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릴적에 1
위기철 지음, 이희재 그림 / 게나소나(G&S) / 2000년 9월
평점 :
절판


숲노래 만화책

만화책시렁 329


《나 어릴 적에 1》

 위기철 글

 이희재 그림

 GenaSona

 2000.9.25.



  아홉 살을 살아가는 아이는 이무렵 무엇을 어떻게 바라볼까요? 아주 마땅히 아홉 살다이 바라보되, 한집을 이룬 사람하고 어우러지는 숨결을 받아들인 아홉 살입니다. 아홉 살에 벌써 철들고 만 아이가 있고, 아홉 살에 마음껏 뛰노는 아이가 있으며, 아홉 살에 웃음빛을 싹 잊거나 잃은 아이가 있습니다. 우리가 아홉 살을 훌쩍 넘은 나이라면 곰곰이 생각하면 좋겠어요. 아홉 살 아이는 어떤 나날을 누려서 앞으로 열 살을 맞이할 적에 즐겁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러울까요? ‘어린배움터 두걸음(초등학교 2학년)’에서 세걸음으로 가는 길목이 아닌, ‘아홉에서 열이란 나이를 흐르는 하루’로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나 어릴 적에 1》는 바로 아홉에서 열이란 나이로 흐르는 삶길을 들려줍니다. 또는 ‘어린이’란 이름으로 보낸 삶자국을 보여줍니다. 2020년이 아닌 1960년이나 1970년일 수 있습니다. 사뭇 다른 때이니 꽤 다른 살림이요 하루일 만하지만, 아무리 해가 흘러도 어린이는 ‘어린이다운 마음’으로는 매한가지입니다. 어린이는 무엇을 배울 적에 활짝 웃는가를 돌아보기를 바라요. 어른은 무엇을 가르칠 적에 마음 깊이 사랑이 샘솟는가를 헤아리기를 바라요. 오직 이 두 가지예요. 아이랑 어른 사이는 사랑으로 맺어야 할 뿐입니다.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이 낡아빠진 궁궐에서 담벼락 모퉁이에 놓여진 작은 토끼장은 아홉 살 여민이에게 작은 희망이었다. (19쪽)


“그런데 엄마를 놀렸단 말이야. 그 자식이 엄마를 비웃으며 엉망으로 만들었어. 두고 봐 엄마! 누구든지 우리 엄마를 놀리는 녀석은 가만두지 않을 테야. 우리 엄마를 애꾸라고 놀리는 사람은 용서하지 않을 테야.” (65쪽)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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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야키 자매의 사계절 2
오오츠키 이치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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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숲노래 만화책

만화책시렁 333


《케야키 자매의 사계절 2》

 오오츠키 이치카

 나민형 옮김

 대원씨아이

 2021.2.15.



  길든 버릇을 고치려면 그동안 머문 곳을 스스로 털고 나와야 합니다. 좋든 싫든 그곳에 그동안 머물렀기에 길이 듭니다. 시키는 대로 따르던 그곳을 떠나, 스스로 하루를 짓는 새터로 갈 노릇입니다. 남이 이끄는 대로 따라왔으니 아무것도 몰랐다고 말할는지 몰라요. 누가 다 해주었다면 아무래도 스스로 배운 삶이 아닐 테니 온통 모름투성이일 테지요. 몰라서 잘못했다기보다, 모르는 채 보내는 하루란 아무런 삶이 되지 않아요. 남이 말하는 대로 하기에 바보스런 굴레에 스스로 갇힌다면, 스스로 생각하는 대로 하기에 홀가분한 노래로 거듭납니다. 《케야키 자매의 사계절 2》을 펴면 케야키네 네 사람이 네 가지 삶으로 나옵니다. 네 사람은 한집을 이루는 사이입니다만, 겉차림도 속생각도 다 달라요. 다 다른 넷은 고분고분할 뜻이 없습니다. 저마다 다른 마음결을 고이 헤아리면서 스스로 하루를 누리고 싶습니다. 이래야 하거나 저래야 한다는 틀이 아닌, 스스로 오늘 이곳을 짓는 길을 생각합니다. 이리하여 케야키 네는 늘 왁자지껄해요. 북적북적 이야기가 넘칩니다. 두 어버이가 일찍 떠났대서 처져야 하지 않습니다. 노래를 사랑하기에 노래하고, 웃음을 그리기에 웃습니다. 이때에는 둘레에 시나브로 사랑꽃을 퍼뜨립니다.



