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16.


《책에 바침》

 부르크하르트 슈피넨 글·리네 호벤 그림/김인순 옮김, 쌤앤파커스, 2020.2.10.



대구에서 펴기로 한 이야기꽃을 1월로 미룬다고 한다. 나라가 뒤숭숭하니 어쩔 길이 없다고 하는데, 나라가 뒤숭숭할수록 외려 사람들은 조그맣게 모여서 촛불을 들 노릇이라고 생각한다. ‘걸린 사람(확진수)을 세며 두려움을 퍼뜨리는 짓’이 아니라 ‘걸리고서 깨끗이 나은 사람들’ 이야기를 함께하면서 ‘돌봄터(병원)에서 다스려 나았는지, 집에서 조용히 머물며 나았는지, 잘 쉬고 잘 먹으니 나았는지, 숲을 곁에 두며 나았는지’ 하는 이야기를 펼 노릇 아닌가? 고흥처럼 두멧시골에서는 ‘걸린 사람’이 아예 없다시피 하다. 우리는 이 대목을 다루고 깊이 파고들면서 ‘앞으로 우리가 갈 길’을 제대로 말하고 밝히며 익히고 맞이할 적에 슬기로운 사람이자 어른이자 숨빛이 되지 않을까? 《책에 바침》을 읽는데 꽤 아쉽다. 글님이 너무 외곬로 생각한 이야기를 펴고, 옮김말은 고리타분하다. 참말로 “책에 바치는” 마음인지, 그냥그냥 글붓을 놀렸는지 아리송하다. 책은 거룩하지도 훌륭하지도 않다. 책은 그저 숲이자 우리 마음이요 삶이다. 책한테 바치지 말자. 책을 우리 몸처럼 돌보고, 책을 우리 마음처럼 사랑하면 넉넉하다. 책은 높지도 낮지도 않다. 언제나 사이좋은 동무이다. 책이랑 놀자. 책이랑 노래하자. 책이랑 춤추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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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15.


《겁쟁이 페달 5》

 와타나베 와타루 글·그림/이형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0.7.15.



나한테는 여느날이 해날(일요일) 같고, 해날은 여느날 같다. 2003년 가을부터 이처럼 느끼며 산다. 새벽바람으로 일어나 일터에 갔다가 한밤에 돌아오던 1999년 여름부터 2003년 여름까지는 ‘하루일을 마치면 어느 책집으로 달려가서 밤 열두 시까지 책을 읽고 집에 갈까?’ 하고 생각했다면, 그 뒤부터는 스스로 일하고 스스로 쉬다 보니, 이레라는 흐름을 까맣게 잊었다. 오늘부터 저녁나절에 찬바람이 수그러드는구나 싶다. 다른 고장은 모른다. 고흥 시골자락은 그렇다. 별이 밝다. 미리내를 따라 고개를 움직인다. 이처럼 쏟아지는 별이 그리워 두멧자락에 곁님하고 아이들하고 깃들어서 산다. 별을 보고 새를 부르고 풀꽃나무를 노래하는 하루를 보내면서 살림빛을 짓는 그림을 품는다. 《겁쟁이 페달 5》을 보면서, 이 앞뒤로 줄거리가 꽤 갈린다고 느낀다. 다섯걸음까지는 찬찬히 짚을 ‘말(자전거를 바라보는 말)’이 있다면, 여섯걸음으로 넘어선 뒤로는 ‘말’이 거의 없고, 길에서 얼마나 더 땀을 빼면서 겨루는가 하는 줄거리만 있다. 《내 마음속의 자전거》는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말’이 바람처럼 물결친다. ‘겨루는 땀’을 그리는 책은 벌써 예순걸음 넘게 우리말로 나오지만, ‘사랑말’을 그리는 책은 그냥그냥 파묻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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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요, - 2020 화이트 레이븐즈 선정도서 날개달린 그림책방 32
김희경 지음 / 여유당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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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575


《나는요》

 김희경

 여유당

 2019.8.15.



