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카몬 13
요시노 사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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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가고 싶은 길을 찾았으면



《바라카몬 13》

 요시노 사츠키

 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16.6.30.



  《바라카몬 13》(요시노 사츠키/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16)을 펴면, 붓잡이라는 길을 어떻게 가고 싶은가를 헤아리는 하루가 흐릅니다. 붓잡이를 하느냐 마느냐가 아닌, 어떤 붓잡이로 살아가느냐 하는 갈림길에서 ‘어디에서 살며’ 붓잡이라는 자리에 서느냐까지 생각하는 삶이 드러납니다.


  그래요, 붓은 어디에서나 쥘 만합니다. 서울에서도 시골에서도 쥐면 돼요. 더구나 서울에서 붓을 쥐는 사람은 수두룩합니다. 숱한 이웃 붓잡이하고 부딪히거나 마주하면서 붓길을 가도 나쁘지 않고, 고요히 숲이며 바다이며 마을이며 아이들을 마주하면서 붓길을 가도 즐겁습니다.


  더 나은 길이란 없어요. 글은 어디에서나 글입니다. 얼핏 본다면 서울 한복판에 일감이 훨씬 많아 보일 텐데, 일감이 훨씬 많은 서울 한복판인 만큼 하늘바라기를 할 틈이라든지, 아이들하고 뒤섞이면서 느긋이 노래할 겨를은 없기 마련입니다. 서울에서 일하는 사람치고 아이를 곁에 두면서 일손을 잡는 사람은 아주 없다시피 합니다.


  이와 달리 일감이 적더라도 스스로 시골살이나 숲살이를 한다면, 벌이는 낮아도 하늘바라기나 숲바라기를 할 틈이 넉넉할 뿐 아니라, 아이들하고 신나게 뒤섞이면서 하루를 노래할 만하지요. 이런 두 갈랫길 가운데 어느 쪽이 낫거나 좋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저 한 가지는 헤아리면 좋겠어요. 오늘 ‘어른’이란 몸을 입은 채 살아가더라도, 모든 어른은 처음에 ‘아이’였습니다. 아이라는 살림과 숨결을 사랑으로 바라보면서 품지 않는다면, 어떤 ‘어른 일거리·돈벌이’라도 좀 덧없지 않을까요?


  아이들은 돈을 더 바랄까요, 같이 노는 손길을 마음 깊이 바랄까요? 아이들은 자가용에 태워서 나들이를 다니기를 바랄까요, 서로 손을 잡고 들꽃도 보고 바람도 쐬고 구름바라기도 하는 마실을 바랄까요?


  가고 싶은 길을 찾았으면 노래하면서 갈 노릇입니다. 가고 싶은 길을 찾았기에 춤추면서 가면 됩니다. 가고 싶은 길에 섰으니 이제부터 활짝 웃고 날개를 펴면서 새롭게 사랑을 길어올리면 돼요.


ㅅㄴㄹ


“서예가로선 좋은 실력을 가졌지만, 난 너 안 좋아해. 아무리 좋은 작품을 내도, 결국 사람은 사람한테 돈을 내는 거야.” (8쪽)


“널 돋보이게 해주는 프로가 있다는 걸 모쪼록 잊지 마.” (43쪽)


“그 글씨가 훌륭하다고 보나?” “네. 너무나.” “그럼 자네의 천장은 거기야.” (141쪽)


“난 딱히 겸손을 부리며 하는 말이 아닐세. 글러먹은 글씨는 글러먹은 거야.” (142쪽)


“한다 씨는 혼자 있을 때는 한다 씨인데, 나루랑 같이 있으면 한다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싶어져요.” (176쪽)


“한다 선생님은 그냥 한다 선생님이야. 그 외엔 떠오르지 않아.” (1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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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ばらかもん #ヨシノサツ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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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카몬 10
요시노 사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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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책으로 삶읽기 663


《바라카몬 10》

 요시노 사츠키

 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15.4.30.



