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1.


《찬성!》

 미야니시 타츠야 글·그림/김난주 옮김, 시공주니어, 2011.2.25.



다리앓이는 거의 가시는데, 어라, 허리앓이로 옮긴다. 걸을 만하다 싶더니 허리를 송곳으로 후벼파는 듯해서 주저앉는다. 다리앓이일 적에는 다리가 벼락을 맞은 듯 찌릿찌릿해서 꼼짝을 못했다면, 허리앓이로 옮기니 걸을 수는 있되 걷다가 자꾸 주저앉는다. 눕는들 누운 몸이 아니요, 엎드린들 엎드린 몸조차 아니라 하루 내내 끙끙댄다. 새해 첫날인 터라 후들거리는 몸이어도 부엌에 서서 미역떡국을 끓인다. 아침 일찍 불린 미역을 헹구고서 배추랑 표고버섯을 참기름으로 살살 볶고서 미역국을 끓이고, 폴폴 끓을 무렵 떡국떡을 넣어서 마무르는데, 냄새나 간을 하나도 못 느낀다. 두 아이를 불러 간이 맞는지 냄새는 어떤지 묻는다. “좋아요.” “딱 좋은데요.” 그래, 그러면 너희가 나머지를 하렴, 아버지는 허리를 펴야겠구나. 그림책 《찬성!》을 한 달 남짓 곁에 두고서 되읽었다. 늑대라는 짐승이 무엇을 좋아하고 동무(또는 한집안)하고 어떻게 어우러지는가를 잘 그렸구나 싶다. 책끝에 뜬금없는 풀이말을 달아 어이없는데, 이른바 ‘전문가 비평’이란 이름으로 군더더기를 붙이지 않으면 좋겠다. 아이나 어버이한테는 ‘전문가’ 아닌 ‘삶을 사랑하는 슬기로운 이웃’이 다가설 적에 아름답겠지. 늑대는 어깨동무를 으뜸으로 친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책빛 2021.1.5.



더 재미난 글이나 책이나 영화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만, 이보다는 우리 마음을 사랑으로 살찌우면서 기쁘게 북돋우는 생각을 씨앗으로 심도록 살살 이끄는 글이며 책이며 영화이면 아름다우리라고 봅니다. 갈수록 ‘재미’를 너무 앞세우는구나 싶은데요, 굳이 ‘재미없’게 해야 할 까닭은 없되, ‘재미만’ 찾다가는 우리가 스스로 어떤 빛인가를 잃는 길이 되지 않을까요?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수수께끼를, 노래꽃(동시)을,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

.

수수께끼 082


누구나 짓는 말

어디에서나 여는 말

즐겁게 문득 떠올린 말

놀다가 일하다가 터뜨린 말


보금자리 가꾸는 어머니가

흙을 돌보는 아버지가

나무를 심는 할머니가

새랑 노래하는 할아버지가


숲이 가르쳐 주고

내가 스스로 알고

바람이 가볍게 들려주고

우리가 저절로 익히고


보금자리마다 피어난 말

이 마을에서 살아난 말

저 고을에서 빛나는 말

온 고장에서 깨어난 말 (113쪽)

.

.

삶말길을 더 느끼고 싶다면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스토리닷, 2020)를 곁에 두어 보셔요.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오늘 날씨는 물 - 2021 경기도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추천도서 바람그림책 87
오치 노리코 지음, 메구 호소키 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おちのりこ #メグホソキ

숲노래 푸른그림책

- 물을 마시며 물이 됩니다



《오늘 날씨는 물》

 오치 노리코 글

 메구 호소키 그림

 김소연 옮김

 천개의바람

 2020.1.20.



  사랑스러운 말을 듣는 사람은 사랑이 말에 깃들면 어떠한 숨결이 되는가를 느끼고 맞아들여서 배우고 삶으로 누립니다. 미워하거나 따돌리거나 괴롭히거나 짓밟거나 억누르는 말을 듣는 사람은 바로 이러한 몸짓에 고스란히 묻어난 말을 들을 적에 어떠한 마음이 되는가를 느끼면서 이러한 삶을 맛봅니다.


  바람이 매캐한 곳에서는 숨쉬기 어렵습니다. 바람이 맑은 곳에서는 숨쉬기 좋습니다. 바람이 매캐한 서울 한복판이라든지 핵발전소나 제철소 곁에서 숨을 제대로 쉴 만할까요? 숲 한복판이나 바닷가에서는 누구라도 가슴을 펴고 두 팔을 벌려 온몸으로 한껏 숨을 마실 만합니다.



찬이는 밖으로 뛰어나가

손바닥에 눈을 받았습니다.

