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오늘말. 켜


가만히 둡니다. 쉬고 싶기에 몸을 고이 둡니다. 오래도록 쓰거나 건사하고 싶으니, 우리 몸뿐 아니라 여러 살림을 사랑으로 돌봅니다. 눈으로도 보지만, 몸으로도 봐요. 그래서 아기를 보고 동생을 본다고 말하지요. 이런 ‘보다’에 ‘살피다’를 더하여 ‘보살피다’라 합니다. 그야말로 알뜰히 여기는 마음입니다. 높이 여기면서 돌보려 하기에 ‘모시다’예요. 우리 마음을 모실 수 있고 지킬 수 있어요. 우리 꿈을 모실 만하고 가꿀 만해요. 둘레에서 다른 사람들이 찾아와 살립니다. 반가운 또래가 찾아와 잇습니다. 틈이 있어 겨울바람이 들어오는군요. 벌어진 자리인 틈새로는 바람뿐 아니라 생각도 마음도 흐릅니다. 흐르는 생각이 차츰 모여 켜를 이룹니다. 오가는 마음을 하나둘 모아 겹겹이 간직합니다. 느껴 볼까요? 터울이 진 두 사람 사이에 맺는 사랑을. 눈을 떠 볼까요? 꺼풀을 벗기면 드러날 상냥한 마음씨를. 아직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하나씩 해봐요. 겪는 동안 조금씩 익숙합니다. 치르는 사이 어느새 몸에 붙습니다. 스스로 하기에 스스로 알아요. 몸으로 받아들여 마음으로 있어요. 겨울하늘에 구름이 밭을 이루어 하얗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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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다·돌보다·보살피다·모시다·건사하다·간직하다·간수하다·모시다·지키다·건지다·잇다·가꾸다·살리다·한결같다·남기다·놔두다·있다 ← 보존(保存)

갈래

-네·높이·벌어지다·또래·떼·무리·한또래·이·사람·사람들·칸·꺼풀·터울·틈·틈새·켜·겹·겹겹·쪽·자리 ← 층(層)

느끼다·깨닫다·알다·알아차리다·알아채다·눈뜨다·몸으로·닿다·와닿다·생각하다·싶다·겪다·치르다·해보다·하다·믿기다·믿다 ← 실감(實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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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1.1.7.



아이가 말에 눈을 뜨면 스스로 마음을 열면서, 이 마음에 스스로 짓고 싶은 꿈을 사랑으로 하나둘 녹여내어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는 몸이랑 마음으로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물려받거나 배우는데, 먼저 젖을 물면서 숨을 살리는 사랑을 배우고, 이다음으로 어버이 입에서 터져나오는 노래 같은 말로 사랑을 배워요. 이동안 어버이 낯빛이나 몸짓에서 흘러나오는 상냥한 흐름으로 사랑을 익히지요. 아무 말이나 하는 어버이라면 ‘아무나’가 되고, 아름다이 생각을 가다듬어 알차게 말빛을 틔운다면 ‘아름어른’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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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번역을 하는 적잖은 이들은 영어 ‘make’를 섣불리 ‘만들다’로 옮기고 말아요. 말썽이나 어떤 일을 일으킨다고 할 적에는 ‘일으키다’로 옮겨야 하는데, 그만 ‘만들다’로 옮깁니다. 어떤 일이 생길 적에는 ‘생기다’로 옮겨야 하지만, 그만 ‘만들다’로 옮겨요. “The news made him very happy” 같은 영어는 “그를 즐겁게 해 주었다” 꼴로 옮겨야 하지만 “그를 즐겁게 만들었다” 꼴로 잘못 옮깁니다. 이리하여, “생각을 하게 만든다”나 “재미있게 만든다” 같은 번역 말투가 퍼지고 맙니다. “생각을 하게 이끈다”나 “재미있게 한다”로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러고 보면, 손수 삶을 짓는 일이 차츰 사라지거나 줄어들면서 ‘만들다’가 아무렇게나 퍼지는구나 싶습니다. 요즈음에는 “밥을 만들다”처럼 말하는 사람도 있으나 “밥을 짓는다”나 “밥을 끓인다”나 “밥을 한다”처럼 말해야 올바릅니다. (1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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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말길을 더 느끼고 싶다면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철수와영희, 2015)를 곁에 두어 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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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라 7
킨다이치 렌쥬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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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틀에 박힌 사랑은 없다



《라라라 7》

 킨다이치 렌주로

 장지연 옮김

 학산문화사

 2019.3.25.



