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2.26.


《단어의 발견》

 차병직 글, 낮은산, 2018.9.28.



오늘은 쇠날. ‘금요일’을 풀어서 ‘쇠날’이 아닌, 이 별을 이루는 여러 갈래 가운데 ‘달 불 물 나무 쇠 흙 해’를 가르는 일곱 길 가운데 쇠를 헤아리는 날이다. 그냥 ‘월요일∼일요일’을 일본사람처럼 쓸 적에는 이레에 걸친 이름에 깃든 뜻을 지나치기 쉽지만 ‘달날∼해날’이라 하면 아이들이 새롭게 바라보곤 한다. “자전거를 타고 우체국에 갈까, 버스를 타고 우체국에 갈까?” “음, 버스를 탈까요?” 작은아이하고 버스를 타고 읍내로 간다. 우체국에 들르고 가게에 간다. 걷고 또 걷는다. 부릉이를 건사하지 않으니 우리 아이들은 참으로 자주 오래 으레 걷는다. 가만 보면 ‘걷는 젊은이’나 ‘아이를 이끌고 걷는 젊은 어버이’를 시골에서나 서울에서나 거의 못 본다. 두 다리를 쓰지 않는 어른이 되면서 마을이며 이웃을 만나는 길하고도 멀어진다. 《단어의 발견》은 낱말 하나를 발판으로 말길이나 말빛을 찾아나서는 마음길을 다루려나 싶더니, 딱딱하게 말라버린 일본 말씨에 스스로 갇힌 쳇바퀴에서 헤맬 뿐, 생각에 날개를 달며 빛나는 눈길을 가꾸는 길하고 동떨어지는구나 싶다. 말이 말이 되어야 말길을 트고 말넋이 빛나면서 맑게 꿈꾸는 마음이 되리라. 일본 말씨라서 얄궂지 않다. 발이 땅에 안 닿으니 얄딱구리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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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2.24.


《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글/정수윤 옮김, 정은문고, 2014.8.18.



꽃바람이 분다. 꽃바람에는 꽃내음이 가득하다. 끝바람이 분다. 겨울이 끝나는 바람이 애틋하다. 봄바람이 분다. 그래, 이제는 겨울바람이 스러지고 봄바람이로구나. 떠나는 겨울은 우리가 겨우내 잘 지냈다고 토닥여 준다. 찾아드는 봄은 우리가 봄내 눈부시게 피어나라고 추켜 준다. 《장서의 괴로움》을 읽으며 굳이 ‘괴로움’ 같은 이름을 붙여야 하는가를 생각한다. 책이 더미로 있어서 괴로울까. 책이 얼마 없어서 괴로운가. 괴롭다고 여기기에 괴롭지 싶다. 즐겁다고 여기니 즐겁구나 싶다. 똑같은 길을 가더라도 멀다고 여기니 길이 멀고, 가깝다고 생각하니 길이 가깝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다는 마음으로 그저 누리려고 할 적에는 어떤 길을 가든 웃음꽃으로 나아간다. 책을 더 읽어야 하지 않고, 덜 읽어도 되지 않아. 그저 스스로 무엇을 배워서 삶을 사랑하는 길을 슬기롭게 가다듬어 숲사람으로 노래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되는가를 헤아리도록 곁에 두면 된다. 즐겁자고 먹는 밥이요, 즐겁자고 걷는 길이요, 즐겁자고 읽는 책이다. 이름이나 돈이나 힘을 얻자고 읽거나 쓸 책이 아니다. 즐거이 춤추고 꿈꾸는 사람이 되는 길에 손에 쥐는 책이다. 짐을 내려놓고 읽자. 차곡차곡 쌓아도 좋으니 실컷 읽자. 이 책을 이웃하고 나누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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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아이야 고마워 (2021.2.6.)