그 손바닥에서

“찬이야, 찬이야.”

하는 목소리가 났어요. (6쪽)



  그리 멀잖은 지난날에는 누구나 어디에서나 손수 흙에 심고서 가꾸고 거두고 손질한 남새나 열매로 밥을 차려서 함께 누렸습니다. 이때에는 일본 한자말 ‘유기농·자연농·친환경’ 같은 이름이 없었으나 누구나 어디에서나 숲결을 그대로 살린 밥살림이었어요. 이때에는 먹을거리고 배앓이를 할 일이 없고, 먹을거리 탓에 아픈 사람조차 없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손수 심고서 가꾸고 거두는 길을 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더구나 스스로 손질하거나 차려서 밥살림을 누리는 사람마저 확 줄어요. 이제는 ‘유기농·자연농·친환경’을 따지거나 챙기는 사람이 부쩍 늘어나는데요, 손수 안 짓고 스스로 손질하지 않는다면, 우리 스스로 어떤 밥살림인 셈일까요?



“넌 누구니?”

“나? 나는 물이야.

 방금 전까지는 눈이었고, 그 전에는 구름이었어.

 비나 강이나 바다일 때도 있었지만,

 물은 언제나 물이지.”

“날 어떻게 알아?”

“조금 전에는 너였으니까?” (9쪽)



  그림책 《오늘 날씨는 물》(오치 노리코 글·메구 호소키 그림/김소연 옮김, 천개의바람, 2020)은 누구나 머리로는 안다고 여기지만, 정작 마음이나 몸으로는 도무지 모르는구나 싶은 물 이야기를 다룹니다. 물이란 무엇인가요? 물이 있으니 어떠하고, 물이 없으면 어찌 될까요?


  플라스틱을 줄이거나 안 써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플라스틱에 담은 물이 넘치는 오늘날이에요. 물이 맑게 흐르도록 하면서 냇물이나 우물물이나 샘물을 길어다가 쓴다면 그 엄청난 ‘페트병 쓰레기’로 걱정할 일이 하나도 없지 않을까요? 페트병을 만드느라 돈·품·말미를 쓰지 말고, 어디에서나 냇물이며 우물물이며 샘물이 맑게 흐르도록 건사하는 길에 돈·품·말미를 쓸 노릇이 아닐까요?


  우리는 물값을 내야 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맑은 냇물이 아니기도 하고, 물은 바람과 똑같이 누구도 값을 치르지 않고서 마음껏 누릴 푸른별 숨결 가운데 하나입니다. 큰고장뿐 아니라 시골조차 수돗물로 바뀌면서 사람들이 물값을 어마어마하게 치르는데요, 이렇게 물값을 치르면서도 정작 ‘맑은 물’은 아닙니다. 참말로 사람들은 돈을 어디에 쓰는 셈일까요? 나라는 물을 어떻게 건사하는 꼴일까요?



“네가 먹는 밥이나 채소, 과일도 물이 없으면 자라지 않아.

 시든 해바라기에 물 준 적 있지? 그 물은 어떻게 되었을 것 같아?” (10쪽)



  맑게 흐르는 샘물이나 골짝물을 마시면서 자라는 남새랑, 수돗물을 주어 키운 남새는 맛이 어떻겠습니까? 샘물을 마신 남새한테서는 샘물맛이 납니다. 골짝물을 마신 남새한테서는 골짝물맛이 나요. 그리고 수돗물을 마신 남새한테서는 수돗물맛이 납니다.


  딸기란 열매가 있어요. 겨울이 저물고 봄이 깨어날 즈음 비로소 꽃망울을 맺으면서 한봄에 하얗게 꽃을 피우고, 늦봄에 차츰 익어 빨간알을 매달지요. 딸기란 열매는 늦봄이나 이른여름에 누려야 할 제철열매입니다.


  그러나 보셔요. 오늘날 사람들은 딸기를 언제 먹나요? 어떻게 한겨울에 딸기가 나서 누리나요? 한겨울 딸기란 뭘까요?


  한겨울 딸기는 모두 비닐집에서 키웁니다. 한겨울 ‘비닐집 딸기밭’은 기름(석유)을 땝니다. 수돗물을 듬뿍 먹입니다. 이밖에 다른 무엇을 더 먹이는지는 덧붙이지 않겠습니다만, 겨울 내내 기름하고 수돗물을 머금은 ‘오늘날 밭딸기’한테서는 어떤 냄새가 날까요?



“물은 여러 가지를 녹여서 옮기는 일도 잘해. 

