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79


《엄마, 나만 왜 검어요》

 김순덕 글

 정신사

 1965.12.20.첫/1967.3.20.3벌



  1965년에 나온 《엄마, 나만 왜 검어요》는 남북녘이 서로 을러대면서 죽이고 죽던 싸움판에 미국에서 총을 거머쥔 사람들이 찾아든 1950년에 깃든 씨앗이 열다섯 살 푸른나무로 자라는 동안 보고 겪은 일을 담아낸 책입니다. 아이는 어머니한테 물어볼 만합니다. 어머니는 쉽게 말하기 어려울 만합니다. 마을이며 배움터에서는 쉬쉬하거나 손가락질하거나 따돌립니다. 미군 병사는 씨앗을 남기고서 이 땅에서 숨을 거두었을 수 있고, 제 나라로 돌아갔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옆나라 일본에서도 흔히 벌어졌습니다. 그러면 ‘검은 살갗’으로 태어난 이 아이들을 나라에서는 얼마나 보듬거나 보살폈을까요? 오늘날 이 나라 숱한 지음터(공장)나 시골에서는 이웃일꾼(이주노동자)이 없으면 다 멈추어야 합니다. ‘한겨레 젊은이’는 막일터(공사판)뿐 아니라 지음터나 시골에서 일자리를 찾으려 하지 않습니다. 나라 밑살림이며 밑바탕을 거의 이웃일꾼이 도맡습니다. 고흥에서 ‘김 공장’을 꾸리는 분들 말을 들으면 이제는 이웃일꾼만 쓰려 한답니다. 이웃일꾼은 군말 없이 일을 잘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은 툭하면 빠지고 내뺀다지요. 이 나라에 이바지하는 이웃일꾼이 남긴 씨앗을 오늘 이 나라는 어떻게 돌보거나 아낄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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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84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심보선

 문학과지성사

 2016.9.22.



  군대에 들기 앞서 헌책집을 다니며 ‘손바닥책으로 나온 진중문고’를 곧잘 보았습니다. 정음사·을유문화사·삼성문화사·박영사·범우사 손바닥책 가운데 알찬 오래책(고전)을 진중문고로 삼는다고, 뒷주머니에 꽂고서 다니다가 담배짬에 살짝 펼칠 만하겠거니 싶었어요. 1995년 11월에 들어간 군대를 1997년 12월에 나오는데, 이동안 책을 한 자락조차 못 읽었습니다. 군대로 들어가는 저더러 잘 다녀오라고 어깨를 토닥인 책집지기 어른들은 “여, 자네도 이제 군대에 가면 진중문고를 읽겠네? 허허.” 하고 웃었습니다만, 총 한 자루 쥐고 묵직한 등짐을 짊어진 채 눈 덮인 멧골을 두 다리로 넘나드는 ‘여느 싸울아비(육군 소총수)’한테 담배짬은 터무니없더군요. 둘레에서는 ‘상병 6호봉’쯤 되고서야 ‘바깥에서 몰래 들여온 책을 숨겨서 읽는’구나 싶던데, 저는 ‘말년 병장’이 되도록 하루 두 시간조차 눈붙이기 힘들 만큼 뒹굴었어요. 1996년 어느 여름날 ‘대대에 들어온 진중문고’를 처음 구경하지만 중대에는 안 옵니다. 그런데 하나같이 ‘자기계발’ 책이에요. 2008년에 처음 나온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가 2016년 진중문고로도 나온 모습을 보고 놀랍니다. 요새는 ‘대중 시집’도 진중문고가 될 만큼 나아지거나 바뀌는군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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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곁에 삶

- 숲노래 책빛 2021.1.29.



동그랗게 생긴 ‘고리’입니다. 이 말이 어떻게 가지를 뻗나 하고 헤아리니, ‘고름(옷고름)’에 ‘골(물골·골짜기)’에 ‘공(구르다·고르다)’뿐 아니라 ‘코(바늘코·눈코입)’에 ‘콩’에 ‘곰·곱다·굽다’로 줄줄이 잇닿습니다. 말밑이며 말결을 하나씩 살피다가 생각해 보았어요. 어릴 적부터 이런 말결이나 말밑을 듣거나 배운 적이 없고, 열린배움터에서도 이러한 말길을 살피거나 다루지 않아요. 낱말책에서 이런 말길하고 말넋을 짚는 일도 없습니다. 우리는 늘 쓰는 우리말부터 가장 모르는 채 아무 말이나 그냥그냥 혀에 얹는 하루이지는 않을까요? 스스로 생각을 잃거나 잊지는 않나요?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면서 ‘바라’거나 ‘꿈꾸’거나 ‘비손합’니다. 속으로 어떤 일을 생각하면서 이루어지기를 기다리기에 ‘바랍’니다. 마음속으로 그림을 그리듯이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면서 ‘꿈꿉’니다. 잠을 자면서 다른 누리를 보듯이, 어떤 일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마음속으로 그리면서 기다리기에 ‘꿈꾸다’라는 낱말을 써요. (194쪽)