  《라라라 7》(킨다이치 렌주로/장지연 옮김, 학산문화사, 2019)을 읽고서 ‘집안을 이루고 살아가는 길’을 한참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는 왜 짝을 지을까요? 우리는 굳이 짝을 짓는 뜻이 있을까요? 아이를 왜 낳을까요? 또는 아이를 왜 안 낳을까요? 아이를 낳기에 우리 아이만 이쁜지요, 아이를 낳기에 모든 아이가 이쁜지요? 아이를 안 낳지만 모든 아이가 이쁜지요, 아니면 아이를 안 낳기에 모든 아이가 싫은지요?


  우리가 처음 이 땅에 태어나서 사랑을 받으며 자라 어른이 되어 짝을 맺는다면, 가시내랑 사내라는 몸을 하나로 모두어 새롭게 꿈을 꾸는 아기라는 사랑을 낳기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어릴 적부터 사랑이란 구경조차 한 적도 없다시피 자란 채 몸뚱이랑 나이로만 어른이라면, 아기를 낳기 싫기 마련일 뿐 아니라, 아기를 어떻게 돌보아야 하는가를 모르기 쉽고, 아기하고 새롭게 짓는 살림은 아예 생각조차 못 하지 않을까요?


  아이를 낳고서 들볶거나 괴롭히는 어버이가 참 많다고 합니다. 이에 못지않게 아이를 낳고서 가없이 아끼고 사랑하면서 동무로 지내는 어버이도 많아요. 다시 말하자면, 아이를 싫어하거나 꺼리거나 미워하거나 들볶는 어른하고, 아이를 좋아하거나 반기거나 사랑하는 어른이 ‘나란히 많’습니다.


  차분하게 돌아보면 좋겠어요. 우리가 오늘 어른이란 몸이라면, 어른이기 앞서 아기로 태어나야 했고, 어린이란 나날을 보냈습니다. 아기랑 어린이를 거치고 푸름이로 보낸 날이 있기에 어른이 돼요. 우리는 저마다 어떤 아기살이 아이살이 푸른살이를 지나왔나요? 우리는 저마다 어떤 어린날이며 푸른날을 보내고서 오늘 어린이나 푸름이로 살아가는 숨결을 만날까요?


  그림꽃책 《라라라》는 몇 가지 줄거리를 다룹니다. ‘어버이’를 다루고, ‘짝맺기(혼인)’를 다루고, ‘아이를 마주하는 어른스럽거나 안 어른스러운 살림’을 다루고, ‘아이는 무엇을 바랄까’를 다루고, ‘사랑을 틀에 맞추거나 박아 놓을 수 있는가’를 다룹니다. 여기에 하나 더 ‘몸’을 다루지요.


  아주 마땅합니다만, 사랑은 사랑일 뿐입니다. 사랑은 살섞기가 아닙니다. 사랑은 손잡기가 아닙니다. 사랑은 아기낳기가 아닙니다. 오직 사랑일 적에 둘은 어떤 빛인가를 생각해야지 싶어요. 사랑이 아닌 몸이라면 둘은 빛날지 안 빛날지를 생각해야지 싶습니다. 참말로 사랑으로 나아가고 싶다면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는 오늘이 되어야 할는지를 생각해야지 싶어요.


ㅅㄴㄹ


“하지만, 느닷없이 이렇게 다 큰 자식을 보살피게 되면, 분명 두 사람에게 예전보다 더 많은 폐를 끼치게 되지 않을까?” “흐음. 자꾸만 열등감이 느껴지나 보구나? 자연스럽게 가족이 되긴 상당히 힘들겠지.” (11쪽)


“분명 괜찮을 거야. 나랑 키리시마도 원래는 타인이잖아. 타인이 모여서 가족을 만든 거니까. 전원 한 핏줄이 아니어도 가족이 될 수 있어.” “그렇겠죠?” (21쪽)


“준이 안 고르겠다면, 내 센스에 맡기는 수밖에 없는데, 난 깜놀할 정도로 대충 고를 거라고. 네 눈을 의심할 만한 방이 되어도 괜찮겠어?” “에에에엑?” (36쪽)


‘이미 충분히 자랑스러운 아들이다. 바빠서 거의 방치하다시피 했는데도, 이렇게 착한 아이로 키워 준 사람이 맡긴 아들.’ (42쪽)


“그 준이라는 애가 어지간히도 널 좋아하나 보다. 같이 살더라도 상대방이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마음으로 지내고 있는지, 관심 없으면 모르는 법이니까. 애한테 사랑받는 건 좋은 일이야.” (89쪽)


“난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보다 훨씬 멋진 선물을 주는 대단한 사람이 있다는 건 알고 있어.” (117쪽)


