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오늘말. 밭


어릴 적에 동무랑 놀다가 서로 “여긴 내 자리야. 넘어오지 마.” 하고 누가 말하면 “여긴 내 땅이야. 넘보지 마.” 하고 누가 말합니다. 이 말씨가 재미나서 “여긴 내 밭이야. 들어오지 마.” 하는데, ‘자리’도 ‘땅’도 아닌 ‘밭’이라 하니까 “밭이라니? 거기 뭐가 있는데?” 하고 묻습니다. “내 놀이밭이지.” 배추를 좋아하니 배추밭이고, 마늘을 좋아하니 마늘밭입니다. 풀을 좋아해서 풀밭이요, 나무를 좋아하기에 나무밭입니다. 바람을 품고 싶은 바람밭이요, 구름이 쉬었다 가도록 구름밭입니다. 숨을 이루는 바탕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어느 뜨락에서 어떤 터를 닦으면서 어떤 판으로 가려는 길일까요. 넋이 나간다고 하는데, 넋은 아무 모습이 없습니다. 스스로 그리는 대로 바뀌고, 어디로든 홀가분히 흐르는 빛살이라 할 만합니다. 몸에서 벗어나 둘레를 살펴봐요. 몸에만 매이지 말고 이 삶터를 드넓게 바라봐요. 마당에 풀 한 포기 돋습니다. 뜰에 꽃 한 송이 핍니다. 꽃그릇이 아닌 흙에 뿌리를 내리도록 집에서 건사합니다. 곁에 꽃을 둡니다. 곁에 풀이며 나무를 둡니다. 곁에 별님이며 해님을 둡니다. 오늘 이곳에서 활짝 웃습니다.


ㅅㄴㄹ


밭·터전·터·자리·판·마당·뜨락·뜰·바탕·발판·결·틀·흐름·길·땅·흙·삶·살림·삶터·살림터·숨·숨결·숨빛 ← 풍토


몸벗기·몸벗어나기·몸떠나기·몸나가기·넋나가다·얼나가다·넋빠지다·얼빠지다 ← 유체이탈


집꽃·곁꽃·마당꽃·뜰꽃·뜨락꽃·집풀·곁풀·마당풀·뜰풀·뜨락풀 ← 원예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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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

오늘말. 안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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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까지 어떻게 살아온 마음인가 하고 생각하면, 어버이 품에서 자라고, 언니 곁에서 사랑받고, 동무 둘레에서 실컷 뛰놀다가, 풀꽃나무를 속으로 헤아리는 나날인 듯싶습니다. 흔히 일컫는 꽃길을 걷는 삶은 아니었을 테지만, 들풀길이라든지 숲풀길로 나아간 삶처럼 하루를 누렸지 싶어요. ‘안쪽이’로 지내면 걱정할 일이 없다고들 하는데, 안쪽사람한테 없다는 걱정이란 이웃을 살피는 넋이 없다는 뜻이라고 느껴요. 울타리에 깃들라고, 울을 넘어가지 말라고, 저 너머를 바라보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하면 밥그릇이 든든하리라고, 숲으로 갈 생각을 말고 안마당에 머물라고 하는 말은 어쩐지 갑갑했어요. 아니 안마당이나 울타리가 삶을 지켜주지 않는구나 싶을 뿐 아니라, 삶에 사슬을 채워 겉치레로 잘난질이 되도록 밀어댄다고 느꼈습니다. 끼리끼리 잘난척이란 참다이 빛길이나 꽃길이 아닌, ‘겉길’이나 ‘치레길’로 맴돈다고 봅니다. 그쪽이라서 감싸는 길이 아닌, 어느 켠이건 아름다이 빛나는 사랑일 적에 돌보는 눈길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별은 울타리로 가두지 못합니다. 바람에 사슬을 채우지 못합니다. 햇볕을 꽁꽁 묶어 놓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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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이·안쪽사람·안쪽·속사람·깊숙이·깊은이·깊사람·깊숙사람·안마당·빛길·꽃길·잘난이·잘난척·잘난질·잘난님·잘난순이·잘난돌이·잘난짓·잘난앓이 ← 내부자, 인싸(insider), 인사이더


마음·뜻·머리·넋·생각·보다·헤아리다·살피다·쪽·켠·빛·자리·길·눈·눈길·눈빛·-처럼·-같이·듯·듯하다·듯싶다 ← 마인드(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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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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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2.4.


