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우리 걸음은 사뿐히 (2019.4.19.)

― 순천 〈책방 심다〉



  우리는 늘 두 가지 말을 쓴다고 느낍니다. 첫째는, 스스로 짓는 하루를 담아내는 말입니다. 둘째는, 아직 스스로 짓거나 가꾸거나 나아가지 못하더라도 이제부터 스스로 짓거나 가꾸거나 나아가고 싶은 하루를 담아내는 말입니다.


  하는 사람하고 해보는 사람이 있어요. ‘하는’ 사람은 잘하건 못하건 하루를 짓는 결입니다. ‘해보는’ 사람은 아직 못하지만 하루를 짓고픈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결입니다.


  땅이 드넓어 나무도 심고 집도 짓고 너른터를 두고 손님집까지 따로 마련하고 못도 파고 이모저모 할 만합니다. 그러나 땅 한 뙈기조차 없기에 이도저도 못한다 싶으나, 앞으로 우리 땅을 누릴 적에 무엇을 하겠노라 꿈을 그려 볼 수 있어요. 꼭 오늘 모두 해내거나 해냈기에 ‘하는’ 일만 말로 얹지 않아요. 여태 해낸 적이 없더라도 앞으로 ‘하’고 싶기에 ‘해보는’ 마음을 말에 얹을 만합니다.


  작은아이하고 손잡고 〈책방 심다〉를 찾아갑니다. 큰아이하고도 손잡고 책집마실을 누리고 싶은데, 큰아이는 집에서 어머니 곁에 머물며 살림순이 노릇을 하겠노라 합니다. 그래, 그러한 길도 아름답고 즐겁겠지.


  사뿐사뿐 걷습니다. 걸으면서 바람을 마십니다. 천천히 걷습니다. 바빠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저는 이쪽에서 저쪽 사이를 금으로 죽 긋고서 가로지를 마음이 아닙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가는 길을 두루 누리면서 느긋하게 하루를 누리고 싶습니다. 우리한테는 마음이 있으니 아무리 멀리 떨어졌어도 늘 만나요. 우리한테는 몸이 있으니 멀고먼 그곳까지 천천히 에돌면서 찬찬히 나아갑니다.


  스스로 빛나는 숨결인 줄 마음으로 깨닫고 배운다면, 스스로 빛나는 숨결이 되도록 몸을 다스리고 달래며 토닥이지 싶습니다. 아이하고 손잡고서 시골버스에 시외버스에 시내버스까지 줄줄이 갈아타면서 한참 걸리는 이 마실길을 오가는 사이에도 “우리가 무엇을 보고 마주치고 겪든 우리 꿈을 파랗게 하늘빛으로 그리자” 하고 속삭입니다.


  책을 더 많이 읽고 싶기에 책마실을 다니지 않습니다. 책을 더 많이 읽고 싶다면 집콕을 하면서 누리책집에 시키기만 하겠지요. 마음에 심을 생각씨앗을 헤아리면서 이웃마을 하늘빛을 마주하고, 우리 걸음이 닿는 자리마다 기쁨씨앗이 새록새록 드리우기를 꿈꾸기에 책마실을 다닙니다. 책을 더 즐겁게 읽고 싶기에 책마실을 다녀요. 책을 더 곱게 읽고 싶기에 책집마실입니다. 책을 더 사랑스레 읽고 싶기에 책숲마실입니다. 마을마다 피어나는 봄꽃이 가볍게 봄바람을 쐬면서 춤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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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과 시작한 열일곱》(모리야마 아미/정영희 옮김, 상추쌈, 2018)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강민선, 임시제본소, 2018)

《바이칼호에 가고 싶다》(정해광, 심다, 2019)

《숨》(노인경, 문학동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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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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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책샘 (2020.9.26.)

― 서울 〈숨어있는 책〉



  열일곱 살에 들어선 푸른배움터는 ‘길들기’를 가르쳤습니다. 시키는 대로 따라야 배움수렁에서 살아남아 열린배움터로 가고, 인천을 벗어나 서울이란 ‘큰물’에서 놀며 돈을 잘 벌고 이름을 얻는 자리를 쥘 수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길들기’를 안 따른다면 배움수렁에 푹 잠긴 채 돈이며 이름이며 멀어진다고, ‘고분고분 시키는 대로 하는 버릇’을 들이지 않는다면 나라에서는 바로 내치리라고 윽박지르는 굴레도 가르쳤습니다.