“예전 엄마랑 같이 만들었던 만두도 이런 식이었어?” “아무래도 맛까지 기억나진 않지만, 같이 만드는 사람 수가 늘어난 만큼 재미도 커진 것 같애. 아마도 난 같이 만드는 과정도 포함해서 만두를 좋아했던 것 같아.” (17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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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말꽃 짓는 책숲 2021.1.6. 늘 처음으로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다리앓이하고 등허리앓이를 열하루째 하면서 생각합니다. 어릴 적에는 고삭부리라 툭하면 앓아누웠습니다. 코가 매우 나빠서 언제나 숨을 쉬기 어려운 나날이었습니다. 대학교를 그만두고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일하던 때에는 새벽에 자동차에 받혀 죽을 뻔한 적이 있고, 이오덕 어른 글을 갈무리하던 무렵에는 충주하고 서울을 자전거로 오가며 세 판쯤 자동차에 치여 죽을 뻔했습니다. 돌이키자니 코앓이(축농증)가 깊어 숨쉬기가 어렵던 마흔 해를 빼고는 으레 바깥에서 몸을 들볶는 일이 생겼고, 이렇게 몸이 스스로 욱씬거리면서 저더러 좀 쉬엄쉬엄 가자고 따진 적은 없었구나 싶어요. 다리·등허리앓이로 열하루를 보내면서 ‘몸을 달래고 주무르는 길’을 한결 새롭게 바라봅니다. 이제껏 제 몸은 스스로 주물러서 풀었는데, 2021년으로 갈마드는 때에 처음으로 ‘내가 내 몸을 스스로 주무를 수 없는 일’을 겪었습니다.


  2021년 첫 ‘책숲 글월종이’를 어떻게 꾸릴까 하고 한참 생각했는데, 아예 새판을 짜려고 합니다. 책숲 글월종이에 이름도 새롭게 붙이려 합니다. 2007년 4월에 인천에서 처음 책마루숲(서재도서관)을 열 적에는 모두 손글씨로 글월종이를 엮었고, 이윽고 셈틀로 엮다가, 고흥으로 옮기면서 작은책으로 꾸미기도 했는데, 이래저래 판갈이를 할 적마다 이름을 새로 붙이고 셈도 1로 돌아갔습니다.


  1998년 1월 6일에 〈헌책방 사랑 누리〉란 모임을 열며 바로 번개로 바깥모임을 꾀한 적 있습니다. 다같이 모여서 열 사람이고 스무 사람이고 작은 마을헌책집으로 책마실을 가자는 모임이었어요. 이레에 이틀이나 사흘을 번개나 바깥모임으로 책집에서 만나, 적어도 두 시간씩 책을 읽고 산 다음, 적어도 두 시간씩 책수다를 펴면서 몇 해를 보냈어요. 그 1월 6일을 떠올리며 2021년 1월 6일에 책숲 글월종이를 〈책숲 1〉란 이름으로 꾸립니다.


  지난해에 《책숲마실》이란 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만, 책을 내놓는대서 책숲마실이 끝나지 않아요. 새로 디디는 걸음입니다. 차근차근 엮어 볼게요. 책이랑 말이랑 숲이랑 아이랑 삶이랑 노래랑 이야기랑 꿈이랑 살림을 사랑이라는 슬기로운 실마리로 엮는 수수께끼가 될 〈책숲〉으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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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말꽃 짓는 책숲 2021.1.4. 일어난다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일다’라는 낱말은 ‘일 + 다’입니다. 우리말 ‘일’은 ‘일하다’ 꼴로도 쓰지만, ‘일다’하고도 맞물리며, ‘이다’로도 이어갑니다. ‘일어나다·일으키다’도 매한가지인데, 이런 ‘일다’붙이는 물결하고도 얽히더군요. ‘이다’는 “짐을 이다”로도 나아갑니다. 말밑을 푸는 수수께끼를 하나하나 짚으면서 생각합니다. 지난 열흘 동안 몸앓이가 뼛속까지 후벼파는 나날인데, 몸앓이란 앞으로 어떤 튼튼한 몸이 되어 어떤 튼튼한 마음으로 살아가겠느냐는 다짐을 고요하고 차분히 밝히는 때라고 느껴요. 찌릿찌릿 욱씬욱씬 아픈 데가 자꾸 일어나지만, 저는 이렇게 몸앓이를 치르면서 새몸으로 일어나려 합니다. 기지개를 켜고 말빛을 찾으면서 삶빛을 일으키려 해요. 그리고 노래해야지요.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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