《바라카몬 10》(요시노 사츠키/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15)을 펴면, 아이하고 어버이 사이에서 흐르는 마음이 어떻게 만나서 불꽃이 되는가를 가볍게 짚는다. 어버이는 아이가 새길을 트기를 바라면서도 품어 주고 싶다. 아이는 포근하게 안기면 걱정이 없는 줄 알지만, 애써 가시밭길을 나아가고 싶다. 포근한 자리에서는 포근한 숨결을 배우고, 가시밭길에서는 스스로 짓는 살림을 배운다. 둘 다 배우기 마련이다. 가시밭길만 걸으면서 새로짓는 삶이 나쁠 까닭이 없다. 다만 애써 쌓은 보람을 포근히 나눌 줄 아는 품이 없다면 팍팍하겠지. 포근한 자리에서 나누는 손길을 펴도 좋다. 그러나 스스로 지을 줄 모르면서 나누기만 한다면 어딘가 빈 껍데기가 되겠지.



“아버지는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지 않는 만큼 서예로 표현하고 계신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글씨를 쓸 수 있는 거고.” (21쪽)


“모든 글씨에는 마음이 담겨 있단다. 아무 생각도 없이 쓴 문자에는 멍∼한 마음이 나타나고, 기합을 넣으면 힘찬 느낌이 나타나지. 강한 마음이 담긴 글씨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이야.” (155쪽)


“그 누구보다 노력할 줄 아는 아이였어. 네 글씨는 절대 시시한 글씨가 아니다. 내 가르침에 진지하게 매진해 온 순수한 글씨야.” (171쪽)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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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17.


《숲 속 오두막》

 가브리엘 벵상 글·그림/햇살과나무꾼 옮김, 황금여우, 2015.1.25.



뽕나무 잎눈을 쓰다듬는다. 어제 맞은 잎샘바람을 새롭게 돌아본다. 잎샘바람은 얼핏 보면 ‘잎을 시샘하는 바람’이라지만, 이보다는 ‘잎이 샘처럼 솟도록 간질이는 바람’이라고 해야 어울리지 싶다. 큰고장에서 살 적에는 둘레에 흐드러진 풀꽃나무를 그리 눈여겨보지 않아서 잘 몰랐지만, 시골 보금자리에서 언제나 풀꽃나무를 들여다보노라니 ‘이 잎샘바람이 불고 나서야 비로소 잎눈이 벌어지네’ 싶더라. 꽃샘바람이 불면서 꽃눈이 트고. 봄을 샘내는 바람이라기보다, 봄이 샘솟도록 북돋우는 바람이랄까. 《숲 속 오두막》은 어네스트 아저씨하고 셀레스틴 어린이가 얼마나 듬직하면서 사랑스럽게 살림을 가꾸는가를 부드러이 들려준다. 둘한테 사랑이란 그저 사랑이다. 둘한테 마음이란 오롯이 마음이다. 겉바르지 않는다. 덧입히지 않는다. 수수하게 하루를 노래하는 마음으로 서로 아낄 뿐 아니라, 이웃을 마주하고, 동무를 사귈 줄 안다. 숲에 마련한 오두막에 살그머니 깃든 사람을 따스히 바라보며 품을 줄 알기에, 어버이자 어른으로서 아이를 토닥일 테고, 아이로서 어버이랑 어른을 다독이겠지. 잎샘바람이 불고 잦아든다. 꽃샘바람이 피어나고 수그러든다. 나날이 해가 높이 솟는다. 새벽이 일찍 찾아오고 밤이 짧아진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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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16.


《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

 박지웅 글, 마음의숲, 2020.11.9.



작은아이를 샛자전거에 태워 달리면서 잎샘바람을 느낀다. 며칠 앞서는 온몸이 꽁꽁 얼어붙는 센바람이라면, 오늘은 그때 못잖은 센바람이지만 몸이 얼어붙지는 않는다. 바람결이 달라지면서 찬결도 달라지네. 그래도 바람이 세니 다리심이 많이 든다. 문득 바람이 속삭이는 소리가 스민다. “오늘은 잎샘바람이야.” “응? 잎샘바람?” “그래? 해마다 쐬잖니?” “어, 아직 1월인데.” “해마다 겨울이 일찍 저무는 줄 모르니?” “그래, 그렇더라도 좀 이르네. 지난해에 대도 벌써 잎샘바람이로구나.” “그나저나 왜 ‘잎샘’이라고 생각하니?” “어어, 잎을 시샘하는 바람 아닌가?” “핏. 더 생각해 봐.” 《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는 노래 한 자락에 오늘 하루를 담아내는 길에 문득 길어올린 이야기를 편다. 책이름처럼 고양이밥을 주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루에 곁을 두자는 이야기요, 마음에 틈을 두자는 재잘거림이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속살거리는 바람하고 이야기를 하려면 느긋해야지. 풀꽃하고 수다를 떨려면 차분해야지. 곁을 둘 수 있기에 느긋하게 노래할 수 있다. 틈을 두기에 차분하게 생각을 지필 만하다. 서둘러서 갈 적에는 바람이며 풀꽃하고뿐 아니라, 아이나 이웃이나 동무하고도 눈을 못 맞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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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한뼘은 씨앗 한 톨 (2020.12.22.)

