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16 잘못된 말씨



  적잖은 분들이 ‘잘못된 말씨에 길들’었기에 ‘바른 말씨로 고쳐쓴’다고 말합니다만, 잘못되거나 바른 말씨란 따로 없다고 봅니다. 그저 우리 생각을 나타내는 말씨가 있을 뿐이요, 우리 마음에 얹는 생각을 어떠한 숨결로 그리려 하느냐를 바라보면 되어요. 말꽃은 ‘잘못된 말씨를 바로잡는 몫’을 하지 않습니다. 낱말마다 말밑이 어떠한가를 짚고, 말뿌리가 어떻게 뻗는가를 다루고, 말결이 어떻게 흐르는가를 돌아보고, 말살림을 가꾸는 길을 들려줄 뿐이에요. 이제까지 쓰던 말씨가 틀렸다고 여길 수 있지만, 이보다는 ‘이제까지는 제대로 마음에 생각씨앗을 담지 않고서 그냥그냥 말했네’ 하고 여기기를 바랍니다. ‘이제부터는 마음에 생각씨앗을 즐겁게 담아서 아름답게 말하는 길로 나아가면서 하루를 노래해 보자’ 하고 여기기를 바라요. 말꽃은 어느 누구도 다그치지 못해요. 나무라거나 꾸중하지도 않습니다. 말꽃은 오직 ‘생각이 마음자리에서 꽃처럼 피어나도록 북돋우려고 상냥하고 참하게 이야기로 들려주는 몫’을 합니다. ‘바로쓰기’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살려쓰기’를 들려줍니다. ‘바로잡기’를 하지 않습니다. ‘살림길’을 속삭여요. 우리가 저마다 다른 터전에서 새롭게 말길을 살리도록 이끌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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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15 아이말·할매말



  말꽃을 짓는 길은 아이랑 할매를 보면 어림하기 쉽습니다. ‘어린이’는 배움터에 드는 나이요, ‘아이’는 아직 배움터에 안 드는 나이입니다. 이제는 가시내도 스스럼없이 배움터에 다니지만 지난날에는 가시내를 안 가르치려 드는 갑갑한 얼개였어요. 자, 봐요. ‘배움터에 들지 않거나 못한 아이하고 할매가 쓰는 말’은 더없이 쉬워요. 어렵거나 딱딱하거나 갇히거나 위아래를 가르는 말씨가 없습니다. 아이하고 할매는 책이 아닌 온몸에 아로새긴 삶을 일놀이로 그려요. 아이랑 할매는 낯선 살림을 만나면 말을 스스로 즐겁게 짓습니다. 남이 지어서 외우라고 시키는 말을 도무지 안 받아들여요. 저도 어릴 적에 그랬는데요, ‘자동차’ 아닌 ‘씽씽이’라 했고, ‘기차·열차’ 아닌 ‘칙폭·칙칙폭폭’이라 했습니다. 저만 ‘씽씽이·칙폭’을 쓰지 않았어요. 아이라면 으레 이런 말을 써요. 자, 더 생각해요. 아이 아닌 어른은 왜 ‘씽씽이’를 ‘자동차’를 풀어낼 우리말로 못 삼나요? ‘칙폭나루(←기차역)’나 ‘칙폭길(←선로)’처럼 쓸 만하지 않나요? ‘바람칙폭(←KTX)’처럼 써도 재미있어요. ‘따르릉·따릉’을 아이나 할매는 ‘전화·전화기’로 삼으니 ‘집따릉·손따릉·똑따릉·아침따릉·일따릉’처럼 써 봐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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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마리 개
앙드레 알렉시스 지음, 김경연 옮김 / 삐삐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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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

푸른책시렁 159


《열다섯 마리 개》

 앙드레 알렉시스

 김경연 옮김

 삐삐북스

 2020.9.1.



  《열다섯 마리 개》(앙드레 알렉시스/김경연 옮김, 삐삐북스, 2020)에는 열다섯 마리 개가 나옵니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개를 놓고서 ‘마리’로 묶어도 될는지 살짝 아리송합니다. 처음에는 틀림없이 ‘그냥 개’였을 테지만, 어느 날부터 ‘사람마음이 스며든 개’가 되었거든요.


