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말꽃 짓는 책숲 2021.1.18. 전라도닷컴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전라도로 삶터를 옮긴 해는 2011년이니 어느새 열 해 남짓 이 고장에서 살아갑니다. 열 해를 넘어서는 전라살림이지만, 이 고장에서 ‘열해내기’를 ‘그 고장사람’으로 여기는 눈길은 없습니다. 이는 어디를 가도 매한가지입니다. 다들 ‘그곳에서 안 태어났’으면 서른 해나 쉰 해나 일흔 해를 살았어도 ‘그 고장사람’이 아니라고 여기더군요. 그렇지만 저는 어느 고장사람으로 살 생각이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한테도 ‘어느 고장사람’으로 못박는 일을 안 할 생각입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르게 스스로 붙인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랑이라고 여겨요. “살아가는 사랑”이기에 ‘사람’이라는 생각입니다.


  아무튼 전라살림을 이럭저럭 하는 사이 〈전라도닷컴〉에 시골살림 이야기를 여러 해 썼고, 다섯 해 앞서부터는 우리말 이야기를 씁니다. 지난 12월 끝자락에 〈전라도닷컴〉 황풍년 지기님이 전화를 걸었어요. 새해에는 달책지기 일을 한동안 쉬고서 광주문화재단을 이끄는 일을 맡는다고 하시더군요. 전라도를 말하는 달책을 오래오래 여민 손길이요 눈빛이니 광주문화재단을 알차게 여미리라 생각합니다. 나중에는 전남문화재단도, 또 광주시장이나 전남도지사도 맡으시면 어울리겠다고 생각해요. ‘표벌이’를 하려고 돌아다니는 벼슬꾼이 아닌, 골골샅샅 마을사람을 만나면서 그 마을에 어울리는 아름길을 살핀 살림지기로 일한 만큼, 이 일빛을 살리는 벼슬살이를 하시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황풍년 지기님한테 노래 한 자락을 꽃으로 드리려고 생각하는데 한참 마무리를 못 지었어요. 이러다가 ‘도꼬마리’를 썼고,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맞추어 네 꼭지를 이어서 썼어요. 달책 〈전라도닷컴〉을 엮는 일꾼 네 분한테도 노래를 한 자락씩 같이 드리려 합니다. 옆마을로 걸어가서 읍내로 가는 시골버스를 타고, 우체국에 들러 부쳤어요. 노래꽃 다섯 자락은 바람을 타고서 사뿐히 날아가겠지요. 새해에 새롭게 살림빛을 일굴 다섯 분한테.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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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나가떨어지다


아이들한테 말하고 저 스스로한테 들려줍니다. “힘들면 그만하면 된단다. 억지로 끝까지 안 가도 돼.” 이웃님한테 얘기하고 저 스스로 욉니다. “어려우면 그만두어도 좋아요. 애써 해내야 하지 않거든요.” 대단한 일을 해내야 하지 않습니다. 훌륭하거나 멋진 솜씨를 보여야 하지 않아요. 즐겁게 웃고 활짝 노래하는 하루이면 넉넉합니다. 사랑이 아니면 멈출 노릇이고, 신나지 않으면 우뚝 서야지요. 자꾸 쌓으려 들지 말아요. 잔뜩 쌓아야 둘레에 나눠 줄 만하지 않아요. 아주 조그맣구나 싶은 손길을 나누면 됩니다. 지치도록 붙잡다가는 그만 두손들고 자빠지기 쉬워요. 나가떨어질 때까지 붙잡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고이 내려오고, 스스럼없이 손떼고, 아쉽거나 서운해 하지 않으면서 말끔히 털면 넉넉해요. 누구보다 잘 해야 하지 않으니, 자꾸 마음에 남기지 말아요. 떠났기에 허전하지 않아요. 서툴기에 못나지 않습니다. 설익은 손짓이라면 이 섣부른 모습을 즐겨요. 아장걸음이다가 넘어지는 아기처럼, 또 넘어지고 또 일어나면 돼요. 짐을 내려놓기에 가볍습니다. 삶은 짐이 아닌 살림, 그러니까 삶이란 사랑으로 짓는 새로운 숨빛입니다.


ㅅㄴㄹ


그만하다·그만두다·그치다·멈추다·서다·떠나다·두손들다·내려오다·내려서다·손놓다·손떼다·물러서다·물러나다·떨어지다·떨어져나가다·나가떨어지다 ← 도중하차, 중도하차, 중도탈락


끌리다·남기다·남다·못 잊다·잊지 못하다·서운하다·섭섭하다·아쉽다·아쉬움·아직·이끌리다·허전하다·허전함 ← 미련(未練)


덜되다·바보·덜떨어지다·띨띨하다·어쭙잖다·어설프다·설익다·서투르다·섣부르다·엉성하다 ← 미련하다(未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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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오늘말. 부채질


스스로 튼튼하게 선 사람이라면 어떤 일이 일어나도 안 흔들립니다. 스스로 튼튼하게 서지 않기에 무슨 일이 생기면 자꾸 흔들려요. 가만히 서서 눈을 감고 바람을 느낍니다. 이 바람은 누가 일으킬까요? 꽃망울을 터뜨리는 숨결은 무엇일까요? 겨울을 잠재우고 봄을 부추기는 빛은 어디에서 올까요? 생각을 자아내고, 느낌을 끌어냅니다. 신나는 마음을 지피고, 우리 삶이 어디에서 비롯하는가를 그립니다. 한 가지부터 합니다. 씨앗을 먼저 떠올립니다. 곱게 더듬습니다. 씨앗을 묻을 자리를 손으로 쓰다듬고 눈으로 봅니다. 알맞춤한 자리를 문득 느끼면, 이제 이 씨앗을 심는 데에 빛살이 듬뿍 스미기를 바라면서 곱게 내려놓습니다. 우리 손끝을 타고서 흙으로 나아가는 씨앗에는 우리 숨빛이 흐릅니다. 씨앗에는 씨앗 나름대로 품은 숨결이 있는데, 우리 살결을 지나면, 우리 손을 타면, 우리 손느낌에 따라 새롭게 나무가 되는 꿈이 빛나리라 느껴요. 토닥토닥 매만진 씨앗처럼 생각이며 마음을 포근포근 어루만집니다. 더운 여름에 굳이 나무를 부채질해 주지 않아요. 바람을 부르면 되거든요. 바람이 있어 시원한 여름이요, 바람이 닿아 잎눈을 여는 봄입니다.