《재일동포 1세, 기억의 저편》

 이붕언 엮음/윤상인 옮김, 동아시아, 2009.3.5.



엊그제 면사무소에 마을 어르신하고 함께 찾아갔다. 복지계장하고 한참 이야기를 한 끝에 고을지기(면장)를 만날 수 있었다. 면장실은 군수실 못지않게 크고 썰렁했다. 이 고장에서 무엇이 아름답거나 빛나거나 사랑스러운가를 널리 나누려는 마음이 하나도 없다고 느꼈다. 서너 해 앞서 구례군수실에 가 본 적 있는데, 그곳엔 ‘책’이 있더라. 구례를 다룬 책이 얼마쯤 있기에 둘러볼 만했다. 군수실이나 면장실에 책을 놓는다고 대단할 까닭은 없다. 마을을 읽고, 그들 스스로도 벼슬아치이기 앞서 마을사람이면서 수수한 아저씨나 아줌마이기에 아이들 어버이인 줄 알고 느끼며 생각하고 말할 수 있어야겠지. 《재일동포 1세, 기억의 저편》을 읽고서 꽤 오래 책시렁에 놓았다. 어릴 적부터 ‘재일동포’란 이름이 껄끄러웠다. ‘재미·재중·재독’ 같은 이름도 걸거쳤다. 다같이 한겨레이면서 이웃일 텐데, 이런저런 이름을 딱종이처럼 덕지덕지 붙여서 가르지 말아야 한다고 느꼈다. ‘1세·2세·3세·4세’가 아닌 ‘아무개 씨’라는 이름으로 만나야지 싶다. ‘조셴징’은 그저 ‘조선사람(한겨레)’을 가리키는 말인데 왜 이 이름이 ‘따돌림(차별)’이 됐을까? 서로 마을지기나 이웃으로 여기지 않고 금을 그어 버리니 수렁이 생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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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2.5.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글/임호경 옮김, 열린책들, 2013.7.25.



오늘 고흥만에서는 ‘비행성능시험장’이란 이름으로 ‘무인군사드론 시험’을 여태 버젓이 해온 군사시설을 고흥에서 내보내야 한다는 뜻을 밝히는 모임을 조그맣게 연다. 한숨이 나오는 일이나, 예전 고을지기(군수)도 뒤를 이은 고을지기도 그저 밀어붙인다. 이러면서 광주 군공항을 고흥으로 옮기는 말이 슬그머니 나왔지. 이뿐인가. 나라지기(대통령)가 전남으로 와서 ‘해상풍력발전’을 48조 원이나 끌어들여 짓겠다고 밝히는데, 그저 갑갑하다. 전남 아름다운 시골이며 멧골을 온통 ‘태양광’으로 덮어버린 나라지기는 이제 바닷가까지 온통 ‘태양광 + 풍력’으로 덮어씌우려 하는데, 이런 삽질에 ‘친환경’이란 이름까지 붙이니 볼꼴사납다. 그런데 어떤 풀꽃모임(환경단체)도 입을 벙긋조차 않는다. ‘탈핵’만 외친대서 나아질 수 없다. 시골에서 서울로 잇는 어마무시한 ‘송전탑’은 어쩔 셈인가? 서울사람은 시골에서 거둔 열매로 ‘생채식·비건’을 한다면서 모든 위해시설을 시골에 때려짓는 꼴을 모르쇠라면 이 무슨 돌아이 짓인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읽는데 재미있으면서 쓸쓸하다. 민낯은 어느 나라나 매한가지인가 보다. 할아버지는 창문을 타고 달아났다지만, 이 땅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려나.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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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 수유가 처음인 너에게 - 430일간의 모유 수유 모험 일기, 결국은 해피 엔딩!
최아록 지음, 정환욱 감수, 김연희 팁 / 샨티 / 2020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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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아기를 낳아 돌본 어른이나 이웃이나 동무한테서

삶이 녹아든 이야기로 배우면

한결 좋고,

그러고서 책도 읽으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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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65


《모유 수유가 처음인 너에게》

 최아록

 샨티

 2020.11.25.



