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일본말] 가마니·가마かます



가마니(일본어 kamasu) : 1. 곡식이나 소금 따위를 담기 위하여 짚을 돗자리 치듯이 쳐서 만든 용기. 요즈음에는 비닐이나 종이 따위로 만든 큰 부대를 이르기도 한다 ≒ 가마 2. 곡식이나 소금 따위를 ‘1’에 담아 그 분량을 세는 단위


 가마니가 열 장은 있어야 되겠다 → 자루가 열은 있어야 되겠다

 쌀을 두 가마니 정도 먹는다 → 쌀을 두 섬쯤 먹는다

 몇 가마니나 수확할 수 있습니까 → 몇 섬이나 거둘 수 있습니까



  일본말 ‘가마니(かます)’를 ‘가마’처럼 줄여서 쓰기도 합니다만, 우리말 ‘섬’으로 고쳐쓰면 됩니다. 때로는 ‘자루’로 고쳐씁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총칼로 짓밟던 무렵 “일본 자루”가 들어오며 이 일본말 ‘가마니·가마’가 나란히 들어왔고, 우리 살림 ‘섬’이며, 이 낱말이 가뭇없이 함께 짓밟혔습니다. 자리나 흐름을 살펴 ‘가득·잔뜩·한가득·한껏’으로 고쳐쓸 만합니다. ㅅㄴㄹ



가마니로 쌓아 놓고 헐값으로 팔기도 했다

→ 자루로 쌓아 놓고 싸게 팔기도 했다

→ 가득 쌓아 놓고 싸게 팔기도 했다

→ 잔뜩 쌓아 놓고 싸게 팔기도 했다

《시간의 빛》(강운구, 문학동네, 2004) 27쪽


한 말씩 열 말이 모이면 두 가마, ‘한 섬’이 되는 거야

→ 한 말씩 열 말이 모이면 두 자루, ‘한 섬’이 돼

《재고 세고!, 수와 양》(박남일·문동호, 길벗어린이, 2007) 15쪽


겨울이면 새끼를 꼬고 가마니를 치고 멍석을 짠다

→ 겨울이면 새끼를 꼬고 볏섬을 치고 멍석을 짠다

《논, 밥 한 그릇의 시원》(최수연, 마고북스, 2008) 130쪽


두 가마라 해 봐야 겨우

→ 두 자루라 해봐야 겨우

《어머니전》(강제윤, 호미, 2012) 44쪽


예전에 베나 가마니를 짤 때

→ 예전에 베나 섬을 짤 때

《모둠 모둠 산꽃도감》(김병기, 자연과생태, 2013) 214쪽


할아버지가 싸전을 해서, 쌀가마니를 자전거에 싣고 다니셨지

→ 할아버지가 쌀집을 해서, 쌀섬을 달림이에 싣고 다니셨지

《열두 살 삼촌》(황규섭·오승민, 도토리숲, 2017) 90쪽


이제 막 추수한 쌀가마니가 우마차에 실려 꾸역꾸역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 이제 막 거둔 쌀자루가 소수레에 실려 꾸역꾸역 밀려 들어왔다

→ 이제 막 거둔 쌀섬이 마소수레에 실려 꾸역꾸역 밀려 들어왔다

《개화 소년 나가신다》(류은, 책과함께어린이, 2018) 10쪽


10살 때 쌀가마니 짊어졌던 아이였지

→ 열 살 때 쌀섬 짊어졌던 아이였지

《행복화보》(오사다 카나/오경화 옮김, 미우, 2019) 1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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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말꽃 짓는 책숲 2020.12.26. 별을 보며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하루를 살아가는 힘은 늘 스스로 길어올립니다. 밥을 먹든 물을 마시든, 햇볕을 쬐든 바람을 받아들이든, 언제나 스스로 골라요. 아이들이 노는 소꿉이 즐거워, 이 소꿉놀이를 지켜보기만 해도 기운이 난다면, 이 기운으로 얼마든지 살림꽃을 피웁니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우리 스스로 길어올려요. 모두 재우고서 마당에 서면 언제나처럼 별빛이 가득 드리웁니다. 지난 열 해 사이에 무화과나무는 쑥쑥 자랐습니다. 예전에는 툭 치면 가지가 부러질 만큼 가늘었으나, 이제는 툭 머리를 부딪히면 좀 아프며 가지는 멀쩡합니다. 고요히, 또 고요히, 시골자락 겨울은 깊어 갑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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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꽃