  아무튼 1993년 배움수렁 한복판에 이르도록 이모저모 배우는 사이에 헌책집에 눈을 뜬 뒤로 ‘훈민정음’이며 ‘목민심서’이며 ‘판소리 다섯 마당’을 스스로 찾아내어 처음부터 끝까지 샅샅이 읽어 보는데, 스스로 챙겨서 읽어 보니 ‘시험문제로 가르는 정답’하고는 딴판이었어요. 김소월이나 한용운이나 신동엽 노래도 ‘시험문제로 가르는 틀’하고는 달랐어요.


  마침종이(졸업장)를 따는 길을 가면 ‘길들기’에 사로잡힌 채 속내를 읽는 눈하고 멀어지겠더군요. 갈림길이었어요. 돈·이름·힘을 얻도록 길들며 고분고분하느냐, 삶·사랑·살림을 짓도록 숲으로 노래하며 가느냐이더군요. 기꺼이 마침종이를 찢어버렸습니다. 숲을 노래하는 날개를 달고 싶어 애벌레처럼 고치에 깃들어 잠들기로 했습니다. 없는 돈을 긁어 헌책집에서 책을 장만하고, 열 자락을 읽고서야 한 자락을 장만하는 버릇을 익혔습니다. 두 다리로 걷거나 자전거를 달려 길삯을 책값으로 돌리고, 하루 한두끼만 아주 가볍게 먹고서 밥값도 책값으로 바꾸었습니다. 새벽에 새뜸을 돌리다가 헌옷통에서 헌옷을 주워입었어요. 옷값도 책값으로 삼았습니다. 먹고 입고 자는 모든 돈을 책으로 삼았습니다.


  하루를 책집에서 살며 어제랑 오늘을 배웁니다. 책집으로 걸어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멀고먼길을 살며 이웃이랑 마을을 배웁니다. 적게 먹고 안 쓰는 살림으로 가고 온통 맨손이랑 맨발로 하며 마음이랑 사랑을 배웁니다. 밥을 안 먹고 책을 읽는 배움벌레를 상냥히 바라본 여러 책집지기님이 “어떻게 밥도 안 먹으면서 책만 사느냐?”면서 곧잘 “책은 나중에 보고 같이 밥부터 먹자!”고 잡아끌었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골목이라는 마을에 깃든 〈숨어있는 책〉은 스스로 숨듯이 고요히 잠든 책을 스스로 눈을 밝혀 즐거이 찾아내어 만나도록 이끄는 샘터라고 생각합니다. 책샘터입니다. 바다에 닿기까지 들이며 숲이며 마을을 고루 적시는 물줄기는 깊은 멧골에 고즈넉히 ‘숨은’ 조그마한 샘에서 비롯합니다. 헌책집이란 책샘터이지 않을까요? 마을책집이란 책샘자리일 테지요? 가난한 배움벌레한테도 곁을 주고, 가멸찬 책버러지한테도 틈을 주는 이 책샘집은 언제나 사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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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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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책꾸러미 (2020.9.26.)

― 서울 〈숨어있는 책〉



어느 하나도 뺄 길이 없이 아름다이 배움살림.



《社會主義經濟學》(G.D.H.Cole/名和統一·小川喜一 옮김, 岩派書店, 1952.8.30./1961.5.10.) - 꾸밈새가 멋스럽다. 겉집. 기름종이

《조로사전》(고현 엮음,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 1994) - 1995.2.15. 모스크바에서 

《시골로 가는 길》(이주형, 풀빛, 1995.3.16.) - 서울마포우체국 도서실

《성경콘클단쓰, 부·성경용어해설》(윤성범 엮음, 우문사, 1952.12.5.)

《단군한배검님 말씀 제1권》(홍익인간·이화세계, 개천 5880년 성현의날)

《蘭, 東洋蘭·西洋蘭 理解와 裁培》(김정주 엮음, 근역서재, 1978.8.15.)

《Drill on English Grammar (英文法大演習》(박술음 감수·홍종대, 한국외국어대학교, 1959.9.)

《附錄, 운전면허문제집, 법규 및 구조 요점정리》(편집부 엮음, 혜림출판사, 1984.2.)

《信仰入門》(김춘배, 대한기독교서회, 1955.11.30.)

《西獨속의 韓國人》(하봉원, 한국문화개발공사, 1973.5.1.) - 귀국보고서

《東西古今 解夢要訣》(김혁제, 명문당, 1968.5.30.)