  《모유 수유가 처음인 너에게》(최아록, 샨티, 2020)를 읽으면서 여러모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오늘날은 어버이한테서 삶이나 살림이나 사랑을 물려받는 때가 아닌, 누리그물에서 이모저모 스스로 그때그때 찾아서 보는 때인 만큼, 아기한테 젖을 물리는 길도 글이나 책으로 만나겠네 싶어요.


  책 한 자락입니다만,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곁에 있으면 곧장 배울 뿐 아니라 훨씬 깊고 넓게 익힐 만한 젖물림입니다. 어머니가 아기한테 ‘밥을 먹이는’ 살림을 놓고 ‘젖먹이기’나 ‘젖물리기’라 합니다. 그저 보면 ‘먹이기’이나 곰곰이 보면 ‘물리기’이거든요.


  한자말이라서 ‘수유’를 안 써야 한다고 여기지 않습니다만, 왜 먼먼 옛날부터 “젖을 물린다”고 했는지 혀에 이 낱말을 얹고서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물리다 = 물려주다’이고, ‘물림 = 물(흐름)’이에요. 이어서 흐르는 숨결에 사랑을 담습니다. 그래서 젖을 물린다고 합니다.


  말씨로 ‘젖물리기’가 무언지 읽어내어도 어떻게 아기를 안아서 사랑하면 즐거운가를 온몸으로 깨닫고 온마음으로 움직일 만해요. 여기에 ‘아이를 낳아 돌본 삶을 누린’ 할머니하고 할아버지는 ‘책으로 쓰자면 100이나 1000이 될 만한 이야기’를 언제나 새롭게 들려줄 만해요.


  글님으로서도 처음이요, 이 책을 쥘 아기 어머니로서도 처음일 ‘젖물리기’라 한다면, 또 곁에서 할머니 이야기를 듣기 어렵다면, ‘젖 = 밥’인 줄 생각하면 좋겠어요. 어른은 밥만 먹나요, 아니면 물도 마시나요? 아기한테 젖만 물리면 아기도 힘겹습니다. 아기한테 틈틈이 물도 작은 숟가락으로 떠서 먹여야 해요. 그리고 아기가 크는 동안 당근이나 무나 감 같은 열매를 물려 주면 좋지요. 플라스틱 젖꼭지가 아닌 열매를 물려 주셔요. 배춧잎이나 시금치도 좋습니다. 이렇게 해야 아기는 ‘앞으로 맞아들일 밥이란 살림’을 혀로 입으로 손으로 몸으로 배웁니다.


  사내인 저더러 아기를 낳고 돌보는 길을 어떻게 다 아느냐고 묻는 분이 둘레에 제법 많은데, 저로서는 두 할머니한테서 듣고 보고 배웠으며, 곁님이 가르쳐 주기도 했고, 스스로 이모저모 찾아내고 살펴서 두 손에 그득히 담았습니다. 그리고 아기가 태어나기 앞서부터 집안일이나 집살림을 맡아서 늘 하다 보니 어느새 삶으로 녹아들었습니다. 책도 좋지만, 무엇보다 삶을 사랑하는 살림이면 됩니다.


ㅅㄴㄹ


내가 하도 쩔쩔매니까 시어머니가 와서 수유하는 걸 잘 보시곤 두 가지를 말씀해 주셨어. 아기를 바짝 당겨서 안는 것과 젖을 깊이 물리는 것. 이 두 가지를 고치니까 젖 통증이 줄어들도 바다다 편안히 젖을 먹기 시작하더라. (33쪽)


몇 모금 마셔 봤는데 ‘어?’ 내 몸에서 나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고소∼하면서 달달∼한 깊은 맛이 감동적이다. (43쪽)


아기랑 함께 즐거울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져. 우선은 엄마가 즐겁고 편안한 것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아. 엄마가 편안하면 아기도 자연스러게 편안해질 테니까. (98쪽)


아기가 밤에 자다가 잠깐 깨서 울 때 무조건 젖을 물리지 말고 등을 톡톡 두드리면서 달래거나 보리차를 조금 먹여서 재워 보라고 하더라. (2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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