  겉모습으로는 개이니 “열다섯 마리 개”라 할 만하겠지요. 그렇지만 사람을 ‘마리’로 세지 않듯, 사람하고 같은 마음이 된 개라 한다면 더는 ‘마리’로 셀 수 없는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다가 덮습니다. 조용히 돌아봅니다. 저는 어느 때부터인가 개도 고양이도 닭도 소도 ‘마리’로 세지 않습니다. ‘마리’는 ‘머리’하고 말밑이 같으니 나쁜 낱말은 아닙니다만, 사람이 아니라는 눈길로 가르는 뜻을 품은 낱말이에요.


  개도 고양이도 겉모습이 사람이 아닌 개요 고양이인 만큼 개랑 고양이를 ‘마리’로 세어도 되겠지요. 둘레에서 그렇게 세더라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그저 저로서는 다 다른 겉모습이되 다 같은 숨결이 흐르는 사랑이라는 눈길로 바라보려 할 뿐입니다. 이러면서 짐승한테 ‘마리’란 말을 안 써 버릇하고, 두 아이를 건사하는 어버이입니다만, 두 아이가 갓난쟁이였을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아이들한테 높임말을 써요. 때로는 아이들하고 저하고 말을 트면서 이야기하고요.


  개라는 마음이 아닌 사람이라는 마음이 스며든 개는 저마다 다르게 받아들입니다. 어느 개는 재미나거나 새롭게 삶을 바라보면서 보낼 수 있다고 여기고, 어느 개는 끔찍하면서 싫다고 여기면서 몸부림을 칩니다. 어느 개는 사람하고 말을 섞으면서 밥그릇을 챙기고, 어느 개는 사람하고 말이 아닌 마음을 나누면서 삶을 사랑하는 길을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람이라면, 겉모습으로 입은 몸뚱이로서만 사람이 아닌, 마음으로 싱그럽고 아름답게 사람이라면, 사람으로서 우리가 걷는 길은 어떤 무늬요 빛깔이며 결일까요? 우리는 사람으로서 짝짓기랑 돈벌기랑 힘얻기랑 이름내기랑 배움쌓기에 매인 목숨일까요? 우리는 사람으로서 사랑을 곱고 슬기로우면서 참하게 짓는 숨빛일까요?


  사람 사이에 말이 흐르지만, 막상 겉에서 맴돌며 마음으로 와닿지 못한 채 부스러지곤 합니다. 사람하고 나무 사이에 말이 흐르지 못한다고 여기기도 하지만, 적잖은 사람들은 나무랑 말을 섞고 마음을 나누곤 합니다.


  무엇이 사람다운 길일까요? 무엇이 개답고 고양이다우며 나무다운 삶일까요? 사람은 마음을 품으면서 얼마나 빛날까요? 마음으로 빛나는 삶이라면 무엇을 한복판에 놓고서 하루를 맞이한다는 뜻일까요?


 ㅅㄴㄹ


“만약 동물이 인간의 지능을 갖는다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 헤르메스가 말했다. (17쪽)


이렇게 조심하는 것은 인간들 때문이었다. 인간들이 꼭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36쪽)


고양이나 다람쥐, 생쥐나 새들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다면, 매즈논은 분명 그들과 소통하려고 애를 썼을 거다. 어떤 종이든 소통을 해보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69쪽)


“주인이 아니라면 너를 고통스럽게 할 거야. 어느 날 넌 고통을 받을 거야. 상대가 누군지 아는 게 언제나 더 낫지, 안 그래?” “네 생각은 이해해. 하지만 이 인간은 주인이 아니야. 난 니라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두렵지 않아.” (111쪽)


이미 창백한 존재들이 크림을 발라 더 창백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고 벤지는 경악했다. 하얀색에 지위를 가져다주는 뭔가가 있는 걸까? (172쪽)


지상에서의 마지막 순간, 프린스는 사랑했고, 그 답례로 사랑을 받았다는 것을 알았다. (2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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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꽃

