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오늘말. 겉


겉으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속으로는 그렇게 여길 때가 있습니다. 겉모습은 멀쩡하지만 속으로 곪기도 해요. 마음에 흐르는 대로 바깥으로 나타나고, 생각으로 품은 대로 고스란히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모두 달라요. 탁 틔워서 둘레에서 다 알아보도록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면, 가만히 잠재우기에 남들이 못 알아보도록 조용히 흐르는 사람이 있어요. 문득 어떤 모습이 불거지더라도 놀랄 일이 아닙니다. 어떤 티가 나도 대수롭지 않아요. 이렇게 보이기에 몹쓸놈이지 않아요. 저렇게 나타나기에 미워할 까닭이 없습니다. 눈을 뜨고 보기 마련이지만, 겉눈에 앞서 마음눈을 열고서 바라보면 어떨까요. 속모습보다 겉모습에 얽매이기에 툭탁거릴는지 몰라요. 속보기 아닌 겉보기에 얽히니 자꾸 싸우거나 다툴는지 모르지요. 이쪽하고 저쪽은 다릅니다만, 우리 켠에 안 서는 저켠이라서 싫어하거나 꺼린다면, 멀리하거나 끔찍하게 여긴다면, 저기에서도 우리를 똑같이 바라보겠지요. 맞잡이가 되기보다는 길잡이가 되면 좋겠어요. 맞들이로 서기보다는 종이 한 자락도 함께 들면서 사이좋게 어우러지는 길이라면 좋겠습니다. 씨알은 겉눈이 아닌 속눈입니다.


겉·겉모습·겉보기·겉으로·바깥·밖·나라밖·둘레·언저리·다르다·남·얼핏·문득·나타나다·드러나다·불거지다·보이다·티나다 ← 대외, 대외적


놈·놈팡이·맞잡이·맞들이·몹쓸것·몹쓸놈·몹쓸녀석·밉다·싫다·꺼리다·멀리하다·끔찍하다·밉놈·밉것·저쪽·저켠·저곳·저기·붙다·맞붙다·맞서다·다투다·싸우다·겨루다·티격태격·툭탁거리다 ← 적(敵). 적군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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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오늘말. 호통


따진다고 되는 일이 있지만, 가만히 가기에 되는 일이 있습니다. 애써 나서야 이루는 일이 있다면, 맞붙지 않고 지켜볼 적에 시나브로 이루는 일이 있어요. 한판 다투지 않아도 되지만, 소매를 걷고 맞설 자리가 있습니다. 굳이 부딪히지 않아도 좋은데, 매듭을 지으려고 씩씩하게 나아가곤 합니다. 언제 끝내면 좋을까요? 어떻게 마무리하면 될까요? 가만히 다가가서 말을 붙입니다. 조용히 찾아가서 얘기를 합니다. 다그치지는 말아요. 으리렁대지도 말아요. 윽박을 지르면 어느 누구도 듣고 싶지 않아요. 저쪽이 잘못했구나 싶대서 호통만 한다면, 아무리 잘못한 저쪽이라 해도 버거울 뿐 아니라 골이 솔솔 피어나기 마련입니다. 몰아붙이면 오히려 사납게 나오지 않을까요? 누르려 하니 억눌리고 싶지 않은 마음입니다. 총칼로 짓누르는 이들도 나쁘지만, 무시무시한 말로 짓밟는 이들도 매한가지입니다. 걱정이나 근심은 내려놓아요. 서로 무섭게 굴지 말고 흔들지도 마요. 따사로운 해님이 온누리를 사랑으로 녹이고 달래어 풀듯, 포근한 눈빛과 손길과 말씨로 어깨동무를 하는 길로 나아가기를 바라요. 우리 하루는 아름다운 꿈으로 지을 적에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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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다·가다·나서다·맞붙다·붙다·맞서다·부딪히다·판가름·한판·다투다·싸우다·매듭짓다·맺다·끝내다·마무리·말하다·얘기하다·하다·해보다 ← 담판


으르다·으르렁·윽박·을러대다·호통·다그치다·딱딱거리다·흔들다·노리다·몰다·몰아붙이다·몰아세우다·걱정스럽다·근심스럽다·무섭다·두렵다·무시무시하다·사납다·나쁘다·안 좋다·누르다·억누르다·짓누르다·짓밟다 ← 위협, 위협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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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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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오늘말. 터전


