래 흘러온 노래를 따사로우면서 싱그러이 들려줍니다. 《숲 속에서》를 읽는 내내 오늘날 서울살이하고 시골살이를 떠올립니다. 요즘은 맨발로 노는 어린이가 없지 않나요? 집을 뜨끈뜨끈하게 해놓고도 버선을 안 벗지 않나요?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부터 맨발로 나뭇바닥을 디디거나 풀밭을 거닐 틈이 없지 않나요?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른부터 숲을 모른다면 아이는 숲을 만날 길이 없습니다. 숲이며 멧골에서 맨손에 맨발로 돌을 만지고 나무를 쓰다듬는 어른이 곁에 없다면, 아이는 숲을 그저 낯설거나 두렵거나 어렵게만 여기겠지요. 다 떨치고서 하늘로 날아 보셔요.

.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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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보낸 마법 같은 하루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지음, 이세진 옮김 / 창비 / 2017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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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572


《숲에서 보낸 마법 같은 하루》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이세진 옮김

 미디어창비

 2017.8.16.



  시키는 대로 딱딱 해야 한다면 틀에 갇힙니다.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한다면 홀가분합니다. 시킬 때까지 기다리면 생각날개를 펼치지 못합니다. 시키건 말건 스스로 꿈을 그려서 나아간다면 언제나 생각날개를 활짝 펼쳐서 어디로든 날아갑니다. 어린이는 서울에서 태어났기에 못 놀지 않아요. 어린이는 시골에서 태어나 숲을 곁에 두기에 잘 놀지 않아요. 어린이는 어디에서나 놀이를 짓습니다. 어른이 가로막거나 틀에 가두지 않는다면, 어린이는 노상 놀이님이 되어 눈부십니다. 《숲에서 보낸 마법 같은 하루》는 아이가 숲이라는 터전에서 맞아들이는 새로운 하루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 그림책을 아이하고 어디에서 읽으려나요? 서울 한복판에 있는 책숲(도서관)에서 읽으시나요? 잿빛집에서 읽히나요? 책만 읽고 막상 몸은 숲을 못 누리는 곳에 머물지는 않나요? 숲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을 읽혔든 안 읽혔든 어른 스스로 새롭게 일하는 즐거운 보금자리를 찾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에서든 시골에서든 마을이 숲으로 피어나도록 손을 거들면 좋겠어요. 그리고 사람손이 닿지 않는 깊은 숲으로 조용히 찾아가요. 어린이랑 어깨동무하며 함께 숲놀이를 해봐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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