ㅅㄴㄹ


일으키다·일어나다·생기다·자아내다·끌어내다·터지다·터뜨리다·지피다·부추기다·부채질·북돋우다·처음·비롯하다·-부터·나타나다·드러나다·불거지다·있다·하다·되다·사다·떠올리다·생각나다 ← 촉발(觸發)


더듬이·귀·손·손끝·눈치·눈결·눈코·문득·빛살·뿔 ← 촉각(觸角), 촉수(觸鬚)


결·길·끗·느끼다·느낌·마음빛·빛·닿다·대다·더듬결·더듬새·건드리다·만지다·매만지다·붙다·손·손끝·손길·손빛·손때·손타다·손맛·손결·손느낌·숨·숨결·숨빛·숨꽃·숨통·살·살갗·살결 ← 촉각(觸覺), 촉수(觸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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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오늘말. 일멎이


일이 끊기면 먹고살기 어렵다고 합니다. 지난날에는 누구나 밥살림을 손수 지었기에 사달이나 저지레가 없었습니다만, 어느새 일터를 나가서 돈을 벌어야 밥을 장만해서 누리는 길로 확 바뀌니 일줄이 끊기면 두려워하는 나라가 되었어요. 하던 일을 멎으면 무섭고, 일틈새가 생기면 조마조마하다지요. 그런데 마당이 없고 텃밭이 없으며 뒤꼍이 없는 잿빛집을 얻어서 살아가는 서울살이가 쫙 퍼진 만큼, 일을 멈추기 어렵습니다. 걸음을 못 멈추지요. 겹겹이 쌓아서 서른이나 쉰에 이르는 잿빛집이라지만, 값이 꽤 비싼 집이라지만, 나무 한 그루를 못 심고 씨앗 한 톨을 못 묻어요. 겨울눈이 트는 나무를 못 보고, 봄나물이 돋는 풀밭을 못 걸어요. 손수 심어서 손수 가꾸고 손수 거두어 손수 차리는 살림길이라면 다치는 일이 없습니다. 손살림일 적에는 어떤 불벼락이 몰아쳐도 거뜬히 견딥니다. 우리가 손수 심어서 가꾸지 않은 밥을 사다가 써야 하는 판이기에, 자칫 말썽이나 궂은일이 벌어집니다. 돈을 앞세우면서 밥에 장난을 치는 사람이 나타나거든요. 앞으로는 서울 한복판에서도 손수 풀꽃나무를 마주하는 마당이 늘어나야지 싶어요. 흙일이 살림입니다.


ㅅㄴㄹ


일이 끊기다·일줄이 끊기다·일끊기·일줄끊기·걸음멎이·걸음을 멈추다·걸음틈새·일멎이·일을 멈추다·일틈새 ← 경력단절


다치다·죽다·골치·골칫거리·말썽·말썽거리·짓·짓거리·나쁜일·날벼락·벼락·불벼락·일·사달·잘못·저지레·궂은일·갖은 일·갖가지 일·숱한 일·온갖 일·무슨 일·들이받다·치다·터지다 ← 사고(事故), 사건, 사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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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제삿날 지식 다다익선 37
이춘희 글, 김홍모 그림 / 비룡소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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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602


《할머니 제삿날》

 이춘희 글

 김흥모 그림

 비룡소

 2011.1.21.



  큰집에서 나고자란 터라 어릴 적에 ‘제사’랑 ‘차례’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지난날에는 어머니 홀로 집일을 맡아서 해야 했으니, 숱한 일거리에다가 ‘제사·차례’란 어마어마한 짐이었습니다. 작은집에서 가끔 일손을 거들기는 했으나 언제나 그날 느즈막이 와서 조금 손댈 뿐이에요. 닷새나 이레쯤 앞서 저자마실을 하고서 사나흘을 꼬박 제사차림이나 차례차림을 챙겨야 했습니다. 예전에는 버스를 타고 나가서 들고 왔으니 저자마실 심부름은 형하고 제 몫입니다. 그리고 바지런히 어머니 곁에서 거들지요. 제사이든 차례이든 그날을 앞두고 몹시 바쁘지만, 제사나 차례를 마친 뒤에 치울 일도 한가득입니다. 저는 그날 맛보는 약과 한 조각으로 시름을 달랬는데요, 어머니 못잖게 너무 지긋지긋했습니다. 《할머니 제삿날》은 오붓하게 제삿날을 챙기며 맞이하는 사람들을 보여줍니다. 잘 모르겠습니다만, 잔치처럼 온집안이 모여 함께 일하던 집도 틀림없이 드물게 있었겠지요. 그렇지만 제삿날은 이제 사라지면 좋겠습니다. 없애자고요. 뭘 챙기고 올리고 하는 짓은 멈추길 바랍니다. 하더라도 아주 단출히, 수수히, 모두 하나씩 마련해서 모여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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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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