《同族部落의 生活構造硏究》(김택규, 청구대학 신라가야문화연구원, 1964.12.25.)

《國文版 논어》(이선근·최남선 머리말, 신현중 옮김, 청익출판사,1954.?) - 1985년치 신문종이로 겉을 싸다

《韓國水軍活動史》(최석남, 명양사, 1965.4.28.) - 제2전단군수 참모해군 소령 문천수 ‘대한민국 해군 사무용 메모’ “수리 자금 기밀 보고서 작성 제출 독촉”

《고물상장부》(편집부 엮음, 한국특종물업연합회, 1983.)

《餞別의 甁》(고유섭, 통문관, 1958.1.30.)

《高等學校 日本語讀本 下》(일본어교육연구회 엮음, 고등교과서주식회사, 1975.1.10.)

《셈과 사람과 컴퓨터》(김용운, 전파과학사, 1975.4.30.)

《백범일지》(김구, 삼중당, 1983.11.10.)

《낙동강 brfore and after》(지율·낙동강 숨결 느끼기 순례 동행들, 녹색평론사, 2010.3.31.)

《인디안 옥수수》(카스타네다/박상준 옮김, 장원, 1990.5.15.)

《獨逸史學史》(Georg von Below/讚井鐵男 옮김, 白水社, 1942.7.10.) - 책끝에 ‘釜山府 ○○町 金文堂書店 쪽종이

《산체스네 아이들 上》(오스카 루이스/박현수 옮김, 청년사, 1978.11.20.)

《산체스네 아이들 下》(오스카 루이스/박현수 옮김, 청년사, 1978.11.20.)

《씨알은 외롭지 않다, 나의 人生觀》(함석헌, 휘문출판사, 1971.3.20./1972.6.25.)

《der Predoger und Katechet》(Derlagsanftalt, 1919)

《空間의 歷史》(김용운·김용국, 전파과학사, 1975.8.15.)

《마하트마 간디》(로망 롤랑/박석일 옮김, 서문당, 1973.2.5.)

《우표로 본 세계의 민속악기》(江波戶昭/김범수 옮김, 세광음악출판사, 1990.7.15.)

《AERA Mook 14 外國語學がわかる》(大森千明 엮음, 朝日新問社, 1996.11.14.)

《葛藤속의 삶》(알버트 쉴러레트/이양구 옮김, 한국신학연구소출판소, 1975.7.25.)

《詩人》(이문열, 둥지, 1991.3.20./1994.5.16.)

《釋譜詳節 第十一》(심재완 소장·해설, 어문학회, 1959.9.25.) - 어문학자료총판 제1집

《北韓 ‘아동문학’誌 1966년 1·2·3·4·6月號》(아동문학학회, ?) - 복사판

《日本寫眞全集 3 近代寫眞の群像》(小學館, 1986.3.20.) - 12자락

《實習 3 デッサン科》(福山福太郞 엮음, 福山書店, 1939.9.25.)

《人間의 權利》(한상범 엮음, 정음사, 1976) - 양우당 서적센터 책싸개

《民族改造論》(이광수/흥사단 연세 아카데미 동문회 엮음, 대성문화사, 1967.2.20./1972.10.10.)

《본문언어학》(전병선,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 1995.10.30.)

《西洋文化の支那への影響》(張星朗/實藤惠秀 옮김, 日本靑年外交協會出版部, 1941.4.20.) - 釜山 博文堂書店 735와 2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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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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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레 팡파레 1
마츠시마 나오코 지음 / 텀블러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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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제비꽃내음을 맡고 싶으면


《스미레 팡파레 1》

 마츠시마 나오코

 김명은 옮김

 텀블러북스

 2014.4.30.



  《스미레 팡파레 1》(마츠시마 나오코/김명은 옮김, 텀블러북스, 2014)를 읽고서 뒷걸음을 살피니, 우리말로는 넉걸음까지 나오고, 일본말로는 여섯걸음까지 나왔습니다. 그림꽃님은 다론 그림꽃은 안 그리고 오직 이 하나, 《스미레 팡파레》 여섯걸음만 그렸더군요.


  이 그림꽃은 어버이한테서 ‘제비꽃(스미레)’이란 이름을 받은 아이가 어린 나날을 보내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림꽃님이 지어낸 이야기일 수 있고, 스스로 살아온 이야기일 수 있으며, 누이나 동무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어느 이야기를 담아내었더라도 삶이 어떻게 봄날 제비꽃처럼 피어나는가 하는 대목을 짚어요.