곧 할 일이 있고, 그다음에 할 놀이가 있어요. 다음에 만날 사람이 있고, 다음날 맡은 자리가 있지요. 나중에 차지할 몫이 있고, 뒷날 누릴 길이 있습니다. 오늘 여기에서 바로 하기도 하지만, 앞날을 헤아려 느긋이 지켜보기도 합니다. 머잖아 이루리라 여겨 차분하지요. 모레에 마무리할 생각으로 차곡차곡 여밉니다. 서두르지 않습니다. 이다음에 해도 넉넉해요. 이제부터 해도 즐겁습니다. 오늘날 둘레를 보면 온통 먹이사슬입니다만, 이 먹이길을 치우면 어떨까요? 앞길을 가로막거든요. 서로 살림길을 돌보면서 삶꽃을 피우는 하루라면 좋겠어요. 삶멋을 키우고 어디에나 숲이 우거지는 터전을 이루면 반갑습니다. 우리 푸른별을 생각해 봐요. 바깥에서 보면 숲빛이라지요. 숲길을 걷는 마음으로 다같이 물결을 이뤄요. 숲결을 품으면서 들불이 되어 봐요. 어느 자리여도 좋습니다. 어느 켠이어도 됩니다. 꼭 무리를 지어야 하지는 않아요. 사람이란, 사랑하는 살림인 숨결이라고 생각해요. 삶자리 복판에는, 그러니까 삶터 가운데에는 늘 사랑이 흐르면 좋겠어요. 어제도 오늘도 모레도 한결같이 어깨동무하는 길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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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그다음·다음·다음날·나중·뒷길·뒷날·앞길·앞날·앞삶·머잖아·모레·새날·이다음·이제·하제 ← 후일(後日)


먹이사슬·먹이길·먹이고개·살림·살림길·-살이·삶·삶길·삶꽃·삶멋·삶자락·삶자리·삶터·숲·숲결·숲길·숲빛·숲살림·숲터·터·터전·푸른별 ← 생태계


줄·무리·떼·모임·사람·더미·덩어리·가운데·물결·바다·들불·흐름·자리·판·쪽·켠 ← 대열, 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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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쓰기 - 김훈 산문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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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60


《김훈 世說》

 김훈

 생각의나무

 2002.3.8.



  《김훈 世說》(김훈, 생각의나무, 2002)은 글님이 한겨레신문에 글을 싣는 ‘여느 글일꾼(기자)’으로 일하던 무렵 쓴 글을 묶습니다. 저는 스무 살이란 나이부터 여러 해를 한겨레신문을 나르는 일꾼으로 지냈습니다만, ‘기자가 아닌 신문배달원’한테 ‘왜 한겨레신문이 자꾸 이 따위로 뒷걸음이냐’고 따지는 읽새(독자)들 짜증을 더는 받기 싫기도 하고, 저 스스로 이 새뜸이 담는 글이 영 못마땅해서 일찌감치 끊었습니다. 그래서 김훈 님이 한겨레에 실은 글을 본 적은 없습니다.


  얼추 스무 해가 흐르고 나서야, 또 ‘생각의나무’가 ‘베스트셀러 사재기’를 비롯해 ‘덤핑책 팔기’로 책마을을 잔뜩 흐리고서 어느새 사라진 지 한참이 된 이즈음에야, 그 ‘생각의나무’에서 책을 참 많이 내놓은 김훈 님 글을 읽어 보았습니다.


  다른 출판사로 옮겨서 낸 책하고 견준다면, 비록 예전 출판사가 사재기랑 싸게팔기로 물을 잔뜩 흐리기는 했어도, 지난날 글결이 한결 힘이 있구나 싶습니다. 다만 이 글결에서 스스로 거듭나려는 길을 얼마나 걸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몸으로 부딪히는 살림은 썩 드러나지 않거든요. ‘사회를 읽는 눈’이 깊거나 매섭더라도 ‘살림을 하는 손’이 없다면, 모든 글은 허울로 그친다고 느껴요.


  살림하는 손으로 쓰는 글이 아닐 적에는 자꾸 멋을 부리거나 겉치레를 하려고 든다고 느낍니다. 왜 글을 쓰는 숱한 분들은 삶이며 살림하고 등지려 할까요? 왜 살림하는 그 투박하게 빛나는 손으로 투박하게 글을 쓸 엄두를 안 낼까요?


  글쟁이 김훈 님은 ‘허울이 아닌 속알’을 담아내도록 ‘맨몸으로 부딪히는 모습’을 한겨레신문 젊은 글일꾼한테 보여주었다고 느낍니다만, 여기까지였어요. 이다음은 좀처럼 안 보입니다. 아기를 돌보고, 씨앗을 품고, 구름하고 별빛하고 풀꽃나무를 곁에 두도록 살림자리를 가꾸어 본다면, 그때에는 글쟁이 아닌 살림벗이란 이름으로 김훈이란 사람을 다시 만나겠거니 생각해 봅니다. 부디 붓을 좀 내려놓아 보시기를.


