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마리코 14
오자와 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2월
평점 :
품절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2.22.

마음을 보려는 마음이라면



《80세 마리코 14》

 오자와 유키

 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1.2.28.



  《80세 마리코 14》(오자와 유키/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1)에 접어들면, 여든 살 마리코 할머니는 드디어 이야기(소설)를 새로 쓰기로 합니다. 아니, 이야기가 엄청나게 솟아올라 글로 옮기지 않고는 못 배길 판입니다. 여든이란 나이가 되어 집을 뛰쳐나온 까닭, 여든 해를 살아온 모든 자취가 깃든 집을 떠날 수 있던 힘, 빈털터리에 홀몸인 할머니가 만난 늙은 고양이, 늙은 고양이하고 늙은 사람이 이곳저곳 떠돌던 나날, ……을 다른 사람 손이 아닌 할머니 손으로 적바림합니다.


  그래요, 누가 써 주지 않습니다. 스스로 씁니다. 누가 쓰라고 등을 밀거나 돈을 맡겨야 쓰지 않아요. 마음 깊이 사랑으로 샘솟을 적에 비로소 씁니다.


  같이 웃은 나날을 씁니다. 같이 울던 나날을 씁니다. 밥 한 그릇이 없어 고단한 길살이를, 몸을 누일 데를 찾지 못하며 헤매던 나날을, 여든이란 나이라 해도 이야기를 새로 쓰고 책도 새로 내고 싶다는 꿈을, 스무 살도 서른 살도 아니지만 ‘잡지 편집장’이 되면서 글판에 새바람을 일으키는 하루를 차근차근 글로 옮깁니다.


  어린이는 어린이로서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말을 하고 글을 씁니다. 푸름이는 푸름이로서 마음으로 마주보면서 말을 섞고 글을 씁니다. 젊은이는 젊은이대로, 늙은이는 늙은이대로 마음으로 만나요. 그저 다 다른 자리요 삶이며 생각이자 오늘입니다. 더 살아 보았기에 더 잘 쓰지 않아요. 더 겪어 보았기에 더 잘 쓸 까닭이 없습니다. 마음으로 볼 줄 알면 누구나 씁니다. 마음으로 보고 읽으면서 아끼려는 마음이라면, 참말로 누구나 글님이요 붓님이에요.


  사랑은 어떻게 할까요? ‘사랑을 하려는 사랑’이기에 비로소 사랑하는 짝을 찾고 사귀며 보금자리를 짓습니다. 꿈은 어떻게 이룰까요? ‘꿈을 꾸려는 꿈’이기에 어느덧 꿈길을 걷고 꿈나래를 펴고 꿈노래를 부르는 오늘을 이뤄요. 《80세 마리코》는 이제 다음에 어떤 이야기를 펴려나요. 여든이란 나이에 새길을 씩씩하게 나서면서 온마음으로 마주한 어떤 삶을 그려내려나요.


ㅅㄴㄹ


“지금까지 이 아이와 같이 여행을 했어요. 이제 내겐 가족입니다.” (25쪽)


“쓰레기집이 되어서도 마리코 씨는 가야코를 버리지 못했고, 그런 마리코 씨를 나도 결국 외면할 수 없었잖아. 참 바보같지만, 그래도 친구니까.” (47쪽)


‘쿠로에 대해 말하고 싶다! 쿠로에 대한 사랑이 폭발할 것 같아.’ (81쪽)


‘내가 쿠로를 사랑하고, 쿠로가 가까이 왔기 때문에, 할머니 몸으로도 항해를 할 수 있었다. 그 이야기는 전 세계의 ‘좋은 고양이’를 아는 사람들도 이해해 줄 수 있지 않을까.’ (90쪽)


“반려동물과 마음이 통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쪽(반려동물)도 생각하고 있을지 몰라요. 이렇게 태도로 보여주고 있는데 왜 모르는 거냐고. 애초에 너무너무 귀여워서 보고 있기만 해도 기분 좋고 이렇게 행복해질 수 있다면, ‘통하지 않는다’는 위험부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138∼139쪽)