말빛을 더 느끼고 싶다면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철수와영희, 2016)을 곁에 두어 보셔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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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26.


《케야키 자매의 사계절 2》

 오오츠키 이치카 글·그림/나민형 옮김, 대원씨아이, 2021.2.15.



밤비를 본다. 낮구름을 본다. 저녁볕을 본다. 하루 사이에 비랑 구릉이랑 해가 갈마들고, 다시 밤별이 가득하다. 겨울이어도 눈보다는 비가 잦은 고흥이니 겨울눈 아닌 겨울비를 만난다. 가볍게 흩뿌리고는 살그마니 자취를 감추는 여러 날씨를 한꺼번에 맞이하며 생각한다. ‘참 재미나구나?’ 《케야키 자매의 사계절》 첫걸음하고 두걸음을 내처 읽었다. 네 사람은 서로 아끼고 기대면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낸다고 한다. 서로 아끼니 서로 돌보고 생각하고 마주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온집안이 들썩거리도록 시끌벅적하다. 바깥 눈치를 볼 일은 없다. 스스로 누리는 하루를 스스로 바라본다. 그림꽃책은 ‘네 가시내(자매)’를 다루는데, ‘네 사내(형제)’라면 어떤 하루를 누릴까? 네 사내도 네 가시내처럼 다른 눈치를 바라보지 않고 스스로 즐겁게 집안하고 집밖에서 스스로 살림꽃을 피우며 놀고 웃고 떠들면서 재미날 만할까? 겨울이 저물기에 봄이요, 가을이 저물기에 겨울이고, 봄이 저물기에 여름이다. 저무는 만큼 새날이 밝고, 새날이 흐르기에 새삼스레 또 새날이 찾아든다. 달종이에 적힌 셈값이 아닌, 언제나 다른 하루는 언제나 새롭게 이야기로 흐르겠지. 이부자리를 여미며 아이들한테 묻는다. “오늘 즐겁게 놀았니?”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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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25.


《치유, 최고의 힐러는 내 안에 있다》

 켈리 누넌 고어스/황근하 옮김, 샨티, 2020.10.26.



오늘 마을 빨래터는 큰아이하고 치운다. 이제 열한 해째가 되는 마을 빨래터 치우기. 달마다 이틀쯤 빨래터에 나와서 물풀이며 물이끼를 걷어내며 지난날하고 오늘날을 생각한다. 이곳은 어떤 터전인가. 우리는 여기에서 어떤 하루를 짓는가. 아이들은 오늘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열고, 나는 오늘 어떤 일로 노래하는 삶꽃을 피우려는가. 저녁빛을 바라보며 작은아이랑 자전거를 탄다. 한 달쯤 흐르던 등허리앓이는 거의 낫지만,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 슬슬 욱씬거리면서 드러누워야 한다. 차근차근 몸이 거듭나면서 나아가는 길로 가리라. 조금씩 더 멀리 자전거를 타면서, 며칠 뒤에는 겨울바다를 보러도 마실을 하고, 겨울숲을 누리러 나들이를 갈 만하겠지. 《치유, 최고의 힐러는 내 안에 있다》는 아주 쉽고 수수하지만, 더없이 쉽고 수수한 터라 사람들이 어느덧 멀리하고 만 ‘몸다스림’을 들려준다. 우리 몸은 돌봄터(병원)에서 고쳐 줄 수 없다. 우리 몸은 우리 스스로 고칠 뿐이다. 우리 마음을 누가 달랠까? 심리학자나 전문가나 교수나 작가 들이 고쳐 주나? 아니다. 우리 스스로 달랜다. 스스로 짓는 삶이기에 스스로 사랑하는 오늘이다. 스스로 꿈꾸고 노래하는 사이 스스로 꽃이 되어 피어나는 길을 갈 테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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