ㅅㄴㄹ


너는 재미도 없고 신명이 날 리도 없는 국어·영어·수학에 주눅들려 노예만도 못한 고등학교 시절과 재수 시절을 거쳐서 겨우 대학에 들어갔다. (15쪽)


그 후 빈익빈 부익부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화되었고 재벌의 몸집은 오히려 비대해졌다. 고통은 전담되었다. 정부는 이제 고통분담을 말하지 않고 자유시장이 고통과 행복을 분담시켜 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35쪽)


“국민이 심판할 것이다”는 협박은 이른바 국민을 민주주의의 주체로서 존중하는 척하면서 바보로 만들어가고 있다. 바벨탑을 쌓던 시절처럼 언어는 무너져내리고 있다. 언어가 무너지면 그 사회의 모든 구조물들이 무너져내린다. (74쪽)


동강댐 건설에 관해서 대통령의 입장은 중립적이라지만, 대통령의 부하들은 아니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밀어붙여 왔다. (114∼115쪽)


빠른 속도는 출발점과 도착점 사이의 과정을 챙기지 않는다. 속도의 꿈은 길을 버리고, 오직 시간 속을 달려가는 것이다. (1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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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이진송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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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59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이진송

 다산책방

 2019.10.22.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이진송, 다산책방, 2019)를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늘날 서울사람 살림길을 곰곰이 돌아봅니다. 저도 한때 서울에서 아홉 해를 살기는 했습니다만, 그때나 오늘이나 딱히 ‘운동’은 하지 않습니다. 몸은 쓰되 ‘운동’이란 이름으로 뭘 한 적은 아예 없습니다.


  겨울에는 겨울대로 제 얇은 옷차림을 보면서 묻고, 여름에는 여름대로 제 허벅지랑 팔뚝을 보면서 묻는 사람이 많습니다. “무슨 운동 하셔요?” “저는 운동 안 합니다.” “운동 안 하는 사람 허벅지나 팔뚝이 아닌데요?” “아기가 오지 않았을 적에는 두 다리로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서 책을 장만해서 집까지 나르며 읽었어요. 아기가 온 뒤에는 아기를 안고 업고 천기저귀에 온갖 살림을 짊어지고 다녔어요. 아기가 자라 어린이가 되는 동안 아이들하고 늘 같이 걷고 자전거를 나란히 달리며 살았어요. 그리고 천기저귀는 언제나 손빨래를 했고, 이불도 손으로 빨았어요.”


  날마다 책을 이십 킬로그램쯤 장만해서 책집에서 집까지 두 시간쯤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서 나르다 보면 허벅지하고 팔뚝은 저절로 굵습니다. 날마다 아기를 업거나 안으면서 토닥이고 달래다가, 아기가 잠들면 신나게 기저귀랑 이불을 빨아서 널고 말리고 집안일을 하노라면, 우리 허벅지하고 팔뚝은 단단히 영급니다.


  다만, 책을 썩 즐기지 않고, 아기를 낳아서 돌보지 않는다면, 저처럼 ‘운동을 안 하면서도 굵은 허벅지랑 팔뚝’을 건사하기는 어려우리라 봅니다. 그러나 굳이 돈을 들여서 몸을 쓰진 않아도 돼요. 집하고 일터 사이를 그저 걸어 봐요. 적어도 하루에 두 시간쯤 걸어다녀요. 또는 적어도 하루에 두 시간쯤 자전거를 타 봐요. 그러면 넉넉해요.


  스스로 걷다 보면 마을을 새롭게 읽으면서 수수한 이웃을 사귈 만해요. 스스로 걷기에 바람을 읽으면서 하늘을 사랑하는 마음이 돼요. 스스로 자전거를 날마다 두 시간쯤 타면 ‘값비싼 자전거’가 아니라 ‘우리 몸에 어울릴 뿐 아니라 적어도 쉰 해쯤 튼튼히 달릴 제대로 된 자전거’를 몸이 느낄 만해요.


  둘레에서 어떻게 쳐다보든 아랑곳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사내는 이래야 하거나 가시내는 저래야 한다는, 모든 눈길은 집어치워 보자고요. 자가용은 몰지 말자고요. 우리한테는 팔다리가 있어요. 이 팔다리를 여느 살림자리에서 마음껏 놀려 봐요. 손수 저자마실을 하고, 손수 밥을 차리고, 손수 집안을 치우고, 손수 빨래를 하고, 손수 마을책집으로 찾아가서 책을 장만하여 집까지 이고 지고 나르면서 읽노라면, 우리 몸은 어느새 숲을 닮은 빛나는 숨결이 되리라 생각해요.


ㅅㄴㄹ


나는 성격이 급해서 자주 호흡을 무시하고 동작을 따라가는 데에만 급급했다. (30쪽)


사회가 딸에게 부과하는 의무에 ‘뚱뚱하지 않을 것, 예쁠 것’이 포함된다는 사실은 기괴하고 명백하다. 이 의무는 애교 같은 감정노동과 짝을 이룬다. (77쪽)


이제 나는 운동 시간을 확보하려고 기꺼이 여러 가지를 포기한다. 서른 살 이전, 영양가 없고 의무뿐이던 인간관계를 정리하면서 나의 생활은 아주 간결해졌다. (107쪽)


가냘프고 ‘여리여리’해서 ‘여자여자’한 여자만이 사랑받는다는 메시지를, 미디어와 사회 문화 전반이 주입한다. (133쪽)


자기 몸을 바꿔야 될 대상으ㅗ 보면 자꾸 엉뚱한 옷을 사게 되는데, 지금 나에게 맞고 편하고 좋은 옷을 찾게 되었다는 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2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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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비추천도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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