 생물의 몸속을 계속 흐르면서

 필요한 것을 필요한 곳에 가져다주기도 하고,

 필요 없는 것을 버려 주기도 해.” (13쪽)



  들짐승이나 풀벌레는 따로 물을 챙겨서 마시지 않습니다. 들짐승이나 풀벌레는 새벽나절 풀잎에 맺는 이슬을 살짝 훑으면서 하루치 물을 모두 받아들입니다.


  들이나 숲에 사람이 물을 주지 않아도 어떻게 들풀이며 숲나무는 그렇게 푸르도록 우거질까요? 들이며 숲은 해가 진 저녁부터 밤을 지나 새벽에 이르도록 바람결이 바뀌면서 ‘바람이 품은 물’이 찬찬히 방울이 져서 이슬로 바뀌어 풀잎이며 줄기이며 가지에 잔뜩 맺는답니다. 풀이며 꽃이며 나무는 바로 이 ‘바람물’인 ‘이슬’을 머금으면서 하루를 싱그럽고 씩씩하게 납니다.


  이러다가 때때로 비가 내리지요. 비가 내릴 적에는 이 땅에 쌓인 먼지나 부스러기나 쓰레기를 씻어냅니다. 그 어떤 사람도 빗물처럼 말끔하면서 정갈하게 이 땅을 씻어내지 못해요. 비가 훑은 자리는 더없이 깨끗해요. 하늘도 들도 숲도 빗물을 받으면서 몸을 씻고 목을 더욱 든든히 축입니다.



“지금은 눈에 보이지?

 이 모습을 ‘물’이라고 부르는 거야.

 물은 잠시도 가만있지 않아.

 하늘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흐르기도 하고, 스며들기도 해.

 고이고, 뿜어져 나오고, 날아가 흩어지기도 하지.

 하지만 날씨가 아주 추워지면…….” (19쪽)



  그림책 《오늘 날씨는 물》은 이야기를 어렵게 꾸미지 않습니다. 누구나 아는 듯하지만 정작 누구도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는 물 이야기를 부드럽고 상냥하고 즐겁고 살뜰하게 들려줍니다.


  우리는 모두 물입니다. 우리는 저마다 물입니다. 우리는 서로 물입니다. 우리가 마시는 물이란, 온누리를 돌고돌면서 우리한테 찾아온 빛살입니다. 우리가 마실 물이란 구름이기도 하고 바다이기도 하며 바람이기도 한 숨빛입니다. 어른으로서 돌볼 물이란 이 푸른별을 참말로 푸르게 적시는 물입니다. 어른이 아이한테 물려주면서 나누어 줄 물이란, 모든 숨결이 푸르게 빛나도록 북돋우는 물입니다.



“자, 그럼 이제 새를 부르자.”

“새를 부를 수 있어?”

“하늘에서 보면 뭐가 제일 잘 보일 것 같아?

 햇빛을 반사하는 우리들, 바로 물이라고.”

“아, 그래! 물은 반짝반짝 빛나지.” (26쪽)



  숲바람을 마시고, 손수 지은 밥살림을 누리고, 푸르게 반짝이는 맑은 물을 머금는다면, 어느 누구도 아프거나 앓는 일이 없습니다. 오늘날 이 푸른별에 돌림앓이가 왜 퍼질까요? 맑은 바람도 물도 모두 줄어들거든요. 이 나라도 저 나라도 싸움연모(전쟁무기)를 새로 만들어서 으르렁거리는 길에 돈·품·말미를 끔찍하도록 쓰고요.


  서울사람은 서울 한복판을 흐르는 한가람물을 두 손으로 떠서 마실 수 있어야 합니다. 시골사람은 풀죽임물(농약)이나 핵발전소나 숱한 지음터(공장)에서 흘러나오는 끔찍한 것들이 더럽히지 않는, 그야말로 숨을 살리는 물로 흙살림을 지을 수 있어야 합니다.


  꼭지를 돌려서 마시는 물이 아닌, 냇가나 샘가나 우물가에 가서 길어올릴 물입니다. 돈을 치러서 사다 마실 물이 아닌, 누구나 마음껏 맑고 즐겁게 누릴 물이어야 합니다.



“찬이야,

 나는 이대로 지구를 두세 바퀴 돌고 올게.

 우리 다음에 또 만나자!” (33쪽)



  물을 마시며 물이 됩니다. 사랑스러운 말을 나누며 서로 사랑이 됩니다. 바람을 마시며 바람이 됩니다. 아름다운 말을 주고받으며 서로 아름다운 사이가 됩니다.