  제비꽃을 일부러 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없지는 않을 테지만 드뭅니다. 제비꽃을 보려고 봄마실을 하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요? 없지는 않을 테지만 좀처럼 못 만납니다.


  제비꽃은 개미가 가장 많이 심는다고들 하지만, 제비꽃 스스로 훨씬 많이 퍼뜨리고, 제비꽃하고 한또래인 나즈막한 봄들꽃을 사랑하는 아이들 손길이 꽤나 많이 심습니다.


  바쁘게 치달리는 어른이라면 제비꽃을 들여다볼 틈이 없어요. 자, 제비꽃은 으레 한켠이나 귀퉁이에 돋거든요. 큰고장 골목길에도 피어나고 번지는 제비꽃인데, 바쁘게 걸어도 못 보지만, 아침저녁으로 씽씽이(자동차)를 달린다면 아예 생각조차 못하기 마련입니다.


  제비꽃순이 스미레는 어린이로서 어린이답게 하루를 보냅니다. 어른스레 굴지 않아요. 그저 어린이로서 꿈을 키우고, 사랑을 그리며, 노래를 부릅니다. 제비꽃순이 스미레는 잘난 구석이 없다시피 하지만, 스스로 아끼고 돌보는 길을 스스로 익히면서 웃을 줄 압니다. 하루를 그리는 빛을 가슴에 품고, 하루를 사랑하는 생각을 말 한 마디나 글 한 줄에 옮길 줄 알아요.


  이 어린이가 자주 읊는 말 하나는 ‘빛(선물)’입니다. 눈부신 빛살에 스미고 싶습니다. 눈부시지 않더라도 스스로 빛을 건네고 싶습니다. 빛을 잃은 이웃이나 동무한테 다가가서 맑게 웃음빛을 나누고 싶습니다.


  제비꽃내음을 맡으려면 땅바닥에 엉덩이를 털썩 붙이고 앉으면 됩니다. 제비꽃빛을 보려면 땅바닥에 납죽 엎드리면서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면 됩니다. 제비꽃이랑 동무가 되려면 맨손에 맨발로 풀밭을 거닐다가 바람 한 줄기를 마시면 됩니다.


  이곳에도 저곳에도 봄꽃이며 제비꽃이 돋습니다. 굳이 눈여겨보려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가만히 마음을 다스리는 상냥한 눈길로 발걸음을 멈추면 되어요. 마음하고 마음이 만나기에 서로 꽃빛이 됩니다.


ㅅㄴㄹ


“아빠는 건강해요?” “응, 건강하셔.” “머리는 길어요?” “응, 여전해.” “살쪘어요, 말랐어요?” “좀 말랐나.” “지금도 멋있어요?” “응, 멋있어.” “저 잊어버리진 않았어요?” (31쪽)


“뭔가 알 것 같기 전에는 진짜 모르겠어. 하지만 그 뒤에 꼭 알게 되니까, 걱정 안 해도 괜찮아.” (59쪽)


“실은 저, 소, 소설가가 되고 싶어요! 그러니까 쓸쓸하다든가 하는 슬픈 감정은, 소설가가 되려는 저에게 인생이 주는 선물일지도, 요.” (71쪽)


“나도 저 빛 속에 들어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러니까 전 지금 굉장히 즐거워요! 그 속에 있다니 정말 기뻐요!” (115쪽)


“게다가 이 팀은 메뉴 계획서랑 다르게 주먹밥을 만들었구나. 이건 감정 대상이야.” “감점이니 실격 같은 얘긴 그만하세요. 애초에, 감사의 마음을 아이들이 경쟁하게 한다는 게 마음에 안 든다고요!” (140쪽)


“죄송해요. 실격해도 좋아요. 하지만 2분만 더 만들게 해주세요.” (140쪽)


“누구한테 선물할 거면 난 한 송이를 추천할게.”“왜요?” “한 송이는 받는 사람이 부담을 느끼지 않잖아? 나도 누군가에게 꽃을 선물할 땐 꼭 한 송이만 해.” (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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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島直子 #すみれファンファーレ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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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니스 10 - 완결
오시미 슈조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죽을 수 없는 길에 선다면



《해피니스 10》

 오시미 슈조

 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21.1.25.