“친구가 많네. 몇 명째야?” “태어났을 때부터 계속 살았는걸. 마을사람들은 대부분 다 알아.” (72쪽)


“아뇨, 단순히 또래 애들과 어울리질 못하는 것 같아요.” “이즈미가? 그건 또 왜?” “‘또래 애들은 연애 아니면 남친 얘기밖에 안 한단 말야!’라고 하더라고요.” (174∼175쪽)


“하지만 감사하고 있어요.” “응?” “감사드린다고요. 여동생을 3명이나 남겨주셨으니까요.” “힘든 게 아니라?” “네.” (181쪽)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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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빵 7
토리노 난코 지음, 이혁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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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사람 곁에서 이웃이요 동무



《토리빵 7》

 토리노 난코

 이혁진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12.2.25.



  《토리빵 7》(토리노 난코/이혁진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12)을 되읽고 다시 읽다가 생각합니다. 한때나마 이 그림꽃책이 우리말로 나왔으니 고맙게 생각하고, 이제는 일본책을 장만할 때로구나 하고. 우리말로는 일곱걸음에서 멈추었으나, 일본에서는 2020년까지 스물일곱걸음이 나왔습니다. 《토리빵》을 그린 분은 어머니하고 둘이 살면서 새랑 이웃하고 동무하는 나날을 누리면서 그림꽃을 빚어요. 때때로 노래(시)를 쓰는데, 새랑 풀꽃나무랑 숲이랑 바람이랑 하늘이랑 냇물이 어우러지는 하루를 누리다가 문득 흘러나오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그림꽃님은 대단하거나 놀랍거나 드문 새를 그리거나 지켜보지는 않습니다. 곁에서 마주하는 새를 날마다 바라보면서 반깁니다. 이 새도 좋고 저 새도 좋아요. 철새도 좋고 텃새도 좋습니다. 어느덧 텃새처럼 구는 철새도 좋고, 새가 내려앉는 나무도 좋으며, 온누리를 소복히 덮는 눈도 좋습니다. 비가 오면 비가 오니 좋고,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불어 좋다지요. 어느 때는 어머니 몰래 집에서 사마귀를 키워서 사마귀알을 집 한켠에 건사하기도 했답니다.


  늘 마주하고 좋아할 뿐 아니라, 오롯이 사랑하는구나 싶은 보드라운 눈빛으로 이웃하고 동무하는 새이기에, 《토리빵》에 나오는 숱한 새는 사람하고 똑같이 살가운 숨결로 나옵니다. 아무렴, 새라고 하는 숨결은 늘 사람 곁에서 지내요. 하늘하고 땅 사이에 반짝반짝 빛나면서 날갯짓을 하는 이 새란, 바람을 읽고 들을 알며 풀꽃을 노래하는 삶을 사람한테 들려준다고 느낍니다.


  우리가 부르는 모든 노래는 새하고 풀벌레하고 바람한테서 비롯하지 않았을까요? 우리가 짓는 모든 가락은 새랑 풀벌레랑 바람이 처음 짓지 않았을까요? 여기에 개구리가 찾아들고, 매미도 날아옵니다. 벌나비도 살며시 끼고, 고래에 지렁이까지 어우러지는 노래판이 되어요.


  그저 곁에 있으면 됩니다. 한마을을 이루는 사이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바다를 가르며 노니는 뭇숨결이 ‘고기’이기만 하지 않듯, 하늘을 나는 새는 사람한테 고기밥(이를테면 닭고기나 오리고기나 메추리알)이기만 하지 않습니다. 새가 제 삶터를 잃으면, 사람이 사는 터전이 나란히 망가지지 싶습니다. 새가 짓는 집인 ‘보금자리·둥지’라는 낱말은, 사람이 아늑하게 가꾸어 누리어 아이를 낳아 돌보는 곳을 빗대는 이름입니다. 새를 새답게 아낄 줄 아는 손길을 지핀다면, 사람을 사람답게 아끼리라 생각해요. 새를 한낱 고기먹이나 구경거리로 본다면, 사람은 사람다운 빛을 바로 잃어버린다고 느낍니다.