  오늘부터 우리는 어떤 말을 나눌 적에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오늘부터 우리는 어떤 길을 걸을 적에 신나게 춤추고 노래하면서 어깨동무를 할 만한가를 헤아리면 좋겠습니다. 삶을 먹고 사랑을 마시고 꿈을 나눌 적에 싱그럽고 푸른 마음으로 손을 맞잡는 사람이 되겠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아노의 숲 1 - 신장판
이시키 마코토 지음, 유은영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틀에 가두니 빛나지 않아요



《피아노의 숲 1》

 이시키 마코토 

 유은영 옮김

 삼양출판사

 2000.1.7.



  《피아노의 숲 1》(이시키 마코토/유은영 옮김, 삼양출판사, 2000)를 되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이 그림꽃책은 ‘피아노’가 무엇인지를 묻기 앞서 ‘어린배움터(초등학교)’하고 ‘마을’이 무엇인가를 묻고, ‘시골’하고 ‘어버이 일감’이 무엇인가를 물으며, ‘사랑으로 돌보며 살아가는 집’하고 ‘이름값을 바라보며 아이를 닦달하는 집’을 맞대면서 묻습니다.


  그림꽃책은 내내 묻습니다. 아이한테 날마다 뭘 보여주나요? 아이는 날마다 어디를 가나요? 아이는 앞으로 뭘 해야 즐겁게 웃을까요? 아이는 무엇을 왜 배워서 어디에 어떻게 써야 아름답게 사랑으로 나아가나요?


  이 여러 가지를 곰곰이 생각해서 아이하고 나누는 어버이나 어른으로 살아가는지요. 이 여러 가지를 여태 생각한 일이 없거나, 오늘도 아직 생각할 마음이 없는지요. 이 여러 가지 말고 무엇이 그대 마음에 대수롭거나 그대 생각을 움직이는지요.

  타고난 재주꾼인 ‘카이’가 아닙니다. 그저 신나게 피아노에 숲이란 노래를 가락으로 얹어서 스스로 웃고 어머니랑 웃으며 마을 이웃이며 동무하고 다같이 웃고픈 꿈을 사랑으로 키우는 카이입니다.


  늘 숲바람을 들으니 숲바람을 피아노 가락에 얹을 뿐입니다. 늘 숲동무를 만나니, 다람쥐나 멧돼지나 새하고도 말을 섞으면서 이들하고 함께 피아노 가락을 누릴 뿐입니다. 그렇지만 막상 배움터란 곳에 가면 또래 아이들은 그들 어버이한테서 물려받거나 배운 그대로 ‘카이네 집안’을 놀리고 손가락질합니다. 이는 배움터 어른인 길잡이(교사)도 똑같습니다. ‘카이 어머니’가 무슨 일을 해야 좋거나 나쁠까요? 돈이 많고 이름이 높고 힘이 센 어버이가 있다면, 배움터 어른이란 이들은 그저 굽신거리면서 네네 절하면 되는지요?


  틀에 박힌 길로 아이를 집어넣으면, 아이는 꿋꿋하게 마침종이를 하나씩 받으면서 끝까지 열린배움터에 나아가겠지요. 그리고 이럭저럭 벼슬꾼이 되거나 그럭저럭 돈을 받는 일꾼이 되겠지요. 그런데 이때에 아이한테 무슨 꿈이나 사랑이 있나요? ‘안정된 연봉을 받는 공무원이나 회사원, 또 서울에서 장만할 아파트 한 채, 또 값나가는 자가용 하나’가 아이가 품을 꿈이나 사랑인지요? 온나라 아이들이 모두 똑같이 이 틀에 박힌 길만 바라보고 나아가도록 내몰지 않는가 돌아볼 노릇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놀라운 사람이 수두룩하게 나옵니다. 이를테면 비보이나 프로게이머를 꼽을 만한데, 이들은 일찌감치 틀박이 배움터를 뛰쳐나왔습니다. 스스로 바라보고픈 길 하나를 즐겁게 생각합니다. 《피아노의 숲》이 들려주는 줄거리는 매우 쉽습니다. ‘아이를 틀에 가두는 어른 그대야말로 틀에 갇힌 채 기쁨도 사랑도 꿈도 모르는 하루를 살아가네요’예요.