  《해피니스 10》(오시미 슈조/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21)을 끝까지 읽어낸 이웃님이 있다면 대단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악의 꽃》이나 《피의 흔적》을 끝까지 읽어내는 이웃님도 대단하다고 여겨요. 다만 《나는 마리 안에》는 우리말로는 석걸음에서 멈추고 아홉걸음으로 마무리짓는 이야기까지 더는 못 나오는데, 아직 이 얘기를 이 나라 틀에서 맞아들이기는 어렵다는 뜻이라고 봅니다. 《악의 꽃》조차 매우 힘겹거나 거북하게 여길 이 나라 틀이지 않을까요? 《피의 흔적》은 도무지 못 받아들일 수 있고, 《해피니스》를 열걸음까지 읽어내는 동안 머리가 핑핑 돈다고 여길는지 몰라요.


  그러나 오시미 슈조 님이 그려내는 그림꽃은 모두 우리 모습입니다. 감추려 하지만 감출 수 없고, 아닌 척하지만 아닐 수 없는 모습이에요. 지난 2020년 7월 6일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예전 서울시장이 ‘더듬질·응큼질(성추행)’을 했다고 2021년 1월 26일에 이르러서야 드디어 나라에서 밝혔습니다만, 더듬질이나 응큼질을 한 서울시장이 죽고 나서 서울시 살림돈으로 치른 큰마당이라든지, 더듬질이나 응큼질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 빈자리를 채우려고 이다음에 또 나서려고(선거 출마) 하는 몸짓이란 《해피니스》나 《악의 꽃》이나 《피의 흔적》에 나오는 ‘어른들’ 모습하고 똑같습니다.


  잘못을 저질렀으면 무릎꿇고 빌고서 값을 치르면 됩니다. 돈을 물어야 하면 돈을 물고, 사슬터(감옥)에 가야 하면 사슬터에 가야지요. 삼성이란 일터를 이끄는 꼭두지기가 사슬터에 들어가더군요. 그런데 삼성한테서 뒷돈을 안 받은 벼슬아치(정치꾼)가 있을까요? 삼성뿐 아니라 숱한 큰일터 꼭두지기한테서 다들 뒷돈을 잘만 받아먹지 않았을까요? 그들은 왜 사슬터에 같이 안 들어가지요?


  바른길을 걷겠다고 하던 정의당 꼭두지기나 녹색당 일꾼도 더듬질이나 응큼질로 자리에서 물러납니다만, 그이 스스로 경찰서에 찾아가지는 않습니다. 왜 그들은 스스로 경찰서에 가지 않을까요? 왜 그들은 그저 벼슬자리에서 한발만 빼고서 사슬터로 곧장 달려가지 않을까요? 잘못한 값을 치르고, 달게 마음을 씻고, 앞으로 새사람으로 거듭나면서, 흙살림을 짓고 조용히 이웃을 사랑하는 길을 갈 노릇이지 않을까요?


  그림꽃책 《해피니스》는 ‘죽음하고 삶 사이에 잇는 길’을 줄거리로 잡습니다. 죽음길하고 삶길 사이에서 사람들 몰래 뒷짓을 하는 어른들 몸짓을 곁들입니다. 죽음길하고 삶길을 잇는 동안 수수한 자리에서 사랑꽃을 지피고 싶은 낮고 작은 어버이 마음을 나란히 그립니다.


  차분히 보면 좋겠어요. 민낯을 감추지 않기를 바라요. 허울을 씌우거나 껍데기를 꾸미는 데에 품을 빼앗기지 말아요. 언제나 우리 마음결을 오롯이 사랑으로 가꾸는 길을 가기를 바라요. 사랑이기에 삶입니다. 사랑이기에 사람입니다. 사랑이기에 살림입니다. 사랑이 없이 벼슬자리를 거머쥐거나 돈을 움켜쥐거나 이름을 붙잡는 모든 껍데기는 이제 물러나야 합니다.


ㅅㄴㄹ


“고마워, 오카자키. 이 녀석을 죽여 줘서.” (21쪽)


“아아, 사라진다. 사라져 가. 내가. 죽는다. 죽을 수 있어, 나.” (22∼23쪽)


“난, 이젠 고쇼랑 함께 돌아갈 수 없어. 고쇼에겐, 고쇼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사람이 있지 않아?” (50쪽)


“너무해요, 오카자키. 그동안 내가 얼마나…….” ‥고쇼. 고쇼가 가르쳐 줬잖아. 머리가 복잡할 땐 하늘을 보라고. 하늘을 보면 고쇼가 생각나. 그러니 고쇼도 날 떠올려 줘.… (56∼57쪽)


“생일 축하한다. 마코토.” (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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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押見修造 #ハピネ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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