ㅅㄴㄹ


푸근한 밤공기 냄새를 맡고 싶어서 5월에는 창문을 조금 열어두고 잔다. 멀리서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자는 게 좋았다. 하지만 우리 집에서 반경 8km 이내에는 선로가 없고, 낮에는 열차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 5월의 밤만이 그렇게 조용한 것일까. (3쪽)


무궁화에 부용. 그리고 접시꽃. 희미하고 서늘한 새벽의 냄새가 나는 여름날 아침의 꽃을 보자. (12쪽)


하지만 이 잎을 먹은 벌레는 아마도 이미 이 세상엔 없겠지. 한입에 꿀꺽 삼키는 녀석도 통째로 갉아먹는 녀석도, 알고 있기에 서두르는 거다. 열매 맺는 계절이 도착점이 아니라 시작점에 불과하다는 것을. (32쪽)


이윽고 잎이 떨어지고 서리가 내리면, 투명한 열매가 살짝 얼어붙는다. 아침 햇살 비치는 말라붙은 들판에 반짝반짝, 보는 이도 없이 그저 붉게 빛난다. (56쪽)


11월의 따뜻하고 바람 세게 불던 날, 마지막 낙엽이 지고, 대기는 건조하고 달콤한 향기로 가득 찼다. 그것은 무수히 많은 평온한 죽음의 향기. (72쪽)


그렇다곤 해도, 뱀은 아마 도로를 이해하고 있을 거다. 이것은 일종의 흐름이다. 좋아서 강물에 떠내려가는 뱀이나, 바람을 거스르는 새가 없는 것처럼, 그들에겐 그들만의 지도가 있다. (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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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とりぱん #とりの なん子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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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말꽃 짓는 책숲 2021.1.17. 손모아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시골에서는 늘 기다립니다. 시골버스가 언제 오려나 기다리고, 봄이 언제 오고 여름 가을 겨울이 언제 오나 하고 기다립니다. 꽃이 필 날을 기다리고, 풀잎이 짙게 물들 날을 기다립니다. 비가 오기를 기다리다가, 비가 멎기를 기다립니다. 여러모로 기다리는 삶인데, 〈책숲 1〉를 맡기고서 열흘 남짓 기다린 끝에 받았고, 두 아이 손길을 모아서 글자루에 담아 띄웠습니다. 2021년 새해에 ‘]마을책집 두달책(격월간지)’을 내면 좋겠다고 여겨 나라에 손길을 내밀어 보았으나 쓴물을 삼켰습니다. 쓴물을 삼킨 이야기는 따로 글로 적고 곁들여 스물한 곳 마을책집으로 띄웠습니다. 오늘 이루며 하는 일이 있을 테고, 다음에 새롭게 여미어 하는 일이 있습니다. 어느 일이든 어느 때이든 즐거이 바라보면서 하면 넉넉하지 싶어요. 손모아서 합니다. 차근차근 합니다.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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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20.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이진송 글, 다산책방, 2019.10.22.



초피눈을 바라본다. 자그마한 잎눈이며 꽃눈이 곱구나. 잎눈하고 꽃눈은 다르다. 얼핏 보면 그 눈이 그 눈 같을는지 모르나, 여러 해를 두고서, 또 열 해나 스무 해를 두고서, 늘 곁에 두노라면 모든 겨울눈을 새롭게 벗삼으면서 지낼 만하다. 앵두나무한테 가서 앵두나무 겨울눈을 들여다보고 쓰다듬는다. 모과나무한테 가서 모과나무 겨울눈도 바라보고 살살 간질인다. 나무마다 겨울눈이 무럭무럭 큰다. 잎샘바람을 마시면서 씩씩하게 기지개를 켜려 한다.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를 장만해 놓고 한 해 가까이 책꽂이에 모셔 놓기만 하다가 뒤늦게 읽었다. 큰고장이나 서울에서 달삯일꾼으로 지내는 삶에서 이만큼 애써서 몸을 돌보려는 이야기는 알뜰하지 싶으면서도 여러모로 아쉽다. 몸쓰기(운동)는 굳이 집 바깥으로 나가서 뭘 해보아야 되지는 않으니까. 집안일로도 얼마든지 몸쓰기가 된다. 이불 한 채를 빨아 보라. 그야말로 온몸쓰기이다. 이불을 밟아서 빨다가 찌든때는 손으로 복복 비비고, 마지막으로 물짜기를 온몸을 써서 해보라. 깔깔깔 노래가 나오면서 등허리를 토닥여야 하는데, 다 마치고 마당에 널면 얼마나 개운한지! 아이를 업고 안으며 마실을 다녀도 멋진 몸쓰기이다. 이런 수수한 몸쓰기부터 하면 어떨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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