  더 잘 해보려고 애써도 나쁘지 않습니다만, 그저 즐거우려고 하면 넉넉하지 싶습니다. 모든 아기는 “목을 잘 가누어야” 하지 않고 “뒤집기를 잘 해내야” 하지 않습니다. 처음 걸음마를 떼는 아이가 잘 걸어야 하지 않아요. 이제 발에 힘이 붙은 아이가 잘 달려야 하지도 않습니다. 아이가 어른마냥 짐을 잘 들어야 하지 않을 뿐더러, 어른이라고 해서 꼭 짐을 잘 들어서 날라야 하지도 않아요. 모든 숨결은 늘 그 삶결대로 아름답고 사랑스럽습니다. 애쓰지 마요. 마음쓰기로 해요. 용쓰지 마요. 사랑을 펴기로 해요. 힘쓰지 마요. 늘 온빛으로 눈부시게 피어나면 되어요. 《나는요》는 저마다 다르게 물들면서 번지는 숱한 삶길을 차곡차곡 보여줍니다. 둘레를 봐요. 풀벌레한테는 풀벌레 삶이 아름답습니다. 새한테는 새로 지내는 나날이 사랑스러워요. 어린이는 어린이답게 놀고 뛰고 달리고 노래하고 외치고 춤추고 까불고 넘어지고 울고 조잘조잘 끝없이 수다를 떠는 이 하루가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럽기에 즐겁습니다. 어린이한테 배움책을 짊어지게 하지 말아요. 어른 스스로 배움수렁을 파지 말아요. 서로서로 동무하면서 신나게 일하고 노는 마을을 가꿔 봐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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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톨
이브 티투스 지음, 폴 갈돈 그림, 정화진 옮김 / 창비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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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576


《아나톨》

 이브 티투스 글

 폴 갈돈 그림

 정화진 옮김

 미디어창비

 2017.1.25.



  1956년에 프랑스에서 나오며 무척 사랑받았다는 《아나톨》이라고 합니다. 프랑스사람은 이런 줄거리하고 그림결을 좋아하는구나 하고 느끼면서 읽다가 문득 고개를 갸웃합니다. 프랑스사람이 좋아하니 우리도 좋아할 만할까요? 프랑스이든 덴마크이든 모잠비크이든 마다가스카르이든 아르헨티나이든 캐나다이든 어디이든, 그곳 이웃이 사랑하면 그저 그곳 이웃 삶이나 결하고 맞물려서 사랑할 만하겠지요. 이 땅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어린이하고 함께 읽고 누리며 생각을 키우도록 북돋우는 그림책을 엮거나 옮길 적에는 ‘남들이 좋다고 하는’ 줄거리가 아닌, ‘어린이가 스스로 생각을 살찌우고 마음날개를 활짝 펴도록 이끌’ 사랑을 담아내기를 바라요. 그렇다고 《아나톨》이 나쁘거나 아쉬울 그림책은 아닙니다. 그저 서울스러울(파리스러울) 뿐입니다. 뭇사람 앞에서 자랑스럽고 보람찬 길에 얽매인달까요. 어버이가 아이한테 물려주거나 보여주는 사랑이요 삶이며 살림이라면 사뭇 다른 길에 있을 텐데 싶어요. 날마다 집에서 꾸리는 밥살림 하나가 사랑스럽지 않나요? 언제나 집에서 돌보는 옷살림 한 자락이 아름답지 않나요? 굳이 멀리 안 가도 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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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그림책은 내 친구 50
강혜진 지음 / 논장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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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571


《하루》

 강혜진

 논장

 2018.11.26.



  모든 하루는 아름답습니다. 모든 하루가 아직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왜 아름답게 못 느끼는가 하고 돌아보면 좋겠어요. 모든 하루는 사랑스럽습니다. 모든 하루가 아직 사랑스럽다고 못 느낀다면, 어쩌다가 모든 하루가 아직 사랑스럽지 않은가를 찬찬히 짚으면 좋겠습니다. 똑같은 하루란 없습니다. 쳇바퀴처럼 다가오는 하루란 그야말로 ‘하루조차’ 없습니다. 다 다르게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하루를 우리가 굴레나 사슬에 갇힌 채 쳇바퀴로 맴돌 뿐입니다. 《하루》는 서울을 비롯한 큰고장에서 맞이할 만한 ‘하루’를 보여줍니다. 저는 인천이란 큰고장에서 나고자란 터라 어릴 적부터 익숙하게 보았습니다만, 우리 집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며 새롭게 꿈꾸기를 바라며 숲 곁에 있는 시골로 삶터를 옮긴 뒤로는 아주 잊어버린 모습이라, 이제는 낯설어요. 그러나 숱한 이웃님은 이런 ‘하루’를 그야말로 날마다 맞이하겠지요. 넘치는 씽씽이, 북적이는 사람, 끝없는 가게, 날마다 오가는 일터랑 배움터, 밤에도 환한 불빛 …… 이 모습은 아무래도 쳇바퀴입니다. 문득 이 모두를 멈추고 하늘이랑 별을 볼 수 있을까요? 풀꽃나무를 볼 수 있는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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