오늘말. 치레


꾸미면 보기좋을까요? 보기좋으라고 꾸밉니다만, 꾸밀 적에는 늘 꾸민 티가 납니다. 멋을 내면 어떨까요? 멋을 내면 멋낸 티가 나요. 겉을 치레할 적에는 늘 겉치레가 반지르르 흐릅니다. 겉발림으로 한 말에는 반들거리는 티가 묻어나지요. 남한테 보여주려고 하기에 속모습을 가리고 맙니다. 잘 봐요. 겉모습을 빛나게 하려고 마음을 기울이면, 속모습은 저절로 빛을 잃어요. 옷을 이쁘게 하면 할수록 마음빛은 어쩐지 시들어요. 어떤 모습을 드러내더라도 속에서 환하게 피어나는 마음결이어야지 싶습니다. 어떤 말이 겉으로 나타나더라도 속에서 맑게 샘솟는 마음씨여야지 싶어요. 살림을 하건 아이를 돌보건 글을 쓰건 매한가지예요. 우리는 으리으리하게 ‘문학·예술·문화’를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삶·사랑·살림’을 하지요. 그저 글을 쓰면 돼요. 멋글이 아닌 글을 쓰면 돼요. 오직 느낌하고 마음하고 생각하고 사랑, 이 네 가지만 얹으면서 놀이하듯 글을 쓰면 넉넉합니다. 살림을 소꿉처럼 놀이로 밝힌다면 어느새 살림꽃이 됩니다. 하루하루 보내는 삶을 아이들하고 놀면서 부드러이 가꾸면 어느덧 삶꽃이 돼요. 다 다른 살림빛을 누려 봐요.


ㅅㄴㄹ


꾸미다·멋내다·멋부리다·꽃가꿈·겉치레·겉짓·겉멋·겉발림·겉모습·옷·치레·넣다·놓다·바르다·입히다·내세우다·드리우다·앞세우다·뽐내다·뻐기다·자랑하다·보여주다·내보이다·반들반들·반지르르·번들번들·번지르르·보기좋다 ← 장식(裝飾), 장식적


놀다·놀이·놀잇감·놀잇거리·누리다·즐기다·삶·살림·살다·삶길·삶꽃·삶빛·살림길·살림꽃·살림빛 ← 문화생활, 취미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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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하늘을 보면 창비시선 90
정세훈 지음 / 창비 / 1990년 11월
평점 :
품절


숲노래 노래책

노래책시렁 173


《맑은 하늘을 보면》

 정세훈

 창작과비평사

 1990.11.25.



  곁에 두고 거듭거듭 새겨읽고픈 책은 가득한데 주머니가 가난한 저한테 헌책집은 새롭게 빛나는 이슬방울 같았습니다. 어느 분은 ‘이슬’이 뭐 값지냐고 할 테지만, 저로서는 뭇돈보다 이슬이야말로 빛나는 숨결이라고 여깁니다. 풀꽃나무랑 숲을 축이는 이슬이란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가요? 누가 읽고서 내놓든, 미처 못 읽힌 채 버려지든, 이 모든 책을 그러모아 손질해서 건사한 헌책집은 ‘이슬집’이었어요. 들풀한테 힘이 되고 나무한테 벗이 되는 이슬을 책이란 무늬로 품은 곳이 헌책집이지 싶습니다. 《맑은 하늘을 보면》을 쓴 노래님은 이제 더는 뚝딱터(공장)에서 일하지 않는 듯합니다. 이제는 꽤 높은 벼슬을 얻은 듯하더군요. 한창 ‘일돌이’로 지내던 노래님네 아이들이 입을 ‘새 헌옷’을 곁님이 몇 보따리 얻었을 적에 가슴이 축 처지셨다는데, ‘헌옷 = 손길이 닿은 옷’이요 ‘헌옷 = 이웃 아이들이 사랑으로 입다가 물려주는 옷’이겠지요? 아이들이 아버지한테 들려준 꽃같은 ‘새말’을 늘 마음에 건사하면 좋겠습니다. 책 하나를 돌려읽으면서 어느 누구도 ‘헌책을 돌려읽는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아름책’을 돌려읽지요.