‘난 나쁜 주인이야. 그런데 어째서 넌 사랑을 주는 거니.’ (154쪽)


#YukiOzawa #おざわゆき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2.20. 가운데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책을 쥘 적에 가운데가 안 벌어지도록 ‘살며시 야물게’ 쥘 줄 모르는 사람이 무척 많습니다. 얼핏 다른 듯하지만 ‘살며시 야물게’ 쥐어야 책이 안 벌어지고, 오래오래 읽을 수 있어요. 책을 쩍 벌리거나 누르지 않고서 ‘살며시 야물게’ 쥐는 손길은 아마 열 살 무렵에 처음 익혔지 싶습니다. 책을 꽤 좋아하는 동무가 있는데, 이 아이는 책을 ⅓쯤만 펴서 읽더군요.


  “야, 그렇게 하면 보이니? 다 벌려서 읽어야지?” “아냐. 이렇게 해도 잘 보여. 책을 다 펴거나 벌리면 책이 다쳐.” “뭐? 책이 다친다고?” “책도 다치지. 다 펴거나 벌리면 책이 아파해.” “엥? 책이 아파한다고?” “책도 우리하고 똑같아. 살살 달래면서 봐야 좋아해. 이렇게 이쪽을 가벼우면서 단단히 잡고서 책이 안 벌어지게 하고서 다른 손으로 종이 끝을 손 끝으로 살살 대어서 가볍게 넘기면 돼. 이렇게 하면 종이에 손기름이 안 묻고, 책도 훨씬 잘 넘어가.” “그래? 어디 보자. 어, 그러네? 네 말대로네?”


  책쥠새를 처음으로 알려준 그때 그 동무가 누구인지 이름은 잊었으나, 목소리나 말씨는 아직도 또렷이 떠오릅니다. 동무가 책쥠새를 알려준 날부터 책을 ‘살며시 야물게’ 쥐는 길을 들였고, 오늘도 이렇게 책을 만집니다. 책쥠새란 살림새이면서 글을 쓰고 여미는 손길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풀꽃나무를 쓰다듬는 손길이면서 이웃을 마주하는 손빛이기도 할 테고요.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어제책 2021.2.22.

숨은책 487


《혜린이 엄마는 초등학교 4학년》

 한예찬 글

 민홍소이 그림

 가문비

 2011.2.7.



  2021년 2월에 ‘한예찬 동화책’을 책집이며 책숲(도서관)에서 모조리 걷어낸다는 얘기를 얼핏 듣고서 《혜린이 엄마는 초등학교 4학년》을 장만해서 읽었습니다. 2011년에 처음 나오고 ‘2018년 동해시 올해책 후보’로 올랐다더군요. ‘영어·수학 학원 탓에 힘든’ 아이가 ‘무용 학원에서 연예인 꿈을 키우며 즐겁다’는 줄거리를 다룹니다. 이이가 쓴 다른 동화책을 주섬주섬 살피니 모든 줄거리가 ‘얼굴·몸매를 예쁘게 가꾸어 사랑받기’로 흐르네 싶습니다. 어린이한테 응큼짓을 한 일이 걸려서 붙잡힌 이이는 ‘어린이가 스스로 즐겁게 뛰놀며 삶을 노래하는 꿈’이 아닌 ‘겉몸을 이쁘장하게 꾸며서 돈·이름을 얻고 잘생긴 짝꿍을 사귀는 길’을 어린이책이란 이름을 붙여서 선보였는데, 이이 한 사람만 이렇게 어린이책을 쓰지는 않습니다. 응큼짓이 걸린 이이 책은 책집이며 책숲에서 빼내더라도 ‘어린이한테 삶을 즐겁고 슬기로우며 아름답게 꿈꾸도록 북돋우는 길하고 동떨어진’ 책은 책집이며 책숲에 아직 수두룩합니다. 그런데 어른이 보는 연속극·영화부터 순 이런 줄거리 아닌지요? 어른 스스로 참꿈·참사랑·참삶이 없이 돈·이름·겉모습에 눈이 멀다면 이런 책은 앞으로 자꾸 나오고, 응큼짓은 안 사라질 테지요.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하늘은 붉은 강가 11 - 애장판
시노하라 치에 글.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만화책

책으로 삶읽기 671


《하늘은 붉은 강가 11》

 시노하라 치에

 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10.10.25.