ㅅㄴㄹ


“그런 것쯤은 한 번 들으면 기억할 수 있으니, 어린애라고 너무 얕잡아보지 마세요! 그리고, ‘숲의 피아노’는 고장나긴 했어도 소리는 나와요! 그건 내 피아노니까. 그러니까 잘 알지도 못하면서! 뭐든 아는 척 얘기하지 말라구요!” (43쪽)


“슈우헤이! 넌, 정말 운 좋은 녀석이다!” “뭐?” “봐! 오늘 아침은 피아노 기분이 짱인가 봐!” (66쪽)


“그럼 넌, 듣기만 하면 칠 수 있다는 얘기야?” “물론이지! 듣지 않으면 어떻게 치냐?” (104쪽)


“카이는 세 살 때 저 창문에서 떨어졌단다. 난 카이가 죽은 줄 알고 놀래서 찾았더니, 카이가 어디에 있었는 줄 아니? 글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저 피아노 위에서 놀고 있지 않겠니?” “아하하, 숲의 나무가 지켜줬어.” “그래서 저 피아노는 카이의 장난감이 돼버린 거지!” “날마다요?” “날마다 정도가 아니었어. 아침저녁 틈만 나면. 어쩔 땐 거기서 하룻밤 자고 올 때도 있지!” ‘아. 그렇다면, 난, 난, 이길 수 없어! 그냥 엄마가 시키는 대로 피아노를 배워 온 나는, 솔직히 피아노 레슨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그러니 언제나 좋아서 피아노를 치는 너에겐 절대 이길 수 없어!’ (138∼140쪽)


“굉장하다! 그럼 넌 피아니스트가 되는 거니? 실은 아까부터 겨울도 아닌데 장갑을 끼고 있길래 이상하다고 생각했단다.” “이건 그냥 습관이구요. 진짜로 될지 어떨지는 잘 …….” “아니, 넌 될 수 있어, 슈우헤이. 이것저것 참으면서 살아왔으니 피아니스트가 돼야 해! 정말 손이 예쁘구나. 우리 카이는 날마다 나무를 타기 때문에 꼭 짐승 손 같거든! 발하고 똑같아!” (142쪽)


“와하하하 캡 신나!” “피아노는 그런 식으로 치는 게 아니야, 카이!”“뭐? 피아노는 신나는 거라구.” (163쪽)


#MakotoIsshiki #ピアノの森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새 2
데즈카 오사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숲노래 만화책

만화책시렁 325


《불새 2》

 테츠카 오사무

 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02.1.25.



  수수께끼 아닌 수수께끼가 있습니다. 어째서 여태까지 모든 총칼나라는 가뭇없이 무너졌을까요? 총칼로 사람을 윽박지를 뿐 아니라, 배움책이며 배움터로 머리까지 길들이더라도, 어떻게 총칼나라는 무너지고 말까요? 바로 하나입니다. 총칼로는 새 목숨을 못 낳거든요. 오직 죽이기만 할 줄 아는 총칼에는 사랑이 없습니다. 그들이 아무리 하늘을 찌르듯 우쭐거리더라도 한때입니다. 총칼을 쥔 이는 이웃을 무너뜨리거나 짓밟아 뽐내지만, 이웃이 모두 죽어 넘어가면 굶어죽어요. 스스로 살림도 삶도 사랑도 안 짓는 총칼질이란, ‘사랑으로 삶을 짓는 사람’이 모두 사라지면 똑같이 죽음길로 갈 뿐입니다. 《불새 2》은 이 얘기를 아프면서 눈물겹게 들려줍니다. 살점뿐 아니라 뼈까지 바르며 아픈 채로도 총칼이나 벼슬힘은 아무런 사랑이 될 수 없다는 대목을 똑똑히 밝힙니다. 힘을 쥐었다는 이들은, 총칼을 휘두르는 그들은, 얼핏 대단해 보이지요. 그러나 그들이 뭘 할까요? 호미도 낫도 쟁기도 아닌 총칼이 무엇을 낳을까요? 미움이며 금긋기를 일삼는 그들은 이웃이며 동무를 사랑하는 손빛이나 눈빛이 아닙니다. 삶이 되어 아이를 돌보자면 그저 사랑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저마다 숲이 되어 푸르게 어깨동무할 적에 비로소 사람입니다.



“왜지? 천하를 쥔 내게 무엇이 불만인 거니.” “내겐 당신이 살인에 미친 자로밖에 보이지 않아요.” “나는 승리자다. 널 복종시키고 말겠어. 이리 오너라, 우즈메.” (145쪽)


“오호호호호호호. 내 뱃속에는 그 사람의 아이가 있어요.” “뭣이? 사루다히코의 아이라고?” …… “당신은 강물처럼 피를 흘리며 모두를 멸망시킬 셈이죠. 그리고는 이겼다고 생각하나요? 호호, 착각 말아요. 우리 여자들에게는 무기가 있어요. 승리한 당신의 군사들과 결혼해 아이를 낳는 거죠. 태어난 아이는 우리의 아이예요. 우리는 그 아이들을 키워 언젠가 당신을 멸망시킬 거예요.” (146쪽)

.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