― 목포 〈동네산책〉



  아버지하고 시외버스를 타고 광주를 거쳐 목포에 이르러 하룻밤을 묵은 열한 살 작은아이는 “아버지, 도시는 뛰기 어렵네요? 차가 너무 많네요.” 하고 말합니다. “그래, 그렇게 사람도 집도 부릉이도 많은 곳이 큰고장이거든.” 날마다 이마에 땀을 흩날리면서 뛰놀기를 즐기는 작은아이로서는 부릉이 눈치를 보느라 멈칫거릴 뿐 아니라 시끄러운 큰고장이 좀 못마땅합니다. 그러나 이모저모 볼거리가 많다고 여깁니다.


  길손집에서 일찌감치 나섭니다. 천천히 걷습니다. 마을쉼터에서 다리를 쉬고 김밥을 먹입니다. 다시 걷습니다. 구름다리를 건너고 언덕받이 마을책집 〈동네산책〉에 이릅니다. “잘 걸었구나. 애썼어.” 작은아이는 어느새 일그러진 얼굴입니다. “어, 아버지가 책집만 다녀서 그래? 아버지가 잘못했어. 아버지가 안아 줄게.” 작은아이를 토닥이고 노래를 부르면서 목포 골목길을 걷습니다. 가게를 찾아봅니다. 마침 부릉이가 없는 골목입니다. “저 가게까지 누가 먼저 달리려나?” 짧지만 함께 달립니다. 얼음고물을 둘 고릅니다. “자, 이제는 천천히 걸으면서 먹자.”


  이다음에는 책집으로 걸어오기 앞서 얼음고물을 먼저 먹자고 다짐합니다. 아니, 책집으로 오기 앞서 마음껏 밟고 달릴 풀밭이며 올라탈 큰나무를 찾아야겠어요. 〈동네산책〉 지기님이 작은아이한테 글꾸러미를 펼쳐 보이면서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글이나 그림을 남겨. 너도 뭔가 그려 주겠니?” 하고 묻습니다. 작은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참 그림그리기에 빠져듭니다. 비로소 웃는 낯입니다. 고맙구나 아이야.


  저는 어릴 적에 늘 걸어서 여기부터 저기를 오갔는데, 그냥 걷기만 하지 않았어요. 으레 뛰거나 달렸습니다. 딱히 무슨 일이 있거나 바쁘기에 달리지 않아요. 바람을 가르며 달리면 즐겁습니다. 동무랑 겨루기를 하지 않더라도 혼자 씽씽 달리지요. 얼마나 빠른가 하고 재지 않습니다. 달리면서 ‘나는 바람이야, 나는 바람이다.’ 하고 혼잣말을 합니다.


  ‘마을(동네)을 거닌다(산책)’는 이름인 책집으로는 누구나 걸어서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이 앞까지 부릉부릉 모는 분도 있을 테지만, 책을 살피자면 골마루를 거닐어야 합니다. 손에 책을 쥐고서 이야기로 스며들자면 부드럽게 차근차근 발걸음을 옮길 노릇입니다. 가만히 걷기에 둘레를 알아봅니다. 찬찬히 거닐기에 하늘을 느낍니다. 조용히 걷는 사이에 바람맛을 봅니다. 느긋이 거닌다면 겨울내음이며 봄기운을 물씬 느낍니다. 거닐면, 뛰놀면, 노래하면 찌푸린 구름이 걷힙니다.


ㅅㄴㄹ


《정확하고 완전한 사랑의 기억》(호원숙, 세미콜론, 2021.1.22.)

《작은 기쁨 채집 생활》(김혜원, 인디고, 2020.6.1.)

《장서의 괴로움》(오카자키 다케시/정수윤 옮김, 정은문고, 2014.8.18.)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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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1.3.1.

숨은책 492


《어두운 마당》

 배봉규 글·그림

 한국안보교육협회 엮음

 형문종합교육개발

 1982.4.30.