이것도 입어보고 / 저것도 입어보던 / 우리집 아이들은 // 말없이 / 쳐다만 보는 / 축 처진 내 가슴에 // 새옷 같은 / 한마디를 / 던져줍니다. // “아빠, 미안해하지 말아요.” (헌옷/23쪽)


내가 다니는 공장은 / 도시 B형 업종 // 매연 악취에다 / 분진이 날리는 유해 업태 // 글 쓰는 벗님 / 방문 와서는 / 일찍 죽고 싶느냐 따지길래 // 나에게는 / 일찍 죽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 당장 먹고 사는 것이 문제라 하였네. (문제/117쪽)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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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조촐한 것들이 - 내일을 여는 시 32
안준철 지음 / 내일을여는책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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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숲노래 노래책

노래책시렁 172


《세상 조촐한 것들이》

 안준철

 내일을여는책

 2001.5.25.



  열린배움터에서 가르치기에 글을 잘 쓰지 않습니다. 어린배움터나 푸른배움터에서 가르치기에 글을 쓸 틈이 나지 않습니다. 가르치는 사람은 배움터에 일을 나가지 않아도 여느 삶자리나 마을에서 늘 가르칩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걸어다니면서도 쓰고, 흔들리는 버스에서도 쓰며, 아이들을 재우는 이부자리에서 한 손을 살며시 뻗어 몇 줄을 쓰고는 같이 잠들기 마련입니다. 《세상 조촐한 것들이》를 읽다가, 이 노래책을 여민 노래님이 2001년부터 스무 해가 지난 뒤에 이 노래책을 다시 펴면 어떤 생각이 들까 궁금합니다. 스무 해 앞을 내다보면서 오늘 이야기를 오늘에 맞게 수수하게 풀어내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요? 스무 해 앞서를 돌아보면서 오늘 이야기를 새롭게 엮는 길은 어디에 있나요? 노래님 글동무처럼 모두 비운 맨몸으로 멧골에 들어가 이레쯤 보내어도 좋으리라 생각해요. 글동무랑 나란히 멧골살이를 해도 좋겠지요. 버스에서 자리를 얻은 할머니는 어떻게 고맙다고 나타내야 할까 생각하다가 이녁 손으로 조그맣게 기운을 나누어 주려 합니다. 저도 이런 일을 꽤 겪었는데 “할머니, 그냥 제 기운을 더 받고 튼튼히 지내셔요” 하고 말했어요.



어느 날 시내버스 안에서 / 내게 자리를 양보 받은 할머니 한 분이 / 버스 손잡이를 잡고 있는 내 손을 / 슬그머니 어루만지시더니 / 손을 쥐었다 놓았다 하신다 (손/26쪽)


구례에 사는 박 선생에게 / 방학동안의 안부도 물을 겸 / 문학 모임 소식도 전할 겸 / 전화를 걸었더니 / 오늘 산에서 내려올 거라고 / 그의 아내가 내게 전해준다 / 산, 산에서 내려올 거라고 / 지금 그는 산에 있다고 / 어제도 그제도 / 산 속에 있었다고 / 오늘 내려올 거라고 (산/63쪽)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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