― 서울 〈한뼘책방〉



  온누리 모든 아이들은 사랑받으려고 태어납니다. 온누리 모든 어른은 사랑하려고 짝을 맺고 동무를 사귀고 이웃으로 지냅니다. 온누리 모든 풀꽃나무는 푸르게 우거지는 숲을 사랑하려는 숨결이지 싶습니다. 온누리 모든 책은 이 삶을 슬기롭게 사랑하는 상냥하면서 싱그러운 빛을 품고 태어나지 싶습니다.


  서울 한켠에 한뼘으로 싹을 틔운 〈한뼘책방〉은 헌책집이면서 책을 펴내는 터전이었습니다. 2020년 12월 22일을 끝으로 책집살림은 접기로 했습니다만, 서울이라는 고장 한켠에서 한뼘만 한 숲으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한뼘만 한 이야기로 살아가리라 생각합니다.


  모든 책집은 처음에는 아주 작았습니다. 아니, 처음에는 책집조차 없어요. 삶을 생각으로 갈무리해서 글로 여민 작은 사람 몇몇이 종이에 이야기를 얹어서 나눈 조그마한 손길이 어느덧 퍼지고 자라면서 책집이란 자리로 피어났지 싶습니다. 즐거이 나누며 새로 꽃피우는 생각을 담은 책이 차츰 늘면서 책집도 어느새 책시렁을 늘리고, 나중에는 자리를 키워야 했어요.


  책숲(도서관)도 처음부터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웃 일본이 총칼로 쳐들어오면서 처음 선 책숲인데, 곳곳에 책집이 늘고 책사랑이 뿌리내리면서 비로소 태어나는 책숲입니다.


  마을에서는 큰책집이어야 하지 않습니다. 마을에서는 큰가게여야 하지 않아요. 이 마을에서 사뿐사뿐 찾아가고 저 마을에서 산들산들 찾아옵니다. 알맞게 추리고 솎은 책으로 마음에 빛살을 담는 이곳에서는 조용히 몇 걸음을 떼면서 책내음을 맡습니다. 아늑히 쉬면서 한 쪽 두 쪽 넘기는 이곳에서는 햇살 한 조각을 함께 나누는 골목이웃 같은 마음으로 여러 갈래 이야기를 넌지시 맞아들이면서 꿈꿉니다.


  돌림앓이가 들끓는다지만 아침나절에 짐을 꾸립니다. 집안일을 얼른 마치고서 아이들한테 하루짓기 즐거이 하라고 얘기하고는 성큼성큼 이웃마을로 걸어가서 읍내로 가는 시골버스를, 이윽고 순천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그리고 서울로 가는 빠른기차를, 서울에서는 전철로 구비구비 돌고서 잿빛집 사이를 달려서 〈한뼘책방〉에 닿습니다. 마지막날 마감을 한 시간 남긴 어두운 저녁에 닿았습니다. 책집 앞에서 숨을 고릅니다. 이 한뼘이 한살림을 이룬 손자취랑 발자국을 헤아립니다.


  온나라에 돌림앓이 얘기가 판칩니다만, 이제는 돌림사랑과 돌림읽기와 돌림나눔과 돌림밭으로 이야기 꼭지를 틀면 좋겠어요. 이 별은 사랑으로 돌아가는 터전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비는 아주 작지만 더없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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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르스나르의 구두》(스가 아쓰코/송태욱 옮김, 한뼘책방, 2020)

《서점, 시작했습니다》(쓰지야마 요시오/송태욱 옮김, 한뼘책방, 2018.11.10.)

《서울에서 보낸 3주일》(장정일, 청하, 1988.8.30.)

《庶民韓國史》(이규태, 샘터사, 1973.4.1.)

《ふるさと60年》(道浦母都子 글·金斗鉉 그림, 福音館書店, 2012.2.20.)

《우리 말과 헌책방 4》(최종규 글·사진, 그물코, 2007.12.10.)

《行ってみたいな こんな國 1∼5》(東 菜奈 글·그림, 岩崎書店, 1999.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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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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