  요즈음은 예전처럼 ‘승공·반공’ 같은 글씨를 배움터 어귀나 담벼락에 붙이지 않습니다. 예전이라고 하면 1989년이 저물고 1990년으로 넘어설 즈음까지인데요, ‘총력안보’라든지 ‘자주·협동·단결’이라든지 갖가지 이름을 붙이면서 어린이하고 푸름이를 닦달했어요. 제가 다닌 어린배움터(국민학교)는 만화책을 우리한테서 빼앗아 해마다 너른터에서 활활 불사르며 “이런 나쁜책은 읽지 마!” 하며 윽박질렀는데, 나라나 배움터에서 우리한테 읽으라고 건네면서 ‘반공독후감’을 내라고 하던 만화책이 있어요. 《어두운 마당》은 이 가운데 하나입니다. ‘해돌이’하고 ‘천사’가 나오는데요, 이 만화책을 간추려 “때려잡자 공산당!”을 글종이 다섯 쪽으로 채워서 다달이 냈고, ‘해돌이’하고 ‘천사’를 그려넣은 반공포스터도 나란히 냈습니다. 어깨동무나 아름길이나 바른넋하고 동떨어진 ‘승공·반공’ 독후감에 포스터였어요. 어른들은 배움터나 마을에서 날마다 아이들을 때렸습니다. 참말 예전엔 ‘사랑매’란 이름으로 매바심이 잦았어요. 책상맡에서 반공독후감을 쓰다가 짝꿍하고 수군댔습니다. “야, 북쪽이나 남쪽이나 어른들이 아이를 두들겨패기는 마찬가지 아냐?” “누가 아니래? 너무 힘들다.” 주먹은 평화가 아니에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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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섬 내 아이가 읽는 책 10
수에자키 시게키 그림, 나루미야 마스미 글, 이예린 옮김 / 제삼기획 / 200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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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1.3.1.

그림책시렁 630


《고래섬》

 나루미야 마스미 글

 수에자키 시게키 그림

 이예린 옮김

 제삼기획

 2003.7.25.



  사람이 살면서 더없이 바보스러운 짓이라면 싸움연모(전쟁무기)입니다. 흔히들 밥쓰레기(음식폐기물)만으로도 푸른별을 모두 먹여살릴 수 있다고 할 만큼, 어느 나라에서나 모자랄 일이 없는 판입니다. 그렇지만 틀림없이 굶거나 가난한 사람이 수두룩해요. 나라지기나 벼슬아치가 일을 엉터리로 하는 탓이라든지, 돈바치가 싹싹 긁어모은 탓도 있을 터입니다만, 무엇보다도 나라마다 싸움연모를 잔뜩 만들고 건사하면서 서로 억누르고 따돌리거나 괴롭히기 때문이에요. 《고래섬》은 어린고래가 고래라는 몸을 내려놓고서 섬이 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저 고래요, 그저 헤엄치면서 놀고프고, 그저 동무를 사귀면서 하루를 노래하고프지만, 둘레에서는 어린고래를 ‘달리’ 보았다지요. 우리는 누구나 다른 숨결이니 ‘달리’ 볼 만하지만, ‘몸은 달라도 사랑이 흐르는 마음은 같다’는 대목을 잊거나 잃는다면, 그만 따돌림이나 괴롭힘질이나 막짓이 불거져요. 어린고래는 왜 스스로 섬이 될까요? 어린고래는 어떻게 모진 나날을 맞닥뜨리면서도 사랑꽃을 피우고 사랑씨앗을 심는 바다살림을 지었을까요? 싸움연모를 없앨 줄 안다면 그이는 참된 나라지기입니다.


ㅅㄴㄹ

#くじらの島 #なるみやますみ #末崎茂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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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아름책이고,

100점 만점에서 499점을 매기는 그림책.

왜 500점 아닌 499점이냐 하면

옮김말(번역)이 매우 엉성해서

몽땅 뜯어고치고 손질해서

아이들하고 읽느라 꽤나 힘들었다.

제발 어린이책이나 그림책 말씨 좀

어린이 눈높이로 가다듬는

슬기로운 어른이 늘어나기를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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