《하늘은 붉은 강가 11》(시노하라 치에/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10)를 읽으면 ‘사랑으로 품은 아기’가 태어나지 못한 채 죽음길로 가는 줄거리가 흐른다. 사랑을 그리며 꿈꾸는 사람으로서는 아기가 새롭게 피어날 씨앗일 텐데, 사랑이 아닌 미움과 시샘을 그리며 꿈꾸는 다른 이한테는 저 아기란 보기싫은 씨앗이리라. 사랑이라는 마음이 되면 모름지기 무엇이든 나누면서 활짝 열어젖힌다. 사랑이 없는 마음으로 치달으면 언제나 무엇이든 거머쥐거나 틀어막으면서 가둔다. 그림꽃책에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 이 나라를 보거나 푸른별을 살필 적에도 매한가지이다. 돈을 왜 벌까? 번 돈은 어느 곳에서 어떻게 쓸까? 즐겁게 일하고 기쁘게 벌었는가? 신나게 나누며 사랑으로 어깨동무하는가?



“지금까지 내가 이겨 올 수 있었던 것은 나의 권한이 람세스의 그것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다.” (30쪽)


‘기다려. 나의 아이야. 어디로 가는 거니? 가지 마!’ (258쪽)


“당신 대체 정체가 뭐죠? 뛰어난 미인도 아니고 글래머도 아니고 어느 나라 왕녀도 아닌 것 같은데. 오빤 당신의 어디가 맘에 든 걸까?” (33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말빛

오늘말. 수렁


올라가기에 내려가고, 내려가기에 올라간다고 합니다. 숨을 마시니 내뱉고, 밥을 먹으니 똥을 눕니다. 들어오기에 나가고, 나가면 들어옵니다. 언제나 ‘나들이’요 ‘오르내리막’입니다. 흐르는 길이니 애써 기뻐할 까닭도 슬퍼할 일도 없을 만합니다. 고스란히 맞아들여서 찬찬히 마주하면 돼요. 때로는 바닥에서 뒹굴다가 수렁에 잠길 때가 있어요. 가라앉아서 안 떠오르는구나 싶고, 힘들어서 못살겠다고 여길 만합니다. 고삭부리라서 버거울까요? 돈고비에 이르러 벼랑끝일까요? 곤두박을 치면서 살림수렁이 되었을는지 몰라요. 잔치를 언제 했는지 까마득하다든지, 넉넉한 삶은 구경조차 못했을 수 있어요. 없기에 밑바닥이라면, 두 손이 텅 빈, 그러니까 무게가 없는 이때에는 하늘을 날 만합니다. 두 손이 묵직한 사람은 날개가 있어도 못 날거든요. 두 손을 비웠기에 외려 흐드러진 마음빛이 되어 하늘을 날아오릅니다. 비움으로 가득한 눈빛이기에 부푼 마음으로 하늘로 솟구쳐요. 어느 쪽이 좋다고 가르지 마요. 가면 살림하고 가난한 살림은 종잇조각 사이예요. 즐거이 노래하는 씨앗이 없기에 처질 뿐이니, 늘 웃음꽃으로 물결치면 됩니다.


ㅅㄴㄹ


내리막·밑바닥·바닥·수렁·가라앉다·처지다·못살다·힘들다·어렵다·버겁다·벅차다·안되다·가난·가난살림·고삭부리·골골대다·곤두박·곤두박질·떨어지다·벼랑·벼랑끝·돈고비·돈벼랑·돈수렁·살림고비·살림벼랑·살림수렁 ← 불황, 불경기


오르막·잔치·하늘·떠오르다·치솟다·솟다·부풀다·잘되다·잘나가다·좋다·즐겁다·가멸다·푸지다·흐드러지다·가득하다·넉넉하다·물결치다 ← 호황, 호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