오늘말. 갯솜


우리가 쓰는 살림은 모두 숲에서 옵니다. 처음에는 숲것을 고스란히 쓰고서 숲에 돌려주었고, 요새는 숲것을 흉내내어 새로 꾸미기도 합니다. 들에서 멧골에서 바다에서 냇물에서 피어나는 숨결을 받아들이는 살림인데, 이 가운데 ‘갯솜’은 흔히 ‘스펀지’라 하는 바탕이 되었어요. 어떻게 살림을 건사하든 숲것을 숲결대로 살피면서 보듬는다면 아름길입니다. 숲에는 쓰레기가 없거든요. 숲을 고스란히 살리는 온빛이라면 ‘흙한테서 얻어 흙한테 돌려주는 참살이’로 나아가요. 우리가 어른이라면 아이들한테 어떤 참길을 나누면서 참배움으로 갈 만할까요? 우리가 어린이라면 어른한테서 어떤 온삶빛을 물려받으면서 온빛으로 환할 만할까요? 아이가 어른한테 꾸벅 하고 절합니다. 어른도 아이한테 맞절을 하면서 대꾸합니다. 아이가 어른한테 고맙다고 손을 흔듭니다. 어른도 아이한테 기쁘고 보람이라며 가만히 다가가서 살포시 안습니다. 빚을 갚는다기보다 사랑을 드리고 이야기를 주며 꿈을 돌려줍니다. 서로 꽃이 되면서 즐겁고, 나란히 빛 한 줄기로 퍼지면서 신나요. 눈을 밝혀 마음으로 바라봐요. 깊눈도 멋눈도 좋으며, 숲눈이 된다면 더없이 훌륭해요. ㅅㄴㄹ


갯솜 ← 해면(海綿), 스펀지(sponge)


아름길·아름꽃·아름빛·온길·온배움·온빛·온살림·온삶·온삶빛·온삶길·온살이·참길·참배움·참빛·참살림·참살이·참삶·참삶빛·참삶길 ← 전인교육


깊다·잘 알다·빠삭하다·잘하다·뛰어나다·훌륭하다·빼어나다·꿰다·꿰뚫다·꿰차다·밝다·눈밝다·환하다·깊눈·멋눈 ← 조예


갚다·주다·드리다·돌려주다·절하다·대꾸하다·베풀다·고맙다·기쁘다·즐겁다·보람·빛·꽃 ← 답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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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꽃
오늘말. 내걸다

무엇을 하고 싶다면 이 마음에 맞추어 뜻을 새겨요. 작은뜻도 큰뜻도 좋아요. 스스로 이름을 붙여 이 말을 입으로 들려주면서 즐거이 나아갑니다. 허울이 아닌 뜻을 세웁니다. 구실이나 핑계가 아닌 함께살 길을 닦습니다. 억지로 내밀지는 말아요. 노래하듯 부드럽고 상냥하게 내걸어요. 우리가 이슬떨이 노릇을 해도 좋고, 남을 앞세우기보다 스스로 한 발짝씩 나아간다면 넉넉해요. 이 때문에 못 한다거나 저 탓에 어렵다고 하지 말아요. 그런저런 까닭으로 미루지 말아요. 차근차근 하면 됩니다. 겉보기로 잘 하려는 일이 아닌, 마음빛으로 아름답고 사랑스레 하려는 일인걸요. 날마다 밥을 먹는다면 언제나 밥살림을 챙기는 셈입니다. 늘 옷을 두른다면 노상 옷살림을 건사한다는 뜻입니다. 보금자리를 알뜰살뜰 가꾼다면 집살림을 요모조모 꾸린다는 소리예요. 뛰어나거나 대단한 밥이어야 몸을 살리지 않아요. 노래하는 마음으로 지은 밥이 몸을 살려요. 밥 한 그릇을 지어서 차릴 적에도 ‘살림밥’이 되기를 빕니다. 글 한 줄을 쓸 적에도 ‘살림글’이 되도록 여밉니다. 말 한 마디라면 ‘살림말’로 추스르니, 한결같이 ‘살림꽃’으로 가는 ‘살림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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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큰뜻·이름·허울·핑계·입·말·걸다·내걸다·내밀다·앞세우다·바깥·겉·겉보기·대다·둘러대다·길·때문·구실·까닭 ← 대의명분, 명분(名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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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살림 ← 식생활, 식약동원(食藥同原), 약식동원(藥食同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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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살리다·살리는 밥 ← 식약동원(食藥同原), 약식동원(藥食同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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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밥 ← 비상식량, 비상식(非常食), 일용의 양식, 생활의 양식, 약선(藥膳), 가정식(家庭食), 가정식 백반, 가정식 요리, 가정요리, 급식, 푸드 셰어링, 푸드 쉐어링, 식약동원(食藥同原), 약식동원(藥食同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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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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